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의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은 가운데 코스피 지수가 어느새 1400선을 넘어서며 주식시장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증시의 강세는 전 세계 공통 현상이다. 오르는 주가를 보며 경기 회복 기대감도 피어난다. 특히 글로벌 경기가 살아날 경우 선진국보다 이머징 마켓(신흥시장)의 성장 폭이 더욱 클 전망이어서 한때 국내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머징 마켓 투자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마침 이머징 마켓 투자의 대가인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에셋 매니지먼트 회장 겸 수석 펀드매니저가 한국을 찾았다. 우리 나이로 74세인 모비우스 회장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투자 대상을 찾아 연간 200일 이상 세계를 여행하는 활기 넘치는 투자 전문가다. 그를 만나 이머징 마켓 및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견해와 앞으로의 전망을 물어봤다. 모비우스 회장은 이머징 마켓 가운데서도 중국과 인도, 브라질을 특히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꼽았다. 업종으로는 소비재와 원자재에 주목하고 있으며, 한국 시장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한국 증시에서는 전자업종과 건설업종의 주가가 충분히 합리적인 가격까지 빠진 것으로 보여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증시 전망 긍정적…     전자부문 관심 갖고 있다”

작년 증시 급락 이후 올해 상반기 각국 증시가 반등하고 있습니다. 이를 약세장 속 일시적 반등으로 보는 시각과 강세장 초입이라는 시각이 대립 중인데요, 지난 3월에 회장님은 이머징 마켓에 강세장이 이미 시작됐다고 밝히셨습니다. 이 견해는 아직도 유효합니까?

저는 지난 3월 이머징 마켓이 ‘다음 강세장을 위한 기반을 닦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시장은 일정 기간의 변동장세를 거쳐 다시 상승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저의 전망 이후에 이머징 마켓은 30% 이상 상승했고, 우리는 사실상 이미 강세장이 시작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계속 상승하기만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조정을 거쳐야겠지요.

글로벌 증시가 상승하고 있지만 실물경기가 회복됐다는 근거가 분명치 않습니다. 저금리에 따른 유동성의 힘이 주가를 밀어 올린다는 견해도 많습니다.

주식시장의 최고점이나 실물경기의 회복시점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현재의 글로벌 시장 상황과 1930년대 대공황 간에는 큰 차이점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 정부가 조기에 발 빠른 대응에 나서 자국 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지지하기 위한 전례 없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글로벌 경제에 있어 제가 우려하는 부분은 자국의 경제 보호를 위해 무역 및 상호 교류에 있어 ‘보호주의’를 실시할 가능성과 그로 인한 중단기적 손실 가능성 부분입니다.

선진시장과 비교해 현재 이마징 마켓은 어떤 매력이 있습니까? 이머징 마켓 투자 시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요?

세계은행의 정의에 따르면 이머징 마켓은 ‘국민 1인당 소득이 높지 않거나 주식시장이 발달되지 않은 국가’를 말합니다. 이머징 마켓은 보통 선진시장보다 빠르게 성장합니다. 국제통화기금(IMF) 통계에 따르면 세계 성장의 약 3분의 2는 이머징 마켓 및 프런티어 마켓(저개발 시장)의 성장에 기인합니다.

이머징 마켓 국가가 선진시장의 상품 및 서비스를 구하는 수요는 감소하는 반면, 이머징 국가의 세계 무역량 증가 기여도는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는 세계 경제에서 이머징 마켓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짐을 의미합니다.

물론 선진시장보다 이머징 마켓에 두드러진 위험 요소들이 있습니다. 정세 불안, 부정적인 방향으로의 규제 변경, 통화 가치 하락, 외국 투자자 규제 등이 그것입니다.

특히 환율 변동으로 인해 이머징 마켓 투자자산의 가치가 크게 달라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아울러 과거의 뛰어난 성과만을 보고 투자하는 우 역시 범해선 안 되겠지요.

이머징 마켓 중에서도 특히 규모가 작은 시장은 제대로 분석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이들 이머징 마켓 기업들의 잠재력이 잘못 이해되거나 간과되어 장기적인 기업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도 있지요. 이머징 마켓은 특정 악재나 이머징 마켓 전반에 대한 우려에 투자자들이 성급하게 반응, 쉽게 대량 매도 사태가 벌어지기도 합니다. 변동성이 큰 것이죠.

이러한 위험 요소들을 극복하려면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투자 관점이 중요합니다.

