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공유 오피스 위워크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미국 뉴욕의 공유 오피스 위워크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서브스크라이브드 콘퍼런스는 글로벌 행사로 쑥쑥 성장 중이다. 주오라의 본사가 있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행사가 가장 크고 도쿄, 런던, 파리, 시드니, 스톡홀름, 베를린, 뮌헨, 싱가포르 등에서도 행사가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다. 구독 비즈니스 모델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증거다. 콘퍼런스가 소개한 주요 구독경제 기업들을 소개한다.

영국의 건강 스낵 제공 업체 ‘그레이즈(Graze)’의 모델은 흥미롭다. 200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인공물을 첨가하지 않은 견과류, 씨앗류, 스낵바 등을 만든다. 이 회사는 2주에 한번씩 4가지 종류가 들어있는 박스를 정기적으로 고객에게 보내준다. 고객이 피드백을 보내면, 그레이즈의 신속 생산 공장은 개별 고객의 취향에 맞춰 스낵을 다시 골라 보내준다. 런던의 서브스크라이브드 콘퍼런스에 참가한 앤서니 플레처 그레이즈 CEO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박스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2월 생활용품 대기업 유니레버에 인수됐다.

130년 전통을 자랑하는 필립스의 헬스케어 부문은 구독 경제모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필립스의 ‘제모기 IPL 루메아’의 가격은 550유로에 달하지만, 한 달에 39.95달러를 내고 쓸 수 있다. 14개월 구독을 마치면 제품을 소유하게 된다. 필립스는 4.99달러 월 구독료를 내면 3개월마다 전동칫솔과 브러시 헤드 교체품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내놓았다. 필립스는 보험 등 구강 관리 서비스를 더해 고객 이탈률을 낮춘다는 계획이다.

위워크(wework)는 대표적인 공유 오피스업체다. 32개국 86개 도시, 280개가 넘는 오피스 공간을 보유하고 있다. 위워크는 2017년 소울사이클(Soul Cycle) 공동 창업자인 줄리 라이스(Julie Rice)를 최고브랜드임원으로 영입했다. 소울사이클은 실내 사이클링 수업을 제공하는 멤버십 형태의 피트니스 체인이다. 록스타를 방불케 하는 강사의 시범과 강렬한 음악을 내세운 독특한 수업으로 인기가 높다. 위워크가 피트니스 클럽, 학교 등으로 사업을 팽창시키면서 라이스 창업자(현 위워크 파트너)의 커뮤니티 관리 경험을 얻고 싶어했다. 라이스 창업자는 “커뮤니티를 잘 관리하는 것, 즉 사람들을 잘 대우해주는 것은 시간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일”이라면서 “사업 확장으로 사람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줄면 커뮤니티를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구독 경제의 대표 주자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2007년 서비스를 시작한 지 12년 만에 전 세계에서 1억37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를 모았다. 넷플릭스에서 한 달 사용료를 내면 제한 없이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요금은 총 3가지로, 초고화질(UHD) 영상을 4대의 디바이스에서 동시에 스트리밍할 수 있는 프리미엄 요금제, 고화질(HD) 영상을 2대의 디바이스에서 볼 수 있는 스탠더드 요금제, 표준화질(SD) 동영상을 1대의 디바이스에서 볼 수 있는 베이직 요금제로 나뉜다. 넷플릭스가 인기를 끌자 아마존은 멤버십 서비스 ‘아마존 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송 서비스 외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음악·오디오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필립스 면도기. 사진 필립스
필립스 면도기. 사진 필립스
그레이즈의 간식. 사진 그레이즈
그레이즈의 간식. 사진 그레이즈

넷플릭스가 연 문, 술집·포르쉐까지 가세

애플은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폰 시장 성장이 주춤하자 서비스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구독경제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애플은 3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행사를 열고 동영상 스트리밍 구독 서비스인 ‘애플 TV+’와 게임 구독 서비스인 ‘애플 아케이드(Apple Arcade)’, 뉴스 구독 서비스인 ‘애플 뉴스+’ 등 3가지 구독 서비스를 발표했다. 이 중 애플 뉴스+는 전통적인 잡지 구독 서비스다. ‘타임’ ‘뉴요커’부터 ‘보그’ ‘와이어드’ 등의 뉴스 잡지를 월 9.99달러에 구독할 수 있다.

술집과 자동차 업체까지 구독경제에 뛰어들었다. 미국에는 수백 개의 뉴욕 맨해튼 술집 어디서든 매일 칵테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구독경제 서비스가 생겼다. 미국 스타트업 후치가 선보인 이 서비스의 사용료는 월 1만원 정도다.

자동차 업체도 구독경제에 관심을 보인다. 독일의 수퍼카 브랜드 포르쉐는 ‘포르쉐 패스포트’라는 구독경제 서비스를 내놓았다. 한 달에 약 220만원을 내면 박스터, 카이엔 등 포르쉐 자동차를 마음대로 골라 탈 수 있다.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매달 30만원을 내고 원하는 차를 탈 수 있는 ‘현대 플러스’를 시작했다.


plus point

고객 중심 사고가 구독경제의 핵심

구독 모델에서는 고객에서 시작한다. 고객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수록 고객의 요구를 잘 충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제품 중심에서 고객 중심으로 기업이 마인드를 바꾸려면 마케팅팀, 재무팀, IT팀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

재무팀은 고객 유치 비용, 고객 생애 가치, 연간 반복적 매출, 고객당 평균 매출 같은 새로운 지표를 만들어야 한다. 마케팅팀은 고객의 구독을 유지하기 위해 고객의 경험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존재 이유를 스토리텔링해야 한다.

IT팀은 재무팀, 영업팀, 마케팅팀이 설계한 모델에 따라 유연하게 가격을 바꾸고 서비스를 조합(패키지)하는 혁신 역량을 갖춰야 한다. 가령, 구독 서비스는 단순한 월 기본 요금부터 종량제 요금, 일회성 요금 등 다양한 요금제를 제공한다. 또 A/B 가격 테스트(A와 B 두 가지 버전 중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지 비교하는 실험)도 효과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구독 비즈니스를 확장하려면, 상향 판매(up selling)와 교차 판매(cross selling)를 늘리고 고객 이탈률(less churn rate)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상향 판매는 간단한 서비스를 구독하던 고객이 값이 비싸지만 더 풍부한 서비스를 구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교차 판매는 성격이 다른 다양한 서비스를 추가로 구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새로 가입하는 고객보다 탈퇴하는 고객이 많다면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주오라 CEO는 세일즈포스에서 일했던 경험을 통해 고객 이탈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일즈포스는 서비스는 잘 팔았지만, 고객들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이 때문에 고객 이탈률이 높아졌었다.

류현정 조선비즈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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