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4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망 드론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으며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했던 ‘에어웨어(Airware)’가 폐업했다.
9월 14일(현지시각)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망 드론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으며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했던 ‘에어웨어(Airware)’가 폐업했다.

9월 14일(현지시각) 미국 드론(drone·무인항공기) 업계에는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유망 드론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으며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한 ‘에어웨어(Airware)’가 폐업했다는 것이었다. 드론용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에어웨어는 2011년 설립 이후 2016년까지 구글벤처스, 인텔캐피털, 제너럴일렉트릭(GE) 등으로부터 약 4억달러(약 4500억원)를 투자받았다.

에어웨어는 같은 날 자사 블로그에 “장기적인 성공을 위한 시도 중 자금 부족으로 사업 중단을 선언하게 돼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에어웨어가 드론비행의 생산성을 높이고 위험을 완화한 데에는 자부심을 느낀다”고 썼다. 회사의 폐업 통보로 에어웨어 직원 140여 명은 하루아침에 실직 상태가 됐다. 직원들은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도 당일 아침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계약사항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로써 구글벤처스 등 다수의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됐다.

조너선 다우니가 2011년 설립한 에어웨어는 기업용 드론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다. 다우니는 매사추세츠공대(MIT) 졸업 후 보잉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과 2500만달러(약 290억원)를 투자해 에어웨어를 설립했다. 주로 보험, 광산, 건설 등의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드론 솔루션을 제공했다.

드론이 잘 작동하려면 기계 부분인 하드웨어와 드론비행 운영체제(OS)인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에어웨어는 드론에 들어가는 바로 이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로 출발했다.

당시 에어웨어의 소프트웨어는 드론을 조작하는 최고의 운영체계였다. 에어웨어의 모듈장치를 드론에 탑재시키고, 컴퓨터나 태블릿 화면의 지도에 마우스 등으로 드론의 비행경로를 그려주면 드론이 그대로 비행한다. 일종의 자동항법 시스템이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연간 2500달러의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에어웨어는 드론 분야의 마이크로소프트로 불렸다.

민간용 드론 시장이 성장하면서 드론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에어웨어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에어웨어가 유수의 벤처캐피털로부터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다.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키워오던 에어웨어는 드론 하드웨어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중국 드론 제조사인 DJI의 급성장을 보면서 드론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감지한 것이다.

DJI는 중국 선전에 본사를 두고 2012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진출해 민간용 드론 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드론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던 DJI는 미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며 급성장했다.

민간용 드론 시장 후발 주자였던 에어웨어는 DJI의 성장을 보면서 개발 전략을 소프트웨어 중심에서 하드웨어 중심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이것이 패착이었다. DJI의 시장 장악력이 워낙 강해 에어웨어가 따라잡기 버거웠던 것이다.


실패요인 1│
시장 흐름 못 읽고 무리하게 투자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는 에어웨어가 처음에는 드론 소프트웨어로 틈새시장을 노렸지만 실패했고, 하드웨어 개발로 전략을 바꿨으나 그마저도 DJI의 막강한 경쟁력에 밀렸다고 분석했다.

에어웨어는 실제로 급성장하는 민간용 드론 시장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아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자체 드론 제작을 목표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투자자들은 드론용 소프트웨어에 강점을 지닌 에어웨어가 하드웨어까지 개발하면 기업 가치가 더욱 오를 것으로 봤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자체 드론 개발 경험이 없었던 에어웨어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이미 자체 제작 드론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DJI의 벽은 생각보다 더 견고하고 높았다.

오철 상명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는 “DJI는 드론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무기를 둘 다 갖고 있었다”며 “10년간 드론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로 드론의 비행기술은 점차 정교해졌고, 후발 주자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격차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DJI의 빠른 성장의 비결을 ‘스피드 혁신’이라고 말한다. DJI는 신제품을 내놓는 데 1년이 채 걸리지 않는다. 오 교수는 “후발 업체들이 DJI를 따라잡으려면 일개 회사로는 어렵고 작은 업체들이 모여 연합해 개발해야만 할 정도로 DJI의 품질, 가격, 기술 경쟁력은 모두 뛰어나다”고 말했다.


실패요인 2│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부재

드론 업계 전문가들은 에어웨어가 DJI의 비즈니스 모델을 뛰어넘어 차별화된 시장을 개척하지 못한 것도 실패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박춘배 한국드론산업진흥협회 부회장은 “이미 미국, 프랑스 등 많은 국가의 드론 업체들이 레저용 드론 시장에서 DJI의 저가 공세로 고전하고 있다”며 “DJI가 주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나 다른 시장을 개척하지 않은 것이 에어웨어의 실패 요인”이라고 말했다.

윤광준 건국대 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DJI가 주도하는 시장은 전체 드론 시장의 10%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미 독주체제를 굳힌 DJI를 피해 다른 시장을 발굴해야 한다는 얘기다. 오철 교수는 “드론택시, 드론배송, 농업용 드론, 재난 감시 드론 등 새로운 사업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며 “중소 드론 업체가 모여 기술협력을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드론 시장에 진입해 성공한 업체로는 인텔이 꼽힌다. 인텔은 독일의 어센딩테크놀로지를 인수해 DJI가 흉내 내지 못하는 군집비행 기술을 개발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드론쇼가 바로 인텔의 작품이다. 인텔은 특수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DJI가 진출하지 못한 차별화된 영역을 개척했다.


plus point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 70% 장악한 DJI

왕타오 DJI CEO. 사진 블룸버그
왕타오 DJI CEO. 사진 블룸버그

2006년 중국 광둥성 선전의 한 잡지사 창고에서 20대 청년 4명이 시작한 DJI는 이제 직원 8000명을 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창업 12년 만에 세계 민간용 드론 시장 70%를 점유했고, 최근 4년간(2014~2017년) 매출액은 57배, 기업 가치와 종사자 인원은 각각 222배, 24배로 급증했다. 이렇게 독보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꼽히는 것은 ‘누구도 따라잡지 못하는 기술력’이다. DJI가 공중촬영만 가능하던 수준의 드론에 인공지능(AI) 기능을 탑재하고 자체 정보처리가 가능하도록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년이었다.

이러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은 연구·개발에 전폭적으로 투자한 결과다. 전체 직원 8000명의 33%인 2600여 명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왕타오 DJI CEO는 전체 인력의 3분의 1을 연구 인력으로 유지한다는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DJI는 빠른 선진국 진출 전략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신흥 시장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은 후 선진국으로 나가는 기존 중국 방식과 달리, 선진국을 먼저 공략하는 전략을 펼쳤다. 2012년 미국 LA에 첫 해외 지사를 세운 후 현재까지 15개 해외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화웨이·알리바바 같은 중국 글로벌 기업이 창업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해외 매출이 절반을 넘지 못했던 것과 달리 DJI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80%를 해외에서 올렸다.

백예리 기자, 하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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