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구이저우성의 마오타이 양조장에서 생산된 마오타이를 직원들이 검사하고 있다.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최근 시가총액 100조원을 넘어서며 세계 최대 주류 업체가 됐다. <사진 : 블룸버그>

‘마오타이(茅台)’는 중국의 고급 바이주(白酒)를 대표하는 브랜드다. 바이주는 수수 등을 발효해 만든 양조주를 다시 증류한 술로 한국에서는 고량주로 부른다. 우량예(五糧液), 펀주(汾酒) 같은 다른 고급 바이주 브랜드도 있지만, 국주(國酒) 대접을 받는 건 마오타이뿐이다. 저우언라이, 덩샤오핑, 마오쩌둥 같은 중국 역대 지도자들의 마오타이 사랑은 지극했다. 저우언라이는 감기약 대신 마오타이를 마셨고, 덩샤오핑은 문화혁명 주도자들을 체포한 뒤 마오타이를 꺼내 스물일곱 잔을 마셨다는 이야기가 있다.


반 부패 운동으로 줄었던 매출, 지난해 회복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1972년 닉슨-마오쩌둥 회담에서 두 정상이 건배할 때 잔에 담긴 술도 마오타이였다.

중국 현대사를 함께한 마오타이지만 2012년을 기점으로 부침이 있었다.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을 전개한 탓이다. 당시 중국 정부는 부패 척결을 위해 삼공소비(三公消費·공무원의 차량비, 출장비, 접대비) 규제를 강화했다. 고급 바이주인 마오타이는 고위 공직자에게 선물이나 뇌물을 줄 때 많이 쓰였는데, 이런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마오타이의 주력 브랜드 중 하나인 시주(習酒)의 경우 매출액이 1년 만에 절반으로 줄었다. 마오타이 제조 업체인 구이저우(貴州)마오타이의 주가도 2014년 초에 100위안(약 1만7000원)대로 떨어지며 반 토막이 났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마오타이는 완전히 되살아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초 200위안(약 3만4000원)에서 시작한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는 고공행진을 거듭해 최근에는 540위안(약 9만1800원)을 넘어섰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영국의 위스키 제조 업체인 디아지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주류회사(시가총액 기준)에 등극했다. 그 이후로도 구이저우마오타이 주가는 계속 올라 지금은 시가총액이 6800억위안(약 117조원)에 달한다. 디아지오의 시가총액은 100조원이 조금 안 돼 격차가 벌어졌다. 앞으로의 전망도 좋다.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구이저우마오타이의 2018년 예상 매출액은 587억8300만위안(약 10조1294억원)으로 지난해 매출액(388억6200만위안)을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부터 매년 20%대의 높은 매출액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구이저우마오타이는 생산 시설이 있는 중국 구이저우성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국유기업이다. 하지만 국유기업이라고 해서 경영상의 어려움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마오타이는 정부의 반부패 운동 기조에 맞춰서 빠르게 경영 전략을 수정했고, 덕분에 세계 최대 주류회사로 도약할 수 있었다.


성공전략 1 |
중저가 브랜드로 소비층 확대

바이주의 경우 한 병당 가격이 600위안(약 10만2000원)을 넘으면 고급 브랜드로 분류된다. 마오타이나 우량예 같은 바이주가 대표적이다. 마오타이의 경우 가격이 1200위안(약 20만4000원)을 넘는다. 중국 정부의 반부패 운동에 직격탄을 맞은 것은 이런 고급 브랜드였다. 2012년에만 해도 바이주 소비량에서 정부가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했지만, 2015년에는 정부 비율이 5%로 뚝 떨어졌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기감은 더 컸다. 마오타이그룹의 위엔런궈(袁仁國) 회장은 “정부 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1% 아래로 떨어졌다”며 중산층 소비자를 공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감을 느낀 마오타이는 기존의 고급 브랜드는 그대로 두면서 50~100위안의 중저가 브랜드를 잇따라 선보이는 투트랙 전략을 썼다. 가벼운 술자리용, 결혼식 연회용 등 용도별로 마실 수 있는 맞춤형 제품을 100여 종이나 내놨다. 특히 이런 중저가 브랜드는 미래의 고급 마오타이 소비자인 바링허우(1980년대생)와 지우링허우(1990년대생) 같은 젊은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다. 대표적인 중저가 보급형 브랜드인 마오타이영빈주(迎賓酒)는 가격이 50위안(약 8500원)에 불과하고, 여성 소비자를 겨냥해 블루베리 주스를 넣은 ‘유 미트(U MEET)’라는 브랜드도 출시했다. 낮은 가격, 낮은 도수, 적은 용량의 이른바 3저(低) 전략을 통해 새로운 소비층을 적극 공략한 것이다. 마오타이 측은 “가격이 낮은 저이윤 제품들을 출시해서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방향으로 마케팅 전략이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중산층 소비자를 끌어안기 위해 홈쇼핑을 활용하는 등 새로운 마케팅 시도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마오타이는 2013년 중국 후난TV 홈쇼핑 업체인 콰이러거우와 함께 마오타이 판촉 활동을 펼쳤다. 콰이러거우는 마오타이 공장에서 생중계를 했고, 8시간 만에 매출액 1000만위안(약 17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다. 마오타이그룹 명예회장인 지커량(季克良)은 그해 홈쇼핑에 직접 등장해 마오타이를 홍보했고, 이번에는 6시간 만에 400만위안(약 6억8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외에도 마오타이는 바이주 판매 담당 여행사를 설립하고, 스포츠 경기를 후원하는 등 새로운 소비자를 끌어오기 위한 마케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구이저우마오타이가 만든 마오타이 복합 관광단지의 경우 지난해 국경절 연휴에만 1억7000만위안(약 28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물론 여전히 마오타이 매출의 대부분은 고급 브랜드가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저가 브랜드의 성장 속도도 무시할 수 없다. 2014년에만 해도 중저가 브랜드가 마오타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3%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6%로 두 배가 됐다. 마오타이는 2020년까지 중저가 브랜드 매출 비율을 10%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고급 바이주보다 중저가 바이주 시장이 규모 자체는 더 크기 때문에 앞으로의 성장성도 밝다.

