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카라와치 지역의 한 수퍼마켓에서 한 남성이 인도푸드가 생산하는 라면 ‘인도미’를 박스째 쇼핑카트에 넣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한국에 케이팝(K-Pop)이 있다면, 인도네시아엔 ‘인도미’가 있다.”

안토니 살림 인도푸드수크세스마크무르(Indofood Sukses Makmur·이하 인도푸드) 사장은 2016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딸이 한국 남성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팬일 정도로 케이팝의 인기가 높다. 인도푸드는 그 정도로 인도미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

살림 사장이 말한 ‘인도미(Indomie)’는 인스턴트라면이다. 이름에서 인도(Indo)는 인도네시아를 뜻하고 미(mie)는 인도네시아어로 국수라는 의미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자부심처럼, 인도미를 인도네시아의 ‘국민라면’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스턴트라면을 사랑하는 나라다. 그래서 한국산 라면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그러나 세계적으로는 인스턴트라면 중에서 인도미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인도푸드의 대표 상품 ‘인도미 미고렝’. <사진 : 인도미 홈페이지>

‘인도네시아 국수’라는 뜻의 인도미

인도미를 생산하는 회사는 인도푸드의 자회사인 ‘인도푸드 CBP(Consumer Branded Products)’다. 인도푸드는 2009년 인스턴트라면과 스낵·조미료·음료·유제품 등의 사업 분야를 자회사로 분사했다. 인도푸드는 이외에 밀가루·팜유·유통·농업 등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도푸드는 인도네시아의 대기업 ‘살림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미래에셋대우증권에 따르면 라면 부문이 매출의 65%, 영업이익의 92%를 차지해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매출 중 91%는 내수 시장에서 발생하고, 나머지 9%는 베트남·말레이시아·호주·미국 등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벌어 들인다.

인도푸드는 2016년 매출액 66조7503억루피아(약 5조2065억원), 영업이익은 8조2850억루피아(약 6462억원), 당기순이익은 5조2669억루피아(약 4108억원)를 기록했다. 실적은 계속 좋아지는 추세다. 2017년 1~9월 실적도 전년보다 매출액은 6.5%, 영업이익은 14.6%, 당기순이익은 5.3% 증가했다.


성공비결 1 |
세계 라면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 확보

인도푸드는 인스턴트라면으로 성공하기에 유리한 시장 여건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 인구는 2억6000여만명으로 세계 4위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570달러(2016년 기준)로 낮아 소비 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하지만 라면은 실질 소득이 증가할수록 수요가 감소하는 열등재여서, 낮은 소득수준이 인도푸드의 성장에 방해가 되지 않았다. 미고렝이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국수 요리도 존재해 이를 인스턴트라면으로 개발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는 세계적으로 라면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WIN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선 2016년에 총 130억1000만개의 라면을 소비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전 세계 소비량의 13.3%에 달하는 양이다. 1인당 소비량은 50.5개로, 한국과 베트남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한국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세계적인 라면 강국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인도푸드는 라면을 생산하는 기업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인도미’와 ‘수퍼미’ ‘사리미’의 시장 점유율은 81%에 달한다. 인도미의 점유율만 72%다. 세계 2위 규모인 인도네시아 인스턴트라면 시장을 실질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인스턴트라면 시장의 50%쯤을 차지하는 농심보다 인도네시아 국내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훨씬 높다.

