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인플루언서 ‘임블리’가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최근 ‘호박즙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는 모습. 한 소비자가 인스타그램에 임블리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발생했다고 글을 올렸다. 사진 유튜브 캡처
지난달 16일 인플루언서 ‘임블리’가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최근 ‘호박즙 논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는 모습. 한 소비자가 인스타그램에 임블리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발생했다고 글을 올렸다. 사진 유튜브 캡처

8년 연속 흑자, 지난해 매출 970억원, 영업이익 100억원.

성공 가도를 달리던 온라인 쇼핑몰 운영 회사 부건에프엔씨가 5월 3일 대표 쇼핑몰 ‘탐나나’를 폐업한다고 공지했다. 부건에프엔씨는 인플루언서 ‘임블리(본명 임지현)’씨가 상무로 재직 중인 곳이다. 인플루언서는 SNS상에서 다수의 팔로어를 보유하고, 유행을 선도하는 일반인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임블리의 ‘호박즙 논란’이 회사의 경영에까지 악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임블리는 그간 부건에프엔씨 사업의 일환인 화장품 브랜드 ‘VELY VELY’와 온라인 여성 쇼핑몰 ‘임블리’를 운영했다. 지난달 인터넷상에 임블리에서 판매하던 호박즙 ‘호박씨까지 추출한 리얼 호박즙’에서 곰팡이가 나왔다는 소비자 제보글이 올라왔다. 이후 판매 제품이 구찌, 미우미우 등 타 브랜드 제품과 디자인이 비슷하다거나, 가격이 저렴한 도매 물건을 지나치게 폭리를 취해 판매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4월 16일 유튜브 계정에 사과문 영상을 올렸지만 아직도 소비자의 불만과 환불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임블리가 사과문을 올린 지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인플루언서 ‘치유(본명 손루미)’도 유튜브 계정에 영상 사과문을 올렸다. 치유는 연예인이 입은 원피스가 자사 제품이 아닌데도 협찬이라고 홍보하고, 자체 제작한 신발이 동대문 도매상에서 판매 중인 제품과 똑같다는 점에서 의혹을 샀다. 치유도 홍보 활동을 중단하고 있다.

인플루언서는 그간 마케팅 업계의 성공불패 전략으로 여겨져 왔다. ‘옆집 예쁜 언니’같이 친근한 이들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직접 체험해보고 솔직하게 전하는 영상 후기를 믿고 팬들은 제품을 따라 샀다.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활용하는 한만휘 팔레트미 이사는 “팔로어가 100만 명이 넘는 ‘메가 인플루언서’가 제품을 소개하면, 그 제품이 금세 동날 정도로 영향력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들에게 제품 홍보를 의뢰하기도 한다. 인플루언서가 SNS에 제품 홍보 게시글을 1회 올리는데, 팔로어가 10만 명 이상인 인플루언서는 30만원, 20만 명 이상인 인플루언서는 100만원을 받는다고 알려졌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제품을 홍보해주면, 구독자에 따라 1000만원대까지 돈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인플루언서의 광고 내용에 신빙성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와 광고주가 벌이는 기만적 광고 행위를 집중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체험하지 않은 제품도 자신이 직접 사서 사용해본 것처럼 후기를 올리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간 인플루언서들이 앞세운 친근하고 진정성 어린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인플루언서를 택하려다 최근 논란을 보고 다른 마케팅 수단을 선택하는 홍보 담당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 소재 대학교의 전 홍보팀장 A씨는 “의류학과 홍보를 의뢰할 사람 중 타깃층에 친근감을 주는 인플루언서와 의류학계 전문가를 놓고 고민하다 결국 후자를 택했다”면서 “인플루언서가 돈을 받고 정보를 단순 전달하는 역할에 그쳐 장기적 관점에서 타깃층의 신뢰를 잃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임블리와 치유처럼 직접 사업에 나선 인플루언서들도 진정성 마케팅에 의심받기 시작했다. 인플루언서 ‘에린(본명 홍담기)’은 ‘수소수가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노화 방지에 탁월하다’는 잘못된 정보를 홍보하면서 안티가 늘었다. 인플루언서 ‘밴쯔(본명 정만수)’도 다이어트 보조제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심의받지 않은 광고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열홍 홍익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인플루언서는 팬과 좋은 제품을 연결해주는 허브 역할을 한다. 하지만 수익을 목적으로 상품을 판매하는 쪽으로 변질되면서 팬과 신뢰 관계가 무너졌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각광받던 인플루언서 마케팅이 역풍을 맞을 조짐이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외주받아 홍보하는 인플루언서들은 물론, 직접 사업을 벌이는 인플루언서들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팬층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려면 실질적 도움을 주는 전문성 또한 뒷받침돼야 하는데 각종 논란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진정성 마케팅’의 저자인 김상훈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진정성은 (인플루언서가 보여주는) 성의나 친절과 같은 감성적 요소뿐만 아니라 실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성립된다”면서 “오래 살아남은 기업들처럼 품질, 고객 소통, 기업 철학 등 총체적인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plus point

돌아서는 인플루언서 팔로어들
“시녀들이여 계몽하라” 줄 잇는 ‘까계정’들

30대 중반 주부 김모씨는 지난해 8월부터 쇼핑몰 ‘임블리’의 VVIP 고객이었다. 그의 일과는 판매 제품 정보가 갱신되는 오전 10시 10분 전부터 대기해서 임블리의 신상품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10시에서 1분도 지나지 않아 품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 식으로 한 달에 100만원을 임블리 제품을 구입하는 데 썼다.

그러나 점차 피로감을 느꼈다. 김씨는 “(쇼핑몰 임블리를 운영하는) 워킹맘 임블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에 대리 만족감을 느꼈고, 같은 애 엄마라는 생각에 신뢰를 느껴 물건을 구매했다”면서도 “힘겹게 구매한 물건이었지만 품질이 그렇게 좋다고 느끼지는 못했다”고 했다. 그는 “나중에 임블리의 호박즙 논란으로 제품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다”고 했다.

인플루언서에 빠졌다가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면서 돌아서는 팬이 많아지고 있다. 이 중 일부는 직접 인스타그램 ‘까계정(까는 가계정)’을 운영하면서 인플루언서와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김씨가 운영하는 까계정은 팔로어가 7만7000명에 달한다.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임블리의 까계정만 10개에 달한다. 제품 품질 문제로 비판받은 인플루언서 치유, 에린도 각자 2개 이상의 까계정이 있다.

까계정은 인플루언서의 인성, 브랜드, 기업 운영 등 여러 문제를 메시지로 제보받고, 이를 캡처해 올린다. 까계정 운영자는 인플루언서를 맹목적으로 따르는 팬을 ‘시녀’라고 부르고, 자신이 ‘시녀들을 계몽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실망하는 지점은 인플루언서의 회색지대 같은 속성이다. 인플루언서가 ‘옆집 언니’ 같은 ‘솔직함’을 상실한 상태에서 경영자로서 ‘전문성’까지 없다면, 팬들이 더 이상 물건을 구매할 이유가 없다. 김씨는 “임블리가 품질 문제와 부작용이 속출하는데도 비판 댓글에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여 프로답지 못하다고 느꼈다”면서 “CS 부서도 소비자들에게 명확히 답하지 않아 실망이 더 컸다”고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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