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가 전동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노란 유니폼과 전동카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주민들이 많다. 사진 김소희 기자
이수현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가 전동카트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노란 유니폼과 전동카트를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는 주민들이 많다. 사진 김소희 기자

“자~ 이것 먼저 드셔보세요. 그다음엔 이 음료를 드셔보세요. 문제 낼게요. 어느 음료의 농도가 더 진할까요?”

10월 12일 오전 9시 30분, 인천 서구 청라동 가정LH3단지아파트 정문에서 만난 이수현(43) 프레시 매니저(한국야쿠르트의 영업·배송 직원)는 만나자마자 홍삼 음료 두 개를 내밀었다. 음료를 무료로 시음하고 퀴즈 정답을 맞추라는 것이었다. 인사할 겨를도 없이 음료를 받아 마셨는데 빈속이 가득 차는 느낌이었다. 바로 옆 편의점 앞 노상 테이블에는 아침부터 두 명의 남자가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이들은 이 광경을 지켜보다 “우리도 야쿠르트 좀 사야겠다”고 했다. 이 매니저가 간에 좋은 2500원짜리 건강 음료 두 개를 건넸다. 금세 매출 5000원을 올렸다.

‘이코노미조선’이 전동카트로 길거리를 누비는 한국야쿠르트의 프레시 매니저를 동행 취재했다. 과거 ‘야쿠르트 아줌마(1971년 최초 도입)’라고 불리던 이들로 한국야쿠르트가 전문성을 대우하기 위해 지난 5월 ‘프레시 매니저’라고 공식 명칭을 붙였다. 전국에 1만1000명의 프레시 매니저가 현재 영업사원 겸 신선 배송 인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의 저력은 프레시 매니저에게서 나온다. 쿠팡·마켓컬리·티몬 등 신선 배송 경쟁 업체들의 성장세가 매섭지만, 업계 원조 한국야쿠르트의 매출은 꾸준히 오르고 있다. 2016년 9805억원이었던 매출은 이듬해 1조314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509억원(5.1%) 늘었다. 지난해에도 매출 1조357억원으로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유지했다. 영업이익은 꾸준히 10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프레시 매니저와 동행하면서 이들의 영업 비결을 직접 확인했다. 비(非)대면 배송 업체들이 무서운 기세로 성장하는 와중에도 고객을 만나 얼굴을 맞대는 한국야쿠르트의 영업 방식이 갖는 강점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동행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2시 45분까지 3시간 남짓. 이날 프레시 매니저가 방문한 가구는 36곳, 길에서 만난 고객은 6명, 걸려온 고객 전화는 19통이었다. 아파트 17개 동과 상가를 돌아다니면서 진이 빠진 기자에게 이 매니저는 “오늘 취재를 위해 주 초에 대부분의 물량을 배송한 상태”라면서 “평소 배송량의 20%에도 미치지 않는다”라며 웃었다.


비결 1│지역 할당으로 고객과 친밀도 높이고, 인센티브제로 업무 의욕 높이고

프레시 매니저는 각자 담당 지역을 할당받는다. 이 매니저의 담당 지역은 아파트 세 개 단지(총 39동)와 상가 한 곳. 지역 주민이 모두 잠재 고객이다. 파는 만큼 버는 인센티브 구조다. 본인의 영업 능력에 따라 소득이 달라진다. 매출의 약 25%를 프레시 매니저가 갖는다. 프레시 매니저가 내야 하는 비용은 전동카트 대여 비용 3만~4만원(월 기준)뿐이다.

회사 입장에선 영업비와 배송비를 총매출에서 일부 지급하는 구조이니 손해볼 것 없다. 오히려 이런 인센티브 제도가 매출을 끌어올린다. 이 매니저는 “일을 하면 할수록 많이 번다. 월급이 딱 정해져 있으면 재미없을 것 같다”면서 “‘이번 달은 올라갔네, 내려갔네’ 따지면서 승부욕이 생긴다”고 했다.

행사를 진행하거나, 견본을 주거나, 지역 주민과 친해져서 입소문을 내는 등, 영업 능력 또한 개개인에게 달렸다. 이 매니저의 영업 비결은 ‘견본 나눔’이다. 한 번은 행사 기간에 약사인 고객에게 건강 음료 견본을 건넸다고 한다. 견본을 건네받은 약사는 ‘약국엔 이미 좋은 음료가 많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견본을 마셔본 후 단골이 됐다. 요즘은 건강 음료를 종류별로 바꿔가면서 배송받고 있다. 상가 건물에 소문이 퍼져 모객도 가능했다. 1년 동안 장 건강 음료를 정기 배송받은 현원수(32) 이룸헤어 원장은 “상가 아래층 약사도 정기 배송받길래 음료가 효과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했다.

프레시 매니저의 상징성도 도움 된다. 노란 유니폼과 전동카트가 익숙한 주민이 많기 때문이다. 프레시 매니저들이 낯선 고객에게 다가가서 말을 걸어도 거부감이 없다. 먼저 다가와 야쿠르트를 사는 경우도 많다.

