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조환익 전 한전 사장, 권대욱 휴넷 회장, 이강호 PMG매니지먼트 회장이 9월 17일 서울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조환익 전 한전 사장, 권대욱 휴넷 회장, 이강호 PMG매니지먼트 회장이 9월 17일 서울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구독과 좋아요 부탁드립니다.”

2030 유튜버의 목소리가 아니다. ‘직업이 최고경영자(CEO)’인 60대 남성 셋이 유튜버로 변신해 던진 말이다. 6·25전쟁 중 태어난 조환익 전 한전 사장(한양대 특임교수), 권대욱 휴넷 회장, 이강호 PMG매니지먼트그룹 회장이 그 주인공. 이들은 다양한 기업의 CEO로 활약했거나 활약하고 있다. 권 회장은 건설업과 서비스업, 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 조 전 사장은 공기업과 산업 정책 전문가다.

이들은 반기업 정서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기업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최근 유튜브 채널 ‘사장이 미안해’를 개설했다. 조직에서 치열한 경쟁을 치르면서 쌓은 노하우를 젊은층에 전하고 싶다는 열망을 품었다.

9월 19일 현재 5개의 콘텐츠가 올라와 있다. 익살스러운 채널명에서 느껴지듯, 딱딱한 내용은 아니다. ‘필승 면접 성공법’ 등을 주제로 방송을 시작했다. 초기 댓글 반응도 좋다. ‘이코노미조선’은 9월 17일 오전 서울 강남 노보텔 앰배서더 호텔에서 이들과 단독 인터뷰했다.

CEO는 일분일초가 아까운 자리다. 그러나 이들은 1시간이나 일찍 인터뷰 장소에 도착했다. 만나자마자 다음 촬영 날짜를 잡기 위해 분주했다. 콘텐츠 내용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오갔다. 다들 스케줄이 많아 다음 촬영 약속은 10월 주말로 정해졌다.

방송을 기획한 조환익(이하 조) 전 사장은 “유튜브에는 정치·먹방·게임이 많다. 기업에 집중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싶었다”며 “이를 위해 고등학교(서울 중앙고) 동기들과 뭉쳤다”고 했다. 그는 이어 “1년쯤 유튜브에 대해 공부하고 채널명 ‘사장이 미안해’를 결정하는 데만 몇 달이 걸렸다”며 “세 사람이 모두 개성이 다르다. 캐주얼하면서도 중요한 의미를 전달할 생각”이라고 했다.

권대욱(이하 권) 회장과 이강호(이하 이) 회장은 “경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간 쌓아온 세 사람의 ‘팁’을 전해 준다는 의미가 있다”며 “우리가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시작한 측면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반세기 직장 생활 공력이 담긴 메시지를 어렵지 않게 즐기듯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사장이 미안해’ 방송 장면. 사진 유튜브 캡처
‘사장이 미안해’ 방송 장면. 사진 유튜브 캡처