인스턴트라면은 1958년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 닛신(日淸)식품 창업자가 개발했다. 밀가루 면을 기름에 튀겨 수분을 제거해 보존기간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인도네시아에 인스턴트라면이 소개된 것은 1969년이다. 수입 라면이 인기를 끌자 제분업을 하고 있던 살림그룹이 라면 사업에 뛰어들었다. 1972년 닭고기 육수를 쓴 첫 번째 인도미 라면을 출시했고, 1983년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 미고렝의 맛을 따서 만든 ‘인도미 미고렝’을 출시했다. 이 제품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인도미’는 인스턴트라면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인도푸드의 라면 사업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연평균 9.6%씩 매출이 증가하고, 영업이익은 10.6%씩 늘었다. 이미 점유율이 크게 높고, 성장 속도도 빨라 경쟁사가 짧은 기간에 인도미의 아성을 깨기 힘든 브랜드 장벽을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 치비퉁에 있는 인도푸드의 라면 생산 공장에서 직원이 인도미 제품 생산 공정을 관리하고 있다. <사진 : 블룸버그>

성공비결 2 |
다양한 맛 출시해 소비자 수요 잡아

인도네시아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식문화 자산이 있다. 2011년 CNN이 발표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 50가지’ 리스트에서 인도네시아 음식 ‘른당(인도네시아식 커리 요리)’과 ‘나시고렝(nasi goreng)’이 1위와 2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나시고렝에서 나시는 밥, 고렝은 ‘볶은 것’을 의미한다. 즉 ‘볶음밥’이라는 뜻이다. ‘인도미 미고렝’의 원형이 된 미고렝은 ‘볶음국수’라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인도미 미고렝’은 동남아시아 여행 시 꼭 사와야 하는 라면으로 꼽힌다.

실제 세계적으로 인도미는 널리 알려져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회사 칸타월드패널이 44개국 소비자들이 구매한 1만5000여개 브랜드를 분석해 발표한 ‘글로벌 브랜드 풋프린트 2016’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미는 2016년 전 세계의 가정이 쇼핑을 할 때 구매 빈도가 높은 브랜드 8위를 차지했다. 코카콜라, 콜게이트 치약, 네스카페 커피, 도브 샴푸와 같은 반열에 오른 것이다.

한국에선 소고기나 해산물 육수 맛이 나면서 매운맛 계열의 인스턴트라면이 인기가 높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는 인도네시아의 라면에 대해 “볶음면 타입의 미고렝이 가장 인기가 있다. 맛은 야채나 닭고기·새우가 인기 있고 조미료로 매운 맛을 더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이슬람교 신자가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할랄 푸드가 주류”라고 설명하고 있다.

인도미가 인도네시아 인스턴트라면 시장에서 7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한국의 상황에 대입하면, 시중에 팔리는 라면 10봉지 중 7봉지가 신라면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도푸드의 전략이 한국 라면 업체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새로운 맛의 라면을 출시할 때 대부분 라면 이름을 새롭게 붙여 내놓는다.

인도미는 매년 새로운 맛의 라면을 ‘인도미’ 브랜드로 출시한다. 인도네시아 전통 음식의 맛을 구현하거나 한국 불고기 맛을 재현한 인도미 제품도 출시한다. 새로운 맛의 제품이 쏟아져 나와 현재 인도미는 30여종의 맛이 있다. 인기를 얻은 맛은 살아남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맛은 사라진다.


성공비결 3 |
라면 외 다른 제품군도 경쟁력 확보

‘원 소스 멀티 유즈(One-Source Multi-Use)’는 하나의 콘텐츠를 영화, 게임, 음반,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 장난감, 출판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판매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인도푸드는 다른 방식으로 원 소스 멀티 유즈 전략을 사용한다. 출시한 새로운 맛의 인도미 라면이 판매 추이를 지켜보다가 성공하면 그 소스를 스낵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인도미의 대표 상품인 ‘인도미 미고렝’ 맛을 스낵류 히트 제품인 ‘치타토’에 활용해 ‘인도미 미고렝 맛 치타토’ 스낵을 출시해 큰 성공을 거뒀다.

라면이 아닌 다른 제품군을 성장시키는 것은 인도푸드에 중요한 과제다. 코트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선 최근 건강한 식습관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 라면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선 2013년 총 149억개의 라면을 소비했으나, 2016년엔 130억1000만개로 3년 만에 12.7% 줄었다. 하지만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과 일본·싱가포르는 1인당 GDP가 증가했지만 1인당 라면 소비량은 줄지 않았다. 한국은 2016년 라면을 전년보다 4.9% 증가한 총 38억3000개 소비했다.

