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쓰 메인터넌스가 운영하는 와세다대 전용 기숙사 ‘WID도코로자와(所澤)’ 개인실 내부. 와세다대 도코로자와 캠퍼스 인근에 있다. <사진 : 교리쓰>

꽃 피는 3월이 찾아왔다. 전국의 대학교엔 일제히 신입생이 입학했다. 대학생이 됐다는 기쁨, 새로 친구를 사귄다는 즐거움에 들떠 있어야 할 신입생들의 얼굴은, 그러나 밝지만은 않다.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등 집과 멀리 떨어진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에겐 주거비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그 원인 중 하나는 대학교 기숙사가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턱없이 부족한 데 있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4년제 일반대학 187개교의 기숙사 수용률은 21%로 나타났다. 재학생 5명 중 1명만 기숙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 대학의 경우 16%로 상황이 더 열악하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주거 여건 개선을 위해 기숙사 신축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임대 수입 감소를 우려한 인근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해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서울에선 고려대·한양대·총신대 등의 대학이 기숙사 신축을 추진했지만 진척을 보지 못했다. 정부가 나서 기숙사 확충이 필요한 대학과 지역 주민과 상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설 정도로 갈등이 크다.

기숙사를 찾지 못한 학생들은 여전히 수십년 전처럼 하숙집에 살거나 돈을 더 주고 인근 원룸에 입주한다. 셰어하우스와 같이 최근 각광받는 주거 형태를 택하기도 한다.

지방을 떠나 대도시의 명문 대학으로 학생들이 이주하는 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일본엔 이렇게 혈혈단신으로 집을 떠나 낯선 외지에서 새 출발하는 청년들을 위해 기숙사를 운영하는 기업이 있다.


700여개의 기숙사 운영

‘교리쓰 메인터넌스(共立メンテナンス·Kyoritsu Maintenance, 이하 ‘교리쓰’)’는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일본 전국에 총 473곳의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을 위한 기숙사도 있지만, 외지에 취직한 직장인을 위한 기숙사도 있다. 다른 기관에서 위탁받아 운영하는 기숙사를 합치면 총 713곳의 기숙사를 운영한다.

‘도미인(Dormy Inn)’이라는 브랜드로 호텔도 운영하고 리조트와 고령층을 위한 실버 주택 사업도 한다. 도미인 호텔은 2015년 한국에도 진출했다.

실적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2016회계연도(2016년 4월~2017년 3월) 매출액은 1358억2800만엔(약 1조3719억원), 영업이익은 118억1500만엔(약 1193억원), 당기순이익은 71억3500만엔(약 721억원)을 기록했다. 5년 전보다 각각 49.0%, 96.4%, 200.3% 증가했다. 교리쓰가 예상하는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매출액은 1482억엔, 영업이익은 122억엔, 당기순이익은 80억엔이다.


교리쓰가 운영하는 와세다대 학생 전용 기숙사 ‘WID도코로자와’에서 새로 입주한 학생을 환영하기 위해 웰컴 파티를 열고 있다. <사진 : 교리쓰>


일본 한 도미인 호텔의 조식 메뉴. <사진 : 도미인>

성공비결 1 |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민간 기숙사

1979년 세워진 교리쓰는 1980년 지바현 사쿠라시 목조 2층 건물에서 첫 번째 학생 기숙사 ‘학생회관’ 운영을 시작했다. 다다미 넉 장 반 크기의 방 28실 규모였다. 다다미 1장은 0.5평 크기이므로 2.25평(약 7.44㎡) 정도다.

‘다다미 넉 장 반’은 일본에서 1970년대까지 학생 등 청년들이 거주하는 하숙집이나 원룸의 평균적인 방 크기였다. 지금 교리쓰 기숙사의 방은 이보다 크다.

교리쓰가 처음 기숙사 사업을 시작하면서 강조한 것은 ‘식사’였다. 창업자인 이시즈카 하루히사(石塚晴久) 교리쓰 회장은 기숙사 사업에 뛰어들기 전까지 요식업에 종사했다. 회사 측은 홈페이지에서 초창기의 마음가짐에 대해 “어디까지나 양질의 식사를 최우선으로 추구했다. 학생들이 건강해야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교리쓰가 운영하는 기숙사는 이익을 내야 하는 민간 기업이 운영하기 때문에 저렴하지는 않다. 도쿄 메구로(目黑)구에 있는 여학생 전용 기숙사 ‘도미(Dormy) 지유가오카(自由が丘)’는 12.3㎡(약 3.7평) 크기의 개인실 66실을 갖춘 8층 규모의 건물이다. 대중교통으로 도쿄 중심부인 시부야까지 11분, 신주쿠까지 17분 떨어진 위치에 있다. 주방과 식당은 물론, 화장실과 샤워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방 안엔 침대와 책상, 책장 등만 갖춰져 있다. 이 기숙사를 아침과 저녁 식사를 먹는 조건으로 계약할 경우 1개월 요금은 9만6500엔(약 97만원)이다. 한 번에 돈을 몰아서 낼 경우 요금이 다소 저렴해지긴 한다. 1년치 요금은 114만6500엔(약 1160만원)이다. 1개월로 환산하면 9만5541엔이다. 식사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조식과 석식을 제공한다.

