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5월 30일 집권 2기를 시작했다. 뉴델리 대통령궁 앞에서 열린 총리 취임식에 몰린 인파. 빨간 터번을 두른 모디 사진은 2014년 8월 독립기념일 연설 모습. 사진 블룸버그, AP연합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5월 30일 집권 2기를 시작했다. 뉴델리 대통령궁 앞에서 열린 총리 취임식에 몰린 인파. 빨간 터번을 두른 모디 사진은 2014년 8월 독립기념일 연설 모습. 사진 블룸버그, AP연합

“우리는 함께 강하고 포용적인 인도를 만들 것이다. 인도는 다시 이길 것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트위터)

14억 인도인이 나렌드라 모디에게 다시 희망을 걸었다. 모디는 5월 30일 집권 2기를 시작했다. 4월 11일부터 6주 가까이 진행된 인도 하원 총선에서 모디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압승을 거두며 재집권에 성공한 것이다. 양원제를 따르는 인도에서는 하원의 다수당 지도자가 총리로 임명된다. 인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BJP는 전체 연방하원 의석 543석 중 303석을 차지하며 과반 득표에 성공했다.

모디는 종종 ‘인도의 트럼프’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강한 민족주의 색채로 안보 문제를 건드려 보수층을 결집하고, 친기업 성향을 드러내며,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점 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닮았다. 그가 쓴 ‘강한 인도’라는 표현은 트럼프의 시그니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와도 비교된다. 뉴욕타임스(NYT)도 최근 정치평론가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와 모디는 다른 대륙에 떨어져 살고 있는 쌍둥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스트롱맨’이지만, 이번에는 다소 복잡한 상황에서 총리로 재선출됐다. 2017년까지만 해도 그는 집권 1기(2014~2019년)에 추진한 경제 정책 ‘모디노믹스’가 높은 점수를 받으며 지지율이 고공행진했다. 제조업 육성, 해외 자본 유치, 인프라 구축을 키워드로 추진한 적극적인 개혁 정책 덕분에 2016년 인도 경제 성장률은 8%대까지 올라갔다. 중국을 누르고 ‘세계에서 제일 빨리 성장하는 경제 대국’으로 부상해 외국 자본이 물 밀 듯 밀려왔다. 2013년 280억달러(약 33조원)였던 외국인직접투자액(FDI)은 2017년 두 배 이상 증가한 620억달러(약 74조원)를 기록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모디의 지지율은 88%까지 올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인도 경제는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내달리던 경제 성장률은 2017~2018년 7%대로, 지난해 10~12월에는 6.6%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높은 실업률 탓에 저소득층과 청년층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올 초에는 지난해 실업률이 6.1%로 45년 이내 최고치라는 통계 당국 데이터가 유출됐다가 정부가 공개를 금지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통계 책임자 2명이 결정에 항의하며 사임하는 소동으로 이어지면서 사회적으로 실업 문제가 크게 부각됐다.

중간중간 정책 실기(失機)도 나왔다. 2016년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고액권을 폐지하는 화폐 개혁을 단행했지만, 순식간에 시중에 유통되는 현금의 86%가 휴짓조각이 된 탓에 현금 의존도가 높은 인도 경제에 혼란을 초래했다. 작년엔 인도 최대 인프라 투자회사 IF&FS가 디폴트 위기에 빠지면서 그림자금융 위험성까지 대두됐다. 이런 영향으로 2018년 퓨리서치 센터 조사에서 모디 지지율은 57%까지 떨어졌고, 올해 연임은 어렵다는 전망이 나왔다.

‘경제 대통령’의 기반인 모디노믹스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모디가 회생할 수 있었던 사건은 지난 2월 인도 북부 지방에서 벌어진 자폭 테러였다. 테러 직후 모디는 오랜 앙숙 관계에 있는 파키스탄을 무장 조직 거점으로 지목하고 공습을 단행했다. 안보·애국심을 내세운 발빠른 대처 덕분에 모디는 ‘초키다르(인도에서 가장 뛰어난 수호자)’라는 이미지로 유권자를 자극,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미·중 무역전쟁 수혜 예상도 나와

안보로 어렵사리 얻은 총리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더 강력한 일자리·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경제 대국에 이르는 구체적인 길을 내놓아야 격차와 고용에 대한 불만이 사그라들 것”이라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도 “모디의 두 번째 임기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나와야만 한다”고 했다.

대표적으로 2014년 그가 처음 내놨던 제조업 육성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인도에서 물건을 만드세요)’의 추진력이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정책의 목표는 2022년까지 2억5000만 개의 ‘질 좋은’ 제조업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81%가 농업·영세 자영업 종사자로 구성된 인도 노동 시장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과감하고 연속성 있는 시장 중심 개혁 정책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장기화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이 인도 경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시장이자 제조업 거점으로 뜰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IMF는 인도의 경제 성장률이 2017년 중국을 앞서며 다시 역전된 이후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도 “미국 투자 길이 막힌 중국 기업들이 인도 투자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plus point

10만원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격전지 인도

삼성전자는 인도시장에서 갤럭시M 시리즈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갤럭시M20.
삼성전자는 인도시장에서 갤럭시M 시리즈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다. 사진은 갤럭시M20.

‘갤럭시M10’ ‘M20’ ‘M30’… 삼성전자가 올해 인도 시장에 내놓은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이다. 가격은 모두 14만~25만원대다. 6월 중에는 네 번째 모델인 ‘M40’을 판매할 예정이다. 스마트폰 사용 인구 4억3000만 명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인 인도에서 중저가 스마트폰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두 업체는 중국 샤오미와 한국 삼성전자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샤오미 30.1%, 삼성전자 22.7%를 기록했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전자가 줄곧 1위를 지켰는데 지난해 처음으로 샤오미에 자리를 내줬다. 그 뒤를 오포·비보·원플러스·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매섭게 추격하고 있다. 여기에 LG전자, 모토롤라, 노키아까지 진입해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인도 시장의 성장성을 주목한다.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지만 인도 시장만큼은 10% 성장했다. 14억 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기반이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현지 언론 타임스오브인디아와 인터뷰에서 인도를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해외 시장”이라고도 했다. 인도는 통신 요금이 저렴한 데다, 최근 셀피(셀프 카메라)·소셜미디어가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 크게 유행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작년 인도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은 158달러(약 17만8000원)였다. 작년 삼성전자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ASP)은 252달러였다.

삼성전자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악몽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각오다. 삼성전자는 2013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0%로 1위에 올랐지만, 이후 화웨이·오포·샤오미 등 토종 제조사들에 밀려 점유율이 0%까지 급전직하하는 굴욕을 겪었다. 최근 중국 시장 점유율이 1.6%까지 반등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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