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S가 지난 2월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배달용 하이브리드 트럭에서 드론을 띄워 물품을 가정에 배달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배달에 성공한 드론은 정해진 경로를 따라 이동 중인 트럭으로 무사히 귀환했다. <사진 : UPS>

“우리 지평선은 마음의 눈으로 보기 원하는 만큼의 거리에 있습니다. (Our horizon is as distant as our mind’s eye wishes it to be.)”

110년 역사의 세계 1위 특송업체 UPS(United Parcel Service)를 창업한 제임스 케이시의 좌우명이다. 이 문구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본사 건물 입구 양쪽 유리벽에 나뉘어 새겨져 있다.

1907년 당시 19세였던 케이시와 18세의 클로드 라이언은 100달러를 빌려 워싱턴주 시애틀에 ‘아메리칸 메신저 컴퍼니’라는 소화물 배달 회사를 차렸다.


자전거 2대, 전화기 1대로 사업 시작

대부분 가정에 전화기나 자동차가 없던 시절이라 이웃에 소식을 전하거나 물건 전달하는 일을 대신해주는 전령 혹은 배달 사원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 자전거 2대와 전화기 1대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10년도 안 돼 자동차 4대와 오토바이 5대로 자산을 늘릴 수 있었다.

이후 찰스 소더스톰을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했고, 1919년에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로 사업 범위를 넓히면서 회사 이름도 UPS로 변경했다. 창업자 케이시는 1954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창업 110년을 맞은 지금 UPS는 220개가 넘는 국가와 지역에서 한 해 49억개의 물품을 배송하는 포장·배송업체로 성장했다. 하루 1910만개꼴이다. UPS가 운항하는 항공기(전세기 포함)는 600대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1988년 대리점 형태로 영업을 시작했고, 1996년 대한통운과 합작으로 UPS대한통운을 설립했다. 2008년 대한통운 지분을 인수한 뒤 한국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인천공항을 통해 매주 70편의 항공편을 운항 중이다.

UPS의 지난해 매출은 609억달러(약 66조760억원)였다. 올해 3분기 매출은 159억8000만달러(약 17조7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억6000만달러(3.9%) 늘어나는 등 올해 들어서도 순조로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UPS는 올해 내수 시장에서 5~7%, 해외 시장에선 2~4%의 매출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한곳에 있는 물건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물류 사업의 기본 모델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고리타분한’ 산업으로 단정 지으면 곤란하다. UPS가 창업자의 바람대로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으며 성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은 끊임없는 기술 혁신이다. UPS가 오랜 세월 세계 1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4가지 비결을 소개한다.



제임스 케이시 UPS 창업자(왼쪽)가 1928년 자사 배송 기사에게 ‘안전운전상’을 수여하고 있다. <사진 : UPS>

성공비결 1 |
비용절감은 기술 혁신으로부터

새로운 기술에 대한 UPS의 열정은 ‘유통 공룡’ 아마존과 비견될 만큼 뜨겁다. 지금도 널리 이용되는 컨베이어벨트는 1924년에 UPS가 처음 화물을 처리하는 데 도입했다. 여객운송만 하던 항공기에 화물 운송을 시도한 것도 1929년 UPS가 최초다.

UPS는 ‘혁신기술 그룹(Advanced Technologies Group)’이라는 이름의 별도 조직을 두고 드론과 자율주행차, 빅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관련 기술 등을 연구한다. 매년 이와 관련해 쏟아붓는 돈이 10억달러(약 1조900억원)가 넘는다. 만만치 않은 투자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비용 절감 효과가 더 크다.

UPS는 이미 2008년 ‘오리온(ORION·On-Road Integrated Optimization and Navigation)’이라는 경로 최적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매일 2억5000개가 넘는 경로에 대한 최적화 작업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 매년 3억~4억달러의 인건비와 유류비를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에는 싱가포르에 3D프린터를 이용해 부품 등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세웠다. 고객사가 필요한 물품을 주문하면 생산전문업체와 협업을 통해 3D프린터로 이를 만든 뒤 바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범 운영 중이다.

물류회사인 UPS가 3D프린터 공장을 세운 것도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제조업체의 부품 수요를 잘 알고 있는 배송업체가 3D프린터로 적기에 부품을 공급하면 운송비가 줄어들고 재고를 쌓아두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제조업체와 물류업체 양편에 모두 이득이 된다.

