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재활용 원단과 유기농 면을 사용해 제품을 만든다. <사진 : 파타고니아>

미국 유타주의 베어스이어스 국립공원과 그랜드 스테어케이스-에스칼랑트는 거대 암석 단층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벽화가 보존돼 자연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곳을 국가기념물로 지정했다. 하지만 더 이상 이곳은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두 곳의 국가기념물 지정 면적을 대폭 축소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방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걷어내고 주민에게 토지에 대한 권리를 돌려주겠다”며 베어스이어스 국립공원 면적 80%, 그랜드 스테어케이스-에스칼랑트 면적 45%에 대해 국가기념물 지정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등반가이자 환경운동가인 파타고니아 창업자 이본 쉬나드. <사진 : 위키피디아>

트럼프 대통령 제소한 파타고니아

환경보호단체와 원주민보호단체는 일제히 반발했다. 미국 아웃도어 업체 ‘파타고니아’ 역시 대통령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파타고니아와 환경·원주민보호단체는 대통령이 국가기념물을 지정할 수는 있지만 이를 해제할 권리는 법에 명시돼 있지 않다며 대통령의 월권 행위를 문제 삼아 연방법원에 트럼프 대통령을 제소했다. 로즈 마카리오 파타고니아 최고경영자(CEO)는 시사주간지 ‘타임’ 기고를 통해 “국가기념물 지정이 해제되면 베어스이어스 국립공원과 그랜드 스테어케이스-에스칼랑트에는 원유 시추, 광산 채굴 등 각종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곳에서 사람들이 더 이상 캠핑이나 낚시, 등산을 즐기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는 홈페이지에 ‘대통령이 당신의 땅을 훔쳤다’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파타고니아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이렇게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는 파타고니아 사업이 세계적인 아웃도어 명소인 국립공원 보존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베어스이어스를 비롯한 국립공원은 매년 수백만 명의 등반가, 캠핑족을 끌어모은다. 이는 파타고니아와 같은 아웃도어 업체의 수익 증가로 이어진다. 아웃도어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에서 네 번째로 규모가 큰 사업인 아웃도어 산업은 매년 8870억달러(약 976조원) 규모의 소비와 76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한다.

하지만 파타고니아가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환경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은 단순히 수익 때문만은 아니다. 미국 등반가 이본 쉬나드가 설립한 파타고니아는 환경에 최소한의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모든 생산 과정을 운영하고 매년 매출의 1%를 환경보호단체에 기부하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1973년 설립된 파타고니아가 지금까지 환경 보호를 위해 기부한 금액은 7800만달러(약 858억원)에 이른다. 비상장 기업인 파타고니아는 경영실적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매년 발표하는 보고서를 통해 기부 금액을 공시한다. 2012년 552만달러(약 60억원)였던 기부 금액은 지난해 712만달러(약 78억원)로 크게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파타고니아가 매년 매출의 1%를 기부하기 때문에, 파타고니아 매출이 늘어나고 있고 2016년에는 7억달러(약 77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노스페이스, 콜롬비아스포츠와 함께 미국의 3대 아웃도어 브랜드로 꼽힌다.

이본 쉬나드는 14세에 암벽 등반을 시작했다. 암벽 등반에 필요한 ‘피톤(암벽을 오를 때 바위에 박아 넣어 중간 확보물로 쓰는 금속 못)’을 사용하던 그는 피톤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쉬나드는 쇠를 달궈 첫 피톤을 만들었고, 쉬나드가 만든 피톤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졌다. 피톤 수요가 늘어나면서 쉬나드는 본격적인 사업에 뛰어들었고 ‘쉬나드장비회사’를 설립했다. 쉬나드장비회사는 피톤을 포함한 다른 등반 장비도 생산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런데 회사가 성장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피톤을 이용해 등반하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바위 곳곳에 구멍이 뚫렸고 암벽은 흉측하게 변해버렸다. 이에 쉬나드는 피톤 생산을 중단했다. 당시 피톤은 쉬나드장비회사 이익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사업이었지만, 쉬나드는 등반 과정에서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해 과감히 결단을 내렸다. 쉬나드는 곧 피톤을 대체하는 장비를 만들었다. 바위에 구멍을 뚫지 않고 크랙에 걸어 고정하는 헥센트릭, 스토퍼 같은 알루미늄 초크를 개발한 것이다.

이후 쉬나드는 사업 영역을 아웃도어 의류로 확대했다. 면바지와 흰 셔츠보다 땀이 잘 흡수돼 등산할 때 입기 좋은 럭비 셔츠를 찾은 이후 아웃도어 의류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파타고니아 브랜드의 시작이다.