왜 유튜버로 변신했나.
조환익 세 명이 각각 나름대로 스토리가 있고 각 분야의 ‘레전드’라고 자부한다. 우리는 전쟁통에 태어나 많은 곡절을 겪었다. 인생 후배들에게 다양한 조직을 경험하며 배운 중요한 ‘팁’을 전달하고 싶다. 나는 정부와 공기업, 이 회장은 글로벌 기업, 권 회장은 건설업과 서비스업에서 일했다. 셋의 경력을 잘 엮으면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경제가 어렵다. 젊은 세대는 취업이 어렵다고 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려고 한다.
이강호과거 재능 기부로 고려대에서 강연한 적이 있다. 유튜브에 강연이 올라갔는데 조회 수가 15만 회를 넘었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차에 친구들이 제안해 수락했다. 한국에서는 나이가 중요하다. 유튜브는 젊은 사람의 전용 공간처럼 보이지만, 그런 고정관념도 넘고 싶다. 이제는 120세 시대인데 60대인 우리를 시니어라고 칭하는 것도 거북하다.
권대욱 방송하면 행복하다.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주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다양한 회사에서 CEO를 역임하면서 애환도 많았을 것 같다.
조환익물론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다. 남들이 보기엔 성공한 커리어지만 시대의 고통을 안고 살았다고 생각한다. 사표를 8번이나 냈다. 권 회장도 회사 부도 등 몇 번의 큰 어려움을 딛고 현재 위치까지 왔다. 이 회장도 해외에서 많은 애환을 겪다가 장수 CEO가 됐다.
권대욱 어느 날 갑자기 사장이 된 게 아니다. 조직 말단 사원부터 고초를 겪고 실패도 잦았다. 일례로 회사 부도 후 3년 동안 산에 들어가 인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했던 적도 있다.
이강호 돌이켜보면 인생의 ‘NG’라고 생각되는 장면도 많았다. 이런 장면을 스토리로 모아 방송하고 싶다. 잘못된 결정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콘텐츠가 취업준비생 ‘꿀팁’이 주 내용이다. 앞으로의 방향은.
권대욱일정한 틀에 갇히지 않고 여러 얘기를 들려주고 싶다. 현직 사장이 쉽게 말하기 어려운 것도 있다. 예를 들면 승진하려면 상사를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 상사가 별일 없냐며 전화하는 건 지시한 업무의 진행 과정이 궁금하다는 뜻이다. 상사의 궁금증을 파악해서 미리 없애는 게 일 잘하는 직원이 되는 지름길이다. 때로는 아부도 필요하다(웃음).
이강호직원으로 일할 때부터 보스 매니지먼트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끔은 오너나 상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것이다. 위에서 궁금증을 갖지 않도록 활발한 소통을 유지해야 한다. 이런 내용도 방송하고 싶다.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조환익글로벌 경제는 향후 20년쯤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한국은 대외 환경이 악화하는 동시에 내부에서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지는 점이 큰 문제다. 돈을 버는 건 정부가 아닌 기업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기업에 대해 다시 애정과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국내 기업인들은 피땀 흘려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국내서 무너진 부분을 만회했다. 이른바 상사맨들은 정글과 사막에서 몸으로 뛰었다. 그 결과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기업의 기를 살려줘야 한다.
이강호글로벌 시대 국가 경쟁력은 근본적으로 기업 경쟁력으로부터 출발한다. 글로벌 시장은 핸디캡이 없다. 급수도 없다. 말 그대로 무한경쟁이다. 기업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 신나게 일할 수 있는 일터가 많아져야 한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인가.
조환익말이든 글이든 표현력이 중요하다. 사람을 부릴 때는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면접이든 발표든 울렁증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젊었을 때 연설 울렁증을 없애기 위해 몇 달간 집중적으로 노력한 기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는 삶의 큰 고비를 넘기는 데 중요한 능력이 됐다.
이강호과거 덴마크 코펜하겐 비즈니스스쿨에서 교수, CEO, 컨설팅 회사 관계자들이 회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인재 역량 중 첫 번째 능력으로 의사소통이 꼽혔다. 의사소통 능력은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권대욱 가장 중요한 건 절실함이다. 글로 꼭 적지 않아도 진심 어린 스피치가 저절로 나와야 한다. 그러려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초보 유튜버로서 가장 큰 고민은.
조환익조회 수와 구독자 수가 생각보다 빠르게 늘지 않아서 잠이 안 온다(웃음). ‘직장에서 왕따 되지 않는 법’ ‘연설 울렁증 극복법’ 등 시청자가 관심 있을 만한 다양한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일문일답 형식의 2분짜리 짧은 영상을 도입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의 일환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유튜버가 된 CEO’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드는 게 목표다. 국내 기업가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은 거의 없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건전하고 생산적인 콘텐츠를 만들려고 한다. 시선을 끌기 위한 ‘양념’을 어떻게 넣을지 고민하고 있다.
권대욱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양질의 콘텐츠와 재미라는 두 가지 요소만 있으면 성공할 것이다. 다소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한 개의 ‘대박 콘텐츠’가 나오면 나머지 콘텐츠의 조회 수도 급증할 것이다.

유튜브 방송에서 일에 대한 몰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권대욱빠른 취업보다는 바른 취업이 중요하다. 스스로 세 가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이는 좋아하는 일, 생계 수단이 되는 일, 보람 있는 일이다. 이들의 교집합을 업으로 삼아야 한다. 또 회사에서 업무가 주어지면 ‘내가 스스로 시켜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CEO의 노력도 중요하다. 조직원이 몰입할 수 있는 비전을 만들고 실천해야 한다. 그럴싸한 구호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이강호억지로 일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취준생이라면 인·적성 검사를 통해 자기가 타고난 인·적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성적에 맞춰 진로를 결정하는 건 시간이 지나면 의미 없는 일이다.