바이주 업계 종사자인 샤오주칭은 “업계가 판매자 위주에서 소비자 중심의 시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정부 소비에 의존했던 바이주가 친서민적인 주류 브랜드로 변신하면서 맥주 업계와 같은 구조조정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마오타이는 생산량이 적더라도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고수해 맛을 유지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성공전략 2 |
알리바바와 손잡고 온라인 공략

2011년부터 마오타이를 눈여겨본 사람이 있었다. 그는 구이저우성을 직접 찾아가 마오타이 공장을 둘러보고 마오타이의 역사와 문화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는 직접 펜을 들고 ‘천하의 훌륭한 술’이라는 코멘트를 마오타이 공장에 남겼다. 바로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의 이야기다.

마윈 회장은 술을 즐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마오타이에 대한 애정만큼은 깊다. 그런 마윈 회장이 마오타이 공장을 둘러보고 유일하게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 유통 과정이었다. 마오타이는 중국 전역에 2000여 개의 직영판매점을 보유하고 있다. 생산시설은 구이저우성에 딱 하나가 있는 데 반해 판매점은 거대한 중국 대륙 전역에 퍼져 있다 보니 유통 과정이 복잡하다. 아마존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를 만든 마윈 회장의 눈에 이런 유통 과정이 좋아 보였을 리가 없다. 결국 마윈 회장의 알리바바는 마오타이와 협약을 맺었다. 마오타이의 온라인 유통을 알리바바가 적극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알리바바는 단순히 온라인 쇼핑몰에 마오타이를 위한 자리만 만든 게 아니라 온라인 맞춤 브랜딩, 금융 지원, 데이터 분석 등 온라인 판매에 필요한 서비스를 다각도로 지원했다. 마오타이도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인 티몰에서만 단독 판매하는 제품인 ‘펑탄주’를 선보였다.

마오타이는 알리바바 외에 여러 파트너사와 협력을 강화하며 온라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JD닷컴을 비롯해 10여 개의 전저상거래 업체와 협약을 체결했고, 2014년에는 아예 전자상거래 업체를 설립했다. 올해 6월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등 온·오프라인 연계(O2O)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7000여 건의 주문이 들어오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마오타이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해 제품 개발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성공전략 3 |
해외 시장 개척

마오타이는 국주로 불릴 만큼 중국 내에서 입지가 탄탄하다. 전체 매출의 95%가 내수시장에서 나올 정도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마오타이와 함께 세계 최대 주류 업체 자리를 놓고 다투는 디아지오와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디아지오는 매출의 90% 정도가 해외 시장에서 나온다.

마오타이도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현재 마오타이가 판매되는 국가는 78개국인데 북아메리카, 러시아, 서유럽, 동아시아(한국·일본), 호주 등 다섯 곳이 주된 판매 지역이다. 마오타이는 이들 지역에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는 11월 12일을 ‘마오타이의 날’로 지정했는데, 191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파나마·태평양 국제박람회’에서 마오타이가 금상을 수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마오타이는 이날을 기념해 샌프란시스코에서 대규모 연회를 열고 미국 소비자에게 마오타이의 역사와 브랜드를 소개하는 행사도 열고 있다. 이 밖에도 마오타이는 수백억원을 투자해 부동산을 사들이며 프랑스 파리를 마오타이 판매 거점으로 개발하고 있고, 폴란드·헝가리·슬로바키아 같은 유럽 국가 면세점에서도 판매를 늘리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올해 상반기 마오타이의 해외 매출액은 3억1400만달러(약 3556억원)로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해외 판매량은 1721t에 달했다. 위엔런궈 회장은 “해외 시장의 경우 세금 문제 때문에 이윤이 적지만, 앞으로 10년 동안은 마오타이 브랜드 국제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이저우성의 마오타이 양조장의 상징물. 마오타이가 양조장과 관련된 관광 상품을 개발하면서 양조장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성공전략 4 |
신창타이 시대 대표 수혜주

