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있는 한 안타 매장.

한국인에게 잘 알려진 중국의 스포츠용품 기업은 ‘리닝(Li Ning)’이 있다. 중국의 체조 영웅 리닝(李寧)이 자신의 이름을 따 만든 회사다. 리닝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회식 점화자로 참여해 와이어에 매달린 채 경기장 상공을 비행한 뒤 성화대에 불을 붙였다.

10년 뒤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은 달랐다. 중국 선수들의 유니폼엔 안타스포츠(安踏体育用品·Anta Sports·이하 ‘안타’)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주목받은 브랜드는 리닝이 아닌 안타였다.

중국의 스포츠용품 업체는 안타, 리닝, 361°(三六一度), 터부(特步·Xtep) 등 4개 업체가 시장 점유율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스포츠 용품업체인 나이키·아디다스와 경쟁한다. 4개 업체 중 가장 규모가 큰 회사가 안타다.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는 중국 국가대표팀의 유니폼에서 드러난다. 이 회사는 2009년부터 중국 올림픽위원회 공식 스폰서를 담당하며 선수단에 옷을 협찬하고 있다. 안타는 2022년 중국에서 개최되는 베이징동계올림픽 공식 스폰서로도 선정됐다. 딩스중(丁世忠) 안타 회장은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의 초대로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 주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중국 국가대표 유니폼에 대해 딩 회장은 애착을 보였다. 그는 평창동계올림픽 성화 봉송에 참가한 자리에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에도 참가했는데, 그땐 약간 슬펐다. 중국 국가대표팀이 외국 브랜드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작년에 안타는 중국 올림픽위원회와 계약을 맺고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최고의 의류를 제공하기로 했다. 이것은 중국 브랜드로서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안타는 과거 1위 업체였던 리닝을 2011년 제쳤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스포츠용품 시장 점유율은 2010년 리닝이 9.7%, 안타가 8.5%였으나, 한 해 뒤 역전된 후 격차가 점점 벌어졌다. 안타는 2016년 시장 점유율 10.3%를 기록해 리닝의 2배 가까이 됐다.


토종 스포츠 브랜드 중 ‘나홀로 성장’

중국에선 나이키·아디다스·뉴발란스 같은 외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안타는 중국 자체 브랜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2015년엔 중국 독자 스포츠 의류 업체 중 최초로 매출액 100억위안(약 1조70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실적은 매출액 166억9200만위안, 당기순이익 30억8800만위안을 기록했다. 10년 전(2007년)과 비교하면 매출액은 458%, 당기순이익은 474% 증가했다. 어마어마한 성장 속도다.

중국 스포츠용품 시장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침체기를 겪으며 한동안 마이너스 성장했다. 안타도 2012~2013년 매출액이 전년보다 감소했지만, 곧 성장세로 돌아섰다. 시장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업체보다 부진에서 빨리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연구·개발을 늦추지 않고, 해외 스포츠 스타를 적극 마케팅에 활용하며,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한 덕분이다.

앞으로 성장 전망도 밝다. 코트라는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인들 덕분에 스포츠용품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전망산업연구원은 스포츠용품 시장 규모가 2016년 1870억위안(약 31조7900억원)에서 2022년엔 3413억위안(약 58조21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한 중국 쇼트트랙 선수가 안타가 제작한 유니폼을 입고 있다. / 안타

성장비결 1│
높은 가격 경쟁력과 전국 판매망

안타는 ‘중국 소비자 모두가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한다’는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안타는 2013년 ‘가격이 실력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전략을 세웠고, NBA (미국 프로농구) 농구 스타들을 모델로 기용하면서도 399~499위안(약 6만8000~8만5000원)의 비싸지 않은 가격의 농구화를 출시했다.

NBA 스타를 모델로 쓴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농구화는 1000위안(약 17만원) 이상이었다. 안타는 농구화 시장을 조사한 결과 높은 가격 때문에 판매가 많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가격을 낮추고 판매를 늘리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안타의 주력 판매 상품은 의류다. 의류 매출액은 2013년 운동화 매출액을 넘어섰다. 조은애 SK증권 연구원은 “안타의 의류는 저렴한 가격과 전문적인 기능성 스포츠웨어 이미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고 했다. 안타는 기능성 의류를 50~300위안(약 1만~5만원)에 판매한다. SPA 브랜드와 비슷한 가격에 기능성 스포츠 의류를 살 수 있어 매력적이라는 설명이다.

