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부동산세가 강화되면서 고가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사진 연합뉴스
종합부동산세가 강화되면서 고가 주택 소유자와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서울 잠실의 한 아파트 상가 부동산중개업소.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이 공개됐다. 보유세는 부동산을 소유한 모든 이가 내야 하는 재산세와 고가 주택 또는 다주택자 등 이른바 ‘집 부자’가 내는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로 나뉘는데, 정부는 종부세 강화를 선택했다.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세금을 부과하는 대상 금액을 정할 때 주택 공시가격을 얼마나 반영할지 정해 놓은 비율)을 현행 80%에서 100%까지 끌어올리고, 이명박 정부 시절 대폭 낮아진 세율을 다시 상향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다주택자의 경우 세부담이 최대 38%까지 증가해 이들의 심리적 위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6월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공동으로 ‘바람직한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 정책토론회를 열고 보유세 개편 권고안을 발표했다. 권고안에는 네 가지 시나리오가 담겼다.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해마다 2~10%포인트씩 올리는 방안 △세율을 기존 0.5~2.0%(주택 기준)에서 0.5~2.5%로 인상하는 방안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을 모두 인상하는 방안 △1주택자는 공정시장가액 비율만 올리고, 다주택자는 세율까지 인상하는 방안 등이다.

종부세는 2주택 이상 다주택자 중 모든 주택을 합친 가격이 6억원 이상일 경우, 1주택자는 9억원이 넘는 경우 부과된다. 세금 액수는 시세의 60~70% 수준인 공시가격에서 기본 공제 6억원(1주택자는 9억원)을 빼고, 남은 금액에 다시 공정시장가액 비율 80%를 곱해 과세표준을 산출한다. 이 과세표준에서 구간에 맞는 세율(0.5~2.0%)을 적용하면 최종적으로 내야 할 종부세액이 나온다. 1주택자 중 60세 이상 고령자이거나 5년 이상 장기보유자는 최대 40%까지 추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특위는 7월 3일 최종안을 정부에 보고할 예정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공정시장가액 비율과 세율을 모두 인상하는 3안이다. 시장에서는 1주택자의 경우 실수요자인 만큼 다주택자와 차등 적용하는 4안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그러나 6월 26일 최병호 특위 조세소위원장의 발언으로 무게는 3안으로 쏠렸다. 최 위원장은 “1주택자는 이미 종부세 과세기준금액이 높고, 장기보유특별공제나 고령자공제로 충분히 공제받고 있는 만큼 추가로 세율 우대 등 배려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1주택자에게만 세율 우대를 하면 다주택자와 세율체계가 달라져 이원화되는 문제도 있다”며 “위원들 간 최종 토론을 거치겠지만, (1주택자에 대한) 추가 배려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과 시장은 대체로 ‘예상보다 약하다’는 평가다. 종부세 인상 타깃의 범위가 크게 늘어나지 않고, 세수 증가액도 최대 1조3000억원에 불과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도 ‘세금폭탄’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획재정부는 “특위가 제시한 개편 시나리오에 따라 종부세를 계산해 볼 경우, 합산 시가 30억원(공시가격 21억원) 상당의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경우 종부세부담 수준은 현행 462만원에서 적게는 521만원(12.7%), 많게는 636만원(37.7%) 정도로 증가한다”며 “이는 시가 대비 0.17%에서 0.21% 정도”라고 밝혔다. 이어 “이 경우도 현행 제도상 세부담의 급격한 상승을 제한하는 ‘세부담 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어 실제 개별 사례에서는 부담 수준이 더욱 낮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위축된 시장, 보유세 강화로 ‘찬물’

문재인 정부가 보유세를 개편하겠다는 신호를 이전부터 보내오긴 했지만, 현 시점이 과연 보유세를 손질해야 할 시기인가에 대해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보유세는 급격한 가격 상승을 억제하고 가격 변동폭을 완화시켜 부동산 가격 안정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지만, 현재 정부의 잇따른 규제 강화로 시장이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는 거래 절벽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지난해 8월 0.2%에서 올해 1월 0.14%, 3월 0.12%로 낮아지다 5월 -0.03%를 기록했다. 특히 서울은 올해 1월 0.86%까지 상승했지만 5월 들어선 0.21%까지 낮아졌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만 볼 것이 아니라 지방도 봐야 하는데, 현재 지방 부동산 시장은 붕괴 직전”이라며 “이 같은 시점에서 보유세 강화는 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들이 지방에 있는 수익성 낮은 주택을 처분하고 서울에 위치한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이번에 발표된 보유세 개편안은 올해가 아닌 내년에 적용되는 세제개편안에 포함될 내용인 만큼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지 수요억제책이 나온 상황에서 보유세 인상 시그널까지 더해진다면 심리적 부담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거래가 위축되거나 가격도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유세 인상에 따른 ‘반대급부’ 차원에서 거래세(취득세·양도세) 인하 요구가 있었지만, 이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아쉬움을 사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한국은 보유세 비율보다는 거래세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며 “보유세를 인상한다면 거래세 인하도 함께 종합적으로 개선해야 조세정의, 조세형평성 등 조세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한국은 거래세 중에서도 양도세 비율이 높은데, 양도세를 낮출 경우 투기 수요의 퇴로를 열어줘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양도세 인하 논의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유세 개편안 발표 이후 다주택자들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 규제가 일회성이 아닌, 최소한 현 정부 내에서만큼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4월부터 다주택자 양도세 강화로 압박이 시작됐다. 서울 등 조정 대상 지역(서울, 경기·부산 일부, 세종시 등) 내 다주택자는 주택을 양도할 때 양도차익의 최대 62%까지 세금으로 내야 한다. 다만 양도세는 거래 시 발생하는 세금인 만큼 팔지만 않는다면 세금을 낼 필요가 없어 ‘버텨보겠다’는 다주택자가 많았다. 그러나 보유세는 가지고만 있어도 세금이 부과돼 다주택자들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세금을 낼 여력이 없는 다주택자의 경우 임대사업자 등록을 적극 검토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함영진 빅데이터랩장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주택 처분이 제한되지만 양도세 중과 배제 및 종부세 합산 배제를 적용받기 때문에 절세가 가능하다”며 “게다가 내년부터는 연 임대소득 2000만원 이하인 주택 소유자도 임대소득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임대사업자 등록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 2000만원 이하 임대사업자가 정부에 등록할 경우 건강보험료를 8년 임대 시 80%, 4년 임대 시 40% 감면받을 수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등록 임대사업자 수는 2016년 12월 19만9000명에서 올해 5월 32만5000명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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