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의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2012년 10월 4일 레드불이 준비한 ‘우주 낙하’ 이벤트를 위해 지상 3만9000m 상공에서 지구를 향해 뛰어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 레드불>

경쟁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데도 압도적인 매출로 업계 1위를 달리는 음료 회사가 있다. 한 해 팔아치우는 음료수가 60억 병이 넘는다. 그렇다고 비밀스러운 제조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성분과 제조법은 전부 공개됐지만, 코카콜라를 포함해 훨씬 몸집이 큰 선발주자들도 따라잡지 못한다. 미디어 기업도 아닌데 마케팅 비용의 3분의 2 이상을 콘텐츠 제작과 관리에 투자하고, 3시간짜리 이벤트에 700억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기도 한다.


차별화 전략으로 만든 후발업체의 성공신화

세계 1위 에너지음료 업체 ‘레드불’ 이야기다. 출시 첫해인 1987년에 약 80만유로(약 10억7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한 레드불은 매년 두 배 가까운 성장을 이어 갔고, 1995년에는 매출 1억유로를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169개국에서 60억300만유로(약 8조59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같은 기간 약 3조4800억원을 거둬들인 에너지음료 업계 2위인 ‘몬스터 비버리지’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몬스터 비버리지는 세계 최대 음료 기업 코카콜라가 투자한 에너지음료 업체다. 코카콜라는 2014년에 몬스터 비버리지 지분 16.7%를 인수했다.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기능성 음료 시장에서 레드불의 점유율은 80%에 달한다.

역사가 30년 남짓한 레드불의 급성장은 성숙 단계에 접어든 시장에 진출한 후발업체의 성공 신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레드불의 차별화 포인트는 제품이 아닌 ‘시장’이다. 사실 각종 시음 행사 등에서 레드불의 맛에 대한 평가는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가격은 경쟁 제품보다 비싸다. 레드불은 출시 초기부터 경쟁 제품보다 10% 이상 비싸게 가격을 책정했다. 차별화 전략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승부를 걸었기 때문이다.

레드불의 공동 창업자 디트리히 마테시츠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젊은 소비자들을 매혹시켜야 한다고 믿었다. 에너지 드링크의 핵심 고객이 젊은층이란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마테시츠는 직접적인 제품 광고나 홍보보다는 매력적인 이벤트와 콘텐츠를 생산하거나 후원하는 전략을 택했다. 젊은이들이 열광할 만한 행사를 만들고 거기에 레드불 제품과 로고가 넘쳐나게 하면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가 급상승하면서 판매는 저절로 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레드불은 매출액의 3분의 1을 마케팅에 쏟아붓지만 ‘마케팅을 하지 않는 회사’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친근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다가선다. 크게 네 가지 방법을 통해서다.


레드불 레이싱팀 소속 자동차가 트랙을 질주하고 있다. <사진 : 레드불>


성공비결 1 |
기상천외한 이벤트

2012년 10월 4일 지상 3만9000m 성층권에 자리 잡은 캡슐 안에서 우주복 차림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오스트리아의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였다. 그의 양 어깨와 헬멧, 다리에는 레드불 로고가 선명했다. 카메라를 향해 경례를 마친 그는 지구를 향해 몸을 던졌고 최고 시속 1357㎞(마하 1.25)로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4분 19초가 흐른 뒤 낙하산이 펼쳐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무사히 지표면에 안착했다. 인류 최초로 맨몸 초음속 낙하에 성공한 순간이었다.

유튜브로 중계한 초유의 ‘우주 낙하’ 이벤트를 전 세계에서 800만 명이 동시접속으로 지켜봤다. 레드불은 3시간 동안 진행된 이 행사를 위해 5년간 6500만달러(약 743억원)를 투자했다. 엄청난 비용이지만 거둬들인 수확은 더 많았다. 이를 통해 거둔 광고 효과가 400억달러(4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해 레드불의 매출은 전년 대비 16% 늘었다.

레드불이 개최하는 독특한 행사 중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이비행기 국제 대회인 ‘레드불 페이퍼 윙스’도 있다. 2006년에 시작된 이후 3년마다 개최하며 대회 규모를 점차 확대해 왔다. 2015년 대회에는 80개국에서 약 4만6000명이 참가했다. 국가별 예선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공기역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창의력과 집중력, 신체 능력 등이 요구된다. 현재 기네스북에 등재된 종이비행기 세계 기록은 멀리 날리기 69.1m, 오래 날리기 27.9초다.

