베스타스윈드시스템이 미국 뉴욕주 로우빌에 조성한 풍력발전 설비. <사진 : 블룸버그>

세계적인 탈(脫)석탄 움직임으로 신재생에너지가 주목받는 가운데 덴마크 풍력업체 ‘베스타스윈드시스템(이하 베스타스)’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베스타스 작년 매출액은 102억3700만유로(약 13조3590억원)로, 전년(84억2300만유로)보다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8억6000만유로에서 14억유로로 늘었다.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주가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근로자들이 베스타스가 생산한 풍력 터빈을 옮기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농기계에서 풍력 발전설비로 업종 전환

덴마크 코펜하겐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베스타스 주가는 7월 26일 627덴마크크로네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20~30덴마크크로네에서 움직이던 주가는 5년 새 30배 수준이 됐다.

베스타스 역사는 1898년 대장간에서 시작됐다. 창업자 격인 핸드스미스 한센은 작은 대장간을 운영했는데 가업은 아들 페더 한센으로 이어졌다. 유럽 경제가 성장하며 사업이 번창했지만 제2차세계대전 이후 한센가는 돌파구를 찾아 나섰다.

이후 한센은 주방기구를 만들어 팔다가 1950~60년대 냉각기·크레인 등을 생산하는 농기계 업체로 업종을 바꿨다. 특히 베스타스는 일찌감치 해외 시장을 개척하며 사업을 키웠다. 내수 시장의 한계를 깨닫고 주변 유럽 국가로 제품을 수출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베스타스는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한다. 1970년대 두 차례 ‘오일 쇼크’가 발생하면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풍력발전 사업에 뛰어들었다. 덴마크는 사시사철 바람이 많은 지역인데다 산지가 적어 풍력발전을 하기엔 더 없이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이미 덴마크 많은 지역에서 풍차가 전력을 생산하고 있었다. 게다가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하려는 덴마크 정부의 지원 정책이 잇따랐다.

때마침 미국에서도 풍력발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1977년 취임한 지미 카터 대통령이 대체에너지 개발을 강조했고, 캘리포니아주는 풍력발전 설비에 보조금을 지원하며 육성에 나섰다. 베스타스의 풍력발전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하지만 베스타스가 당장 큰돈을 번 것은 아니었다. 풍력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기술이 필요했고 이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기는 더더욱 어려웠다. 그러나 오랜 연구와 개발 끝에 베스타스는 다양한 풍력 개발 기술을 발전시켰고, 세계 최대 풍력 업체로 성장했다. 2000년대 이후 베스타스는 줄곧 풍력발전 시장에서 세계 1위 자리를 유지했다. 최근 중국 풍력 업체가 등장하며 시장점유율 1위 자리는 내줬지만 기술 측면에서는 여전히 세계 1위 기업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FTI컨설팅’에 따르면 세계 풍력 터빈 공급업체 중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중국 ‘골드윈드’(12.6%·2015년 기준)이고, 베스타스(12.0%)가 그 뒤를 따른다. GE윈드와 지멘스는 각각 9.6%, 8.1% 점유율을 차지한다.


성공비결 1 l
풍력발전에 집중

베스타스가 세계적인 풍력발전 업체로 성장할 수 있었던 첫 번째 비결은 풍력발전이 성장하기 시작한 1970년대 과감하게 업종을 바꿔 풍력발전 사업을 시작한 뒤 이 분야에 집중하며 전문성을 키운 것이다. 베스타스는 1979년 30㎾ 풍력 터빈을 성공적으로 생산한 이후 1980년대부터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그런데 1986년 베스타스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었던 미국 캘리포니아가 제품 수입을 거절하면서 큰 위기가 닥쳤다. 이때 베스타스는 오히려 회사를 풍력발전 사업 중심으로 개편해 위기를 극복했다. 철강 등 기타 사업 부문을 정리하고 풍력발전 사업에만 집중하기로 결정했다.

베스타스는 기술 개발에 전념하며 기업의 내공을 쌓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시장이 다시 열릴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베스타스의 예측은 적중했다. 1990년 풍력발전의 핵심 부품인 터빈 날개(블레이드)의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면서 다시 제품을 수출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베스타스의 해외 시장은 미국뿐 아니라 독일·영국·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과 인도·중국·호주 등 전 세계 60여개국으로 확대됐다. 이후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독일 지멘스가 풍력발전 시장에 진출하며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베스타스는 오랫동안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베스타스는 풍력발전 사업에 집중해 시장을 넓히기 위해 적극적인 인수·합병 전략도 사용하고 있다. 2003년에는 덴마크 풍력 터빈 회사 ‘NEG미콘’을 인수해 세계 시장점유율을 30%대로 끌어올렸고, 2013년에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과 합작회사 ‘MHI베스타스’를 설립해 해상 풍력발전 사업을 확대했다.



