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현지시각) MLB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LA 다저스를 5대1로 꺾고 우승이 확정돼 기뻐하는 보스턴 레드삭스. 사진 MLB
10월 29일(현지시각) MLB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LA 다저스를 5대1로 꺾고 우승이 확정돼 기뻐하는 보스턴 레드삭스. 사진 MLB

“레드삭스를 우승으로 이끈 건 ‘우리는 하나’라고 믿는 단결력이었다.”

미국 메이저리그 프로야구(MLB) 구단 보스턴 레드삭스(이하 레드삭스)의 구단주 존 헨리는 월드시리즈 제패 후 단결력을 우승 비결로 꼽았다. 레드삭스는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LA 다저스(이하 다저스)에 5차전 중 4번을 이겼다. 레드삭스는 10월 27일(현지시각) 3차전 단 한 경기만 패배했다. 야구의 정식 경기는 9회까지인데, 월드시리즈 3차전은 연장 18회까지 갔던 치열한 혈투였다.

3차전 경기에서 패한 후 레드삭스 선수들이 로커룸에서 보여준 단결력은 이 팀이 월드시리즈를 제패한 비결이었다. 알렉스 코라(43) 레드삭스 감독은 로커룸을 찾아 회차가 평소 두 배 수준에 달했던 경기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들에게 “함께해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레드삭스의 유격수 잰더 보가츠는 그 말을 들었을 때 “그 경기에서 이긴 듯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레드삭스의 팀 분위기를 가감 없이 보여준 장면은 연장 12회부터 6이닝을 버티다 마지막 홈런 하나에 패전 투수가 된 네이선 이볼디 선수가 로커룸에 들어섰을 때다. 선수들은 그를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코라 감독은 경기가 끝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야구 역사상 가장 영웅적인 노력이었다”며 이볼디 선수를 치켜세웠다. 투수 데이비드 프라이스 선수는 이볼디 선수에게 여느 때처럼 ‘같이 게임하자’고 했고, 다음 날 아침 두 선수가 게임기 앞에 나란히 앉아 여유롭게 게임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반면 3차전에서 레드삭스를 3대2로 꺾고 승리한 다저스는 다음 날 4차전에서는 경기 초반부터 레드삭스를 따라잡지 못하다 결국 6대9로 패배했다. 경기에서 실수하고 로커룸으로 돌아온 동료를 격려했던 레드삭스와 달리, 다저스의 로커룸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팀 단결력, 감독의 믿음에서 나와

레드삭스 선수들이 단결할 수 있었던 비결은 코라 감독의 ‘믿음’이었다. 코라 감독은 3차전에서 이볼디 선수를 연장 12회부터 투입했다. 이볼디 선수는 다음 날(10월 28일) 경기인 4차전 선발 투수였다. 야구에서 다음 날 선발로 예정된 선수를 전날에 당겨서 투입하는 전략을 쓰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볼디 선수의 체력과 가능성을 믿고 파격적인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재키 브래들리 주니어도 코라 감독이 믿고 기다린 선수다. 브래들리 선수는 레드삭스의 유망주지만, 4월부터 9월까지 열리는 정규시즌 초반에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타율이 2할 3푼 4리에 그쳤다. 하지만 코라 감독은 브래들리 선수의 가능성을 믿었고, 그는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브래들리 선수는 10월 14일에서 19일까지 열린 챔피언십시리즈 아메리칸리그(ALCS) 2차전에서 역전 결승 3타점 2루타, 3차전에선 승부에 쐐기를 박는 만루홈런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ALCS를 9타점으로 마감했는데, 이는 ALCS에 참여한 레드삭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 양 팀 통틀어 최고 기록이다. 레드삭스는 브래들리 선수의 활약에 힘입어 애스트로스와 ALCS 경기 중 1차전 제외 4경기를 이겨 월드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다.

코라 감독은 “브래들리 선수의 정규시즌 초반 성적은 좋지 않았지만 시즌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서의 성적은 놀라울 뿐”이라며 “그가 매우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브래들리 선수도 “코라 감독은 우리 선수들을 위해 항상 싸워줄 것”이라고 거들었다. 브래들리는 ALCS 최우수선수(MVP)뿐만 아니라 11월 5일 2018 골든글러브 아메리칸리그 중견수 부문 수상자로도 선정됐다.

강영철 한양대 특임교수는 “코라 감독은 조직의 공동체 의식, 꼭 우승할 거라는 믿음, 열정을 끌어내는 리더십이 있었고 이는 선수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은 ‘좌우놀이’에 집중하는 등 선수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공식’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좌우놀이는 좌투수에겐 우타자, 우투수에겐 좌타자를 기용하는 전술인데, 통상적으로 승률이 높은 전략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다저스가 레드삭스에 진 이유로 로버츠 감독의 틀에 박힌 전략을 꼽았다. 켄 로젠탈 야구 칼럼니스트는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디 애슬래틱을 통해 “로버츠 감독은 짜놓은 각본에 집착한 나머지 변화무쌍한 상황에 맞춰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뉴욕포스트의 메이저리그 전문기자 조엘 셔먼도 “로버츠 감독은 승부사로서의 ‘감’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plus point

日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연승 비결
손정의 회장, 전폭 지원…유망주 직접 키워

이정은 인턴기자

일본 프로야구의 ‘후쿠오카 소프트뱅크 호크스(이하 호크스)’가 11월 3일 일본시리즈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2005년 소프트뱅크가 팀을 운영하기 시작한 후 수년간 부진했지만 2011~2018년 일본시리즈에서 5번 우승하며 명문 구단으로 거듭났다.

호크스 구단주인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하면서도 구단 운영은 감독의 자율에 맡겼다. ‘돈은 내겠지만, 말은 하지 않겠다(お金は出すけど、口は出さない)’라는 원칙 때문이다. 일본 매체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올해 호크스가 소속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연봉 총액은 47억7392만엔(약 477억3920만원)이다. 호크스는 일본 프로야구 리그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지급하는 구단 순위에서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연봉만 많이 준 게 아니다. 코치진과 선수들이 직접 다른 구단 선수들과 본인의 역량을 분석할 수 있도록 첨단 기기도 지원했다. 지급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 설치된 앱 ‘Hawks(호크스)’엔 다른 선수들의 경기 영상과 기록이 담겨 있다. 첨단 분석 기기도 들였다. 연습 장면을 녹화하면 바로 옆 스크린에서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5초 지연 재생 기기’다. 재활훈련을 위해 갖춘 유수풀 크기는 일본 최대다.

호크스가 명문 구단으로 거듭나는 데는 든든한 재정 지원에 더해 유망주를 길러내는 ‘육성 선수’ 시스템도 한몫했다. 호크스는 2011년에 1군과 2군으로 구성된 선수단에 3군을 추가했다. 육성 선수는 3군부터 시작해 1군으로 올라온 선수를 말한다. 호크스는 이들에게도 시합에 출전할 기회를 마련해 실전 경기 감각을 길러줬다.

호크스 육성 선수의 활약은 이번 시즌에 특히 돋보였다. 육성 선수 가이 다쿠야는 2011년 호크스에 3군 선수로 입단해 3년 만에 1군 포수로 발탁됐는데, 일본시리즈 MVP로 선정되기도 했다. 포수가 일본시리즈 MVP가 되는 것은 드물어 주목받았다.

하지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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