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박람회를 찾은 청년들. 취업난으로 청년들에게 현금을 주는 복지가 늘고 있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취업박람회를 찾은 청년들. 취업난으로 청년들에게 현금을 주는 복지가 늘고 있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조선일보 DB

“청년한테 돈 퍼주면 뭐 하나요. 제가 못 받으면 ‘그림의 떡’이죠. 심지어 예전에는 받을 수 있었는데, 그럼 저도 대상자 아닌가요?”

취업 준비 2년 2개월째를 맞은 정다영(26)씨는 정부의 청년 고용 정책을 이렇게 표현했다. 정씨는 3월 25일부터 고용노동부가 접수를 시작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신청하려다 좌절을 맛봤다. 고등학교와 대학교 등 최종학교를 중퇴 또는 졸업한 지 ‘2년 이내’ 미취업자만 신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2개월 차이로 자격 요건에 해당하지 않았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만 18~34세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300만원(50만원×6개월)을 카드로 지급하는 정책이다. 결제 수단이 카드지만 사실상 현금 복지다.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은 취업준비금으로 월 45만원을 사용하며, 이 중 절반의 청년들이 아르바이트를 통해 비용을 마련한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청년들의 고충을 덜기 위해 중위 소득 120% 이하 청년들의 구직 활동을 돕겠다는 취지로 생겼다.

정씨는 “이전에는 졸업한 지 2년이 지나도 취업준비금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하는 모든 청년들에게 ‘취업구직촉진수당’ 90만원(30만원×3개월)이 제공됐기 때문이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 신설되면서 취업구직촉진수당은 기초생활수급자, 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층에게만 제공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졸업 2년 이내’ 취업자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한정됐다. 정씨는 “지난해 취업구직촉진수당을 받기 위해 취업성공패키지를 신청했다가 탈락하고, 다음 신청일만을 기다렸다”면서 “소득 기준 때문에 취업구직촉진수당을 신청하지 못해 취업구직활동지원금을 시도했는데 이번엔 졸업 요건이 맞지 않더라”고 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졸업 2년 이내’ 규정이 생겼지만, 지방자치단체의 유사 정책들이 사각지대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13개 지자체에서 고용노동부의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유사한 형태의 현금 복지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 부산시, 대전시 등 8개 지자체는 사업 중복을 피하기 위해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미취업 청년을 상대로 300만원(50만원×6개월)의 취업준비금을 신청할 자격을 부여했다. 

하지만 지자체별로 정책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보면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경기도에서는 지난해까지 졸업 여부, 시점과 관계없이 만 18~34세가 모두 지원 가능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운영했지만, 고용노동부가 해당 정책을 시행하면서 올해부터 청년기본소득과 청년면접수당으로 정책 내용을 바꿨다. 청년기본소득은 94년생만 적용 대상이고, 청년면접수당은 면접에 가는 경우에 한해서만 30만원(5만원×6회)을 지급한다는 한계가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는 김모(27)씨는 “고용노동부에서도, 지자체에서도 기존에 지급되던 형식의 취업준비금을 받을 수 없다”면서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청년한테도 돈을 아예 안 주면 모르겠는데 다른 지자체는 준다니 억울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졸업한 지 2년이 지난 장기 미취업자에게 취업준비금을 지원하지 않는 것 자체는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장기 미취업자에게도 현금성 복지를 적용할지 여부는 숙의가 필요한 쟁점이다. 실제 한국고용정보원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평균 구직 기간은 11개월이다. 그 이상의 장기 미취업자들에게는 현금 지급 방식보다는 구직 교육 시스템을 통해 근본적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 낫다는 관측도 있다.


제각각 현금 복지, 정부로 단일화해야

문제는 지급 대상에 대한 명확한 합의가 없다는 점이다. 현금 복지가 필요한 집단이 청년 전체인지, 졸업 2년 이내 미취업자인지, 졸업 2년 이후 미취업자인지, 연령대와 소득 기준은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지급 기준이 제각각이다. 취업준비생 안모(29)씨는 “지역별로 복지 혜택이 다르다보니 이사라도 다니면서 돈을 받아내야겠다는 자조적인 농담이 나온다”고 했다.

지급 대상이 상이한 이유는 청년 복지가 지자체 주도로 무분별하게 생겨났기 때문이다. 2016년 서울시가 만 19~29세 청년에게 300만원(50만원×6개월)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정책을 시행할 당시 보건복지부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이 복지혜택의 지역 불평등을 초래하므로 사업 집행을 중단하도록 했다”면서 직권 취소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이후 취·창업과 연계 등 일부 사업 요건을 보완했다는 이유로 직권 취소를 취하하면서 사실상 지자체가 청년 현금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권한이 허용됐다.

중앙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도 혼란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과 지자체의 유사 복지가 중복되면 안 된다”는 내용의 중복방지 가이드라인을 지자체에 배포했다. 이에 지자체들이 자격 요건과 사업 내용을 조금씩 비튼 유사 정책을 내놓으면서, 전국적으로 청년 취업준비금 지급 대상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해졌다.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보장위원회는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사업 내용이 중복되지 않게 분담할 책임이 있다”면서 “지급 대상을 조금씩 변형하는 방식은 충분하지 않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현금 복지는 중앙정부가 주도하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은다. 중앙정부가 취업준비금이 필요한 집단을 결정하고, 전국 단위에서 복지 정책을 시행해야 형평성과 일관성을 모두 지킨다는 것이다. 선거를 노린 포퓰리즘성 복지 정책을 지양하기 위해서라도 지자체는 최대한 현금 복지를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안상훈 교수는 “지역특성을 반영하는 서비스 복지와 달리 현금 복지는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사안으로 전국적인 설계가 필요한 작업”이라면서 “기초연금이나 노인수당처럼 중앙정부에서 현금 지원 대상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타임라인에 맞춰 예산안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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