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인슐린 제조업체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20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진 : 노보 노디스크>

당뇨병은 현대인에게 가장 많이 발병하는 비(非)전염성 만성질환으로, 전 세계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인구는 4억1500만명으로 추정된다. 2040년이 되면 당뇨병 환자 수는 6억4200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류에게 가장 큰 위협이 된 당뇨병에 대응하는 가장 강력한 치료제는 인슐린이다. 세계 인슐린 시장 1위인 덴마크 제약 회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지난 90년간 인슐린을 생산하며 명성을 얻었다.

노보 노디스크는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인 덴마크 의사 아우구스트 크로그가 1923년 설립한 회사다.



노보 노디스크가 설립 초기 생산하던 인슐린. <사진 : 노보 노디스크>

노벨상 수상자 아우구스트가 설립

아우구스트는 부인 마리 크로그가 당뇨병을 앓고 있었기 때문에 당뇨병과 그 치료법에 관심이 많았다. 마리 역시 의사였다. 부부는 미국 여행 중, 사상 처음 인슐린 추출물을 생산한 캐나다 토론토 맥클레오드 교수를 만나 북유럽에서 인슐린을 생산·판매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아 덴마크 코펜하겐으로 돌아왔다. 크로그 부부는 ‘노디스크 인슐린 연구소(Nordisk Insulinlaboratorium)’라는 회사를 설립해 인슐린을 생산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노디스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인슐린 생산 회사가 들어섰다. 노디스크에서 일하던 페데르센 형제가 독립해 ‘노보 테라페티스크 연구소(Novo Terapeutisk Laboratorium)’라는 인슐린 생산 회사를 세운 것이다. 하랄 페데르센은 인슐린을 생산하는 기계를 관리하며 오랫동안 크로그 밑에서 일했다. 약사였던 그의 동생 토르발 역시 노디스크에서 일했지만, 내부 경영진과 갈등을 빚어 두 형제는 노디스크를 떠나야 했다. 독자적으로 인슐린을 생산하기로 한 형제는 1924년 액체 인슐린 제품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두 회사는 1989년 합병해 노보 노디스크로 재탄생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인슐린 외에도 비만, 혈우병, 호르몬 치료제도 생산한다. 비만은 당뇨병 같은 심각한 질환을 유발하지만, 비만을 치료하는 의약품은 많지 않다. 이런 상황을 파악한 노보 노디스크는 2015년 미국에 비만 치료제 ‘삭센다(Saxenda)’를 출시하며 새로운 시장에 진출했다. 이 제품은 미국에서 35%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고, 미국을 포함한 1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혈액 응고 능력에 장애를 일으키는 혈우병 치료 시장에도 진출해 있다. 세계적으로 49만3000명이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관련 시장은 100억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성장 호르몬 치료제 역시 노보 노디스크의 사업 분야다. 관련 시장 규모가 30억달러로 추정되고 노보 노디스크의 점유율은 37% 정도다.

인슐린 판매로 글로벌 제약회사로서의 입지를 다진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해 1117억크로네(약 20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5년 전인 2012년(780억크로네)보다 매출액이 40%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14억크로네(약 3조7000억원)에서 379억크로네(약 6조5000억원)로 늘었다.


성공 비결 1 |
과감한 투자로 인슐린 판매 1위 수성

노보 노디스크의 이익이 증가한 것은 매년 당뇨병 환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에 따르면 미국에는 현재 2600만명 이상이 당뇨병을 앓고 있고 7900만명이 전기(前期)당뇨병 환자로 분류된다. 이 추세대로라면 2050년에는 미국 성인 3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과 인도를 포함한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이들이 서구식 식단을 채택하면서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더 많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당뇨병은 체내 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생산되지 않아 당이 소변으로 빠져나오는 증상으로, 비만과 운동 부족이 발병 요인으로 꼽힌다. 당뇨병 환자는 평생 인슐린을 주입하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미국 하버드의과대 매사추세츠병원의 당뇨병 전문가 데이비드 나단 박사는 “인슐린 시장의 성장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인슐린 판매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성장하는 이 시장에 과감하게 투자해 경쟁 기업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와 비슷한 시기에 미국에 설립된 인슐린 생산 업체 일라이 릴리(Eli Lilly)는 오랫동안 미국 시장을 지배했지만, 2000년대 들어 공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노보 노디스크에 상당 부분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겼다. 2000년대 초반 노보 노디스크는 미국 당국으로부터 당뇨병 치료제 ‘노보로그’ 판매 승인을 받았지만, 초기 판매 실적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경쟁사 일라이 릴리의 시장 지배력이 컸기 때문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5000만달러의 투자를 단행하면서 정면 돌파에 나섰다. 노보 노디스크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과감한 투자 말고 돌아가는 길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MS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인슐린 판매량은 일라이 릴리를 크게 넘어서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피터 버더트 애널리스트는 “노보 노디스크는 현대 인슐린의 모든 포트폴리오를 형성해 일라이 릴리를 잡았다”고 분석했다.

