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경기 판교 마이다스 아이티 사무실에서 기자가 인공지능(AI) 면접에 응시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9월 25일 경기 판교 마이다스 아이티 사무실에서 기자가 인공지능(AI) 면접에 응시하고 있다. 사진 김흥구 객원기자

“친구의 취업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다른 친구가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귀띔합니다. 그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주시겠습니까?”

눈앞에 놓인 노트북 화면에 상황문이 제시된다. 이윽고 아래 시계가 30초를 센다. 그동안 답변을 생각해야 한다. 발언 시간 90초가 시작되고 카메라 렌즈를 향해 한껏 안타까운 눈빛을 보내면서 “야, 면접까지 갔으면 다음 번엔 합격이야. 약속 잡고 조만간 우리끼리 술 마시자”라고 이야기했다. 마치 영어 스피킹 자격증 시험을 한국어 버전으로 치르는 기분이었다.

9월 25일 경기 판교에 있는 마이다스 아이티 사무실에서 인공지능(AI) 면접에 응시했다. AI 면접은 원하는 장소에서 직접 컴퓨터로 응시하는 면접 전형이다. 포스코건설 사내 벤처로 시작한 마이다스 아이티에서 국내 단독으로 해당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올해까지 총 1000개 회사가 이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은 “AI 면접 응시가 호랑이 면접관 앞에 서는 것보다 더 떨린다”고 말한다. 신규 전형이어서 공략법이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인사 담당자가 출간한 책과 취준생들의 블로그 후기, 취업 전문가들의 유료 특강을 통해 AI 공략법이 퍼지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정확한 AI 알고리즘에 기반한 내용은 아니다.

세간의 AI 면접 공략법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개발사를 찾았다. 사전 정보 없이 AI 면접에 두 차례 응시한 이후 개발사 관계자에게 설명을 들었다. 영업·마케팅 직군에 일반인 응시자 자격으로 참여했다.


육성 답변 내용은 점수에 반영되지 않는다

시험에서 가장 긴장되는 유형은 역시나 직접 소리 내 답변하는 단계였다. AI 면접은 △공통 질문 △인성 검사 △상황 대처 △취향 추론 △전략게임 △심층 대화 단계로 총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다. 이 중 공통 질문, 상황 대처, 심층 대화는 응시자가 카메라를 보고 면접처럼 답변해야 한다.

일부 취업 전문가는 고득점 전략으로 논리적 말하기를 강조한다. 긍정적인 단어를 사용하고 답변 내용에 직무와 관련된 키워드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AI가 대답의 뜻을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에 기반한 조언이다.

기자도 이를 믿고 영업·마케팅 직군에 적합한 경험을 이야기했다. 대학 시절 대형마트에서 장난감을 판매했는데 마트 정직원도 알아주는 영업왕이었다는 내용이었다. AI가 단어를 인식하지 못할까 봐 ‘영업’이라는 키워드는 또박또박 힘줘 말했다.

하지만 면접 이후 들은 개발사의 설명은 달랐다. AI는 공통 질문, 상황 대처, 심층 대화의 답변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

대신 AI는 응시자의 얼굴과 표정 변화, 안면 색상 변화, 목소리 톤·크기·휴지·음색을 확인한다. 응시자의 모습이 자연스러운지 분석해 호감도 지표를 도출하기 위해서다.

호감도는 최종 점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답변 내용을 사전에 메모해 현장에서 참고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로 작용한다. 부자연스러운 시선 변화를 AI가 감지하면 호감도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답변은 인사 담당자가 추후 영상을 확인했을 때 부적절하다고 느끼지 않을 수준이면 충분하다. AI 면접을 도입한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자기소개서처럼 면접 영상을 고차 전형에서 참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추가로 유의할 유형은 있다. 심층 대화는 응시자의 패자부활 카드다. 100개에 이르는 인성 검사에서 답변 속도가 늦었거나, 강약점이 두드러지지 않아 재확인이 필요한 특성에 대해 응시자에게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별도로 영상을 보지 않고 AI 면접의 당락을 가르는 회사에서는 심층 대화의 답변 내용은 무용지물이다. AI 면접 도입 기업 종근당 관계자는 “답변 내용과 관계없이 결과표의 점수에 따라 당락을 나눴다”면서 “인사 담당자가 AI 면접 결과에 개입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전략게임 망치면 점수도 떨어져

전략게임 단계에서는 화면을 보고 10개의 게임을 풀어야 한다. 순발력·기억력·계획성 등을 측정하는 모션게임이 등장한다.

전략게임은 취준생들 사이에서 가장 아리송한 유형으로 통한다. ‘전략게임을 거의 다 틀렸는데 합격했다. 별 영향 없지 않나’라는 후기도 있지만, 고난도 문제가 있어 긴장의 끈을 놓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업과 직군에 따라 각기 다른 게임이 나와 대비하기도 힘들다. AI 면접 단체 카카오톡 방에서는 게임별 고득점 비법을 추측하는 글이 올라온다.

전략게임이 점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궁금했다. 이를 위해 기자가 AI 면접에 임하기 전 하나의 규칙을 세웠다. 동일한 조건으로 면접에 두 번 임하면서 첫 번째엔 전략게임을 대충 보고, 두 번째엔 집중해서 보는 것이다. 변수 통제를 위해 나머지 유형은 최대한 비슷한 답변을 하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시험에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략게임을 망쳤다. 안내문을 제대로 읽지 않고 게임에 돌입했다가 게임 규칙을 몰라 1초에 한 번씩 뒤집히는 카드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어야 했다. 게임 하나를 통째로 ‘빵(0)’점으로 날렸다. 두 번째 시험에선 안내문을 한 자 한 자 빠짐 없이 읽었다. 안내문을 읽는 속도는 AI 분석 대상이 아니니 최대한 활용해도 된다고 한다.

두 시험의 최종 점수는 51점(보통)과 85점(우수). 무려 34점이 차이 났다. 첫 번째 시험 핵심 키워드에는 ‘논리가 부족한’이 나타났는데, 두 번째 시험에서는 ‘분별 있는’으로 대체됐다. 마이다스 아이티 관계자는 “게임에 임하는 태도가 달라지면서 영업·마케팅에 적합한 능력치가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지나치게 정답률이 낮으면 불성실한 태도로 간주해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평균대의 정답률은 점수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 개발사의 설명이다. 마이다스 아이티 관계자는 “전략게임은 인간의 무의식적 문제 풀이 패턴을 측정하는 영역으로, 별도 준비가 어렵다”면서 “정답률은 합격을 좌우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


정답 없는 게임도 있어

실제 정답이 없는 전략게임도 있다. 복불복 게임 ‘풍선터뜨리기’나 ‘카드뒤집기’는 응시자가 민감한 정보 유형을 확인하는 게임이다. 예컨대 풍선터뜨리기 게임에서 풍선이 터진 이후 응시자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고득점을 올리지 못한다고 해서 불이익이 있는 건 아니다.

순발력 게임도 고득점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다. 자극 반응 속도가 빠를수록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아니다. 기업의 인재상에 따라 최종 점수에 미치는 요인이 다르다. 우직한 인재상을 원하는 기업은 반응 속도가 느리더라도 정답률이 높은 응시자를, 변화에 민감한 기업은 오답률이 높더라도 반응 속도가 빠른 응시자를 선호할 것이다.

모든 게임은 응시자의 문제 풀이 패턴을 확인한다. △의사 결정 유형(안전형·분석형·미래형) △정보 활용 유형(이익·손실·확률 정보) △집중력 변화 패턴(정답률) △난이도 적응 패턴(쉬운 유형, 어려운 유형) 등을 분석한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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