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일자리상황판’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서 ‘일자리상황판’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일째인 2017년 5월 24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 벽에 ‘일자리상황판’을 설치한 후 이를 직접 시연하는 사진을 언론에 공개했다. 일자리 창출을 정권의 최대 경제 정책 목표로 삼았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상징적인 자리였다. 일자리상황판은 고용률과 실업률 등 18개 주요 일자리 지표의 현 상황과 최근 2년간 동향을 보여준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제 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서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라며 “일자리상황판 설치를 계기로 앞으로 좋은 일자리 정책을 더욱 신속하게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앞서 같은 해 5월 16일에는 본인이 직접 위원장을 맡은 대통령 직속기구 ‘일자리위원회’도 출범했다. 이는 대통령 취임 후 ‘1호 지시사항’이었다. 이 위원회는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기획·심의·조정하고 정책 시행을 점검·평가하는 ‘일자리 컨트롤타워’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위원회는 각 부처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 부문과 협력해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2년여가 흐른 현재 일자리위원회의 존재감은 미미하다는 게 중론이다. 일자리상황판 설치 당시 청와대는 고용 관련 전산망과 연계해 각종 지표가 실시간으로 자동 업데이트되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같은 홈페이지 개선 작업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들어서도 일자리위원회는 안일한 활동을 비판하는 언론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만 홈페이지 바탕화면에 공개하는 등 눈에 띄는 활동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고위 공무원은 ‘이코노미조선’과 통화에서 “일자리위원회 출범 당시의 큰 기대감에 비해 역할이 미미하다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다”며 “일 잘하는 직원들은 파견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대한민국 경제가 최악의 고용참사에 신음하고 있다는 점이다. 컨트롤타워가 제 역할을 해야 하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며 유명무실한 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세 가지로 짚어본다.


원인 1│민간 부문 외면하고 세금 투입

우선 정부 고용 정책이 민간 부문을 외면하고 공공 부문에 집중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2월 28일 현재 일자리상황판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국 고용률(15~64세)은 2017년 4월 66.6%에서 올해 1월 65.9%로 0.7%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취업자는 2674만 명에서 2623만 명으로 1.9% 감소했다. 실업률은 4.2%에서 4.5%로 0.3%포인트 상승하는 등 고용 관련 주요 지표가 개선되기는커녕 일제히 악화됐다.

특히 올해 1월 실업자는 122만4000명으로 1월 기준으로 19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쇼크를 넘어 고용참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자리 정책이 민간 부문이 아닌 세금 투입을 통한 공공 부문에 집중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년 대비 늘어난 취업자는 9만7000명으로 2009년(8만7000명 감소) 이후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 취업자 수가 전년보다 5만6000명 감소한 것을 비롯해 도·소매업(7만2000명), 음식·숙박업(4만5000명), 부동산업(1만2000명) 등 민간 부문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7년 취업자가 전년보다 11만9000명 증가했던 건설업도 지난해에는 4만7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공공행정 및 국방 취업자가 전년 대비 5만2000명 증가한 것을 비롯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12만5000명), 농림어업(6만2000명) 등 공공 부문 취업자는 대폭 증가했다. 정부가 직접 인력을 채용하거나, 각종 복지사업 및 귀농사업 지원에 힘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민간 부문 일자리가 줄어든 공백을 정부가 세금을 투입해 공공 부문 일자리로 메운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월 고용지표가 부진해지자 “올해 15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세금 투입형 일자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인 2│10개월 만에 수장 교체

두 번째로 야심 찬 포부를 지니고 출범한 일자리 컨트롤타워의 수장이 금세 교체된 점을 들 수 있다. 고용 정책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시행돼야 한다. ‘일자리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일자리 정책의 기본 방향을 설정하고, 중장기 기본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일자리위원회는 출범 1년도 안 돼 부위원장이 교체됐다. 이 위원회는 대통령이 위원장인 만큼 부위원장이 사실상 수장이다. 이용섭 전 부위원장은 광주광역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10개월 만에 부위원장직을 내려놓았다. 그나마 2017년 5월 위원회 출범 후 2018년 2월까지 부위원장을 지낸 그가 있었을 때는 모든 정부 사업의 일자리 성과 평가 체계 마련,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 혁파 방향 설정 등, 일정 부문에서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그가 사임한 후 1년여 동안 일자리위원회는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전 부위원장의 뒤를 이은 이목희 부위원장(전 국회의원)은 지난해 4월 취임 일성으로 민간 일자리 창출, 각 부처 일자리사업시스템 통합 등을 이루겠다고 밝혔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한편에서는 지난해 7월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취임 후 최근 다시 핫이슈로 떠오른 ‘광주형 일자리’ 정책 역시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이는 명목상으로는 기존 자동차 생산직 임금의 절반 수준을 지급하는 공장을 광주광역시에 만들어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다. 광주시와 현대차, 지역 민간단체가 함께 설립하게 될 예정으로 최대 주주는 광주시다. 광주시 지분은 자본금의 21%(590억원) 수준인데, 이 경우 광주 공장은 사실상의 정부(지자체) 출자기관이 된다. 유례없는 ‘자동차 공기업’을 만들자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각에서 나온다. 이 부위원장이 강조한 ‘민간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먼 셈이다.


원인 3│실패한 소득 주도 성장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이번 정권의 최우선 경제 정책 기조였던 ‘소득 주도 성장’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소득 주도 성장은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끌어올리고, 정부가 각종 수당 등 현금(세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저소득층의 소득을 확대하는 정책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후 54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소득 주도 성장에 투입했다. 소득 주도 성장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다름 아닌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16.4%)이 꼽힌다.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와 기업의 비용 증가로 이어져 결국 고용참사로 연결됐다.

최저임금 개편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월 27일 최저임금 결정 방식 개편안을 확정했으나 노동조합의 반발로 초안에 포함돼 있던 ‘기업 지불 능력’을 개편 기준에서 제외했다. 기업 지불 능력이란 최저임금 인상분을 과연 개별 기업이 감당할 능력이 되는지를 의미하는 용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는 공동 입장 발표문을 발표하고 “기업의 임금 수준 결정 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기업 지불 능력이 최저임금 기준에서 제외된 것은 반드시 수정·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소득 주도 성장을 주도한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고려대 교수)은 서울 성북구 고려대 경영관에서 열린 비공개 정년 퇴임식에서 본인을 ‘이상주의자’라고 칭한 것으로 전해져 비난받았다. 그가 불과 3개월 전까지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을 주도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정부가 고용참사의 대책으로 일자리 예산(세금)을 확대하는 건 참으로 안이하고 한가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한 경제학부 교수는 “결국 기업이 살아나야 고용이 창출되기 때문에 기업이 적극적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의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김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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