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구로구 고척동에 있는 ‘고척스카이돔’ 외관. 사진 최준석 땅집고 인턴기자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에 있는 ‘고척스카이돔’ 외관. 사진 최준석 땅집고 인턴기자

8월 30일 오전 10시, 서울시 구로구 고척동 ‘고척스카이돔’ 지하 1층 상가(고척스카이몰). 이날은 ‘고척스카이돔’을 홈구장으로 쓰는 프로야구단 ‘키움 히어로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열리는 날이었다. 프로야구 경기 당일은 경기장 안에 있는 상가가 평상시에 비해 붐비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나 이 상가는 텅 비어 있었다.

이곳에서 장사하던 점포 31곳 중 25곳은 이미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해 폐업했다. ‘허갈닭강정’ ‘죠샌드위치’ ‘할리스커피’ 등 영업 중인 매장은 6곳에 불과했다. 공실률이 81%다. 상가는 문을 닫아 불 꺼진 점포가 대부분인 탓에 전체적으로 빈 건물처럼 보였다. 상가 곳곳에는 ‘리모델링 대상구역’ ‘철거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고척스카이돔’은 서울시가 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은 국내 최초의 돔형 야구장이다. 2009년 2월 공사를 시작해 2015년 9월 준공했다. 천장이 뻥 뚫린 기존 야구장과 달리 비가 와도 경기가 가능해 개장 당시 야구팬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하지만 현재 ‘고척스카이돔’ 지하상가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불과 5년 만에 몰락한 원인은 무엇일까.


관중석과 단절된 동선 탓 이동 불편

이날 상가에서 만난 상인들은 영업 부진 이유로 “상가 구조 자체가 장사에 적합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관중석과 지하 1층 상가가 단절돼 있는 탓이다. 실제 경기장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반 관중석(1만6568석)에서 상가로 곧바로 걸어갈 수 있는 문은 한 개도 없었다. 관중이 경기를 보다가 지하상가에서 간식이나 음료수를 사려면 일단 경기장 밖으로 나가야 한다. 이후 대로변에 있는 출입문으로 들어가 다시 계단을 이용해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관중석과 상가가 분리된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고척스카이돔’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면 지하상가에 바로 닿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엘리베이터는 VIP석인 ‘스카이박스(216석)’ 티켓을 구입한 관중만 이용할 수 있다. ‘스카이박스’ 티켓 가격은 성인 1인당 10만원으로 일반 관중석(외야석 7000원·내야석 7000~1만7000원)의 최대 14배 수준이다.

상인들은 서울시의 임대료 부과 시스템 변경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개장 초기인 2016년 민간 업체가 ‘고척스카이몰’을 위탁 운영했을 당시에는 임대료를 월세로 받았다. 비수기에는 월세를 일부 깎아주는 등 임대료 시스템이 탄력적으로 운영됐다.

그런데 2017년 운영 주체가 민간 업체에서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으로 넘어간 뒤에는 임대료 부과 시스템이 연간 정액제로 바뀌었다. 점포 위치에 따라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1년에 1~4회로 나눠 선납하는 구조다. 상인들은 장사가 안 되는 상황에서 임대료부터 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임대료까지 올랐다. 172㎡(약 52평) 규모의 부대찌개 식당을 운영하던 이모(35)씨는 올해 임대료로 2930만원(관리비 별도)을 부과받았다. 지난해는 2700만원이었는데 1년 새 약 5.7% 오른 것이다. 이모씨는 결국 7월 18일 가게 문을 닫았다.

‘관리비 폭탄’ 역시 점주들이 떠난 요인이다. 현재 33㎡(약 10평) 규모의 점포를 운영하는 한 점주는 “여름에는 한 달 관리비가 60만원이 나온다”며 “이곳에 입점하기 전 운영했던 66㎡(약 20평) 규모의 매장과 관리비가 똑같이 나오는 사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척스카이돔’ 자체 방문객 수가 줄고 있는 점도 문제다. 지난해 홈구단인 ‘키움 히어로즈’의 관중 수가 전체 10개 구단 중 9위를 기록하는 등 모객 성적이 부진한 데다 소속 선수의 성폭행 루머, 구단 대표의 횡령 이슈까지 터지면서 관중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올 시즌 누적 관중 수는 8월 7일 현재 33만7897명으로 10개 구단 중 최하위다.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6016명으로 지난해보다 300명가량 줄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의 상가 운영 전문성이 부족해 ‘고척스카이돔’ 상권이 계속 침체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척스카이몰’ 지하상가 빈 점포 앞에 ‘리모델링 대상구역’ ‘철거 예정’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최준석 땅집고 인턴기자
‘고척스카이몰’ 지하상가 빈 점포 앞에 ‘리모델링 대상구역’ ‘철거 예정’이라고 적힌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 최준석 땅집고 인턴기자

서울시, 상가 운영 전문성 부족…“민간에 맡겨야”

한 상인은 “이미 공실이 많아 상가 전체가 흉물스러운 분위기인데, 서울시는 개선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지난해 12월 천장에서 물이 새서 CCTV가 고장 났다고 얘기했지만, 아직도 수리해주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시를 비롯한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직원들이 상가를 운영하는 경우, 적자가 나더라도 세금으로 때우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문제”라며 “상가를 살리려는 노력이 거의 전무하기 때문에 공실률이 계속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공실을 버스킹 공간, 팬미팅과 팬사인회장, 키즈존 등 시민 편의시설로 리모델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정도 대책으로는 상가를 살리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지상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성과 가시성이 부족한 지하상가일수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과거 침침한 분위기였던 서울 지하철 7·9호선 고속터미널역 지하상가는 2012년 민간 위탁을 통해 ‘고투몰(Go to mall)’로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후 유동인구가 배 이상 늘었다.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춥다는 고객 불편을 수렴해 냉난방 시설을 개선하고, ‘고투몰’ 양쪽 끝에 푸드코트를 조성해 소비자 편의성을 높인 덕이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고척스카이몰’처럼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상가의 경우 사실상 담당자가 바뀌면 그만인 탓에 시설·운영 미비에 대한 책임 전가가 흔하게 일어난다”며 “민간 업체에 위탁하는 것이 상인과 상가 모두를 살리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지은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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