서바이벌 프로젝트 ‘레드불 캔유메이크잇’도 인기다. 세 명이 한 팀을 이뤄 레드불 24캔만 가지고 물물교환을 하며 유럽을 여행한다. 세계 최고의 발차기 고수들이 경합하는 무술 대회 ‘레드불 킥잇’도 있다.


레드불의 ‘게릴라 마케팅’에 사용되는 차량과 행사 담당 직원들. <사진 : 유튜브 캡처>


성공비결 2 |
전방위 스포츠 마케팅

젊은 소비자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데는 스포츠만 한 것도 없다. 레드불의 스포츠 마케팅 활동은 인기·비인기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가장 공을 들이는 종목은 축구와 모터스포츠 포뮬러원(F1)이지만 야구와 농구, 자전거 BMX, 스케이트보드, 카누, 요트, 클라이밍, 웨이크보드, e-스포츠에 이르는 폭넓은 종목의 행사와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레드불의 후원을 받는 유명 선수로는 브라질의 축구 스타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 미국프로농구(NBA)의 블레이크 그리핀(LA 클리퍼스), 지난해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 주역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 등이 있다.

F1의 경우 지난해에만 5500만달러(약 630억원)를 투자하면서 1년 사이 관련 지출이 네 배 이상 늘었다. 전 세계 5억2500만 명이 시청하는 F1은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불린다. F1에서 F는 ‘포뮬러(formula)’, 즉 규정을 의미한다. 여러 대회의 규정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뜻이다. ‘1’은 최고의 대회라는 의미다.

창업자 마테시츠는 개인 자동차 경주 트랙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F1에 남다른 애정을 품고 있다.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는 F1 레이싱의 이미지가 에너지 드링크와 잘 맞아떨어진다는 것도 이유다.

레드불은 1995년 F1 자우버(Sauber) 팀의 메인 스폰서로 모터스포츠에 처음 발을 들였다. 2005년에는 재규어 레이싱팀을 인수해 레이싱팀을 창단했고, 이후 창단 5년 만인 2010년 첫 우승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4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독주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는 미하엘 슈마허에게서 ‘F1 황제’ 자리를 넘겨받은 세바스찬 베텔이 큰 몫을 했다. 베텔은 2010년 23세로 역대 최연소 F1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등 레드불의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고, 2014년 페라리로 이적했다.

2005년 레이싱팀 창단 이후 레드불 매출은 지난해까지 두 배 넘게 성장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F1에서 이룰 것을 다 이룬 레드불이 스포츠카의 명가 포르쉐에 팀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009년에는 독일 프로축구 5부리그의 SSV 마르크란슈테트를 인수해 ‘RB 라이프치히’로 재창단하면서 프로축구를 통한 스포츠마케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홈구장 이름도 ‘레드불 아레나’로 변경했다.

독일 프로축구 리그에서는 팀 이름에 기업명을 넣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레드불은 차선책으로 ‘RB’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라센볼(RasenBall·잔디공)’이라는 뜻이라고 하지만 레드불을 떠올리도록 단어를 조합한 것이다.

레드불의 후원을 등에 업은 RB 라이프치히는 7년 사이 네 차례 승격해 마침내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1부리그)에 진출했다.

레드불의 RB 라이프치히는 1부리그 승격 후 24세 이하 선수만 영입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유망주 영입에 6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자하며 리그에서 ‘공공의 적’이 됐다. 현재 진행 중인 2017~2018시즌에서 총 18개 팀 중 6위를 달리고 있다(9월 28일 기준). 레드불은 미국프로축구(MLS)의 강호 뉴욕 레드불 등 전 세계 5개 프로축구팀을 운영하고 있다.


디트리히 마테시츠 레드불 공동 창업자. <사진 : 블룸버그>


성공비결 3 |
공격적인 미디어 활용

마테시츠는 종종 “레드불은 어쩌다 에너지 드링크를 팔게 된 미디어 회사”라고 농을 친다. 마케팅 비용의 3분의 2 이상을 콘텐츠 제작 및 관리에 투자하는 것을 생각하면 우스갯소리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

레드불 관련 동영상은 지난해 총 2700만 회 이상 공유되며 기업 관련 동영상 중 공유 횟수에서 압도적인 1위였다. 2위는 삼성전자로 약 1250만 회, 3위는 맥도널드로 약 860만 회였다.

레드불은 2007년 설립한 자회사 레드불 미디어하우스(RBMH)를 통해 레드불과 관련된 모든 콘텐츠를 생산하고 관리한다.

