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단양군 매포읍 하시리 메가솔라 태양광 발전소 전경. 산 정상을 깎아 만들었다. 사진 조선일보 DB
충북 단양군 매포읍 하시리 메가솔라 태양광 발전소 전경. 산 정상을 깎아 만들었다. 사진 조선일보 DB

정부의 태양광 발전 보조금을 대신 집행하는 한국에너지공단(이하 에너지공단)은 최근 부랴부랴 태양광 설비 발전량에 대한 연구용역을 시작했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태양광 발전 보조금으로 설치된 설비의 발전량이 얼마냐?”고 질의했는데 정확한 발전량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으로 에너지 정책을 전환하면서 태양광 설비를 위해 매년 지급되는 보조금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정부가 2004년부터 올 8월까지 태양광 설비에 투입한 보조금은 1조원이 넘는다. 하지만 보조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고 전력을 얼마나 생산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다. 또 이렇게 허술한 관리를 이용해 일부 친(親)정부 인사들이 대표로 있는 태양광 설비 업체들이 태양광 보조금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탈원전 정책 편승해 보조금 급증

정유섭 의원실에 따르면 에너지공단에서 2004년부터 올 8월까지 태양광 설비에 투입한 보조금은 1조1788억원에 달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보조금 규모가 급격히 늘고 있다. 2016년 591억8200만원이던 보조금은 지난해 607억4800만원까지 증가했고 올해 1~8월까지 1241억500만원이 지원됐다. 이 보조금은 정부가 개인 신청자나 지방자치단체가 태양광 발전 설비를 설치하겠다고 신청하면 내준 돈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 돈으로 설치된 장비가 생산하는 전력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보조금을 지원해 태양광 설비를 만들어준 후 사후관리를 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산업부와 에너지공단은 보조금을 지자체나 개인에게 전달한 후 사업비 정산 내역만 보고받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세금으로 국비 보조금을 주는데 발전량과 같은 기초 통계도 알지 못해 이제야 에너지공단에서 연구용역을 통해 발전량 분석을 한다”며 “엄청난 보조금을 쓰고도 관리는 부실하기 그지없다”고 했다. 에너지공단은 “추가 비용이 들어가 지금까지 모니터링하지 못했다”며 “단계적으로 발전량 모니터링을 확대할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보조금이 허술하게 관리되다 보니 일부 태양광 설비 업체들의 보조금 독식이 문제점으로 드러나고 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와 에너지공단에서 지난해 전국 48개 태양광 업체에 제공한 보조금은 107억9500만원이다. 이 중 40%인 43억4700만원이 특정 업체 세 곳에 몰렸다. 이 세 곳은 녹색드림‧서울시민햇빛발전‧해드림으로 모두 현 정부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이 이사나 이사장으로 있다.

허인회 녹색드림 이사장은 민주당 전신인 열린우리당 청년위원장을 지냈고, 박승옥 서울시민햇빛발전 이사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활동했다. 박승록 해드림 이사장은 한겨레두레공제조합 사무국장을 지냈다. 이들은 박원순 서울시장, 임종석 청와대비서실장 등 현 정부 핵심 인사들과 친분이 있다.

야권에서는 이들 업체가 친분을 이용해 서울시와 정부에서 추진하는 태양광 사업 시공 업체로 선정돼 보조금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와대 “한전은 태양광 사업 하지 마라”

이들 친정부 태양광 설비 업체가 이권을 챙기려 집단행동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곽대훈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한국전력(한전)의 학교 태양광 사업 담당자들은 청와대의 긴급호출을 받았다. 이들은 청와대에 불려간 자리에서 “학교 태양광 사업은 서울시민발전조합연합회와 잘 협의해서 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한전이 학교 태양광 사업을 하지 말라는 요구였다.

학교 태양광 사업은 여름에 전기료가 많아 에어컨을 마음대로 켜지 못해 찜통교실이 되는 것을 해소하기 위해 학교 옥상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해주는 사업이다. 한전은 이 사업을 위해 4000억원을 투자해 자회사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곽 의원실은 친정부 업체들이 포함된 서울시민발전조합연합회가 청와대를 통해 한전 사업을 가로막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은 “친정부 인사들이 태양광 시장을 모두 가져가기 위해 압력을 행사하고 이런 행동을 청와대와 정부에서 그대로 놔두거나 지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의원은 “친여 성향 협동조합 보조금 몰아주기 등 태양광 사업 전반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plus point

보조금 의존한 中·日 태양광 업계 경쟁 치열해지자 도산·적자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의 일환으로 태양광 보조금을 크게 늘리고 있지만 주요국에선 오히려 태양광 관련 보조금을 줄이거나 없애고 있다. 이는 보조금 정책 등 인위적인 태양광 산업 육성책이 공급 과잉으로 인한 기업 도산 등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지난 5월 말 중앙정부가 허가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가보조금이 들어가는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금지했다. 또 태양광 발전소가 생산한 전력에 지원되는 보조금도 삭감키로 했다. 중국 정부가 태양광 보조금을 줄인 이유는 정부 정책에 대한 기업의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지급해야 할 보조금 재원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조금 부족액은 지난해 1000억위안(약 16조278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보조금으로 태양광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자 많은 민간 업체들이 과열 양상을 보이며 발전소 건설에 나선 탓이다. 중국의 태양광 발전량은 2016년 30기가와트(GW)였지만 2017년에는 57GW까지 늘었다.

일본은 올해부터 정부의 전기 매입 가격을 낮췄다. 1킬로와트(kW)당 21엔이었던 매입 가격을 18엔으로 인하한 것이다. 보조금으로 인한 부작용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보조금 제도를 적극 도입하자 태양광 설비 주택 분양 업체 등 관련 기업들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이렇게 경쟁 없이 보조금의 그늘 아래서 성장했던 일본 기업들은 20~30% 저렴한 중국, 인도 등의 태양광 설비가 일본에 들어가자 도산했다.

교세라는 미에현(三重縣)의 태양광 패널공장을 폐쇄(2017년 3월)했고 솔라 프론티어는 미야자키현(宮崎縣)의 공장 생산량을 30%나 줄였다. 파나소닉도 지난해부터 오쓰시(大津市) 공장을 가동 중지시켰다. 일본 통계분석 업체 데이코쿠(帝國)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태양광 관련 일본 기업의 도산은 88건으로 전년보다 31.8%가 늘었다.

정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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