취준생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조환익모두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는다. 그러나 회사에서 원하는 것은 규격화한 스펙이 아니라 글로벌 감각과 어학 능력이다. 영어는 기본이고 추가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면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해외 배낭여행이나 인턴십 경험도 주효하다.
이강호누구나 똑같이 쌓는 스펙은 의미가 없다. 이력서를 보고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올 수 있는 튀는 포인트가 있어야 한다. 작은 성공이라도 좋다. 꽃을 몇 년간 키워봤다든지 등단을 해봤다든지, 스포츠로 성취를 이뤘다든지, 차별성을 강조해야 한다.
권대욱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돋보인다. 점점 글쓰기를 소홀히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 글쓰기도 연습이 중요하다. 깊은 생각이 정리돼야 좋은 글이 나온다. 구글 등 글로벌 회사는 채용 시 글쓰기 능력을 중시하고 있다.
이강호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의 3분짜리 유튜브 동영상을 가끔 본다. 그는 그가 사업을 시작한 첫 아파트를 초창기 임직원들과 매년 방문한다. 18명의 임직원과 함께 식사하고 잤던 곳이다. 그들은 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한국은 대기업 선호가 심하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패하더라도 중소기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해야 한다. 용기를 가져달라.

끝으로 하고 싶은 얘기는.
조환익요즘 젊은 세대는 불운하다. 세계 경제가 수축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경제 정책도 성장보다 평준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인구 구조가 역피라미드 형태로 바뀌어 의료보험료를 많이 내고 보험금은 적게 받는 시스템으로 변하고 있다. 대기업도 이제 직원의 일생을 보장하지 않는다. ‘대마불사’는 과거의 유물이다. 개도국과 선진국 가리지 말고 해외로 나가야 한다. 인도에선 ‘뉴델리 박씨’가 되고 홍콩에선 ‘홍콩 장씨’가 되는 식으로 철저히 현지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미래가 없다.
권대욱 기업이 어렵다. 노력하는 것에 비해 정당한 대우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일터 그 자체는 언제나 옳다. 임직원이 일터를 무시하는 건 자기 비하에 불과하다. 자존감이 깨진다. 확고한 직장관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강호구글, 마스터카드,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 CEO는 인도 출신이 많다. 이들 대부분은 인도에서 대학을 나왔다. 한국은 왜 안 될까. 글로벌 무대 전체를 일터라고 생각해야 한다. 어디서든 살아남는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생각을 정하고 미리 준비한 사람이 승자가 된다.


조환익 전 한전 사장은 누구?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역임 후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출보험공사, KOTRA 사장을 지낸 산업정책 전문가. 한전에서 3연임에 성공. 살면서 8번 사표를 던짐. 사표 내고 3개월간 수많은 책을 섭렵하기도 함. 현 한양대 특임교수.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로 신춘문예 도전 예정. 1950년 서울생, 서울대 정치학 학사.


권대욱 휴넷 회장은 누구?

1986년 한보건설 사장을 시작으로 30년 넘게 최고경영자(CEO)를 역임. 건설업과 서비스업 전문가. 2011년 KBS 예능 ‘남자의 자격’에 등장한 청춘합창단 단장을 맡아카네기홀과 판문점 등에서 공연. 최근 TV조선 예능 ‘미스터트롯’ 예선에 참가했으나 나이 제한에 걸려 탈락. 1951년 경북 안동생, 서울대 농업토목과 학사.


이강호 PMG매니지먼트그룹 회장은 누구?

1990년부터 2015년까지 한국그런포스펌프 사장을 시작으로 30년 넘게 글로벌 기업 CEO를 지냄. 다국적기업최고경영자협회 회장, 프론티어코리아 사장 역임. 현 PMG 매니지먼트그룹 회장. 해발 고도 3000m 이상의 세계 유명 스키장을 모두 방문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스키광. 1951년 서울생, 육사 29기.

김문관 차장, 김두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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