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 TV조선의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사진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트롯’이 TV조선의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사진 TV조선

‘프로듀스101(Mnet)’ 시리즈 외에 전멸하다시피 한 오디션 프로그램 시장에서 트로트 오디션 ‘내일은 미스트롯(TV조선·이하 미스트롯)’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스트롯은 ‘100억원 가치의 차세대 트로트 스타를 찾는다’는 목표로 우승자를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2월 28일 첫 회 시청률은 5.9%, 3월 7일 2회는 7.34%, 3월 14일 3회는 7.7%를 기록했다. TV조선 자체 최고 시청률(직전 최고 시청률은 5.93%의 ‘연애의 맛’)이다. 업계 관계자는 “종편 예능이 시청률 7%를 넘긴 것은 지상파 수준 이상의 콘텐츠를 만들어 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미스트롯이 단지 ‘소재가 트로트라 신선하다’는 점만으로 흥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미 2014년 ‘Mnet’이 ‘트로트엑스(X)’라는 트로트 소재의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최고 시청률은 3%대에 그쳤다. 오디션 방식이 주는 몰입감·긴장감 때문에 인기라고 하기도 어렵다. 보이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JTBC)’, 이미 데뷔했던 아이돌들을 재평가했던 ‘더 유닛(KBS)’ 등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레드오션’의 후발 주자 미스트롯이 성공한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했다.


1│고정관념 파괴, ‘역(逆)포지셔닝’

TV조선의 주 시청자는 중장년층이다. KBS의 최근 경영평가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TV조선의 평균 시청자 연령층은 56세로, 8개 지상파·종편 중 두 번째로 ‘나이 든’ 채널이다(첫 번째는 KBS1·58세). TV조선은 트로트를 좋아하는 시청자 비중이 다른 채널보다 클 수 있다는 의미다. 미스트롯 총연출을 맡은 문경태 TV조선 PD는 “채널 특성상 트로트를 소재로 프로그램을 만들기에 적합할 것이라고 봤다”면서도 “트로트가 주는 일반적인 인식 즉 ‘올드함(나이 든 느낌)’을 뒤집어 참신함을 주기 위해 출연자·무대 등 프로그램의 나머지 구성을 젊은 느낌으로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즉, 제작진은 ‘트로트를 즐기는 연령대가 주로 중장년층이므로 출연자도 나이 든 트로트 스타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비틀어 시청자를 사로잡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이다. 미스트롯 참가자들은 10~30대 젊은 일반인 여성들이다. 안성아 추계예술대 영상비즈니스과 교수는 “미스트롯이 젊은 여성들로 참가자들을 구성한 것은 마케팅론에서 다루는 ‘역(逆)포지셔닝 전략’의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역포지셔닝은 소비자가 특정 서비스·브랜드에 대해 ‘기본’이라고 여기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마케팅 전략이다. 안 교수는 “미스트롯 참가자들이 익숙한 트로트 곡에 젊은 감성의 무대 매너, 현란한 댄스, 화려한 패션 등을 덧입힌 것은 ‘보편적인 감성에 새로운 옷을 입히라’는 엔터테인먼트 분야 성공 법칙을 제대로 적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2│세그먼트 전략의 힘

경영학 용어 중 ‘세그먼트(segment) 전략’은 기업이 고객의 다양한 성향을 감안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분류해서 시장에 내놓는 마케팅 기법을 의미한다. 미스트롯은 참가자들의 공통점을 엮어 이들을 팀으로 묶는 세그먼트 전략을 구사했다. 100명의 참가자를 고등학생, 대학생, 현역 트로트 가수, 걸그룹 연습생 또는 전(前) 걸그룹 멤버, 아이를 낳은 엄마, 직장인으로 나눠 각각 한 팀으로 구성해 대기실을 사용하게 했다.