미국 뉴욕의 파타고니아 매장. <사진 : 파타고니아>

성공비결 1 |
연구·개발 투자로 원단 기능성 개선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산악인은 면 셔츠에 울 니트, 다운을 겹쳐 입고 등반에 나섰다. 파타고니아는 아웃도어 의류에 적용할 기능성 원단을 찾던 중 북대서양 어부들이 입던 합성 소재 파일 스웨터에 주목했다. 가벼운 데다 땀이 잘 마르고 따뜻한 소재였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는 땀을 잘 흡수하면서도 잘 마르는 셸 재킷도 내놓았다. 항해용 로프나 구명조끼 등 물에 잘 뜨는 가벼운 소재인 폴리프로필렌을 활용한 보온 내복도 생산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완벽한 등반 환경을 제공할 수 없었다. 폴리프로필렌은 녹는점이 낮아 세탁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 파타고니아는 소재 전문 업체 ‘말덴’과 함께 재활용 음료수병에서 양모와 같은 원단을 뽑아냈다. ‘신칠라’라고 이름 붙인 이 원단은 가볍고 따뜻해 지금은 아웃도어 의류에서 흔히 쓰이는 원단이 됐다. 당시 파타고니아는 큰 비용을 투자해 혁신을 이뤄냈지만 직접 연구·개발에 참여하지 않으면 최고의 원단을 개발하지 못할 것이라는 교훈을 얻었다. 이후 파타고니아는 연구·개발과 디자인에 많은 금액을 투자했고 원단 실험실, 원단 개발부를 사내 핵심 조직으로 육성했다.

1980년대 아웃도어 산업이 성장하면서 파타고니아의 사업도 고도 성장기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파타고니아는 더 좋은 기능성 제품을 내놓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1984년에는 시카고에서 열린 스포츠용품 박람회에서 폴리프로필렌을 대체할 폴리에스터를 발견했다. 플라스틱을 녹여 추출한 실을 섬유처럼 가늘게 엮은 뒤 염색한 폴리에스터는 폴리프로필렌보다 녹는점이 높아 세탁이 쉬웠고 보온성도 좋았다. 이듬해 파타고니아는 폴리프로필렌을 사용한 제품을 모두 폴리에스터로 바꿨고, 이후 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파타고니아 광고.
뉴욕타임스에 실렸다. <사진 : 파타고니아>

성공비결 2 |
환경보호 위해 친환경 소재 사용

아웃도어 의류를 판매하는 파타고니아에 자연은 사업 성장을 위한 기반이다. 등반가들이 찾는 아름다운 산과 깨끗한 강이 사라지면 아웃도어 활동에 나서는 사람 수가 줄어들고 관련 제품 소비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가 세계적으로 환경 보호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사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파타고니아는 오랜 경험을 통해 환경보호 활동이 훼손된 자연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파타고니아는 회원이 많고 기업과 관련 있는 비영리환경단체 대신 자연을 지키기 위해 일하는 작은 풀뿌리 환경단체에 정기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1986년 본격적인 환경 보호 기부를 시작할 당시에는 매년 이익의 10%를 기부하기로 선언했지만, 이후 매출의 1%를 후원하는 것으로 원칙을 바꿨다. 적자가 나더라도 기부하겠다는 것이다. 파타고니아의 기부 약속은 지금까지 꾸준히 지켜지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풀뿌리 환경단체를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것을 넘어 기업 활동으로 발생하는 환경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980년대부터 카탈로그에 재활용 종이를 사용했고, 1996년 네바다주 르노에 문을 연 물류센터는 태양열을 활용한 설계로 에너지 사용의 60%를 절감했다. 염색 공정을 점검해 독성 있는 물질 사용을 중단했고,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거나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원단은 생산하지 않기로 했다.

