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토모금속광산 니이하마(新居浜) 니켈 제련소. <사진 : 스미토모그룹>

스미토모금속광산(住友金屬鑛山)은 16세기에 창업해 올해로 427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의 비철금속 회사다. 스미토모는 제2차세계대전 이전 미쓰이(三井), 미쓰비시(三菱)와 함께 일본 3대 재벌을 형성했는데, 스미토모 재벌의 기원이 스미토모금속광산이다. 전쟁에서 일본이 패한 뒤 연합군 최고사령부(GHQ)가 재벌을 해체시켰지만 현재도 스미토모그룹에 상사, 화학, 은행, 보험, 전자(NEC) 등 다양한 분야의 회사가 속해 있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1590년 소가 리에몬(蘇我理右衛門)이 19세의 나이로 교토에서 구리 제련·세공업을 시작한 데서 출발한다. 일본의 동광석(銅鑛石·구리를 함유한 광석)엔 은이 포함돼 있는데 그전까진 구리에서 은을 분리하는 기술이 없었다. 당시 구리는 일본의 주요 수출품이었지만 은 분리 기술이 없어 분리 기술이 있는 중국에 수출할 때 낮은 가격을 받았다. 소가 리에몬은 일본에 와 있던 유럽인에게서 납을 이용해 은과 구리를 분리하는 원리를 듣고 연구해, 구리를 정련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소가 리에몬은 이 기술로 ‘이즈미야(泉屋)’라는 이름의 구리 세공점을 창업했다. 이 기술은 19세기 말까지 약 300년간 쓰였다.


유럽인에게 구리 추출 기술 배워

스미토모그룹은 창업주 스미토모 마사토모(住友政友)가 교토의 절에서 후지야라는 점포를 열어 책과 약을 판 것이 시초다. 하지만 본격적인 성장은 소가 리에몬이 개발한 구리 정련 기술 덕분에 가능했다. 소가 리에몬은 스미토모 마사토모의 누나와 결혼했고, 그의 아들 토모모치(友以)는 스미토모 마사토모의 사위가 돼 기업 경영에 참여했다. 스미모토 토모모치는 사업 분야를 광산 경영, 무역, 환전으로 확장했고, 당시 일본 상업 중심지였던 오사카에서 ‘비견할 만한 사람이 없다’고 얘기할 정도로 사업이 번창했다.


벳시동산, 스미토모 재벌의 기원

스미토모 가문은 1691년 벳시동산(別子銅山)에서 구리 채굴을 시작해 재벌로 성장했다. 당시로선 세계 최대의 구리 광산이었다. 구리는 일본의 주요 수출품이어서 국가 경제를 지탱했다.

개항 이후엔 일본이 근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73년까지 283년간 벳시동산에서 총 70만t의 구리를 캐냈다. 에히메(愛媛)현 니이하마(新居浜)에 있는 벳시동산은 스미토모금속광산의 기원이 됐고, 스미토모그룹 계열사의 기원이기도 하다. 채굴을 중단할 당시엔 스미토모금속광산이 벳시동산을 운영했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현재 자원·제련·소재의 세 가지 사업을 벌이고 있다. 자원 부문은 벳시동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적인 분야다. 일본은 물론 세계 각지에 광산을 확보하고 있다. 제련 부문은 자원 부문과 해외 광산 회사에서 조달한 원료(광석)를 구리·니켈·금 등의 금속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이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제련 기술을 갖고 있다. 소재 부문은 전자 기기에 필요한 구리와 니켈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지난해(2016년 4월~2017년 3월) 매출액은 7861억4600만엔(약 7조8614억원), 영업이익은 763억9000만엔(약 763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당기순이익은 185억4000만엔(약 1854억원)의 적자를 봤다. 나카토시 요시아키(中里佳明) 사장은 연차보고서에서 “칠레의 시에라 고르다 구리 광산의 개발 프로젝트가 지연되며 손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017년 상반기(2017년 4~9월)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매출액 4421억1100만엔(약 4조4211억원), 영업이익 446억9000만엔(약 4469억원), 당기순이익 351억1300만엔(약 351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20.6%, 영업이익은 103.9%, 당기순이익은 973.1% 증가했다.

세계 경제가 호황을 보이고 중국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줄어들며 비철금속 가격이 상승했고, 엔저로 전지 재료 판매가 증가해 이익이 늘었다.



테슬라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파나소닉 배터리. 스미토모금속광산이 생산한 니켈산리튬이 쓰였다. <사진 : 블룸버그>

성공비결 1 |
구리에서 금·니켈로 사업 확장

스미토모금속광산이 생산하는 주요 광물은 구리·금·니켈이다. 금은 1918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보물이 아닌 자원으로서 금의 중요성이 커지자 홋카이도 북쪽의 고노마이(鴻之舞) 광산 경영권을 획득해 조업을 시작했다. 이 광산은 한때 ‘동양 제일의 금산’으로 불리기도 했다.

