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국회의원 연봉이 오른다는 소식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2019년 국회의원 연봉이 오른다는 소식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12월 8일 2019년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은 469조6000억원. 이 거액이 투입될 수많은 용처 중 국민은 국회의원의 ‘연봉’에 주목했다. 일부 매체가 ‘여야가 내년도 의원 연봉이 1억6000만원으로 책정됐다’며 국회의원이 직접 자신의 연봉을 2000만원(14%) 올렸다고 보도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2년 연속 이어진 ‘셀프 인상’에 국회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고, 청와대 국민 청원까지 등장했다. 13일 기준 현재까지 ‘국회의원 연봉 인상 반대’ 청원에 19만명이 넘는 사람이 동의를 표했다.

그러나 내년 국회의원 연봉이 14% 오른다는 보도는 오보로 밝혀졌다. 국회 사무처는 논란이 커지자 “내년 의원 수당은 연 1억472만원으로 올해보다 182만원(1.8%) 늘고 활동비(4704만원)는 그대로라 전체적으론 1억4994만원에서 1억5176만원으로 1.2%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 연봉은 수당과 활동비 두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같은 해명이 나오자 처음 오보를 낸 매체는 기사를 정정했다. ‘국회의원 세비(수당) 인상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빗발치고 있다. 국민들은 불신하고, 분노하고 있다’고 글을 올렸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해당 글을 삭제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론은 여전히 ‘1.8% 인상도 아깝다’는 쪽이다. 1.8%라는 수치는 내년도 공무원 보수 상승률에 따라 같은 수준으로 책정된 것이다. 올해 10월까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1.5%)보다 조금 웃도는 수준이지만, 국민들은 국회의원에게 돌아가는 혈세에 대해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국회 전반을 둘러싼 낮은 신뢰도와 정치 혐오 현상이 기저에 깔려있지만, 이같이 여론이 악화된 데엔 보다 합리적인 이유가 숨어있다. 한국 국회의원 연봉 체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세 가지로 나눠 정리했다.


문제 1│여전히 높은 연봉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한국 국회의원 연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가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한국 국회의원 연봉은 5.18배로, OECD 국가 중 이탈리아(9.34배), 일본(6.57배) 다음으로 많았다. 스페인, 스위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국회의원 연봉은 1인당 GDP 대비 3배 미만이었고, 호주, 영국, 미국 등은 4배 미만이었다.

한국 국회의원 연봉이 이토록 높은 것은 수당에 ‘활동비’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다. 2019년도 수당은 매월 평균 872만원, 1년간 총 1억472만4000원인데, 입법활동비와 특별활동비로 나뉘는 활동비까지 더하면 이들의 연봉은 1억5176만원이 된다. 매달 392만원(입활비 314만원, 특활비 78만원)을 추가로 받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활동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특활비의 경우 회기일수를 기준으로 회의에 참석할 때마다 일정 금액씩 지급된다. 시민단체 ‘세금도둑잡아라’의 하승수 공동대표는 “국회의원이 입법 활동을 하고 국회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런 활동에 추가 수당을 준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며 “게다가 활동비는 비과세 구조라 세금도 떼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국회의원 연봉 체계는 전반적으로 말이 안 되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국회의원 개인이 아닌 의원실에 지급되는 경비까지 포함하면 이들이 실질적으로 누리는 연봉은 더욱 높아진다. 국회사무처가 발간한 ‘제20대 국회 종합안내서’에 따르면, 의정활동 경비로 지급되는 금액은 연간 9251만8690원에 달한다. 사무실 운영비(월 50만원), 차량 유지비(월 35만8000원), 차량 유류대(월 110만원), 정책홍보물 유인비 및 정책자료발간비(한해 최대 1300만원) 등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무수행 출장비, 의원실 사무용품 비용 등도 따로 받는다. 특히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곳은 한해 최대 9명(인턴 2명 포함)까지 채용할 수 있는 보좌진 인건비다. 이를 모두 합하면 의원 1명당 연간 지급액은 7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 2│낮은 업무 효율성

국회의원들이 받아가는 돈에 비해 업무 효율이 낮다는 점 역시 이번 연봉 인상 논란을 부채질한 요인이다. 미국 비영리법인인 세계 사법정의 프로젝트(World Justice Project)에 따르면, 국회가 행정부 권한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있는지를 국회의원 수 대비로 봤을 때 한국은 OECD 28개국 중 5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회의원 보수 대비로 보면 OECD 25개국 중 최하위권인 23위를 기록하고 있다. 투입되는 재원 대비 국회의원들의 입법 효과도 낮았다. OECD 27개국 중 26위에 불과했다.

이 수치를 인용한 서울대 정부경쟁력연구센터의 ‘정부경쟁력 2015 보고서’는 “국회의원들에게 투입되는 재원에 비해 국정감사, 예산심의 등 행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입법부의 기능이 효과적으로 수행되지 않음을 의미한다”며 “그에 비해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은 국회의원 보수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효과적인 국회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문제 3│국회의원이 ‘셀프’ 인상

국회의원들이 자신이 받을 연봉을 직접 책정하고 결정한다는 점 역시 국민들이 반감을 갖는 이유다. 국회의원 연봉은 정부가 관련 예산을 편성하면 국회 운영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이를 심의·의결한 후, ‘국회의원 수당 등 지급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최종 결정된다. 이 같은 제도는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수당 항목의 적정성과 액수 타당성을 국회의원 스스로 결정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한국도 의회 외부에 독립 기구를 설립해 국회의원 연봉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영국은 2009년 독립기구인 ‘ISPA(Independent Parliamentary Standards Authority)’를 설립, 국회의원의 봉급과 수당체계의 적정 수준을 정하고 지출을 감시하고 있다. 부당지출이 의심될 경우 관련 사안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권고안을 제출하기도 한다. 다만 영국처럼 외부 독립기구가 국회의원 연봉을 정하는 국가는 흔치 않다. 오히려 행정부와 사법부 등 입법부 외부의 국가공무원 보수 규정에 연동해 급여를 결정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한국은 국회가 ‘셀프’ 결정하고 있기는 하지만, 법에 따라 공무원보수 조정 비율에 맞춰 국회의원 연봉도 조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추진위원회’는 한국 국회의 경우 의원에게 지급되는 급여 항목을 법에 체계적으로 적시하지 않은 데다, 입활비와 특활비 등 비과세 대상 항목을 중심으로 세비가 증액됐다는 점에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봤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은 “지방 의회도 별도 위원회를 구성해 (연봉을) 결정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만 (셀프 결정하고) 있다”며 “현재 과도한 국회의원 특권은 줄이고, 수당 체계 등의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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