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가 공연하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야마하음악교실에 다녔다. <사진 : 야마하>

야마하는 세계적인 악기 생산 회사다. 피아노 생산 대수는 세계 1위로 알려져 있다. 전자피아노와 전기기타(일렉트릭기타) 등 전자악기와 음향기기·골프채·음악교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야마하는 ‘피아노·전자피아노·관악기·현악기·드럼·PA기기(전기적인 음향 확성 장치)·AV(Audio Visual·음향과 영상) 앰프·스피커·반도체’가 주요 상품이다.

야마하의 창업은 18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출액 절반이 악기 사업에서 나와

의료기계 수리공으로 일하던 창업자 야마하 도라쿠스(山葉寅楠)는 시즈오카(静岡)현 하마마쓰(浜松)의 한 초등학교에서 망가진 오르간(피아노와 비슷한 건반 악기) 한 대 수리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악기 사업에 뛰어들었다.

오르간 제작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확신한 야마하 도라쿠스는 수리하면서 오르간 내부를 분석해 설계도를 그렸고, 같은 해 11월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

야마하 도라쿠스는 1889년 하마마쓰에 ‘야마하풍금제작소’를 세웠고, 1897년 10월 자본금 10만엔으로 ‘일본악기제조주식회사’를 설립해 초대 사장에 취임했다. 이 회사는 창업 100주년을 맞은 1987년 현재의 이름인 ‘야마하’로 사명(社名)을 변경했다. 본사는 지금도 하마마쓰에 있고, 도쿄와 오사카에 사업소가 있다.

야마하의 2016년(2016년 4월~2017년 3월) 매출액은 4082억엔(약 3조8783억원), 영업이익은 443억엔(약 4208억원), 당기순이익은 467억엔(약 443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015년보다 6.3% 줄었지만,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8.9%, 43.2%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이익은 증가세를 보였다.

매출액의 절반은 피아노와 전자악기·관악기·현악기·타악기를 판매하는 데서 나온다. 음향기기 판매가 28%, 음악교실이 13%를 차지한다. 야마하의 골프채도 유명하다. 골프 용품과 리조트 등 ‘기타’ 부문 매출액은 전체의 9%다. 악기와 음향기기의 지역별 매출액을 보면 일본 20%, 북미 26%, 유럽 23%, 중국 13% 등 전 세계에서 고르게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야마하의 고반발 골프채 ‘인프레스 UD+2’. <사진 : 야마하>

성공 비결 1 |
악기 관련된 분야로 진출

야마하는 오르간 수리를 계기로 오르간을 만들었고, 10여 년 뒤 피아노 제작에 성공했다. 야마하는 악기 회사지만 오토바이와 골프채 등 악기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분야에도 진출했다. 그런데 이 분야도 악기 기술을 개발하다가 얻은 성과다.

야마하는 오르간 제작에 성공한 13년 뒤인 1900년 일본 최초로 피아노 제작에 성공했다. 음악학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업라이트 피아노(현을 세로로 세워 놓은 형태)였다. 숙련된 기능공의 노력 덕분에 2년 뒤엔 그랜드 피아노(현을 가로로 눕혀 놓은 형태) 제작에도 성공했다. 1904년 야마하의 오르간과 피아노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악기 박람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야마하는 악기를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악기를 만들면서 쌓은 기술을 다른 분야에 응용했다. 피아노를 만들면서 얻은 목공 노하우로 가구를 만들기 시작했고,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은 이 기술을 이용해 전투기에 쓸 목제 프로펠러를 제작하라고 명령했다. 전쟁이 끝난 뒤 프로펠러 생산 시설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오토바이 생산을 시작했다. 오토바이 사업부는 1955년 ‘야마하발동기(야마하 모터)’로 분사됐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야마하는 야마하발동기 지분 12.2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자악기를 만들다가 얻은 노하우는 라우터(네트워크 기기), 반도체 생산으로 이어졌다. 야마하의 라우터는 중소기업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다. 야마하는 라우터를 도입한 기업이 전화 회의 시스템을 동시에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착안해 2014년 화상회의 시스템을 제공하는 미국의 통신·음향기기 업체 레보랩스(Revolabs)를 인수했다.

1958년엔 스포츠 영역으로 진출해 스키·테니스 용품을 제작했다. 골프 클럽을 처음 만든 건 1982년이다. 야마하의 첫 골프채는 크고 가벼운 카본 헤드로 만들어진 드라이버였다. 당시엔 감나무로 만든 클럽이 일반적이어서 파격적 시도로 받아들여졌다. 1989년엔 라이각(헤드를 지면에 놓았을 때 지면과 샤프트가 이루는 각도)을 조절할 수 있는 드라이버를 출시했고, 1991년엔 단조 티타늄 드라이버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전통을 중시하는 골퍼들에게 외면받다가 2003년 ‘인프레스’를 출시해 전환기를 맞았고, 2008년 선보인 ‘인프레스X’가 큰 인기를 끌었다.

