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의 은퇴가 폭풍처럼 밀려올 전망이다. 이는 약 10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부분의 베이비부머는 직장생활과 가족부양만 하다가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채 은퇴를 맞이한다.
그런데 최근 기술을 배워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베이비부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른 창업 지원제도도 쏟아지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베이비부머 직업훈련 과정에서 교육생들이 황토 시공 실습을 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 소지자인 박노철씨가 요리 실습을 하고 있다.

지난 7월9일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 베이비부머 직업훈련과정. 교육생들이 대나무를 엮어 황토를 바르고 있었다. 타일 교육과정 중 벽면을 황토로 시공하는 실습이었다. 후덥지근한 날씨로 인해 교육생들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연신 흘러 내렸다.

시중은행에서 20년을 근무하다 2007년 퇴직한 박의천씨(54)는 “결국은 기술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직장 생활 중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고, 퇴직한 이후에는 부동산 사무실을 열었다. 막상 시작했지만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달랐다. 부동산 경기도 좋지 않아 사무실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퇴직금에 손을 대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그가 선택한 것이 바로 ‘기술’이었다. 그는 “월급쟁이로서는 노후 준비에 한계가 있어 나름 준비를 하고 일찍 퇴직을 했지만 서비스업종에서는 경쟁이 되지 않았다”며 “타일 기술을 배워 새로운 도전에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황토 시공·타일과정을 가르치는 김금선 교수는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12주간 교육의 80%는 실습으로 이뤄진다”며 “교육생들의 기술에 대한 열의가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윤영춘 성남시 직업능력개발센터 행정실장은 “교육생의 90%가 자격증을 취득하고, 절반 정도는 창업에 성공하는 편”이라며 “최근에는 교육생 23명이 사회적 기업을 창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영문학 박사도 제2의 인생을 갖기 위해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바로 올해 한국폴리텍대학 서울강서캠퍼스에 입학한 박노철씨(52)가 그 주인공이다. 영어영문학 박사인 그는 외국계 항공사에 근무했고, 외환위기 이후에는 대학교에서 영어강사로 일했다. 교수를 꿈꾸며 노력을 기울였지만 여의치 않았다. 그가 인생 2막을 위해 선택한 것 역시 ‘기술’이다. 어려서 막연히 꿈꿨던 요리사에 도전하는 박씨는 “힘들게 공부한 영어 실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외국인을 상대로 한국 식당을 오픈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한국폴리텍대학의 베이비부머 직업훈련과정은 만 45세 이상 60세 이하의 중장년층인 실업자, 전직 예정자, 영세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지난해까지는 보일러, 특수용접, 전기공사, 도배 등 블루칼라직종에 대한 교육훈련을 우선적으로 추진했다. 하지만 산업현장에서 융합·복합·첨단 등의 직업 역량이 요구됨에 따라 올해부터는 물류처리, 쇼핑몰 관리운영, 스마트 전기통신설비 등의 다양한 직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2008년 유일하게 한국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에서 시작한 베이비부머 직업훈련은 2011년 3개 캠퍼스·11개 직종, 2012년 6개 캠퍼스·14개 직종, 2013년 15개 캠퍼스·21개 직종으로 점차 확대됐다. 또 2008년 195명이었던 교육생은 지난해 333명으로 늘어났으며, 올해에는 1000명으로 확대된다.


1. 현대중공업의 정년퇴직 예정자들이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퇴직 후 진로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다.
2. SK텔레콤은 베이비붐 세대의 ICT 기반의 창업 지원을 위한 ‘베이비붐세대 행복창업 지원센터’를 열었다.