이렇게 공통점을 가진 참가자들끼리 모아놓았더니 ‘예능 속 예능’이 탄생했다. 미스트롯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무대 뒷얘기에서도 각 집단 특성을 반영한 참가자들의 행동·대화를 끌어냄으로써, 각 세그먼트만의 매력을 끌어냈다. 이창양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미스트롯의 시청자 접근법은 기업이 상품을 출시할 때 상품의 디자인·기능에 따라 세그먼트를 분류하고, 해당 세그먼트를 선호하는 고객을 개별 공략하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3│응원·격려로 시청자도 ‘힐링’

오디션 프로그램의 몰입감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는 심각한 표정의 심사위원들이 참가자들에게 냉혹한 평가를 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청자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이런 면모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TV조선의 주 시청층인 중장년층은 이미 현실에서 치열한 경쟁을 겪고 있는 자녀세대를 보는 마음으로 참가자들을 바라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보여주는 절실함에 애틋한 감정이 들 수 있다는 의미다. 미스트롯은 참가자들에게 살벌한 평가를 내리는 전문가 대신, 1~2회에서 참가자의 무대를 시청자처럼 즐겨줄 12명의 ‘마스터’를 배치했다. 마스터 가운데 트로트 전문가는 가수 장윤정과 작곡가 조영수, 가요계에서 잔뼈가 굵은 노사연과 프로듀서 이무송뿐이다. 나머지 마스터들은 예능인, 댄스 가수, 걸그룹 멤버, 멕시코인 등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참가자의 실력이 조금은 떨어지더라도 본인들이 그 무대를 흥겹게 즐겼다면 주저 없이 ‘좋다’는 의미의 ‘하트(♡)’ 버튼을 눌렀다. 안 교수는 “미스트롯의 심사 시스템은 격려와 힐링을 원하는 사회적 변화와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고려한 매우 영리한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plus point

[Interview] ‘미스트롯’ 총연출 문경태 TV조선 PD
“살벌한 오디션 NO, 참가자의 진정성 보여주겠다”

미스트롯의 총연출을 맡은 문경태 TV조선 PD는 TV조선에 입사한 지 5개월 된 경력직 PD다. 2006년부터 MBC에서 ‘나 혼자 산다’ ‘진짜 사나이’ 등 굵직한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3월 13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문 PD는 “참가자의 합격·탈락으로 긴장감을 주는 오디션 프로그램보다는, 신나게 놀 수 있는 음악 예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존 오디션 프로그램과 어떻게 다른가.
“이 방송은 트로트를 제일 잘 부르는 사람을 뽑는 게 목적이 아니다. 트로트는 모든 국민이 즐겨 듣는 장르인 만큼, 다양한 시청자층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무대를 꾸미는 것이 목표다. 억지로 갈등 상황을 설정하고 이를 극대화하는 건 편집으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보다는 참가자들의 절실함·진정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세트장을 담백하게 구성하고 카메라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무대가 화려하면 그 위에 오르는 사람이 덜 돋보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트로트 오디션은 본인 아이디어였나.
“내 아이디어는 아니고, ‘히든싱어’ ‘팬텀싱어’ 등 음악 예능에 대한 경험이 있었던 노윤 작가와 서혜진(TV조선 제작국장) 선배가 내가 입사하기 전부터 논의하고 있었다. TV조선 예능 사상 가장 큰 프로젝트로 트로트 오디션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연출해줄 PD가 마땅치 않았던 거다. 나는 오디션 프로그램 경험은 없지만 2010년 ‘나는 가수다’ 제작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그때의 경험을 살리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출연자 수가 적고, 지금의 미스트롯은 더 많다는 점만 다를 뿐 좋은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 예능의 매력이 무엇인가.
“음악 예능은 한 번 만들면 ‘포맷화’가 가능하다(시즌 2, 3 등 후속 시리즈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 음악이 주는 울림 덕일까, 관찰 예능보다 화제가 되거나 하는 파급력이 더 크다는 매력이 있다.”

이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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