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님실 대탐방을 하겠습니다. 시장님의 은밀한 사생활? 아늑한 시장님의 러브하우스?”

임용 3년의 8급 공무원 김선태 주무관이 시장실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금방이라도 상사에게 들키면 혼쭐날 것 같은 아슬아슬한 발언이다. 그러고는 실제로 시장실을 박차고 들어가 시장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의자에 기대앉아 온갖 서류에 제멋대로 결재 사인을 날린다.

공무원 사회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이 상황은 9월 24일 충주시의 유튜브 공식 계정에 올라온 ‘홍보맨의 난? 국내 최초 시장실 리뷰’ 영상의 한 장면이다. 김 주무관은 충주시 공식 유튜브 계정을 운영하는 충주시 홍보 담당자다. 그가 한 땀 한 땀 기획한 영상들이 이 계정에 매주 화요일 올라온다. 지난 4월 그의 건의로 개설된 유튜브 계정은 구독자가 현재 5만8000명으로, 지방자치단체 구독자 수 1위인 서울시(7만 명)를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의 유튜브 계정은 7년 전에 시작한 것이다.

김 주무관이 올리는 영상의 ‘아이덴티티(정체성)’는 확실하다. ‘B급 감성’이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카메라와 김 주무관의 솔직담백하고 엽기적인 입담, 보조 출연하는 동료 공무원의 수수한 연기까지. 어딘가 아마추어 같으면서도 절로 폭소를 자아낸다. 보수적인 공공기관에서 그가 파격적인 영상을 만드는 저력이 궁금했다. 그에게 직접 들은 성공 비결을 정리했다.


충주시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페이스북 홍보에 주력하다가 유튜브 시대가 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먼저 윗선에 유튜브 영상을 만들기 위한 인원 충원이 필요하다고 보고드렸다. 그랬더니 반쪽짜리 허가가 떨어졌다. 충원은 안 되는데 유튜브는 하란다. 그렇게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

충주시 유튜브 첫 영상은 4월 10일 올라온 ‘시장님이 시켰어요!!! 충주 공무원 VLOG’다. 영상에서 조길형 충주시장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김 주무관에게 “너 유튜브 해! 유튜브!”라고 말한다.


비결 1│관료 사회 위계 깨는 파격 섭외

유튜브 영상에 조 시장이 자주 등장한다.
“8급 공무원과 시장님의 대비 효과를 노렸다. 엽기적인 말단 공무원과 진지한 이미지의 시장이 만나면 어떤 모습이 연출될까.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후에도 시장님이 등장하는 콘텐츠를 기획했는데?) 시청자들이 시장님의 모습을 본 이후로 댓글로 ‘1일 시장이 되어 달라’ ‘시장실을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비결 2│용역은 써도 되고, 안 써도 된다

B급 감성 콘셉트는 어떻게 잡았나.
“유튜브 시작할 때 여러 공공기관의 유튜브를 둘러봤다. 비싼 값 주고 용역을 맡기는데도 조회 수가 두 자릿수인 곳이 많았다. 다른 곳과 차별화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아나운서, 스튜디오, 카메라도 없고 담당도 나 혼자였으니, 주어진 상황 자체와 딱 맞아떨어졌다. 유튜브 대세는 ‘솔직함’이라고 하니 ‘직접 만들어보자’ 하고 덤볐다.”

카메라가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것도 B급 감성 연출인가.
“(웃음) 아니다. 그게 실제 실력이다. 모든 것이 처음이니 서툴고 제작 기간도 많이 걸렸다. 3월부터 나름 연습해서, 4월부터 유튜브를 올리기 시작했다. 첫 영상 퀄리티가 엉망인데 그거 하나 만드는 데 1주일이 걸렸다. ‘퀄리티는 낮고, 솔직한데, 어이가 없다’는 느낌의 철학을 추구했다.”


비결 3│결재는 건너뛰어라

영상을 올릴 때 결재를 안 받는다고.
“처음부터 우리 팀에 결재 라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페이스북 게시물이 성과를 거두면서 결재 과정을 서서히 없앴다. 지난해 9월 올렸던 ‘고구마 축제’ 게시글이 대박 났던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팀장님과 과장님이 모두 나를 믿어주신 덕분이었다. 유튜브를 시작할 때도 ‘뻔한 시정(市政) 홍보하지 말고, 마음대로 뜻을 펼쳐서 구독자를 모아보라’고 하신 분들이다. 상사의 신뢰 덕에 기존 틀을 깬 차별화한 콘텐츠가 가능했다.”

