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게임 개발자 콘퍼런스인 ‘GDC 2017’에서 존 리치텔로 유니티 CEO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 유니티>

나이언틱랩스(Niantic Labs)의 ‘포켓몬 고(Pokémon GO)’, 블리자드의 ‘하스스톤(Hearthstone)’, 로비오의 ‘앵그리버드2’,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런’, 넥슨의 ‘다크어벤저3’까지. 출시 이후 좋은 반응을 얻은 모바일 게임이라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유니티 테크놀로지스(Unity Technologies·유니티)의 엔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엔진은 모바일 게임을 작동시켜주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로 사람으로 치면 심장 같은 역할을 한다.


7억7000만명이 유니티 기반 게임 즐겨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일반인들이 유니티라는 이름을 직접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사실은 거의 매일 유니티가 만든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유니티는 전 세계 모바일 게임 엔진 시장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구글플레이 등에 올라와 있는 모바일 게임 상위 1000개 가운데 42%가 유니티 엔진을 사용해 만들어졌다. 한국만 놓고 보면 점유율은 65%로 높아진다. 전 세계에서 유니티 엔진을 이용하는 게임 개발자는 550만명에 달하고, 유니티 엔진 기반의 모바일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은 7억7000만명에 이른다. 지난해 유니티 기반 모바일 게임의 다운로드 수는 전년 대비 31% 증가한 160억회에 달했다.

유니티가 모바일 게임 엔진의 강자지만, 처음부터 게임 엔진을 만든 건 아니다. 유니티는 2004년 덴마크에서 ‘오버더엣지엔터테인먼트(OTEE)’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OTEE는 2005년 구볼(Gooball)이라는 게임을 출시했는데, 이때 자체 개발한 게임 엔진 ‘유니티 1.0’도 공개했다. 이후 게임 개발자를 중심으로 유니티에 대한 입소문이 돌았고, OTEE는 회사 이름을 유니티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게임 엔진 개발에 나섰다.

유니티는 스마트폰 시대의 직접적인 수혜자다. 스마트폰 덕분에 모바일 게임 시장이 빠르게 커졌고, 유니티의 게임 엔진을 이용하는 게임 개발사도 덩달아 많아졌다. 유니티는 2009년 세콰이어캐피털로부터 550만달러를 시작으로 꾸준히 투자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받은 투자액은 7억달러(약 8000억원)에 달한다. 블룸버그는 올해 5월 “유니티가 실버레이크로부터 4억달러를 투자받으면서 26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보도했다.


유니티코리아는 올해 5월 서울에서 유니티 개발자 콘퍼런스인 ‘유나이트 서울 2017’을 개최했다. <사진 : 유니티>


성공요인 1 |
개발에서 서비스까지 다양한 편의 제공

유니티의 모토는 ‘개발의 민주화’다. 대형 게임 개발사뿐만 아니라 인디 게임 개발사에서부터 개인 개발자까지 유니티 엔진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목표를 설립 이래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니티는 개발자 친화적인 정책을 대거 도입했다.

가장 대표적인 기능이 ‘에셋스토어’다. 모바일 게임도 갈수록 개발 과정이 복잡해지고 있다. 게임 개발을 위해서는 엔진 외에도 다양한 자원(asset)이 필요하다. 오디오, 애니메이션, 텍스처(컴퓨터 그래픽의 표면에 적용되는 이미지) 등 다양한 자원을 활용해야 한다. 그런데 규모가 작은 개발사나 개인 개발자는 이런 자원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유니티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임 개발에 필요한 별도의 자원을 모아놓은 에셋스토어를 만들었다. 개인 개발자들은 유니티의 에셋스토어에서 게임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손쉽게 구해 사용할 수 있다. 심장 역할을 하는 엔진뿐만 아니라 디테일을 결정하는 눈썹, 눈동자, 피부색 같은 것들도 유니티에서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유니티 에셋스토어에는 3만5000여개의 자원이 올라와 있고, 지금도 매일 평균 30여개의 신규 자원이 등록되고 있다.

이외에도 유니티는 개인 개발자나 인디 게임 개발사의 편의를 위한 여러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유니티 커넥트’는 게임 개발을 준비하는 기획 단계에서부터 필요한 개발자를 구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유니티 애널리틱스’는 출시한 게임을 운영하는 단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도와준다. ‘유니티 애즈’는 개발자들이 광고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이다. 유니티 애널리틱스와 유니티 애즈는 모두 유니티 엔진을 이용하기만 하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

유니티 입장에서 개인 개발자나 인디 게임 개발사는 당장 큰 수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유니티 엔진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이를 기반으로 유니티가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유니티의 개발자 최우선 정책에 많은 개인 개발자와 인디 게임 개발사가 몰려들었고, 유니티 엔진의 점유율은 5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유니티 창업자인 데이비드 헬가슨(David Helgason)과 요아힘 안테(Joachim Ante) 등은 직접 게임을 만든 개발자 출신이기 때문에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게임은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게임을 먼저 생각하고, 라이선스는 나중에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유니티 본사의 VR룸에서 유니티 직원이 VR 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사진 : 김범수 조선비즈 기자>