골프채의 성공엔 야마하의 강점인 악기 노하우가 있었다. 야마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악기 회사여서 ‘소리’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나다. 야마하의 드라이버는 정교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악기를 만들 때 이용하는 반무향실(半無響室)에서 개발된다. 시제품 드라이버 헤드에 레이저를 쏘고 음향 측정 장비로 타구음을 분석한다. 악기를 테스트하는 팀이 골프채도 담당한다. 그래서 야마하의 드라이버는 타구감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악은 누군가에겐 소음이다. 그래서 야마하는 우수한 방음 설비 기술을 갖고 있다. 원래는 라이브 연주를 하는 스튜디오의 방음을 위해 개발했지만 얼마 전부터 아파트에 이 기술이 도입됐다. 2015년 84가구 규모로 분양된 고베(神戸)의 아파트는 야마하의 방음 설비와 악기를 커뮤니티 공간에 설치했다. 20~30대 음악을 즐기는 젊은 남녀의 지지로 매우 빠르게 분양이 마감됐다.



댄서 모리야마 가이지가 춤을 춰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야마하가 개발한 AI 기술을 이용했다. <사진 : 야마하>

성공 비결 2 |
‘소리’에 특화한 기술 개발해 사업화

오르간과 피아노로 시작한 야마하는 바이올린·플루트·색소폰·드럼과 같은 어쿠스틱악기를 만든다. 그렇지만 전자악기에서도 경쟁력이 높고, 소리를 전자적으로 재현하는 음원(音源) 분야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갖고 있다. 음원 기술은 휴대전화 벨소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화될 수 있다.

야마하는 1959년에 최초의 전자오르간을 출시했다. 일렉트릭기타는 1966년 출시했고, 1973년 신시사이저, 1976년 전자피아노를 선보였다. 1983년 출시한 신시사이저 ‘DX-7’은 뛰어난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당시 전 세계적으로 20만 대 이상 팔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야마하가 개발한 ‘보컬로이드(VOCALOID)’는 가사와 멜로디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기계가 인간의 음성을 합성해 노래를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을 이용해 만든 사이버 가수가 2007년 등장한 ‘하쓰네 미쿠(初音ミク)’다. 하쓰네 미쿠는 홀로그램으로 만든 캐릭터도 있는데, 공연장에 모인 팬들 앞에서 홀로그램이 춤을 추며 보컬로이드로 합성한 노래를 부른다. 가수 레이디 가가는 미쿠를 ‘유명한 디지털 팝스타’로 소개했고, 미국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야마하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새로운 기술 개발에도 도전 중이다. 2017년 11월 야마하는 도쿄예술대학 주악당(奏樂堂)에서 이 대학이 주최한 ‘마이·히텐유(舞·飛天遊)’에 기술을 지원해 ‘댄스와 피아노의 융합’에 도전했다. 콘서트는 야마하가 연구 개발 중인 ‘댄스 인식 피아노 연주 시스템’이 일본 댄서 모리야마 가이지(森山開次)의 움직임을 인식해 자동연주기능이 있는 피아노 ‘디스클라비어(Disklavier)’가 멜로디를 연주하고, 베를린 필의 ‘샤로운 앙상블(Scharoun Ensemble)’과 협연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모리야마 카이지가 상반신을 탈의한 채로 춤을 추면, 등에 붙인 센서가 동작을 인식해 AI가 멜로디로 바꿔 피아노를 연주한다.

점차 보급이 확대되고 있는 아마존의 ‘알렉사’와 같은 AI 스피커는 인간이 질문하면 기계가 대답하는 것이어서 말투가 다소 ‘로봇 느낌’이 날 수 있다. 야마하는 기계가 더욱 사람같이 말할 수 있게 만드는 ‘히어토크(HEARTalk)’ 기술을 개발했다. 소리의 강약과 장·단음, 고저 등을 분석해서, 기계의 말에 적용하는 기술이다. ‘네’라는 의미의 ‘응’이란 말을 하더라도 목소리를 높이면 ‘응?(뭐라고요?)’이 되고 낮추면 ‘응(그래)’이라는 뜻이 된다. 야마하는 같은 ‘응’이란 말을 하더라도 사람처럼 의미에 차이를 둬서 기계가 대답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일본 도쿄의 야마하 긴자점에 놓인 그랜드 피아노. <사진 : 야마하>

성공 비결 3 |
축소되는 악기 시장 M&A로 돌파

악기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일본 국내 시장은 저출산과 고령화로 새 악기를 구매할 인구가 줄고 있다. 1980년엔 연간 30만 대씩 피아노를 출하했지만, 2015년엔 1만5000대 밑으로 줄었다. 자녀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교육열과 재력이 있는 중국 시장이 떠오르고 있지만 저렴한 피아노를 제조하는 펄리버피아노(珠江鋼琴)라는 강력한 경쟁 회사가 있다.