베이비부머 창업 경쟁 가속화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부머 은퇴자 규모는 2010년 66만3000명에서 2012년 74만3000명으로 증가했다. 향후 10년간 베이비붐 세대가 매년 15만명 이상 일자리에서 퇴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부모를 부양하고, 자녀의 교육까지 책임져야 하는 베이비부머의 은퇴 후 삶이 막막하다는 것이다. 은퇴한 베이비부머가 창업시장으로 몰리면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베이비부머가 직업훈련 등을 통해 재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이후 재취업이나 창업에 실패할 경우 바로 취약계층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지정하는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는 40대 이상 중장년의 창업을 비롯해 재취업, 생애설계 지원, 교육·훈련 등을 지원한다. 이 센터는 기존 노사발전재단 등 19개 센터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올해 대한상의를 비롯해 고양상의, 목포상의, 충남북부상의, 평택상의, 대한은퇴자협회 등 6개 센터가 새로 문을 열었다. 노사발전재단 관계자는 “센터에 창업 등을 의뢰하는 사람들 중 80%가 베이비부머 연령층”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청은 퇴직자의 전문성과 경력을 활용한 시니어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시니어 CEO 맞춤형 창업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니어 CEO 맞춤형 창업지원사업’은 시니어 적합창업 분야에서 창업을 준비하는 40세 이상의 예비창업자 또는 창업 1년 미만의 창업초기기업이 신청할 수 있다. 사업성 평가를 거쳐 선정된 시니어에게는 창업 준비 공간 및 창업교육 제공, 창업·경영 컨설팅, 창업네트워킹, 사업화자금(2000만원) 지원으로 이어지는 4단계 창업 준비 패키지가 제공된다.

한편 시니어 예비 CEO들이 맞춤형 창업지원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전국의 ‘시니어 비즈플라자’도 확대 개편된다. 시니어 비즈플라자는 창업을 준비 중인 시니어를 위해 전문 컨설팅, 입주공간, 회의실, 비즈카페 등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원스톱 창업지원 공간이다.

시니어 비즈플라자는 2011년 2월 서울 노원구를 시작으로 전국 11개 지역에서 운영돼 왔으나 이번에 청주, 대구(달서구) 등 2개 지역을 추가해 13개소로 확대됐다. 비즈플라자 내에서 상시적인 창업상담이 가능하도록 전문 상담인력을 확대 배치하고, 비즈플라자 매니저 대상 전문교육을 확대해 서비스 만족도도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지방자치단체도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은퇴에 대비해 다양한 창업·재취업 프로그램 등을 준비·시행해 왔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은평구 녹번동에 베이비붐 세대의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개관했다. 지원센터는 경제활동을 희망하는 은퇴 세대들에게 재취업·창업 등을 지원하고 사회공헌을 원할 경우 재능기부를 할 수 있도록 연령별, 소득·지식 수준별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울시는 2015년까지 센터 15곳을 개설하고, 2017년에는 전 자치구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외에도 경상남도, 경기도 등이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후 노후 설계를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민간기업도 베이비부머의 창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 7월15일 베이비붐 세대의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창업 지원을 위한 ‘베이비붐 세대 행복창업지원센터’를 열었다. 서울 중구 명동 YWCA 빌딩에 마련된 창업지원센터는 만 45세 이상 예비 창업가 등을 대상으로 한 창업 아이템 공모에서 최종 선정된 10개 팀에 6개월간 무상 제공된다. SK텔레콤은 이 센터에서 베이비붐 세대에게 창업을 위한 교육, 멘토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SK텔레콤은 매월 정기 모임을 통해 창업자들이 사업계획을 구체화하고, 창업 과정 중 발생 가능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법인 설립, 창업 실무와 절차, 특허 중심의 사업전략 수립, 프레젠테이션 스킬 등을 주제로 한 교육 과정을 월 1회 진행해 창업자들에게 회사 운영에 필요한 기본기도 제공한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IT 분야에서 창업 및 인큐베이팅 경험이 있는 사외 전문가 멘토와 사내 전문가 멘토단을 구성해 멘토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밖에 베이비붐 세대 창업가들만의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베이비붐 세대를 위한 맞춤형 창업 심리 상담 및 힐링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청년 창업가들과의 교류를 위해 각종 행사와 교육 참석을 지원하고 창업 관계자를 초청하는 ‘네트워킹 데이’도 시행할 예정이다.