나이키·아디다스가 비교적 고가의 제품을 베이징·상하이와 같이 경제 수준이 높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반면, 안타는 2~3선 도시로 영업망을 넓히고 있다. 2~3선 도시 주민들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있어 소비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비록 나이키·아디다스는 못 사더라도 합리적인 가격의 안타 농구화는 신을 수 있다.



안타가 2015년 2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클레이 톰슨(왼쪽) 선수를 위해 특별 제작한 농구화 ‘KT 파이어(fire)’를 증정하고 있다. / 안타

성장비결 2│
해외 브랜드로 저가 이미지 불식

중국 스포츠용품 시장 점유율 1~2위는 나이키·아디다스다.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최근엔 뉴발란스가 빠르게 치고 올라왔다. 중국 자체 브랜드는 점유율 측면에서 보면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중국인들도 브랜드 가치가 높은 외국 브랜드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중국 스포츠용품 시장은 정부의 스포츠 진흥 정책에 힘입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후 붐이 가라앉고 침체기가 찾아왔다. 안타도 다른 업체처럼 과잉 투자로 고통을 겪었다. 여전한 ‘저가 이미지’도 중국 소비자들을 잡기에 장애물이었다.

안타는 ‘브랜드 다각화’ 전략을 선택했다. 해외 유명 브랜드를 이용해 중국 시장에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다. 2009년 벨르인터내셔널(百麗国際)이 갖고 있던 휠라 차이나를 인수했다. 소득 수준이 낮은 지방 도시는 안타 브랜드로 공략하고, 소득이 높은 대도시엔 고급 브랜드인 휠라로 접근한다는 전략이었다.

이 선택은 적중했다. 현재 휠라는 중국의 소비력이 높아지면서 경제가 발전한 1~2선 도시를 넘어 지방 도시로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안타는 중국 본토와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에서 총 1086곳의 휠라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안타의 매장은 총 9467곳(‘안타 키즈’ 포함)으로, 휠라는 9분의 1 수준이다.

휠라에서 재미를 본 안타는 2016년 일본의 스포츠 장비·의류 전문 브랜드 데상트, 이토추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중국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해 말 중국에 데상트 매장은 64곳이었다. 데상트 차이나가 자체 디자인한 제품을 늘리기 위해 한국에서 디자이너를 채용하기도 했다. 이외에 안타는 한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코오롱스포츠, 홍콩의 아동복 브랜드 킹카우, 영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스프란디도 보유하고 있다.

성장이 기대되는 브랜드는 ‘NBA’다. 안타는 2014년 NBA의 중국 공식 마케팅 파트너가 됐다. 이 계약으로 ‘NBA’ 로고는 물론 30개 NBA 소속 프로농구팀의 로고를 농구화와 액세서리에 쓸 수 있게 됐다. NBA가 중국 스포츠 의류 브랜드에 라이선스를 준 것은 안타가 처음이다. 중국에서 NBA의 인기가 높기 때문에 농구 팬들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2월 6일 강원도 동해에서 딩스중 안타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를 봉송하고 있다. / 안타

성장비결 3│
유명 스포츠 스타, 마케팅에 동원

농구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다. 다른 구기종목과 달리 농구만큼은 중국이 아시아 최강일 정도로 실력도 뛰어나다. NBA에서 활약한 야오밍(姚明·현 중국농구협회 회장)이라는 걸출한 선수도 배출했다.

야오밍의 활약 덕에 세계 최고의 농구 리그 NBA는 중국인에게 일찍 친숙해졌다.

나이키는 마이클 조던을 위해 ‘에어 조던’ 농구화를 만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안타도 나이키와 같은 시도를 하고 있다. NBA 최고의 3점 슈터 중 한 명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클레이 톰슨(Klay Thompson)이 그 주인공이다. 안타와 클레이 톰슨은 2014년 첫 번째 계약을 맺었고, 이듬해 클레의 톰슨의 이름을 딴 ‘KT’ 농구화를 선보였다.