중국 경제 패러다임은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했다. 값싼 임금에 기반한 고도 성장기가 끝나고 소비와 서비스업, 기술 혁신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신창타이(新常態)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했다. 중국 정부는 대규모 소비 진작책을 내놓으며 내수 중심의 안정적인 성장 정책을 채택했다.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변화하면서 중국 1인당 평균 국내총생산(GDP)이나 1인당 가처분소득처럼 소비 여력을 보여줄 수 있는 지표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중국 소비를 견인하는 상위 중산층과 부유층은 2010년 1640만 가구에서 2020년 9870만 가구로 5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들 상위 중산층과 부유층이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5년 17%에서 2020년 29%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는 중국 식음료 기업에 기회가 되고 있다. 중국의 금융정보제공 업체인 윈드(WIND)에 따르면 올해 중국 음식료산업지수 매출액과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15.7%, 21.6%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마오타이처럼 소득 수준이 높아질수록 소비가 늘어나는 브랜드일수록 더 좋은 기회가 된다. NH투자증권은 중국의 바이주 시장이 2015년 이후 호황기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장재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국민의 구매력과 소비 비중이 커지면서 바이주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며 “중저가 바이주 브랜드는 경쟁이 치열해 퇴출되는 기업이 많아지겠지만, 고급 브랜드는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키우고 있어 이들 기업을 중심으로 경쟁력과 수익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국경절 연휴는 이런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기간이었다. 마오타이는 연휴에 대비해 5600t의 물량을 시장에 풀었는데 8월 초부터 품귀 현상을 빚었다. 결국 중국 지방 당국이 1인당 2병으로 구매 제한을 둘 정도로 마오타이의 인기가 치솟았다. 마오타이 인터넷 쇼핑몰에는 300만 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였다.


plus point

마오타이대학 설립해
제조 전문 인력 육성

마오타이 인기가 높아지면서 마오타이 장인을 육성하기 위한 대학도 만들어졌다. 중국 반관영통신인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마오타이대학은 최근 600명의 신입생 선발을 마쳤다. 마오타이 본사가 위치한 구이저우성 런화이(仁懷)에 자리한 마오타이대학은 4년제 정식 대학으로 인가받았다. 마오타이는 이 대학 설립을 위해 18억7900만위안(약 3194억원)을 투자했고, 설립 신청 5년 만에 인가받는 데 성공했다.

마오타이대학은 일반 대학과 달리 마오타이 제조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양조공정, 포도와 포도주공정, 식품품질 및 안전, 자원 순환과학과 공정, 시장 마케팅 등 5개 전공 과정이 개설됐다. 마오타이는 내년에 입학하는 신입생 600명을 시작으로 5000여 명의 학생 규모를 유지할 방침이다.

마오타이가 대학까지 직접 만든 건 중국 기업들의 고질적인 구인난 때문이다. 중국 청년들이 대도시나 정보기술(IT) 분야 기업을 선호하면서 마오타이처럼 지방도시에 있는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제때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 때문에 마오타이 같은 기업이 직원 교육과 육성을 위한 대학이나 교육기관을 직접 설립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plus point

‘10병 중 9병은 가짜’ 오명
위조품 근절대책 효과 없어

거칠 것 없어 보이는 마오타이지만 여전히 장애물은 많다. 고급 술에 대한 정부 규제가 그중 하나다. 구이저우성은 지난 9월 공무 행사 시 술 접대를 금지하는 ‘금주령’을 내렸다. 금주령 발표 당시 중국 증시에 상장된 18개 바이주 업체들의 시가총액 166억위안(약 2조8220억원)이 증발하기도 했다. 마오타이 주가도 주춤했다.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은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언제 다시 규제가 강화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가짜 마오타이도 골칫거리다. 마오타이의 한 해 생산량은 2만t정도인데 시중에서 유통되는 물량은 20만t에 달한다. 10병 중 9병은 가짜인 셈이다. 마오타이는 위조방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는 마시기 전까지 진품 여부를 알기 어렵다. 중국 정부가 가짜 마오타이를 적발하는 족족 전량 폐기처분하고 있지만, 당분간 근절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종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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