아예 퇴직을 앞둔 임직원을 대상으로 창업 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퇴직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감을 완화하고, 퇴직 후 사회에 조기 적응하도록 지원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부터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는 직원들을 위한 퇴직지원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했다. 1954년·1955년생 생산기술·사무기술직 1800명이 대상이다. 정년퇴직 예정자들은 모두 18차례로 나눠 각각 40시간씩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흥미와 관심사를 분류하는 개인별 특성 파악 단계를 거치면 퇴직 후 진로에 대한 설명회, 개인별 진로계획 수립 등의 시간을 갖는다. 또 재취업, 창업 등에 대한 전문교육도 실시된다.

포스코도 정년퇴직 예정 직원들이 성공적인 제2의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퇴직 예정자 교육프로그램인 GLD(Green Life Design)를 운영하고 있다. 2001년부터 운영한 퇴직예정자 교육프로그램을 변화된 사회 여건에 맞게 개선해 2009년부터 실시한 것이 GLD다. GLD는 퇴직 2개월 전 성공설계 워크숍으로 시작된다. 퇴직 예정자들은 3일간의 워크숍을 통해 전문 강사와 함께 창업·재무·노후준비 등을 진단해 창업·재취업 성공전략, 자기관리 등 성공적인 인생설계를 하게 된다. 그리고 퇴직하는 해당 월에는 배우자와 함께 부부 워크숍에 참석한다. 1박2일 동안 건강, 재테크 등의 교육과 체험활동을 통해 부부간 파트너십을 더욱 돈독히 하고 비전을 공유하게 된다.

현대중공업·포스코 퇴직 직원 지원

성공설계 워크숍 및 부부 워크숍과 별도로 e-러닝과 맞춤형 컨설팅이 생애관리, 창업, 재취업, 재테크 등 4개 영역별로 상시 지원된다. 퇴직 예정자들은 e-러닝을 통해 자가 학습을 할 수 있으며,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나 컨설턴트의 자문을 구할 수 있다.

퇴직자의 전직이나 창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아웃플레이스먼트를 도입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아웃플레이스먼트는 회사를 떠나는 임직원들이 퇴사 이후의 삶을 잘 꾸려갈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서비스를 통칭한다. 국내 1위의 전직지원 전문기업인 LHH DBM코리아의 유홍렬 부사장은 “베이비부머의 은퇴가 늘어나면서 이들이 다른 직종이나 업종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아웃플레이스먼트 컨설팅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비부머 창업 지원 제도


Tip

기술 필요 없는 PC방·노래방 창업 피해야

PC방·노래방이 베이비부머가 창업하면 안 되는 업종 1위에 올랐다. 자영업자 간 점포거래소인 점포라인이 지난 6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존 자영업자 중 39%는 PC방이나 노래방을 창업하지 말아야 할 업종으로 선택했다. 이는 PC방 등은 누구나 일정 자본만 있으면 창업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아 치열한 경쟁을 피할 수 없고 이에 따라 수익성도 낮아진다는 시각에서다.

PC방·노래방 다음으로 한식점·주점 등 외식업종이 2위를 차지했다. 역시 자본만 있으면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창업이 가능한 업종인 만큼 베이비부머가 성공하기 어렵다는 풀이로 해석된다. 이 밖에 의류 및 신발, 액세서리 등 패션용품업종, 제과점 및 커피전문점 등 패스트푸드업종이 그 뒤를 이었다.

점포라인 관계자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 후 수입이 끊어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성급하게 자영업을 선택해 창업을 할 경우에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며 “자신이 경력을 쌓아온 분야와 관련된 업종을 찾거나 기술 차별화로 경쟁할 수 있는 업종을 창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베이비부머가 창업할 수 있는 업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시니어 적합 창업분야는 6대 분야 40개 업종으로 컨설팅, 지식서비스, 스포츠·레저, 실버도우미, 소셜네트워크, 귀농서비스, 농특산물 재배·가공, IT서비스업, 지역사회 서비스, 복지지원 등이다.

장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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