독일 라우크함머에 있는 베스타스 생산 공장에서 직원이 터빈 날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성공비결 2 l
끊임없는 기술 개발

베스타스는 1990년대부터 풍력발전 세계 1위 업체로 성장했지만, 수익을 내기는 쉽지 않았다. 2000년대까지도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 신재생에너지 바람이 거세지면서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14억유로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이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베스타스는 풍력발전 시장에 진출할 때부터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베스타스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당시 가장 신경을 쓴 부분도 핵심 기술 확보였다. 베스타스는 풍력발전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관련 기술자를 확보해 풍력 터빈 개발에 공을 들였다. 베스타스는 1979년 세계 최초의 풍력발전기를 생산했지만, 당장 상용화에 나서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이때 회사를 이끌던 한센은 풍력발전 기술자 요르겐슨과 쉬티에스댈을 영입했고, 이들은 1년의 연구 끝에 지금 세계 각국이 사용하는 날개 3개짜리 풍력발전기를 생산했다. 발전기는 베스타스 본사에 설치됐다.

1980년 베스타스의 ‘기술 우선주의’를 보여준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강력한 폭풍이 덴마크를 휩쓸며 본사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날개가 부러진 것이다. 이 사고로 풍력발전기의 심각한 결함을 발견한 베스타스는 그동안 들어온 주문을 모두 취소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몰두했다. 베스타스는 1년 만에 기존 결함을 개선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전보다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했다. 이전에 체결된 공급 계약이 불투명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위기는 기회로 바뀌었다. 스스로 제품 결함을 인정하고 개선책을 찾아낸 회사 결정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것이다.

이후 베스타스는 미국과 막대한 규모의 제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사업은 본격적으로 성장 궤도에 올랐다. 1985년에는 세계 최초로 발전기의 날개 각도(피치)를 조정할 수 있는 터빈을 개발했다. 이는 풍향이나 풍속에 따라 발전기 날개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바람이 너무 강한 경우 발전기가 스스로 멈춰 날개가 부러지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게 됐다.



베스타스가 해상에 설치한 풍력발전기. <사진 : 블룸버그>

성공비결 3 l
빅데이터 활용해 비용 절감

베스타스는 본사가 있는 덴마크는 물론 독일·영국·인도에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해 새로운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베스타스의 R&D 지출은 2억2700만유로로, 전체 매출의 2%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해상 풍력발전의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바다에 발전기를 세워 전력을 생산하는 해상 풍력발전은 육지에서의 발전보다 더 많은 기술을 필요로 한다. 해상 풍속이 육지보다 강하고, 해상에 발전기를 설치하려면 해류나 수심, 조수간만의 차 등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베스타스는 해상 풍력발전에 필요한 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독립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베스타스는 또 빅데이터를 활용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해 주목받고 있다. 풍력발전기는 한 번 설치하면 20~30년 동안 운영된다. 그만큼 입지 선정이 중요하다.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려면 정확한 풍력 정보가 필요하다. 베스타스는 풍속과 기온, 강수량, 습도, 기압 등 다양한 날씨 정보를 검토하기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베스타스는 IBM의 분석 솔루션과 수퍼컴퓨터를 도입해 부지선정에서부터 최고 효율을 낼 수 있는 운영방안을 찾고 있다. 이를 통해 풍력발전의 기대발전량과 투자수익률 등을 사전에 보다 정확하게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최적의 입지를 선정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도 줄일 수 있었다.

베스타스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탄탄한 기술 기반을 갖춘데다 세계 각국이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전력 생산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베스타스 본국인 덴마크는 2020년까지 화석연료 비율을 제로(0)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전체 전력 생산량에서 풍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정부가 신재생에너지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중국 업체가 대거 등장한 상황은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베스타스는 줄곧 세계 1위 풍력발전 업체였지만, 1998년 설립된 중국 골드윈드가 정부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2015년부터 시장점유율 세계 1위 자리를 내줬다. 베스타스의 시장점유율도 2000년대 30%에서 최근 10%대로 떨어졌다.


plus point

베스타스 전성기 이끄는 앤더스 루네바드 CEO

앤더스 루네바드 베스타스윈드시스템 CEO. <사진 : 블룸버그>
2013년 9월부터 베스타스윈드시스템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앤더스 루네바드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술 개발을 주도하며 베스타스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스웨덴 출신인 루네바드 CEO는 스웨덴 룬드대에서 전기공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1984년 스웨덴 정보통신업체 ‘에릭슨’에 입사했다. R&D와 제품 관리,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거치며 에릭슨에서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그는 관리자로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루네바드 CEO는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풍력발전 시장에서 베스타스가 성장하려면 핵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설비를 확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미 설치된 설비에 대한 사후 서비스를 충실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네바드 CEO는 “베스타스의 재정 상황은 매우 탄탄하고 운영 효율성도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천’은 지난해 발표한 ‘올해의 경영인’에 루네바드 CEO를 28위로 선정했다.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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