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영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 제42대 국방부 장관, 제34대 합동참모의장, 육군사관학교 졸업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김태영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 제42대 국방부 장관, 제34대 합동참모의장, 육군사관학교 졸업 /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한국과 일본간 관계 악화가 날개짓을 하더니 태풍을 불러왔다. 한·미·일 군사 동맹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한국이 1년 주기 협정인 한·일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보호협정)를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바로 다음 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실망’했다고, 미 국방부는 ‘강한 우려’를 표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 정부는 지소미아를 기존의 한·미·일 티사(TISA·정보공유약정)로도 보완 가능하다고 설명했는데, 미국이 이리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을 만나 의견을 물었다.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9월부터 2010년 12월까지 국방부 장관을 지냈다. 지소미아는 2010년 10월 일본 외무상의 제안으로 논의가 시작됐다고 알려졌다. 김 전 장관은 현재 한국전쟁기념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6·25 전쟁 참전국 학생들의 교육비를 지원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있는 한국전쟁기념재단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


임기 당시 지소미아 관련 논의가 나왔던 것으로 안다.
“논의는 그 이전부터 있었다. 노태우 정부 때부터 한국이 일본에 정보 교류 협조를 요청했다. 2010년 일본이 지소미아를 제안했다고 알려졌는데, 당시에는 북한의 2차 핵실험과 3차 장거리 미사일 발사 여파로 대북 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때다. 본격적 논의가 시작된 것은 내 임기가 끝난 이듬해부터였다. 물밑 합의 끝에 2012년 6월 양국 간 협정을 체결하려 했지만 당시 야당과 여론의 비판 끝에 무산됐다.”

한국에서는 과거사 문제로 일본의 군사력을 견제하는 여론이 크다. 일본과 군사 정보 교류도 그런 의미에서 거부감이 있었다.
“과거사에 집중한 나머지 현실을 잘못 인식하게 된 것이다. 오히려 일본보다는 중국이 무섭다. 세계 군사력 3위 국가인 중국의 병력은 일본 자위대의 10배에 달하는 230만여 명이다. 러시아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우리에 뒤처져 있지만 군사 방면에서는 중국과 쌍벽을 이룬다. 지금도 세계 군사력 2위이지 않나. 우리 입장에서는 일본을 견제하기보다 협력 관계로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일본과 한국의 군사력은 각각 세계 6위와 7위다. 육군은 한국군이 우세하지만 공군과 해군은 일본의 힘을 빌려야 한다. 단적인 예로 일본은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를 140여 대 배치할 예정이다. 우리는 40대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한국은 미국과 군사협력에 집중했다. 일본 역할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한반도 전시 상황에 주일 미군이 동원돼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일본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현재 주일 미군의 규모가 주한 미군보다 크다. 주일 미군은 3만7300명(육군 2500·해군 6800·공군 1만3000·해병 1만5000명), 주한 미군은 2만6580명(육군 1만7200·해군 280·공군 8850·해병 250명)이다. 주한 미군은 육군 중심인 반면, 주일 미군은 해군과 공군 중심이다. 만약 한국에서 전쟁이 나면 일본이 협조해 줘야 한다. 예컨대 미 공군이 일본 내 기지에서 발진하려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일본이 북한의 타격 목표가 되는 것을 꺼려 일본 정부가 허가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일본에서 물자를 한국으로 옮겨야 해서 지연이 발생한다. 일분일초가 급한 전시 상황에서 말이 안 되는 얘기다. 일본이 협력해 줘야 주일 미군이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지소미아는 어떤 의미가 있나. 파기하면 정말 문제가 생기나.
“지소미아는 일본과 맺은 최초 군사협정이다. 한·일 군사동맹의 출발점이라는 뜻이다. 그 협정으로 정보 교류부터 시작해 모든 군사협력이 가능해진다.”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우선 정보 수집 기능이 있다. 북한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상황을 가정해보자. 우리는 북한과 접경 지역이고 동일한 언어를 사용해서 지상 정보를 획득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로 비무장지대(DMZ)로부터 20~40km 반경 지역은 공중 정찰을 할 수 없다. 접경 지역 정보를 획득하는 범위가 축소돼 있다. 또 북한에서 이뤄지는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정보 수집 능력이 제한돼 있다. 이지스함이 4척, 조기 경보기가 4대에 불과하고, 군사 정보 위성이 전무하다. 일본의 정보 수집 수단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일본은 군사 정보 위성 8대, 이지스함 6척, 1000km 반경 정보를 수집 가능한 지상 레이더 4대, 조기경보기 17대, 해상 초계기가 80대 이상이다.”