한국 대학교의 기숙사 가격을 생각하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3~4명이 한 방을 쓰는 한국과 달리 개인실을 써서 생활이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이 가격은 서울 대학가 원룸과 비교해도 비싼 가격이긴 하다. 그러나 일본은 임대료 수준이 높기 때문에 교리쓰의 기숙사가 비싸다고는 할 수 없다. 일본의 부동산 중개 사이트 ‘리풀 홈즈’에 따르면 도쿄 급행 전철 도큐도요코선 지유가오카역에서 도보로 11분 정도 떨어져 ‘도미 지유가오카’와 입지 조건이 비슷한 한 원룸(29.64㎡·8.9평)의 임대료는 1개월에 11만엔이다. 방이 더 크지만, 식사 제공이 안 되고 가격도 더 비싸다. 가구도 따로 구입해야 한다.

교리쓰의 기숙사는 기본적으로 여러 대학의 학생을 받는다. 그래서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구니모토 료코(國本凉香)는 원룸이 아닌 교리쓰가 운영하는 기숙사를 선택한 것에 대해 “혼자 사는 것보다 기숙사가 안전해서 선택했다. 또 외롭기 때문에 혼자 사는 건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라며 “‘학생회관(교리쓰가 기숙사를 부르는 이름)’에 들어와 다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어울리며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했다.


성공비결 2 |
특정 대학 전용·직장인 기숙사 시장 개척

일본 대학들은 교리쓰와 제휴를 맺고 전용 기숙사를 마련하거나 학교 기숙사 관리를 맡기고 있다. 2월에 문을 연 와세다대의 ‘WID와세다’가 그런 기숙사다. 건물은 와세다대 캠퍼스에서 간다(神田)천을 건너 걸어서 5분 정도 걸리는, 약간 떨어진 곳에 자리잡고 있다. 학교 안에 기숙사가 있는 대부분의 한국 대학과 다른 배치다. 9.6㎡(2.9평) 크기의 개인실로 구성돼 있고, 총 5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와세다대는 이곳 외에도 교리쓰와 제휴를 맺고 도쿄 곳곳에 7곳의 전용 기숙사를 더 운영하고 있다. 이 중엔 캠퍼스까지 50분 걸리는 곳도 있다. 교리쓰는 학생들이 국적과 학부를 넘어 교류할 수 있도록 환영회, 교류회, 세미나, 해외 자원봉사 등 다양한 행사를 제공한다.

1985년엔 직장인을 위한 기숙사 운영을 시작했다. 교리쓰 측은 “당시는 기업이 사원들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는 것이 당연했던 시기여서 ‘방 한 개도 빌릴 수 있습니다’ ‘아침·저녁 2회 식사를 제공합니다’라며 직장인 기숙사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숙사에 머무는 직장인들이 힘을 내서 일할 수 있도록, 편히 몸을 쉬고 피로를 풀고 치유할 수 있도록 대욕탕(大浴場)을 설치했다”라고 설명했다.

임대업으로 이익을 내려면 공실이 적어야 한다. 교리쓰가 운영하는 기숙사는 거의 만실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 2016회계연도 유가증권보고서에 따르면 기숙사의 회계연도 초기 가동률은 전년보다 1.0%포인트 오른 98.3%로 시작해 1년간 견조한 추이를 보였다.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도 적정하게 관리했다. 덕분에 기숙사 사업의 매출액은 456억4400만엔으로 전년보다 2.8% 증가했다.

교리쓰는 보고서에서 “학생 기숙사 사업은 진학률 상승과 해외 유학생 증가에 따라 높은 수요가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도쿄공업대학 등 7개 학교와 제휴를 맺었다”라며 “직장인 기숙사는 고용 환경 개선에 따라 기숙사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증가했고, 이에 따라 계약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교리쓰는 완전히 다른 사람과 분리된 자유로운 생활을 원하는 사람들을 위해 원룸 아파트 타입의 ‘도밀’ 기숙사 사업도 하고 있다.