니켈은 다양한 공업 분야에 사용된다. 주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테인리스스틸을 만들 때도 니켈이 필요하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1939년 수요가 커지고 있는 니켈 제련 사업을 시작했다. 2000년대엔 HPAL(고압황산침출) 기술을 실용화해 순도가 낮은 산화광에서 니켈을 얻을 수 있게 돼 비용을 절감하는 등, 기술적으로도 앞서나가고 있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내년 초 희토류 원소인 스칸듐 상업 생산을 시작한다. 필리핀에 있는 자회사가 니켈 광석에서 스칸듐을 회수해 연간 7.5t씩 생산하는 공장을 세웠고, 생산 효율을 높이는 기술을 확보했다. 스칸듐은 중국, 러시아 등을 중심으로 연간 10~15t 정도 생산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으로 생산량이 적어 수요가 한정적이다. 하지만 내년에 스미토모금속광산이 상업 생산을 시작하면 서방 세계 국가에선 처음으로 본격적인 양산에 나서는 것이다. 스칸듐은 연료전지(수소와 산소에서 전기에너지를 얻는 전지)의 효율을 높이고 수명을 늘리는 데 사용된다. 알루미늄과 스칸듐 합금은 항공기, 자동차, 고급 레저 용품에 쓰인다.

구리와 니켈 등 제련 부문은 지난해 스미토모금속광산 매출액의 65.5%(5650억엔)를 차지하고 있다. 자원, 제련, 재료 부문 중에서 가장 비율이 크다. 올해 상반기엔 매출액 3195억엔, 182억엔의 이익을 냈다. 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5.6% 증가했다.


성공비결 2 |
일찍부터 해외 광산 개발

스미토모금속광산은 1960년부터 해외 광산 개발에 나섰다. 일본 국내 광산에서 채굴이 끝나 문을 닫으면서 해외에서 원료를 조달해 제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벳시동산도 1973년 폐광됐다.

현재 전 세계 8곳에 직접 운영하거나 권리를 갖고 있는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구리의 경우 북미의 대표적 노천 광산인 미국 애리조나주 모렌시 광산의 지분을 일부 갖고 있다. 미국 광산 기업 프리포트 맥모란이 지분 72%를 갖고 있고, 스미토모금속광산이 25%, 스미토모상사가 3%를 보유하고 있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1986년 이 광산에 투자했다. 페루와 칠레, 호주, 중국의 구리 광산도 지분을 일부 보유하는 형식으로 권리를 갖고 있다. 니켈 광산은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뉴칼레도니아에 있다. 금은 미국 알래스카의 포고 광산 지분 15%를 갖고 있다. 2006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2020년 매출액 1조엔, 당기순이익 1000억엔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선 연간 구리 생산량 30만t, 니켈 생산능력 15만t, 금 생산량 30t이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구리는 모렌시 광산의 지분을 추가로 획득했고, 다른 구리 광산의 설비를 확장해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다. 금 생산량 증대를 위해선 합작회사 설립과 인수·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

자원 부문은 칠레 광산 손실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선 매출액과 이익 모두 증가하고 있다.



칠레 시에라 고르다 광산. <사진 : KPHM>

성공비결 3 |
전기차 배터리 재료 생산

전기자동차 시대가 열리는 것도 스미토모금속광산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전기차에 필수적인 배터리(리튬이온 2차전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니켈산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이 생산한 니켈산리튬으로 파나소닉이 배터리를 만들어 테슬라에 공급한다.

지난 7월 스미토모금속광산은 “파나소닉의 리튬이온 2차전지 생산 확대에 발맞춰 생산 설비가 있는 니이하마 공장에서 니켈산리튬을 증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40억엔을 투자해 내년 6월 설비 투자가 완료되면 니켈산리튬 생산 능력은 현재의 월 3550t에서 4550t으로 늘어난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하이브리드카용 니켈수소전지에 필요한 수산화니켈도 생산한다. 또 스마트폰 등 통신 단말기에 쓰이는 결정 재료도 공급한다.

전기차 붐 덕분에 재료 부문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 매출액은 1741억엔으로 전년보다 1.5%밖에 늘지 않았지만, 이익은 121억엔으로 전년보다 101.7%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65억엔으로 전년보다 75.7% 늘었다. 차량용 배터리에 쓰이는 전지 재료는 생산량과 판매량 모두 올해 상반기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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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철(非鐵) 금속 철이 아닌 모든 공업용 금속을 가리킨다. 예전부터 쓰이던 구리·납·주석·아연·금·백금·수은과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공업 재료가 된 니켈·알루미늄·마그네슘·카드뮴, 최근에 새로운 공업 발달에 따라 공업용 금속이 된 우라늄·토륨·플루토늄·텅스텐 등이다. 전기·전자 부품, 기계 부품, 건설 자재 재료, 자동차 등 현대 사회에 필요한 다양한 산업 분야에 이용된다.
제련(製鍊) 광석에서 철·구리·납 등의 금속을 필요한 순도로 추출해 지금(地金·금속 덩어리) 형태로 만드는 공정. 광석 제련의 공정은 조(粗)제련과 정(精)제련으로 나뉘는데, 좁은 뜻에서 전자를 제련, 후자를 정련(精鍊)이라고 한다. 광석에 있는 목적 금속(구리, 철 등)의 농도는 꽤 높아졌지만 아직 불순물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한 단계가 조제련이고, 목적 금속의 순도를 충분히 높여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단계가 정제련이다.

plus point

19세기부터 환경 보호 노력


폐광된 벳시동산. <사진 : 벳시동산 홈페이지>

금속 제련은 환경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산업이다. 제련소 인근 토양이 중금속에 오염되기도 한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78년 전에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했다.