‘드론 배송’도 UPS의 주요 관심 분야 중 하나다. 현재 아프리카 르완다 등 교통 인프라가 낙후된 국가와 재난지역의 물류 배송에 이미 드론을 활용 중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2월 시험 배송에 성공했다. 북미에서는 앞으로 유통기한이 짧은 의약품 배송 등에 드론을 적극활용할 계획이다.


성공비결 2 |
적극적 M&A로 경쟁사보다 이익률 높여

물류 산업에서 기업의 ‘몸집’은 경쟁력의 중요한 척도가 된다. 규모가 크면 배송 시 선택 가능한 옵션도 그만큼 다양해져 배송 속도를 높이고 경비를 줄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UPS가 ‘해외 물류도 취급하는 미국 회사’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적극적인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했기 때문이다. 마진율에서 경쟁사인 DHL과 페덱스에 앞서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5월에는 아일랜드 물류회사 나이트라인 로지스틱스(Nightline Logistics)을 인수했다. 인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나이트라인 본사가 있는 더블린은 페이스북과 구글, 애플,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 트위터, 에어비앤비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유럽 법인이 있는 유럽의 물류 허브 중 하나다. 지난 여름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영국은행 바클레이스가 브렉시트 이후 유럽 본사를 런던에서 더블린으로 옮기겠다고 발표하면서 유럽의 금융 중심 후보지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세계 최고의 생명과학 물류 서비스 제공업체인 마르켄(Marken)도 인수했다. 마르켄은 영국 치스윅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더럼에 본사를 두고 매달 5만개 이상의 의약품과 샘플 등을 배송한다. 헬스케어는 UPS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UPS는 켄터키주 루이빌에 의약품과 의료기기 등을 보관하는 약 13만㎡(약 4만평) 규모의 냉장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2015년 10월에는 뉴저지주 스웨데스보로에도 관련 시설을 오픈했다.

M&A는 기술 혁신에 필요한 시간도 단축하게 했다. 2015년 코요테 로지스틱스를 18억달러(약 1조9600억원)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코요테는 2006년 시카고 지역을 기반으로 설립된 택배회사로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윈윈할 수 있도록 분석과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물류 시대를 열었다. 즉, 고객의 배송수요가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고, 배송업체는 운송 트럭에 남는 공간이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다. UPS는 코요테 인수로 관련 기술을 확보해 혁신을 가속화할 수 있었다.

지난 4월에는 UPS가 국내 5위 택배업체 로젠택배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불거지기도 했다. UPS가 홍콩계 사모펀드(PEF) 운용사로부터 로젠택배의 지분 100%를 2700억원에 인수하는 데 합의했다는 내용이었지만 매각이 성사되지는 않았다.



UPS 화물항공기가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공항에 착륙하고 있다. <사진 : 트위터 캡처>

성공비결 3 |
시장 상황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

UPS는 시대 변화를 빠르게 읽어내고 그에 따라 비즈니스의 무게중심을 적절하게 이동했기 때문에 100년 넘게 사업을 이어올 수 있었다.

각 가정에 전화기가 없을 때 시작한 초창기 사업은 집 전화기가 보편화하자 백화점에서 구매한 물건을 대신 배송하는 사업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에는 교외에 넓은 주차장을 확보한 대형 쇼핑몰들이 등장하면서, 백화점 배송 물량이 크게 줄었다. 하지만 UPS는 이미 1920년대부터 일반 택배 서비스로 사업을 다각화한 덕분에 경쟁업체들과 달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UPS는 이후 한 도시 내로 국한했던 택배 서비스 범위를 점차 넓혀갔다. 주마다 각기 다른 법과 제도를 가진 미국에서 전국을 무대로 사업을 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 주 한 주 사업 영역을 넓혀 1975년에야 비로소 전국망을 완성했다. 이후에는 독일을 시작으로 해외 사업에 눈을 돌렸다.

UPS가 전국 네트워크를 완성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신생 기업 페덱스가 ‘익일배송’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서비스 범위 확대에 주력해온 UPS가 속도전에 맞닥뜨린 것이다. 하지만 페덱스의 도전을 통해 UPS는 더 큰 시장을 발견했다. 중요한 정보를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법률회사나 투자회사 등의 익일배송 수요가 그것이다. 이후 UPS는 익일 배송 서비스와 함께 배송 조회(화물 추적) 서비스도 시작했다. 지금은 당연시되지만, 1980~90년대만 해도 기술 개발에 엄청난 자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일이었다.