성공요인 2 |
애플, 구글 등 다양한 플랫폼 지원

유니티 최고경영자(CEO)인 존 리치텔로(John Riccitiello)는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니티는 콘텐츠 제작을 위한 최상의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유니티를 최상의 플랫폼이라고 표현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가장 큰 요인은 유니티 엔진으로 만든 게임을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니티가 지원하는 플랫폼은 27가지에 달한다. 모바일 플랫폼인 애플의 iOS,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물론이고, 콘솔 플랫폼인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XBOX), 가상현실(VR) 플랫폼인 삼성의 기어VR 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웬만한 플랫폼은 모두 지원한다. 어떤 게임 개발자가 유니티 엔진을 이용해 안드로이드용 모바일 게임을 만들었다면, 변환(Convert) 버튼만 누르면 iOS용이나 웹브라우저용으로도 손쉽게 바꿀 수 있다는 의미다. 대형 게임 개발사는 인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여러 플랫폼에 맞는 게임을 동시에 개발할 수 있지만, 개인 개발자나 인디 게임 개발사는 그 정도로 많은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유니티 엔진을 이용해 게임을 만들고 나면 그 이후에 여러 플랫폼에 맞춰서 변환하는 작업이 간편하다”며 “개발자 입장에서는 이런 작업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유니티 엔진이 대신 해결해주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유니티는 이를 위해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협업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애플이나 구글 외에도 최근에는 페이스북 게임룸과 샤오미 스토어와도 글로벌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성공요인 3 |
VR·AR 시장 본격 개척

지난해 전 세계에서 VR 콘텐츠 판매로 생긴 수익은 18억달러(약 2조520억원)에 달한다. 아직 시장 규모가 큰 것은 아니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증강현실(AR)도 마찬가지다. AR 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진 ‘포켓몬 고’는 역대 최단 기간 10억달러 매출을 달성한 모바일 게임이 됐다.

유니티는 VR과 AR 시장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당장의 이익보다 앞으로의 잠재력과 파급력을 본 것이다. 덕분에 VR, AR 엔진의 시장점유율은 모바일에서보다 높다. 삼성의 기어VR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경우 90%가 유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졌을 정도다. 유니티는 구글의 VR 플랫폼인 ‘데이드림’, 글로벌 AR제작 플랫폼인 ‘뷰포리아(Vuforia)’와도 파트너십을 체결해 콘텐츠 제작을 돕고 있다. 기어VR 외에 다른 VR, AR 플랫폼에서도 유니티의 점유율은 60%가 넘는다.

유니티는 앞으로도 VR과 AR 분야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올해 7월 출시한 최신 엔진인 ‘유니티 2017’은 VR 개발을 도와주는 기능이 강화됐고, 관련 연구·개발 인력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1200명 정도였던 유니티 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에 1500명까지 늘었다. 토니 패리시(Tony Parisi) 유니티 글로벌 VR·AR 전략 부문 총괄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VR과 AR 덕분에 현실과 완벽하게 결합하는 실시간 3차원 그래픽이 가능해졌다”며 “스마트폰이 우버, 에어비앤비의 등장을 가능하게 한 것 이상의 효과가 VR과 AR 덕분에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plus point

interview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
“게임 아닌 의료·제조분야서도 활용”

이종현 기자

김인숙 유니티코리아 대표는 유니티의 다음 목표가 게임을 뛰어넘어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회사 내부에서는 이제 게임 엔진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며 “유니티 엔진이 영화,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넓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이 발전하는 것도 유니티에는 새로운 기회다.

김 대표는 “게임을 제외한 다른 콘텐츠 산업에서도 VR과 AR 기술을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유니티가 사업을 넓힐 수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개발자들이 유니티 엔진을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유니티는 엔진만 만드는 게 아니라 게임 개발부터 서비스까지 모든 과정을 지원한다. 대형 개발사는 이런 지원이 필요없지만, 작은 회사나 개인 개발자는 지원이 절실하다. 유니티가 제공하는 애널리틱스나 애즈 같은 서비스는 개발자가 따로 투자를 하지 않고도 게임 이용자에 대한 데이터 분석이 가능하다. 게임 이용자가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지, 다운로드 추이는 어떤지, 이탈률은 얼마나 되는지,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서 개발자들이 운영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작은 개발사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은.
“작년 말에 ‘메이드 위드 유니티’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유니티 엔진으로 만들어지는 게임이 굉장히 많다. 그중에 좋은 게임도 많은데 개발사가 마케팅에 투자할 수가 없어서 묻히는 경우가 많다. 메이드 위드 유니티는 그런 경우를 줄여보기 위해 시작한 것이다. 창의력과 게임성이 검증된 게임을 발굴해서 마케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유니티와 협력하는 벤처캐피털에 소개도 해주고 있다.”

VR과 AR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3년 전에 본사 차원에서 다음에 가야 할 방향은 VR과 AR이라고 결정했다. 그 뒤로 VR, AR 관련 기능을 에디터에 추가하고, 별도 플랫폼을 만드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개발자들이 추가 작업 없이도 간편하게 VR, AR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그동안은 대형 게임 개발사들이 VR, AR에 미온적이었는데 최근 들어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하기 시작했다. 내부에 랩을 만들거나 작은 회사를 인수하거나 한다. 이런 큰 기업이 본격적으로 VR, AR에 뛰어들면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게 될 것이다.”

유니티의 다음 목표는.
“VR, AR의 경우를 보면 게임이 아닌 콘텐츠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예컨대 의료 산업이나 제조업에서 VR 기술을 활용해 시뮬레이션을 하거나 한다. 이런 분야에서도 유니티의 엔진이 쓰인다. 사실 내부적으로는 게임 엔진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유니티 엔진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게임을 벗어나 다른 산업으로 확장하고 있다. 영화를 만들 때 유니티 엔진을 활용해 컴퓨터그래픽(CG)을 만들기도 하고, 건축에도 활용된다. 게임 외의 분야에서도 유니티 활용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시야를 넓히려고 하고 있다.”


▒ 김인숙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테이크투인터랙티브 코리아 지사장, EA 코리아 퍼블리싱 상무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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