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위안(가운데) 줌(Zoom)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4월 18일 직원들과 함께 나스닥시장 기업공개(IPO)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에릭 위안(가운데) 줌(Zoom)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4월 18일 직원들과 함께 나스닥시장 기업공개(IPO)를 자축하고 있다. 사진 블룸버그

최근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들이 미국 주식시장에 잇따라 상장했다. 최근 한 달 사이에 핀터레스트(Pinterest), 줌(Zoom), 리프트(Lyft), 페이저듀티(Pagerduty) 등이 상장에 성공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기업공개(IPO) 전에는 유니콘(unicorn)으로 평가받던 기업이 상장 후에는 기업 가치가 하락하는 ‘언더콘(undercorn)’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투자자들은 벤처기업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다. 구글, 아마존처럼 2000년대 초반 벤처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도 있다. 당시에도 닷컴 버블, 벤처 고평가 논란이 있었다. 또다시 벌어지고 있는 유니콘 기업 고평가 논란을 어떻게 봐야 할까.

4월 18일 이미지 검색 소셜 플랫폼 핀터레스트와 비디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업체 줌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시장에 각각 데뷔했다. 두 회사는 증권시장에 무난하게 입성했다. 첫날 핀터레스트 주가는 공모가인 19달러에서 25% 오른 24.5달러에 마감했다. 줌 역시 첫날 주가가 72% 오른 65달러에 장을 마감하며 증시 데뷔 첫발을 뗐다. 핀터레스트와 줌은 상장 후 각각 기업 가치 100억달러(약 11조3800억원)와 146억달러(16조6000억원)로 평가됐다.

페이저듀티는 4월 11일 상장 첫날 주가가 56% 급등했다. 기업 가치는 28억달러에 달했다. 페이저듀티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IBM 등 1만 고객을 대상으로 서버 이상에 따른 서비스 중단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하는 사고 대응 플랫폼 개발 업체다.

3월 29일 상장한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 리프트는 거래 첫날 21%나 올랐고, 주당 78.29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고시가였던 70~72달러보다 9% 높았으며, 시가총액은 270억달러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상장 직후 주가가 모두 상승했지만 줌을 제외하고는 아직도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핀터레스트는 지난해 매출이 7억5600만달러(8600억원)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지만 순손실이 6300만달러(703억원)였다. 순손실이 전년(2017년)의 1억3000만달러(1474억원)에서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기는 했다. 줌은 지난해 매출이 3억3050만달러로 전년 대비 118% 증가했으나 이익은 758만달러에 불과했다. 리프트의 지난해 매출은 21억5660만달러로 전년(10억598만달러)의 두 배로 늘었지만 순손실이 9억1134만달러로 전년(6억8830만달러)보다 32% 증가했다. 페이저듀티도 지난해 1억1782만달러 매출에 순손실이 4232만달러였다.

이처럼 계속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데 이들의 주가, 시장 가치는 적정한 수준일까. 적정 주가를 판단하는 지표로는 주로 주가수익비율(PER·해당 기업의 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이 쓰인다. 그러나 이들 기업은 일단 이익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실적 대비 주가가 적정한가를 나타내는 지표인 PER도 마이너스가 돼버려 다른 업체와 비교 자체가 어렵다.

현재 창출하는 이익은 적지만, 미래 성장성이 큰 기업에 적용하는 잣대도 있다. 주가매출액비율(PSR·해당 기업의 주가를 1주당 매출액으로 나눈 것)로 1990년대 미국 IT 버블 당시 IT 기업들이 이익을 내지 못하는데도 주가는 계속 오르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애널리스트들이 활용하기 시작했다. 버블 당시 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PSR은 3~26배에 달했다. PSR이라는 개념을 처음 만들어낸 켄 피셔는 자신의 책 ‘수퍼 스톡스(Super Stocks)’에서 “PSR 0.75 이하인 기술주를 적극 발굴하라. PSR 1.5가 넘어가면 사지 말고, 3~6이면 당장 팔아라. PSR이 6이 넘어가는데도 주가가 오르기를 바라는 것은 도박이다”라고 했다.

이들 기업의 PSR은 핀터레스트 18.77, 줌 49.03, 리프트 7.67, 페이저듀티 25.12 등으로 모두 6이 넘는다. 물론 미국 IT 버블 당시 시스코의 PSR은 27, 이베이는 125, 아마존은 20에 달했는데도 이 기업들이 지금까지 건재하기 때문에 적정 주가를 따지는 자체가 무의미할 수도 있다.


실리콘밸리의 ‘언더콘’ 논란

어쨌든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유니콘’ 기업의 반대말로 ‘언더콘’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 증권가의 기술주 기대심리가 실리콘밸리 기업 몸값을 높여 놨다는 분석이다. IT 버블을 촉발했던 2000년대 초반 닷컴 기업 상장 당시와 닮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리콘밸리의 ‘언더콘’ 논란은 리프트의 지난해 순손실이 약 9억달러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촉발됐다. 리프트는 상장 이후 고평가 논란에 직면하면서 최근 주가가 상장 당시보다 28% 하락했다.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로 IPO를 앞둔 우버도 지난해 113억달러(12조8000억원) 매출에 30억달러(3조4000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핀터레스트의 경우 몸값이 실제보다 높게 평가됐다는 근거 중 하나는 수익 모델 때문이다. 핀터레스트는 매출 대부분을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데다 사업 분야를 다각화할 뚜렷한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핀터레스트 매출이 증가하는 이유는 디지털 광고 시장의 성장 덕분이다. 영국 BBC에 따르면 핀터레스트도 향후 수익성을 확보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줌도 쟁쟁한 경쟁자들과 시장 점유율을 두고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줌의 경쟁 상대는 구글 행아웃, 마이크로소프트(MS) 스카이프(Skype), 시스코 웹엑스(WebEx) 등이다.


plus point

‘조<兆> 단위 적자’ 쿠팡의 비전은?

미국에서는 증시에 상장된 정보기술(IT) 업체들에 대한 버블 논란이 일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지난해 1조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쿠팡이 화제다.

쿠팡이 4월 15일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조1190억원으로 전년(6570억원)의 약 두 배에 달했다. 최근 4년간 누적 적자는 2조8640억원이다. 지난해 11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기존 투자금 1조1000억원에 더해 2조3000억원을 추가 투자했을 때 이 같은 손실이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손 사장이 막대한 손실에도 20억달러를 추가 투자한 이유가 뭘까. 쿠팡의 어떤 비전에 매력을 느꼈을까.

쿠팡은 지금까지의 적자를 ‘의도된 적자’라고 한다.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란 말이 나올 수 있도록 기술과 인프라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또 “e커머스 기업이 아니라 IT 기업”이라고 강조한다. 전체 직원의 40%가 개발자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이 선호할 만한 상품을 먼저 제시하는 방식은 국내 다른 유통 업체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롯데, 신세계 등 오프라인 유통 시장 강자들 또는 옥션, G마켓 등 기존 전자상거래의 강자들과 달리 쿠팡은 모바일 쇼핑에 특화돼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최근 온라인 쇼핑에서 모바일 쇼핑의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올해 2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 9조6000억원(전체 소매 판매액의 20% 수준)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이 6조1800억원으로 64.4%였다. 1년 전(59.5%)보다 4.9%포인트 높아졌다.

정재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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