인도푸드는 ‘인도밀크’ 브랜드를 앞세워 우유 시장에서 점유율 18%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 저렴하면서 품질은 괜찮은 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 인도푸드는 프리미엄 제품보다 중저가 우유 제품군에 집중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연간 1인당 우유 소비량은 13.4ℓ로 주변국인 말레이시아(50.9ℓ), 태국(33.7ℓ) 등보다 현저히 낮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우유 섭취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어 유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음료 부문은 아직 실적이 좋지 않지만, 다양한 신제품 출시로 성장세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2014년엔 일본 기업과 제휴를 맺고 일본산 찻잎으로 만든 녹차 음료 ‘이치 오차’를 출시했다.



인도푸드가 만드는 포테이토칩 스낵 ‘치타토’. <사진 : 유튜브>

성공비결 4 |
계열사 자원 활용한 시너지 창출

인도푸드는 대기업 살림그룹의 계열사다. 살림그룹은 식품 원재료를 생산하고, 유통 채널도 갖고 있어 인도미가 인도네시아에서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영업망을 확충하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다.

살림그룹엔 인도푸드와 함께 제분 기업 보가사리가 속해 있다. 또 살림그룹은 라면을 공장에서 튀길 때 쓰는 기름인 팜오일(팜유)도 생산한다. 팜오일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대규모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생산하는데, 인도네시아산 팜유가 세계 생산량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한다. 또 포장 사업부를 통해 제품을 포장한다. 유통망도 강점이다. 살림그룹의 편의점 ‘인도마렛’은 전국에 1만1000여개의 점포가 있다.

미래에셋대우증권은 “인도푸드그룹 자회사들을 통해 자체적으로 원재료를 조달하고 라면을 유통할 수 있어 원가를 낮춰 국내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라면과 스낵 등을 생산하는 인도푸드의 자회사 인도푸드 CBP의 매출총이익률은 30.8%(2015년 기준)로, 경쟁사인 마요라 인다(28.3%), 티가 필라르 세자테라 푸드(21.2%)보다 높다.


성공비결 5 |
중동·아프리카 중심으로 해외 진출

여전히 대부분의 매출은 인도네시아에서 나오지만 인도푸드는 해외에 생산 공장을 지으며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안리뷰’는 인도푸드에 대해 “인도미는 인도네시아 밖에선 덜 알려져 있지만 상황이 변하고 있다”라며 “인도푸드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신흥국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자들이 고전하며 철수하는 틈을 타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인도푸드는 2014년 터키에 생산 공장을 지었다. 이곳은 인도푸드의 가장 뜨거운 해외 시장이다. 터키 수퍼마켓의 한 점원은 “인도미는 다른 인스턴트라면 브랜드보다 더 많이 팔린다”라고 말했다. 안토니 살림 사장은 “터키는 유럽연합(EU) 시장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라고 했다.

인도푸드는 말레이시아·사우디아라비아·시리아·이집트·예멘·수단·나이지리아·케냐에도 공장을 갖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무슬림 인구가 많은 국가여서 인도미는 할랄 푸드로 생산된다. 이 점은 중동과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데 보탬이 된다.

안토니 살림 인도푸드 사장은 수도노 살림 전 살림그룹 회장의 아들이다. 그는 아버지에게서 1992년 인도푸드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살림 사장은 인도미의 해외 진출을 직접 지휘했다. 해외 진출 전략 덕분에 인도푸드는 아프리카 지역 인스턴트라면 최대 생산·판매 업체로 지역 시장을 장악했다. 아프리카의 경제 강국인 나이지리아에선 ‘누들(국수)’이라는 단어를 ‘인도미’라는 말이 대체할 정도다.

손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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