이머징 마켓 중 특히 더 주목할 지역이나 국가는 어디인가요?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가장 유망한 이머징 마켓은 중국과 브라질, 인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단행한 재정 정책과 통화 완화 정책이 이머징 마켓의 경제 성장을 되살리는 데 한몫 할 것으로 봅니다. 세계 최고의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와 중국의 올해 GDP(국내총생산)는 상당한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이머징 마켓의 내수 성장 역시 희망적인 소식 중 하나입니다. 특히 중국은 세계무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올해 중국 경제는 7~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외환 보유고는 약 2조달러에 가깝습니다. 상대적으로 튼튼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과 선진국에 비해 높은 경제 성장률을 보이는 중국 시장의 장기적인 전망을 매우 긍정적으로 봅니다.

중국 정부는 국내 소비 진작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국내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지속적인 경기 부양책으로 사회간접자본 개발에도 초점을 맞추는 등 정부 차원의 지원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인도의 경우, 정부와 중앙은행은 신용 흐름과 소비를 진작함으로써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경기 부양책 실시, 외국인 직접투자(FDI) 규정 완화 및 인프라 투자 등 공조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의 정책이 경제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려면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러나 개혁 필요성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고, 사회간접자본 개선에도 초점을 둘 것으로 보여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두바이, 카타르, 쿠웨이트,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케냐 등 프런티어 마켓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 프런티어 마켓들은 현재로서는 다른 이머징 마켓에 비해 소규모 저개발 시장이지만 향후 주요 이머징 마켓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시장들입니다. 보다 장기적인 프런티어 마켓의 전망은 비교적 양호한 펀더멘털과 선진시장에 비해 높은 성장률을 고려할 때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판단합니다.

프런티어 마켓 국가들은 그간 외환 보유고를 상당한 규모로 축적해 외부 요인에 의한 혼란을 더 잘 견딜 수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글로벌 증시 조정세로 인해 주가는 더욱 매력적인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현재 프런티어 마켓 대부분의 밸류에이션(주가 수준)은 높지 않은데, 실적 약화 전망이 이미 반영되어 있다고 봅니다. 투자자들이 회귀할 경우 장차 주가가 반등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앞으로 회복세를 보일 전망인 남아프리카공화국, 터키, 동유럽에 대한 관심도 필요합니다.

이머징 마켓에서 유망한 투자 업종은 무엇으로 보십니까?

현재 글로벌 증시에서 가장 매력적인 업종은 원자재(석유화학 기업과 철강사 등 에너지 기업 포함)와 소비재(은행, 통신, 유통 등 소비자 서비스 포함)라고 생각합니다. 이머징 마켓 투자도 여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개인 소득이 늘어나고 소비재 관련 수요가 활발해 소비자 중심 주식들의 실적 성장 전망은 여전히 낙관적입니다. 원자재 관련주들도 내재가치 이하로 크게 하락했지요. 전 세계적인 원자재 수요가 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관련 주식에 대한 선호도 역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머징 마켓 중 한국 증시는 어떻습니까?

한국은 주요 이머징 마켓 국가로서 이머징 마켓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내수시장이 지속 성장 중이고, 중국 내 한국 기업들의 활동도 주목됩니다.

한국 증시의 장기 전망도 긍정적입니다. 한국 증시는 그 동안 조정을 거친 후 점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많은 한국 기업들의 주식이 값싸게 거래되고 있지요.

글로벌 경제가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약세 및 경쟁 우위에 있는 기술력 덕분에 한국 기업들의 수출 실적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기업들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더욱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며, 기업 투명성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정부의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 조치는 낮은 유가, 저금리와 더불어 한국 증시의 상승 요인으로 봅니다. 특히, 앞으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며 아시아 국가 간의 교류를 통해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증시에서는 소비 관련주 중에서 특히 전자 부문과 건설업종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들 업종의 주가가 합리적인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주가가 많이 올라서 한국 증시가 더 이상 싸지 않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졌다 해도 중요한 것은 개별 기업입니다. 저는 보통 5년 간 장기 성장가능성을 보고 투자합니다. 방한 기간 중 서울, 부산, 강원 지역에서 IT, 소비재, 에너지 관련 대기업들과 조선기자재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업을 약 20여 곳 방문했었는데, 아직도 기업 가치와 비교해 싼 기업들이 많았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새로 투자할 만한 회사는 찾으셨나요?