노보 노디스크의 혁신은 주사기나 유리병 같은 의학 용품에 질린 당뇨병 환자에게 펜 타입 치료제를 제공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1985년 노보 노디스크가 내놓은 펜 타입의 인슐린 보관 용기는 언제 어디서나 인슐린을 사용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덴마크 박스베어드에 있는 노보 노디스크 본사. <사진 : 노보 노디스크>

성공 비결 2 |
핵심 사업 분야에 집중

노보 노디스크는 비만, 혈우병, 호르몬 치료제 시장에 진출하며 사업 영역을 넓혔지만 여전히 핵심 사업 분야는 인슐린이다. 노바티스·화이자·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 글로벌 제약회사가 수십~수백종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을 고려하면 노보 노디스크의 사업 분야는 단출하기까지 하다.

이 때문에 노보 노디스크가 지나치게 당뇨병 치료제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보 노디스크 전체 매출 중 인슐린이 창출하는 매출은 80%에 이른다. 이에 대해 노보 노디스크는 가장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과거 노보 노디스크는 다른 사업 분야에 진출하며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혈당 측정 분야다. 혈당 측정 사업 진출을 고려할 당시 회사 안팎에서는 “당뇨병 치료제를 만드는 회사가 혈당 측정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인슐린 생산과 혈당 측정 사업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다. 필요한 기술과 적용받는 규제는 물론 영업 방식도 천지 차이였다. 여러 차례 시도 끝에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치료 분야에만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핵심 분야에만 집중하는 노보 노디스크의 전략을 보여주는 유명한 투자 사례가 있다. 2000년부터 16년간 노보 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라스 레비엔 소렌슨(Lars Rebien Sørensen)은 2007년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했다. 경쟁사들이 알약 형태의 당뇨병 치료제를 테스트하며 인슐린 시장에서 노보 노디스크의 점유율을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독일 제약사 ‘머크’가 개발한 알약은 미국 당국에서 승인을 받았고 다른 제약사 제품 역시 승인을 앞두고 있었다. 당시 노보 노디스크도 알약 형태 당뇨병 치료제를 개발 중이었다. 인슐린 시장에서 선두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이때 소렌슨이 내린 결정은 회사의 핵심 제품인 주입형 인슐린에 투자를 확대한 것이었다. 당뇨병이 빠르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알약보다 주입형 인슐린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소렌슨의 결정은 옳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알약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특허 만료 이후 가격 하락 등의 문제로 알약 시장은 위축됐고 주입형 인슐린 판매는 꾸준히 증가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또 다양한 성능의 인슐린을 개발함으로써 제품군이 많지 않은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완화하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는 천연 인슐린 분자에서 아미노산 한 개를 변화시켜 인슐린이 더 빨리 혈류로 방출되도록 해 빠르게 작용하는 인슐린 ‘노보로그(NovoLog)’를 출시했다. 기존 인슐린은 사용자가 식사 30분 전에 미리 주입했지만, 노보로그는 식사 직전에 주입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래브미어(Levemir)’는 한 번 주입으로 인슐린이 24시간 동안 천천히 방출되도록 한다.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과 체중 감량을 돕는 ‘빅토자(Victoza)’ 역시 지속 시간이 길다. 특정 효과를 가진 치료제를 연구하는 비용은 일반 제품보다 2~3배 높지만, 노보 노디스크는 연구·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해 인슐린 기능을 차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당뇨병이 완치되는 시대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소렌슨 전 CEO는 “당뇨병 완치는 인류의 거대한 목표”라며 “나는 언제나 직원들에게 ‘당뇨병 완치가 우리 사업의 상당 부분을 파괴하더라도 그동안 당뇨병 치료를 위한 우리의 노력은 매우 자랑스러운 실적이고, 환자들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해온 모든 직원은 얼마든지 새로운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고 말해왔다”고 했다.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펜 타입 인슐린. <사진 : 블룸버그>