성공비결 3 |
일본 찾는 여행객 증가로 호텔 사업 호조

교리쓰가 최근 급성장한 배경엔 ‘도미인’ 브랜드의 호텔 사업이 있다. 지난해 호텔 사업의 매출액은 604억800만엔을 기록해 전년보다 13.1% 상승했다. 교리쓰는 “국내 여행객이나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계속해서 증가한 것에 더해, 한번 도미인 호텔을 이용한 손님은 다시 찾아올 정도로 서비스가 호평을 받았고, 객실이 높은 가동률을 보였다. 객실 단가도 상승해 수익이 크게 늘었다”라고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숙박객의 약 20%는 한국·홍콩·대만 등에서 온 외국인 관광객이다.

교리쓰는 1993년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에 첫 번째 비즈니스 호텔 ‘도미인’을 열며 호텔 사업에 진출했다. 회사 측은 “직장인 기숙사 ‘도미’를 이용하고 있는 기업이 직원이 타지로 출장갈 때 현지의 기숙사를 하룻밤만이라도 이용할 수 없겠냐는 요청을 받았고 그래서 저렴한 비즈니스 호텔 ‘도미인’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기숙사의 콘셉트를 이어가기 위해 비즈니스 호텔에도 대욕탕을 설치했다.

같은 해 나가노현에 리조트 호텔도 문을 열었다. 교리쓰는 “다른 기업이 (버블 붕괴로 보유하고 있던) 복리후생 시설을 포기하는 가운데,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시설을 그대로 활용하겠다는 목적으로 리조트 호텔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도미인은 저렴한 비즈니스호텔이지만 대욕탕 시설과 조식이 우수해 여행객들이 선호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도미인 호텔은 인근 지역에서 재배한 식자재를 사용한 조식이나 대욕탕이 호평을 받아 가동률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대욕탕은 투숙객이라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역시 무료로 저녁엔 야식으로 소바를 먹을 수 있다.



교리쓰 메인터넌스가 2015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문을 연 ‘도미인 프리미엄 서울 가로수길’ 호텔(왼쪽 건물). <사진 : 교리쓰>

성공비결 4 |
다양한 콘셉트 시설 개발·해외 진출

교리쓰는 기숙사와 비즈니스호텔, 리조트호텔이라는 오래된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몇 해 전부터 새로운 유형의 숙박 시설을 선보이고 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교리쓰는 취미가 같은 학생들을 모은 ‘콘셉트형’, 여러 명이 같은 공간을 공유해 요금이 저렴한 ‘셰어하우스형’, 유학생도 입주하는 ‘국제교류형’ 등을 만들었다. 대학 측에서 “유학생과 교류할 수 있고, 학생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높일 수 있는 기숙사를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고 한다.

교리쓰가 2012년 낡은 기숙사를 리모델링해 문을 연 여학생 전용 기숙사 ‘도미 고가네이(小金井)Net’엔 애니메이션이나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 19명이 모였다. 취미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교리쓰는 대형 TV를 갖춘 ‘시어터룸’, 동인지를 만들 수 있는 컴퓨터나 복사기가 있는 ‘크리에이터룸’을 기숙사 내에 마련했다. 이 기숙사에 입주한 와세다대  대학원생은 “함께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만화를 빌려보곤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호텔보다 더 저렴한 캡슐호텔 사업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글로벌 캐빈’은 다른 캡슐호텔처럼 숙박비가 저렴하면서도, 도미인의 강점인 우수한 욕탕을 갖췄다. 도미인의 다른 강점인 음식도 강조해 샐러드 전문 카페를 만들었다.

교리쓰는 2011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해외에 진출했다. 2015년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도미인 프리미엄 서울 가로수길’, 2017년엔 서울 역삼동에 ‘도미인 서울 강남’을 열었다. 교리쓰가 도미인의 한국 진출을 결정한 이유는 시장 구조가 일본과 흡사해 위험 부담이 적고,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야마다 시게루(山田滋) 도미인 한국법인 전 대표는 2013년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도미인 3호점, 4호점도 물색하고 있다”며 “서울에만 2000실 이상의 객실을 공급하는 게 목표이고, 앞으로는 학생 기숙사 사업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리쓰 한국 법인의 2016회계연도 매출액은 85억원으로, 전년(60억원)보다 42.2% 늘었다.

태국엔 기숙사 사업으로 진출했다. 스리라차 지방에 일본 기업의 투자가 늘고 있어, 이곳에서 근무하는 일본 직원들을 대상으로 만든 기숙사다. 완공은 오는 6월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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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호텔(capsule hotel) 한 명이 잘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만을 제공하는 저렴한 호텔. 보통 한 층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침실 유닛(캡슐)을 2개 겹쳐 쌓아 만든다. 표준적인 캡슐의 사이즈는 폭 1m, 높이 1m, 길이 2m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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