한국 정부는 한·미·일이 체결한 정보공유약정으로도 충분히 보완 가능하다고 말한다.
“우선 미국을 거쳐서 한국과 일본이 정보를 주고받기 때문에 지연이 발생한다. 또 한 단계 거치니까 1~2급 비밀이 2~3등급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 세 국가의 외교관계와 신뢰도에 따라 비밀 등급이 좌우된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티사 자체가 원활히 작동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지소미아 파기로 양국이 서로를 신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아무리 미국이 중재하더라도 고급 정보를 서로에게 넘기겠나.”

지소미아 파기가 한·일 군사협력 관계에 미칠 영향은.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양국 간 정보 교류뿐만 아니라 평시 군사 교류의 기초가 된다. 한국 장교가 일본으로 가 교육받는다고 치자. 이 협정이 없으면 한국 장교가 일본 자위대의 1~2급 정보를 들을 수 없다. 일본 장교와 같이 강의를 듣다가도 관련 정보 얘기가 언급될 때는 한국 장교들이 잠시 나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일 관계가 냉각되기 전에는 군사 교류가 꽤 있었다. 내가 합참의장직을 맡던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한·미 연합훈련에 일본 장교가 오고, 미·일 연합훈련에 한국 장교가 가고 그랬다. 그런데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끊긴 것으로 안다. 지소미아 파기로 이런 자연스러운 군사 교류가 더 요원해졌다.”

미국도 최근 강경한 어조로 한·일 관계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부터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을 내세우면서 외교·군사 정책의 중심을 중동과 유럽에서 아시아로 돌렸다. 트럼프 행정부와 다른 점은 중국과 갈등이 아닌 협상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여기에 더해 중국에 본격적인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 입장에서는 한·미·일 관계가 더욱 중요해졌고, 한국에도 더 적극 동참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미국에 지소미아 파기로 답했으니 미국에서 더욱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미국 주도의 안보 체제에 대한 반감도 있는데.
“한국이 유럽 한가운데 있다면 문제 될 게 없다. 한국이 유럽에 있다면 유럽 5위권에 들 테니까. 그런데 동북아에 있기 때문에 기를 못 편다. 주변에 전부 코끼리와 고래 같은 국가만 있다. 고립되면 안 되는 상황이다. 원래 동북아에서 고립된 국가는 북한이었다. UN의 대북 경제 제재가 가해질 당시만 해도 말이다. 그때는 중국마저도 북한에 등 돌린 상황이었는데, 평창 동계올림픽 때 문재인 대통령이 화해의 손길을 내밀면서 북한을 국제 사회로 복귀시켰다. 북·중·러 관계도 이때 다시 가까워졌다. 그런데 이제는 한국이 고립되고 있다. 미·일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으니 심각한 문제다. ‘3(한·미·일) 대 3(북·중·러)’으로 붙어도 쉽지 않은데 우리가 ‘1(한) 대 5(미·일·북·중·러)’의 고립 상황을 자초하고 있다. ‘오면초가(五面楚歌)’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전 국방부 장관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한·미 군사 동맹이 비대칭적이라는 세간의 오해를 풀고 싶다. 한·미 연합사는 한국군과 미국군이 동일하게 절반 비율로 구성돼 있다. 물론 능력 차이로 미군이 주도권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한국은 6.25 전쟁 이후 전쟁 수행 경험이 전무하지만, 미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축구로 비유하면 세계적인 유럽 프리미어 리그 선수와 국내 작은 축구팀 선수와도 같다. 이들이 같은 팀이 됐다. 어떻게 해야 할까. 오히려 후자의 선수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협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주도권을 놓치지 않고, 팀이 발전할 것이다. 한국도 미국을 적대시하기보다 오히려 최우수 한국군을 한·미연합사에 보내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직 지소미아 종료 시한은 남았는데 한국 정부가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을까.
“모르겠다. 이렇게 반대하는 사람이 많은데…. 미래를 설계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것이 국가 지도자의 역할이다. 국민은 정보 접근에 제한이 있어 안보 문제를 잘 알 수 없다. 그런데 반일 여론에 휩싸여 러시아와도 맺은 지소미아를 일본과만 파기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김소희 기자, 김두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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