그럼요. 몇 곳 발견했습니다. 어딘지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요.(웃음)

지난 4월, 국내에 모비우스 회장의 전기를 그린 만화가 출간되어 금융업계에 작은 화제가 됐다. 제목은 <이머징 마켓을 움직이는 미다스의 손 마크 모비우스>. 일본인 작가가 그린 일본 만화를 우리나라 출판사가 번역해서 낸 것이다. 이 만화에는 모비우스 회장의 어린 시절부터, 투자할 기업을 찾아 전 세계를 누비는 모습은 물론, 심지어 왜 그가 지금 같은 대머리 스타일을 하게 되었는지 같은 재미난 내용도 나온다. 모비우스 회장은 이 책에 사인을 부탁한 기자에게 사인을 해주면서 한글로 기자의 이름을 써 기자를 놀라게 했다.

전기 만화를 읽어 보니 이머징 마켓 투자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하셨더군요. 이머징 마켓 투자와 관련해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저는 연간 200일 이상을 전 세계 이머징 마켓을 방문해서 유망한 성장 기업을 발굴합니다. 아직 이머징 마켓 투자가 미미하던 1980년대부터 직접 찾아 다니며 투자 대상을 결정했고, 특히 초기에는 잊지 못할 에피소드들이 많았어요.

프랭클린템플턴 인베스트먼트가 처음 이머징 마켓 투자를 시작한 것은 제가 템플턴 에셋 매니지먼트에 입사했던 1987년으로, ‘이머징 마켓’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지 얼마 안됐을 때였죠. 당시 외국인 투자를 허용하는 이머징 마켓 국가는 멕시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홍콩, 태국, 필리핀 등 단지 6개국에 불과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1988년 12월에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했을 때였는데, 쿠데타 때문에 호텔 밖에서 날아온 총알에 맞을 뻔했었죠. 1988년의 필리핀은 거듭된 군부의 쿠데타로 혼란스러웠는데, 정치 불안으로 무역수지와 경제수지 모두 악화일로였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국가가 아닌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에 기초한 분석을 통해 투자를 결정했고,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수익을 거뒀습니다. (이 에피소드는 만화에도 나온다. 투자할 기업을 찾아갔다가 생명의 위협을 받아본 펀드매니저가 지구상에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제가 총괄하고 있는 템플턴 이머징 마켓 그룹의 투자 대상은 초기 6개국에서 이제 50개국이 넘습니다. 라틴아메리카, 중동, 사하라 이남 지역, 중앙 및 동유럽, 아시아 지역 전체 등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지요. 캄보디아, 보츠와나, 모로코, 라트비아 및 파나마 등도 투자 대상국입니다. 세계 15개 이머징 국가에서 상주하는 이머징 마켓 전담 포트폴리오 매니저, 애널리스트 및 상품 전문가 39명으로 구성된 템플턴 이머징 마켓 그룹은 지난 20여 년간 이머징 마켓 투자를 선도하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겪었고, 이는 저희의 투자 철학 및 전략 실행에 가장 값진 거름이 되고 있습니다. 

전기 만화로 특히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었습니까?

제가 항상 강조하는 불굴의 용기(fortitude), 인내(patience), 성실한 노력(hard work)이 독자나 투자자들에게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미개척 시장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체험으로 기회를 발굴하고, 이를 장기적인 수익으로 이끌어가려면 필수적인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마크 모비우스(Mark Mobius) 회장 약력

1987년 템플턴 이머징 마켓 펀드의 대표 펀드매니저로 템플턴에 합류, 현재 템플턴의 이머징 마켓 투자를 담당하는 템플턴 에셋 매니지먼트 회장 겸 수석 펀드매니저. 전 세계 15개의 템플턴 이머징 마켓 사무소와 템플턴 이머징 마켓 포트폴리오 운용 총괄. 30년 이상 이머징 마켓에서 비즈니스 수행.

세계은행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글로벌 기업 지배구조 포럼 및 투자자 책임 태스크 포스’ 공동 의장

2006년 <아시아 머니> 선정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

2001년 인터내셔널 머니 마케팅 선정 ‘2001년 이머징 마켓 주식 펀드매니저’

1999년 칼슨그룹 조사 ‘20세기 Top 10 펀드매니저’ 

1998년 <로이터> 조사 ‘최고의 글로벌 이머징 마켓 펀드’ 외 다수

보스턴 대 학사(Fine Arts·순수예술) 및 석사(Communications). MIT 정치경제학 박사.

주요저서

<Trading with China>  

<The Investor's Guide to Emerging Markets>

<Mobius on Emerging Markets> 외 다수

 

 

이혜경 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