성공 비결 3 |
철저한 안전성 시험

노보 노디스크는 의약품을 시장에 내놓기 전, 안전성을 철저히 검증하는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1990년대 초 노보 노디스크는 연구실에서 새롭게 개발된 인슐린을 처방받은 동물에게 종양이 생기자 3년 동안 관련된 모든 개발을 중단했다. 종양을 발생시킨 문제를 확실히 밝히고 나서야 개발은 재개됐다. 매즈 크록스가드 톰센 노보 노디스크 최고과학책임자(CSO)는 “건강·생명과 연관된 제품을 만드는 우리 회사에서는 그 어떤 이슈도 안전을 앞서지 않는다”며 “우리는 언제나 안전 문제에 신경 쓰고 주의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제품 연구·개발에 보다 엄격한 평가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톰센 CSO는 “오늘날 소비자가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혁신의 기준은 과거보다 높다”며 “이런 변화를 고려해 모든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더 철저히 조사하고 상업적 성공 가능성도 보다 높은 기준으로 평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노보 노디스크는 가장 최근 개발된 당뇨병 치료제 ‘세마글루타이드(semaglutide)’ 등이 기존 제품이 충족시키지 못했던 의학적 수요를 얼마나 충족시키는지를 검토했다. 강도 높은 검토를 바탕으로 노보 노디스크는 직접 섭취하는 인슐린 연구는 더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 톰센 CSO는 “인슐린 가격 인하 압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입으로 섭취하는 형태의 인슐린 개발은 경제적으로 실행 가능한 사례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함으로써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는 자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성공 비결 4 |
사회적 책임 다하면서 수익 극대화

노보 노디스크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이 과정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잡는 전략도 활용하고 있다. 소렌슨 전 CEO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우리의 원칙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를 극대화한다”며 “사회·환경 이슈는 금융 이슈로 연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反)사회·반환경 기업 활동은 결국 정부 규제로 이어지고, 규제는 다시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노보 노디스크는 경영 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연구 사례로도 자주 인용된다. 질병 치료제를 생산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경제적 이익을 얻는 노보 노디스크의 선순환 전략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가 비영리기구 ‘세계당뇨병재단’을 운영하는 것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이 재단의 목표는 당뇨병 치료 인프라가 취약한 지역을 지원하고 치료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의 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이 재단은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소득이 낮은 지역에서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plus point

주목 받는 ‘스칸디나비아식 경영’
CEO 독단보다 합의 통해 의사 결정


HBR은 2015년 라스 레비엔 소렌슨 전 노보 노디스크 CEO를 ‘세계 최고 CEO’에 선정했다. <사진 : 블룸버그>

스칸디나비아식 경영은 노보 노디스크가 세계적인 제약회사로 발돋움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성과를 강조하는 미국식 경영과 달리 스칸디나비아식 경영은 수평적인 문화와 협업,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노보 노디스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직원 의견을 수렴하고, 팀워크를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며 경제적 이익도 창출한다는 노보 노디스크의 원칙도 스칸디나비아식 경영의 단면을 보여준다.

스칸디나비아식 경영을 통해 노보 노디스크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은 라스 레비엔 소렌슨 전 CEO다. 2000년부터 2016년까지 노보 노디스크 CEO를 지낸 그는 2015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선정한 ‘세계 최고 CEO’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리더십에 대해 “미국에서 6년간 일한 경험 때문에 전형적인 북유럽 기업인과 비교하면 더 공격적이지만, 합의를 통해 결정에 도달하는 스칸디나비아식 스타일”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경영자에게 최고의 성과를 낸 CEO라는 표현을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지극히 미국식 사고방식”이라며 “CEO가 최고 성과를 낸 기업을 이끌 수는 있지만, 그 성과는 CEO 혼자 이룬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교적 낮은 연봉도 스칸디나비아식 경영을 채택한 CEO의 또다른 특징이다. 소렌슨 전 CEO는 “연봉은 기업 내부 응집력에 대한 열의를 반영하는 것”이라면서 “결정을 내릴 때 그 과정에는 모든 조직원이 참여해야 하고, 결정에 따른 성과는 CEO 주머니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직원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소렌슨 전 CEO의 경영 덕분에 2000년 20크로네 수준이었던 노보 노디스크 주가는 현재 330크로네 수준까지 상승했다. 소렌슨 전 CEO가 물러나고 라스 프로에 외겐센 신임 CEO가 올해 1월 취임했다.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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