UPS가 드론 배송과 빅데이터 분석 등 신기술 접목에 발 빠르게 나선 것도 이 같은 전통의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성공비결 4 |
복지는 후하게, 규율은 엄격하게

UPS는 미국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기업 중 하나다. 기업평가기관 레퓨테이션인스티튜트가 매년 발표하는 ‘미국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기업 순위’에서 늘 10위권에 이름을 올린다. 레퓨테이션인스티튜트는 매년 기업의 신뢰·존경·정중,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좋은 감정 등을 평가해 미국에서 가장 평판이 좋은 25개 기업을 선정한다.

창업자 짐 케이시 시절부터 이어온 사관학교를 방불케 하는 엄격한 윤리 규범과 함께 수준 높은 복리후생제도를 시행해온 것이 좋은 평판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됐다.

UPS는 물류업체에 중요한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회사 물품을 절약하지 않거나 작은 거짓말이 드러나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정도로 사내 문화가 엄격하다.

UPS 직원들은 직급에 관계없이 출장을 다닐 때 이코노미 좌석을 이용하는 게 원칙이다. 호텔에 묵을 때는 밖에서 따로 물을 한 병씩 사서 들어간다. 맥주가 마시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가능한 한 미니바를 이용하지 않기 위해서다. 조식도 거의 포함하지 않는다. 사내 규정에는 없지만 절약하는 문화가 일상화됐다.

그렇다고 무작정 쥐어짜기만 해서는 직원들의 서비스가 좋아질 리 없다. UPS는 1927년부터 직원들에게 주식을 제공해왔다. UPS는 상장을 미뤄오다 1999년 기업공개(IPO)를 단행했지만, 전체 주식의 10%만 시장에 내놓았다. 상장기업이지만 주식 대부분을 임직원이 갖고 있다는 얘기다.

2011년 UPS 연례보고서에서 스콧 데이비스 당시 최고경영자(CEO)는 “직원 오너십은 UPS가 자랑하는 오랜 전통이자 성공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UPS에서는 기사나 화물처리 담당자도 관리직으로 승진하면 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있고, 파트너로 대우받는다.

1999년 도입된 ‘일하면서 배우기’ 프로그램으로 2년 만에 2만 명 넘는 파트타임 직원이 대학에 진학했다. UPS가 첫해 파트타임 직원들의 학비와 책값으로 쓴 돈만 900만달러가 넘는다. 이 같은 교육 프로그램은 직원들의 자기계발을 돕는 것은 물론 미래의 관리자를 양성하는 기능도 병행한다.

협력사와의 ‘상생’ 노력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UPS는 일찌감치 ‘공급사 다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규모가 작은 회사, 소수 민족이 운영하는 회사, 여성이 사장인 회사를 균형 있게 공급사로 선정해 왔다.


plus point

좌회전하지 않는 UPS 배송 트럭


UPS 배송 기사가 배송트럭을 주차하기 위해 사이드미러를 응시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UPS의 배송트럭은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좌회전을 하지 않는다. 배달 장소와 반대쪽이거나 돌아서 가는 방향이어도 우회전을 한다. 교차로에서 좌회전 대기 시간을 없애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와 미국처럼 운전석이 왼쪽에 있는 나라의 경우 우회전은 별도의 신호를 받지 않아도 진행할 수 있지만, 좌회전을 위해서는 신호를 받아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UPS는 자사의 배송트럭이 좌회전을 위해 교차로에 정차할 때마다 대기 시간은 물론 엔진 공회전으로 연료를 낭비하는 것을 간과하지 않았다.

UPS는 좌회전을 피해 최적의 노선을 설계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연간 약 1000만t의 연료를 절감하고, 승용차 2만 대가 1년 동안 뿜어내는 것에 해당되는 2만t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35만 개의 택배 물품을 더 배달할 수 있었다.

UPS가 좌회전을 최소화해 엄청난 양의 배기가스와 연료를 절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펩시콜라와 안호이저 부시 등 배달 업무가 많은 기업이 UPS의 배송경로 최적화 솔루션을 구매하기도 했다.

좌회전은 일반적으로 진행하는 차의 흐름을 끊기 때문에 사고 발생률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청(NHTSA)의 관련 보고서를 보면, 교차로에서 일어난 교통사고의 10건 중 6건(61%) 이상이 좌회전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회전 시의 사고 발생률 3.1%에 비해서 20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또한 보행자 사망 사고 빈도도 우회전 시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용성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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