고구마 축제 콘텐츠는 페이스북에서 댓글 8300개, 좋아요 5500개, 공유 2900개, 조회 수 70만 회를 기록했다. ‘고’칼로리 시대를 ‘구’원할 ‘마’이 프레셔스라는 고구마 삼행시 와 골룸 그림 등 희한한 포스터가 전부인 게시물이다. 내용이 당황스러운데, 이 홍보 덕에 그해 고구마 축제 방문객이 두 배나 늘었다.


비결 4│담당 부서 간 조율은 중요하다

창의적인 기획 능력이 대단한 것 같다.
“머릿속에서 오랜 기간 아이디어를 생각했다. 하수처리장에서 먹방을 하는 콘텐츠는 유튜브 시작 전부터 꼭 만들어보고 싶었다. 다만 기획한다고 모두 실현되기는 어렵다. 하수처리장 먹방은 하수과의 업무를 가볍게 연출하는 예민한 소재다. 관련 부서에 동의받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

혼자 모든 제작 과정을 담당하기에 어려운 점은 없나.
“왜 없겠나. 하지만 당장 예산을 확보하거나 충원하기는 어렵다. 촬영에 들어간 소품비·입장료·식대 등을 모두 예산으로 지출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출연진 섭외도 어려워서 동기들에게 매번 부탁한다. 하지만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어설픈 B급 영상이 흥행 요인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비결 5│공공기관끼리 협력도 방법

충주구치소에서 감방 생활하는 영상을 재밌게 봤다. 구치소같이 민감한 곳을 어떻게 혼자만의 힘으로 섭외했나.
“아! 법무부에서 먼저 홍보 영상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다. 협업 요청이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요즘 다른 지자체들도 하나둘씩 유튜브 홍보에 뛰어들고 있다. 충주시가 유행을 이끈 시초라고 봐도 될까.
“그런 것 같다. 20개가 넘는 공공기관에서 유튜브 제작 방법을 물어왔다.”

지자체들이 굳이 왜 유튜브에 비용을 투자하나. 어떤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나.
“지자체의 홍보 방식은 두 가지로 나뉜다. 시민에게 시정을 홍보하는 것과 전 국민에게 지자체의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다. 전자는 보통 보도자료 형식으로 배포되지만, 후자는 SNS를 활용해야 효과가 높다. 충주시는 작은 도시이기 때문에 전국 인지도가 낮다. 청주시와 헷갈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작은 도시는 나중에 도시 소멸까지 우려된다. 충주에 기업을 유치하거나 관광객을 모으는 것 또는 충주의 농산물을 판매하는 것,이 모든 것이 충주시 브랜드를 알려야 이뤄지는 일들이다.”

공무원은 튀면 피곤하지 않나. ‘어떤 인센티브가 있길래?’라는 생각도 들던데.
“음…사실 행정직 공무원으로서 내 지금 활동이 플러스가 될지, 마이너스가 될지 걱정되는 순간도 있다. 나는 사실 매우 평범한 사람인데 시청 직원들이 ‘건방진 사람’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욕먹지 않으려면 차라리 안 하는 게 낫긴 하다. 다만 어떤 조직이든 보수적이어야 하는 부서가 있으면, 혁신적이어야 하는 부서도 있지 않을까.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어떤 조직이 새로운 도전이나 혁신을 하려면,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부작용이 싫으면 아무 일도 안 해도 되지만…. 작은 부작용 정도는 조직 발전을 위한 도전 과정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도전을 잘하다가도 문제가 생기면 한 사람이 ‘독박’ 쓰는 문화가 박하게 느껴진다. 사실 인센티브보다 실패를 용인하고 관대하게 바라보는 그런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김선태 주무관은 누구?

2016년 충주시 산척면에서 근무를 시작한 8급 공무원. 2018년 7월부터 홍보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페이스북 계정과 유튜브 계정을 모두 흥행시켰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이 그에게 SNS 홍보에 대한 조언을 구했고, 중소벤처기업부·강원도청·제주도청·해양경찰청 등은 강의 러브콜을 보냈다. 가장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묻는 말에 그는 ‘워크맨’을 꼽으면서 “제 취향 확실하죠?”라고 말했다. ‘워크맨’은프리랜서 아나운서 장성규가 등장하는 B급 유튜브 콘텐츠다. 김 주무관 역시 B급 콘텐츠로 사람의 이목을 끈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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