지난해엔 10년간의 농구화 후원 계약을 맺었다. 장기간의 농구화 계약은 NBA 최고의 선수가 누릴 수 있는 혜택 중 하나다. 단순히 광고 모델로 활동하는 것을 넘어, 톰슨은 안타가 만든 농구화를 신고 경기에 출전한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엔 현역 최고 선수 스테픈 커리가 뛰고 있다. 톰슨이 신는 안타의 농구화는 중국 대륙 수억명의 농구 팬들에게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안타는 전설적인 권투 선수 매니 파퀴아오(필리핀 상원의원)도 후원한다. 2016년 1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후원 협약식에서 정졔(鄭捷) 안타 브랜드 사장은 “파퀴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는다. 그는 훈련 규칙을 엄격하게 지키고,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안타가 지키려고 하는 정신과 일치한다”고 했다. 파퀴아오는 “안타는 중국을 이끄는 스포츠웨어 브랜드일 뿐 아니라, 특히 복싱에선 전 세계적으로 존재감이 느껴지는 브랜드가 되고 있다”고 했다.


성장비결 4│
역발상 투자로 침체기 극복

안타가 베이징올림픽 이후 찾아온 침체기를 극복하고 스포츠용품 시장에서 중국 업체 1위로 오른 덴 연구·개발(R&D)에 투자를 늘린 게 주효했다. 안타는 2005년 3000만위안을 투자해 중국 스포츠용품 업체 최초로 연구소를 개설했다. 스포츠용품 시장 침체기였던 2012~2015년엔 매년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용을 늘렸다. 2012년 연구·개발비는 매출액의 3.8%였으나, 점점 늘어 2015년엔 5.2%로 늘어났다. 또 미국과 일본·한국에 연구 조직을 설립해 상품 경쟁력을 대폭 향상시켰다.

유명 스포츠 스타를 동원해 광고비를 쏟아 붓고 가격을 낮춰 팔더라도 운동화를 많이 팔려면 품질이 좋아야 한다. 신발은 신어보면 바로 품질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실망한 소비자는 다시 사지 않는다. 안타의 연구·개발 투자와 품질 향상은 중국 시장에서 나이키를 제치는 성과로 돌아왔다. 2015년 안타는 중국에서 총 4000만켤레의 운동화를 팔아 나이키의 판매량을 웃돌았다.

안타의 목표는 2025년까지 매출액 1000억위안(약 17조원) 달성이다. 현재 나이키·아디다스와 같은 글로벌 선두 스포츠용품 회사만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해 있다. 한국은 안타가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안타는 서울 청담동과 용산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Keyword
1~4선도시 중국 도시를 경제력과 도시 발전 수준, 인구,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 등으로 분류한 것. 1선도시는 중국의 정치와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도시로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등이다. 2선도시는 난징·우한·시안·청두·항저우 등이 있으며, 3선도시는 주하이·시닝·원저우 등이다. 1~3선에 속하지 못한 나머지 도시가 4선도시다.

Plus Point

안타 창업한 딩 회장
가족 재산만 3조8000억원

안타의 본사는 중국 동남부 푸젠(福建)성 진장(晉江)에 있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해안 도시다. 서울보다 큰 면적(721.7㎢)에 209만명이 거주한다.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은 9만2500위안(약 1만4750달러)으로 중국 평균보다 65% 높다.

해외에 유명할 게 없는 도시지만, 이곳에서 안타·361°·터부 등 중국 주요 스포츠용품 업체가 태동했다. 이곳은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진출한 지역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안타·361°·터부와 같은 현재 중국 유명 브랜드는 나이키·아디다스 등 외국 브랜드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업체로 시작해 기획 능력과 생산 기술을 익혔다.

안타를 창업한 딩 회장은 1970년 진장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의 일을 물려받아 지금의 거대 기업으로 키웠다. 딩 회장은 CNBC 인터뷰에서 “16세 때 가족이 지고 있던 빚 부담을 줄이기 위해 회사를 창업하겠다는 꿈을 가졌고, 현재의 안타가 탄생했다”라며 “창업 초기엔 아버지가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신발을 내다 팔았다”고 말했다. ‘포브스’는 딩 회장과 가족의 재산을 36억달러(약 3조8188억원)로 추정했다.

손덕호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