파타고니아의 이런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면’이다. 파타고니아는 농사에 사용되는 농약의 25%가 목화를 재배할 때 쓰인다는 것을 알게 됐다. 1994년 파타고니아는 모든 면 제품을 만들 때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재배된 유기농 목화에서 얻은 면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1년 반 동안 66개 제품을 바꿔야 했고 원단의 생산 설비도 모두 교체했다. 많은 비용이 들었을 뿐 아니라 원료 공급에도 차질을 빚었다. 유기농법으로 목화를 재배하는 농장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파타고니아는 유기농법을 지키는 농부들을 직접 만났고 원단의 생산 단계를 모두 추적했다. 1996년부터 파타고니아는 모든 면 제품을 유기농 면으로 만들고 있다.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파타고니아는 생산과 소비 활동 자체가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파타고니아는 더 급진적인 활동을 전개했다. 이베이에 파타고니아 중고숍을 오픈해, 온라인에서 파타고니아를 검색하는 소비자가 이베이에서 중고 제품을 검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급기야 파타고니아는 뉴욕타임스에 ‘이(파타고니아)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라는 광고를 냈다. 이는 덜 만들고 덜 쓰는 노력을 통해 환경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파타고니아의 인식에 따른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파타고니아의 이런 활동이 단순히 ‘환경 보호에 힘쓰는 기업’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이베이를 통해 파타고니아 중고 의류를 판매한 소비자는 중고 제품을 판 돈으로 파타고니아 새 제품을 살 가능성이 크고, 환경친화적인 제품이라는 것을 강조한 결과, 소비자들은 비교적 높은 파타고니아 제품 가격을 수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도 그럴 것이 파타고니아는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는 첫걸음은 소비자가 제품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소비자들은 파타고니아 제품은 품질이 좋기 때문에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환경 보호 활동과 캠페인은 파타고니아의 광고비를 줄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파타고니아 제품을 구매하는 많은 소비자는 파타고니아가 직접 참여하거나 후원하는 환경 보호 캠페인을 통해 기업의 경영철학과 환경 보호 가치를 공유한다.

파타고니아의 이런 전략은 다른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세계적인 유통 기업 월마트는 파타고니아의 친환경 전략을 배우기 위해 임원들을 파견해 파타고니아의 사례를 연구하고 이를 경영에 도입했다.



파타고니아의 제품 수선 트럭. <사진 : 파타고니아>

성공비결 3 |
직원, 협력업체와 성과 공유

파타고니아는 1100명의 직원과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업을 성장시켰다. 이는 단순히 좋은 기업이라는 명성을 얻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익 증가라는 경영 성과로도 이어졌다.

1984년부터 파타고니아는 사무실 내 칸막이를 없애 열린 공간으로 바꿨다. 직원들에게 영양 식단으로 만든 점심을 제공했고, 사내 어린이집을 설치해 부모인 직원들의 복지를 강화했다. 직원들의 업무 성과는 눈에 띄게 올라갔다.

파타고니아가 협력업체와 상생관계를 강화한 것도 이윤 확대로 이어졌다. 공장에 주문하기 전 파타고니아는 해당 공장의 생산환경을 파악하기 위해 사회·환경책임팀을 파견한다.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 팀은 공장이 적정한 근로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지, 환경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생산 공정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을 점검한다.

파타고니아가 협력업체의 환경까지 고려하게 된 것은 2000년대 초반 생산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얻은 교훈 때문이다. 당시 파타고니아는 주문이 늘어나자 협력업체 수를 100개 이상으로 늘렸고, 이는 공장 관리 부실로 이어졌다. 파타고니아 본사가 직접 공장의 근무 여건을 확인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그러자 제품 품질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납기는 늦어졌으며 비싼 비용을 들여 다시 작업해야 하는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했다. 제품 검사 시간도 길어졌다. 소비자 불만은 커졌고 이에 따른 반품은 이익을 갉아먹는 요인이 됐다. 결국 파타고니아는 공장 수를 3분의 1로 줄이고, 지속적으로 사업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공장과 계약하기 시작했다. 공장 근무 여건이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물건 품질도 높아졌고 파타고니아 이익도 늘어났다.

파타고니아는 환경을 보호하고 건강한 근로조건을 조성해야 하는 기업의 책임 있는 행동이 결국 이익 증가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plus point

파타고니아 이익 세 배 늘린
로즈 마카리오 CEO


로즈 마카리오 파타고니아 CEO. <사진 : 파타고니아>

2008년 회사에 합류한 로즈 마카리오 CEO는 파타고니아의 이익을 세 배로 증가시키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뉴욕주립대올버니(SUNY)에서 경영학과 금융학을 공부했고, 캘리포니아주립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15년간 금융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그는 처음 파타고니아에 합류할 때만 해도 파타고니아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환경 보호 등 사회적 책임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파타고니아의 경영 전략으로 정말 이익을 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를 이끌면서 오히려 그의 시각이 바뀌었다. 많은 기업이 수익을 내고 싶어하고 사업도 키우고 싶어하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이유는 이것보다 더 많다는 것이다. 마카리오 CEO는 “파타고니아는 내가 그동안 몸담고 있던 다른 기업과는 전혀 다른 렌즈를 통해 세상을 보고 있었지만, 환경적인 관점에서 끊임없이 제품과 생산 과정을 점검하는 파타고니아의 전략은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파타고니아의 이익을 크게 확대시킨 것과 관련해서는 기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점검해 효율성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마카리오 CEO가 합류한 이후 파타고니아는 과도한 포장이나 낭비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생산·수선 과정을 훨씬 환경친화적으로 바꿨다.

연선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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