규모 면에선 세계 최대 악기 회사지만 내실을 따지면 세계 최고가 아니다. 콩쿠르에선 미국 스타인웨이가 만든 피아노가 연주된다. 일렉트릭기타는 지미 페이지, 랜디 로즈가 사용한 깁슨과 지미 헨드릭스, 잉베이 맘스틴이 사용한 펜더가 유명하다. 야마하의 일렉트릭기타를 카를로스 산타나가 사용하긴 했지만 명성이 떨어진다.

중국과 인도 자동차 회사가 볼보와 재규어 같은 유럽의 전통 있는 자동차 회사를 인수한 것처럼 야마하도 유럽의 피아노 회사를 인수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채택했다. 2008년 인수한 오스트리아의 ‘뵈젠도르퍼(Bösendorfer)’는 미국의 스타인웨이와 함께 프리미엄 피아노 시장을 양분해 온 회사다. 1828년 이그나츠 뵈젠도르퍼가 창업한 회사로, 다른 회사의 피아노와 달리 프란츠 리스트의 격렬한 연주를 견뎌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뵈젠도르퍼의 그랜드 피아노는 대당 가격이 2억5000만원을 넘는다. 연간 약 350대의 피아노를 제작한다. 선별된 가문비 목재를 사용하고, 피아노 제작 전 과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2005년엔 독일의 음악제작용 소프트웨어 회사 ‘스테인버그(Steinberg)’를 인수했다. 야마하는 신시사이저에도 강점이 있지만, 스테인버그를 인수해 경쟁력이 더 높아졌다. 스테인버그의 큐베이스(Cubase)는 전문 음악인들이 작곡과 프로듀싱 작업에 많이 쓰는 소프트웨어다. 영화 음악의 거장 한스 짐머도 큐베이스를 사용한다.



야마하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 야마하>

성공 비결 4 |
후원·지원·기부로 미래 고객 확보

야마하는 각종 후원과 지원, 기부 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돈이 없는 아마추어 뮤지션, 소비력이 없는 어린 아이들에게 야마하의 브랜드를 각인시키면 나중에 뮤지션으로 성공하거나 어른이 돼 야마하의 악기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뮤지션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가 일본의 유명 퓨전 재즈 밴드 ‘카시오페아’다. 카시오페아의 멤버는 야마하 밴드 콘테스트 수상자, 콘테스트 심사위원, 야마하음악교실 출신 등으로 구성돼 있다.

세계 각지에서 운영하는 야마하음악교실도 야마하가 잠재적인 고객을 확보하는 한 방법이다. 야마하는 1954년 오르간 교실을 시작했고, 이는 지금의 야마하음악교실로 발전했다. 이곳에서 악기를 배워 연주하고, 스스로 음악을 만드는 능력을 발전시키고, 자신이 만든 곡을 직접 느끼면서 다른 사람들과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음악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4대 사장인 가와카미 겐이치(川上源一)가 미국과 유럽을 방문했을 때 사람들의 삶에 음악이 깊숙이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음악교실 설립을 결심했다. 악기를 아무리 많이 팔아도 즐기는 방법을 익히게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음악교실 수강생에게 판매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2015년 1월 기준으로 전 세계 40여 개국 6000곳의 센터에서 약 60만 명의 학생이 교육받고 있고, 500만 명이 넘는 졸업생을 배출했다. 한국엔 서울과 경기·인천·대전·대구·부산·전라 등 26곳에서 음악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첼로·클라리넷·플루트·트럼펫·드럼·색소폰뿐 아니라 성악도 배울 수 있다. 유명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上原ひろみ)도 어린 시절 야마하음악교실에 다녔다.

기부도 활발히 펼친다. 피아노를 기부하면 미래의 소비자에게 야마하 브랜드를 친숙하게 만드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 야마하뮤직코리아는 전남 지역 초등학교 7곳에 전자피아노를 기증했다.

일본 기업이지만 미국 글렌데일에 설치된 일본군위안부 상징물 ‘평화의 소녀상’을 위해 후원하기도 했다. 가수 이정석은 지난해 4월 콘서트를 열어 수익금 일부를 글렌데일시의 ‘위안부의 날 기념 행사’를 위한 기금으로 기부했는데, 야마하는 이 콘서트에 악기와 각종 장비 일체를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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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音源·tone generator) 전자기기나 개인용 컴퓨터(PC) 등에서 음을 발생시키는 근본이 되는 기기. 펄스 부호 변조(PCM) 음원, 주파수 변조(FM) 음원, 전자악기 디지털 인터페이스(MIDI) 음원 등이 있다. FM 음원을 실용화한 것이 신시사이저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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