RBMH이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모든 이벤트의 영상은 페이스북 공식 계정과 유튜브 계정, 별도의 ‘레드불TV’ 등을 통해 서비스한다. 레드불TV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다루는 전문 채널로 레드불이 후원하는 행사를 중계하면서 열혈 시청자층을 확보했다. 최근에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사와 손잡고 드라마·영화 등을 제작하면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액션 캠코더 고프로의 지분을 매입하고, 글로벌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더욱 현장감 넘치는 영상과 촬영이 가능해졌다.

완성도 높은 영상물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다양한 경로로 공유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보게 된다. 그렇게 되면 레드불의 브랜드와 제품의 인지도는 자연스럽게 따라서 올라가게 된다. 레드불이 미디어 콘텐츠에 집중 투자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2007년에는 스웨덴의 무가지 ‘메트로’의 영국 지사와 손잡고 라이프스타일 월간지 ‘레드 불레틴’을 선보였다. ‘레드 불레틴’은 10년 만에 11개국에서 월 발행 부수 200만 부에 달하는 세계적인 매체로 성장했다. 지난해부터 국내에서도 발행을 시작했다. 이 밖에 익스트림 스포츠 전문 이미지 데이터베이스 서비스인 ‘레드불 콘텐츠풀’도 운영한다.


성공비결 4 |
입소문도 전략

창업 초기 레드불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은 가장 큰 장애물은 ‘건강에 좋지 않은 고(高)카페인 음료’라는 인식이었다. 레드불 250㎖ 한 캔의 카페인 함유량은 62.5㎎으로 인스턴트 커피 한 봉(73.4㎎)보다 적다.

이 같은 인식을 바꾸기 위해 레드불은 ‘게릴라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대형 레드불 캔을 실은 차량을 동원해 대학가 캠퍼스 등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무료로 음료를 나눠주는 것. ‘깜짝 행사’가 주는 재미도 있지만 카페인 자체의 중독성도 성과를 높였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들이 입소문을 타고 퍼진 것도 레드불 판매를 도왔다. 대표적인 것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과 독한 술에 섞어 마시면 취하지 않는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다. 독일 술 예거마이스터에 레드불을 섞은 칵테일 ‘예거밤’이 인기 있는 칵테일이 된 지 오래다. 레드불이 이 같은 소문의 진원지라는 증거는 없지만 확산을 적극적으로 막지는 않고 있다.


plus point

레드불의 시초는 태국산 ‘붉은 물소’


레드불의 시초는 1970년대 태국에서 탄생한 에너지 드링크 크라팅 다엥(사진)이다. <사진 : 유튜브 캡처>

레드불의 시초는 1970년대 태국에서 만들어진 ‘크라팅 다엥(Krating Daeng)’이라는 에너지 드링크다. 크라팅 다엥은 태국어로 ‘붉은 물소’라는 뜻이다. 디트리히 마테시츠와 함께 레드불을 공동 창업한 태국인 찰레오 유비디야가 설립한 제약회사의 인기 제품이었다.

찰레오는 태국 중부 피칫주에서 중국인 아버지와 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오리를 키워 생계를 유지하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방콕으로 이주해 약국을 운영하는 형을 돕다가 제약회사를 차렸다.

마테시츠는 오스트리아 빈 경제경영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독일의 야콥스 커피, 글로벌 생활용품 제조업체 유니레버에서 일한 뒤 프록터앤드갬블(P&G)의 전신인 브렌닥스에서 글로벌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다.

태국 출장 중 크라팅 다엥을 마신 마테시츠는 시차로 인한 피로가 씻은 듯 사라진 것을 느끼고 찰레오를 찾아간다. 마테시츠는 찰레오에게 이 음료를 유럽 시장에 판매할 것을 제안했다.

의기투합한 둘은 1984년 각각 50만달러를 투자해 회사를 세웠고 유럽인의 입맛에 맞게 음료의 레시피를 바꾸는 작업을 진행했다. 주원료인 타우린, 카페인, 글루쿠로노락톤 등은 그대로 사용하되 설탕을 줄이고 탄산수를 첨가했다. 1987년 청색과 은색으로 디자인한 레드불을 오스트리아에서 출시했다.

원조 크라팅 다엥은 당시 동남아시아에서 건설 노동자나 운전기사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유럽인들의 입맛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레드불은 출시되자마자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마테시츠와 찰레오는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다. ‘포브스’ 추정 마테시츠의 재산은 203억달러(약 23조3000억원)다. 찰레오는 2012년 89세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그의 재산은 50억달러였다.

크라팅 다엥은 동남아와 중국 등지에서 레드불의 저가형 제품으로 계속 판매되고 있다. 넓적한 금색 캔을 사용하며 탄산이 없고 단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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