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서울 중구 일대에 일본 보이콧 현수막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 현수막에는 일본 불매운동과 관광거부운동을 의미하는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8월 6일 서울 중구 일대에 일본 보이콧 현수막이 설치되고 있는 모습. 현수막에는 일본 불매운동과 관광거부운동을 의미하는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 이태경 조선일보 기자

7월 17일 다바타 히로시(田端浩) 일본 관광청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수출 규제 강화 이후 단체 관광객의 일부 취소가 있었다”면서도 “대다수를 차지하는 개인 여행의 영향은 제한적이어서 아직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가 냉각기를 맞은 상황에서 다바타 장관의 호언처럼 일본 관광 산업은 큰 변화가 없었을까. 한국 국민이 아베 정부에 반발해 관광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이라 더욱 관심이 쏠렸다.

결과는 한 달이 지난 8월 21일 일본 관광청이 발표한 7월 통계에서 드러났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지난 7월 한 달간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은 56만17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줄었다. 일본 정부가 집계한 총 20개 국가의 방일 관광객 증감률 중 가장 낙폭이 컸다.

그렇다면 한국의 일본 관광 보이콧은 성과를 거둔 것일까. 성과를 판단하려면 관광 보이콧의 본래 목적을 검토해봐야 한다. 관광 보이콧의 목적은 일본 정부를 경제적으로 압박하기 위해서다. 2016년 한국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사태 때 중국이 한국 관광을 거부하면서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자 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통계를 살펴보면 한국의 관광 보이콧은 일본을 압박하는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던 반면 한국 관광 산업에는 타격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 원인을 살펴봤다.


1│한국 관광객 감소분보다 중국 관광객 증가분이 더 컸다

7월 방일 관광객 추이를 살펴보면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의 관광객 수가 늘었다. 20개 국가 중에서 14개 국가 관광객이 증가했다. 특히 전체 방일 관광객의 35%를 차지하는 중국 관광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5% 증가했다. 한국인 관광객이 4만6253명 감소하는 동안 중국 관광객은 17만1403명 증가했다. 한국 관광객 감소분을 중국 관광객 증가분이 상쇄하고도 남는다.

그 결과 7월 전체 방일 관광객은 지난해보다 5.6% 증가한 299만1200명을 기록했다. 2018년 7월 방일 관광객의 전년 대비 증가율도 올해와 동일한 5.6%였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일본 전체 관광 산업에 타격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런 추세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의 관광 산업은 한국보다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방일 관광객 수 1위 국가는 2014년까지 한국이었지만, 이듬해부터 중국으로 넘어갔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한국 관광객 수는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중국 관광객 수는 증가세가 견조하다. 지난해와 올해 모두 중국 관광객 수는 전년 대비 13%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연택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중국 관광객이 사드 보복 이후 한국 대신 일본을 대체 관광지로 찾은 것이 원인 중 하나”라면서 “최근 중·일 관계가 개선되면서 일본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2│한국인이 일본서 쓰는 돈, 일본 GDP의 0.001% 불과

일본 정부가 관광 산업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관광 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그리 크지 않다. 한국관광공사의 ‘최근 5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광 산업 비중’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GDP 대비 관광 산업 비중은 7.4%에 불과하다.

한국이 미치는 영향 또한 제한적이다. 일본 관광청이 발표한 ‘방일 외국인 여행자 소비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 관광객의 소비 규모는 총 5881억엔(약 6조7156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일본 GDP(548조엔·약 6257조7216억원)의 0.001%에 불과했다.

물론 지역에 따라 피해의 체감 수준이 완전히 다를 수도 있다. 일본 정부통계 종합창구에 따르면 한국인 점유율이 50%를 상회하는 일본 공항이나 항구는 14곳에 해당한다. 이즈하라항(100%), 히타카츠항·간몬항(99%), 하나카항(93%), 기타큐슈 공항(91%), 오이타 공항(88%), 오사카항(80%) 등이다.

특히 이즈하라항, 히타카츠항이 있는 대마도, 기타큐슈·오이타·나가사키·구마모토 공항 등이 있는 규슈섬은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나가사키현은 국내 관광객 유치 강화나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도쿄, 오사카, 교토 등 일본 대도시 관광 산업은 중국의 단체 관광객 비중이 높다. 2019년 4월 기준 인근 공항인 하네다·나리타·간사이 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의 비율은 80%에 달했다.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규모는 한국인 관광객의 세 배 수준(1조5450억엔·약 17조5593억원)이다.

익명을 요구한 관광학과 교수는 “일부 소도시의 관광 산업이 타격받는다고 일본 정부가 경제 보복 조치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한국에 관광 오는 일본인이 줄어든다고 해서 명동이 위치한 중구 지역구 국회의원이 한국 정부의 결정을 바꾸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했다.


3│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부메랑’도 생각해야

반면 한국의 여행 산업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국내 항공 산업 성장을 이끌어온 저비용 항공사(LCC)들의 피해가 크다. 매출의 상당 부분이 일본 노선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전체 노선 중 일본 노선 비중은 제주항공 27%, 진에어 24%, 티웨이항공 31%, 에어부산이 45%에 달한다.

각 항공사는 일본 관광 보이콧에 따른 매출 변화를 밝히지 않지만 항공 업계가 입는 타격을 보여주는 간접 지표들은 나오고 있다. G마켓과 옥션에 따르면 7월(7월 1~28일) 일본 노선 항공권 매출은 지난해보다 38% 하락했다. 항공사들은 일본 노선을 적극적으로 줄이고 있다. 올해 하반기까지 제주항공 5만3000석, 진에어 8만 석, 티웨이항공 11만8000석, 에어부산은 15만6000석을 줄일 계획이다.

국내 여행사 상황도 어렵다. 하나투어는 2분기 자회사 실적을 제외한 개별 실적에서 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유성만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분기에도 반일 감정에 따른 일본 노선 매출 감소가 지속돼 적자를 이어 갈 것”이라고 했다. 모두투어도 2분기 영업손실 2억원으로 적자 전환된 상황이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은 소비자 입장에서 예약부터 출국까지 걸리는 시간이 가장 짧고 여행 비용도 저렴해 다른 여행지로 대체하기 어려운 곳으로 당장 여행 산업의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장기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것은 한국을 찾는 일본 관광객이 줄어들 가능성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7월 일본 관광객은 27만483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늘었다. 아직 걱정할 상황은 아니지만 한국과 일본 간 관계가 악화할 경우 관광객 감소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일본 관광객까지 잃는 것은 한국 관광 산업에 재앙이나 다름없다.

8월 20일 제주도관광협회는 대한항공의 일본~제주 노선 폐지 계획을 비판하는 보도자료에서 현 상황을 극심한 위기로 진단했다. 김영진 제주도관광협회장은 “사드 사태로 촉발된 중국인 관광객 감소, 도내 관광숙박시설 공급 과잉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도내 관광 사업체의 경영 악화, 일본 경제 보복 조치에 따른 일본인 관광객 수요 불투명성 확장 등 그야말로 현 제주관광 (상황)은 풍전등화”라고 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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