일본이 근대화된 이후 스미토모금속광산은 구리 출하량을 늘리기 위해 벳시동산의 제련소를 광산이 위치한 산에서 가까운 바닷가로 옮겼다. 1893년 제련소 굴뚝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가 주변 농산물에 끼치는 피해가 심각해졌다. 회사는 그 대책으로 20㎞ 떨어진 무인도 시사카(四阪)섬을 매입해 1905년 제련소를 이전했다.

전 세계의 구리 제련소는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고, 스미토모금속광산은 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비를 투자했다. 1939년 아황산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기술을 개발해 47년간에 걸친 환경 오염 문제를 해결했다.

벳시동산에선 광석에서 구리를 분리해내기 위해 연료가 필요했고, 주위의 산림을 광범위하게 벌채했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1894년 이후 숲을 조성하는 대규모 사업을 추진했다. 사업이 한창일 땐 매년 200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벳시동산은 현재 관광 코스로 개발돼 있다.


plus point

中 자원 싹쓸이로 구리 가격 올라 칠레 광산 투자

스미토모금속광산은 2015년 3억엔, 2016년엔 185억엔의 적자를 기록했다. 2년 연속으로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칠레의 시에라 고르다 구리 광산에서 발생한 손실 때문이다.

2015년 7월 스미토모금속광산과 스미토모상사는 폴란드의 구리 생산 업체 KGHM폴스카마이츠(이하 KGHM)와 공동으로 추진한 시에라 고르다 구리 광산에서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광산의 운영회사 ‘시에라 고르다 SCM’엔 KGHM이 55%, 스미토모금속광산이 31.5%, 스미토모상사가 13.5%의 비율로 투자했다. 이 광산엔 약 600만t의 구리, 30만t의 몰리브덴, 약 95t의 금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노천 채굴 방식으로 20년간 연평균 구리 22만t, 몰리브덴 1만1000t, 금 2t을 캐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상업 생산 1년 7개월 뒤인 올해 2월, 스미토모금속광산은 시에라 고르다 광산에서 799억2600만엔의 영업외 손실이 발생해 재무제표(2016회계연도)에 반영했다고 발표했다. 손실의 원인은 구리 가격 하락이었다. 같은 이유로 2015회계연도에도 670억엔의 손실이 반영됐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2년 연속 적자에 책임을 지고 사장과 전무는 3개월간 월급의 30%를, 상무와 임원은 20%를 반납했다.

구리 가격은 작년 하반기부터 하락 추세가 멈추고 상승으로 반전됐지만 실적이 호전되기엔 부족했다. 2015년엔 구리 가격 하락이 적자의 원인이었지만, 2016년엔 적자를 기록한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2014년 생산을 시작한 이후부터 생산 효율이 당초 생각했던 것보다 낮았고 인건비와 자재비는 많았다. 시설 확장 공사도 지연돼, 대규모 확장 계획을 축소해야만 했다. SMBC닛코증권의 야마구치 아쓰시(山口敦)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자원 개발의 수익은 가격뿐만 아니라 사업 운영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좌우된다”고 말했다.

시에라 고르다 광산은 전혀 개발된 적이 없는 새로운 광산이다. 해안에서 140㎞ 떨어진 내륙에 위치해 있어 생산된 광물을 운반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또 부산물인 몰리브덴 분리 공정의 정비도 필요해, 사업비가 당초 예상한 39억달러에서 10%쯤 늘어났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은 총 42억8000만달러의 투자금액 가운데 31.5%에 해당하는 13억5000만달러를 투자했다. 420여 년의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이 2011년 이런 투자를 결정하게 된 배경은 중국의 원자재 싹쓸이다. 리먼 쇼크가 진정된 후 중국이 자원 확보에 뛰어들면서 구리 가격이 1t당에 1만달러에 육박했다. “중국이 자원을 선점해 아무도 동광석을 판매하지 않으므로 스스로 광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느낀 경영진은 이런 거대한 투자를 단행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시에라 고르다 광산에서 생산이 시작된 2015년 하반기 구리 가격은 1t당 5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시에라 고르다 광산은 스미토모금속광산이 주도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문제도 있다. 이 광산은 KGHM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이고, 지분도 과반을 갖고 있다. KGHM은 동구권이 붕괴되기 전 공산당 치하에서 탄생한 폴란드의 국영 기업이다. 일본 경제 주간지 ‘도요게이자이’는 KGHM과 스미토모의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스미토모금속광산의 임원은 지난해 3월 “우리들은 침묵의 주주였다. 이제부터는 현지 경영에 관여하겠다”라고 말했었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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