이 매니저의 경우 지역 커뮤니티의 연예인 같았다. 이날 이 매니저는 주민, 경비원, 배송 직원, 환경미화원까지,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했다. 지나가던 주민은 인사하면서 “우리 동네 인기쟁이”라면서 엄지를 치켜세웠다. 또 다른 정기 배송 고객 성인숙(55)씨는 “(이 매니저가) 친절하고, 열정적이어서 주위 사람에게 추천한다”고 했다. 이날 이 매니저는 지역 주민과 아파트 단지 앞 만두 가게 주인으로부터 커피를 얻어 마시고, 양파 두 망을 받기도 했다.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는 노년층에게 특히 인기다. 전자상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전화 한 통으로 프레시 매니저에게 배송을 부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김학순(77) 할머니는 “우리 동네 예쁜이, 아주 친절해”라면서 이수현 프레시 매니저를 칭찬했다. 사진 김소희 기자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는 노년층에게 특히 인기다. 전자상거래가 익숙하지 않은 노인들이 전화 한 통으로 프레시 매니저에게 배송을 부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김학순(77) 할머니는 “우리 동네 예쁜이, 아주 친절해”라면서 이수현 프레시 매니저를 칭찬했다. 사진 김소희 기자

비결 2│단지 상주해 1시간 내 맞춤 배송…‘본죽’ ‘종가집김치’ 등 50여 종 타사 제품 위탁받아 수익성 높여

맞춤형 배송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것도 프레시 매니저의 경쟁력이다. 프레시 매니저의 주 업무는 배송이다. 고객이 지정한 날짜와 시간에 정기적으로 배송하면서도, 고객의 요구대로 일정을 유동적으로 변경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여행을 가는 등 부재 중이면 배송 일자를 바꾸고, 맞벌이 가구는 신선도를 위해 오후 6시에 따로 배송하는 식이다. 이 매니저가 일주일 동안 방문하는 가구는 총 250여 곳. 하루 평균 8시간 정도 일하면서 고객이 지정한 날짜와 시간대에 대면 혹은 비대면으로 제품을 전달한다.

즉시 배송도 가능하다. 전화나 문자를 하면 프레시 매니저가 자신의 배송 코스에 맞춰 방문 계획을 세운다. 프레시 매니저의 근무 시간대(보통 오전 9시~오후 6시)라면 빠르면 30분~1시간 안에 원하는 음료를 배송받을 수 있다. 배송 인력이 지역별로 고정돼 있고, 판매 물품을 전동카트에 싣고 다니니 가능한 일이다.

주력 제품은 야쿠르트와 건강 음료이지만 최근 들어 제품군이 확대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 ‘하이프레시’에서 자체 신선간편식 브랜드 ‘잇츠온’ 제품 등을 주문하면 프레시 매니저가 배달해준다. 오후 4시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에 배송받을 수 있다. ‘하이프레시’ 회원은 68만 명(2019년 8월 기준)에 달한다.

서울 일부 지역에 한해 저녁 배송 서비스인 ‘하이프레시 고(GO)’도 운영한다. 저녁 식사 준비가 힘든 1인 가구, 맞벌이 부부 등을 고려해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로 배송 서비스를 연장했다.

한국야쿠르트는 이렇게 고객이 원하는 유연한 배송 시스템을 활용해 다른 기업의 제품을 배송해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수수료를 받고 타사 제품을 배송해주는 것이다. ‘본죽’ ‘종가집김치’ ‘농협안심한돈’ 등 국내 식품 브랜드 50여 종과 ‘메디힐 마스크팩’ 등 화장품 4종이 현재 하이프레시의 배송 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다. 전국에 조직적으로 퍼져 있고 고객과 친밀도 높은 배송 인력을 이용해 수익성을 높이는 셈이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전동카트에 제품을 담아 신선하게 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비결 3│전자상거래보다 전화 익숙한 노년층 팬 확보하기

이날 이 매니저의 인기가 폭발했던 곳은 바로 노인정 앞이었다. 노인정 창문 너머로 열댓 명의 할머니들이 전동카트를 타고 지나가는 이 매니저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두 명의 할머니가 나와 야쿠르트를 구매했다. 김학순(77) 할머니는 “어떻게 마시는지 알려주고, 전화하면 달려오고, 말도 못 하게 친절하다”면서 이 매니저를 치켜세웠다.

프레시 매니저의 경쟁력은 쿠팡·마켓컬리·티몬과 같은 전자상거래 서비스가 낯선 노년층에게서 나온다. 경쟁 업체의 규모가 쟁쟁하지만 이들이 확보하기 어려운 고객군을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전자 기기 이용이 필요한 서비스는 프레시 매니저가 직접 도와주기도 한다.

이 매니저는 “자동 계좌 이체가 어려운 어르신들에게는 직접 신청 방법을 알려준다”고 했다.


plus point

Interview ‘신인왕’ 이수현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
“誠心 다한 180원짜리 손님, 1만원짜리 단골로 돌아와”

이수현(43) 한국야쿠르트 프레시 매니저는 한국야쿠르트의 기록을 매번 갈아치운다. 그는 입사 두 달 만에 매출 1000만원을 넘겼다. 1년째 되는 달엔 매출, 고객 수 종합 상위 10% 십입 사원에게 지급되는 ‘신인왕’을 수상했다. 다른 프레시 매니저를 도와주는 멘토 활동을 남들보다 2년 일찍 1년 경력을 채운 시점에 시작했다. 모두 이례적인 일이다.

이 매니저는 영업부터 배송까지 무엇 하나 소홀히 하지 않는다. 지나가는 주민에게 인사는 필수다. 특히 그는 “아이들에게 인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실수로 못 보고 지나가면 상처받는 경우도 있더라”고 말했다. 배송할 때도 야쿠르트 제품이 넘어지지 않게 정확하게 각을 세워 포장하는 것이 그의 철칙이다.

근무를 시작한 계기는.
“돌이켜보면 벚꽃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를 정도로 숨 가쁘게 살았다. 사업을 하다가 잘 안 풀렸고 설상가상으로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시고, 나도 식도염에 걸렸다. 그러던 중 우연히 위 건강 음료인 ‘윌’을 먹었는데 속이 가라앉고 효과가 좋더라. 그 뒤로 이 회사에 관심을 가지다가 프레시 매니저로 정식 근무하게 됐다. 지금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슬픈 생각도 안 나고 웃으면서 지내고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내 인생의 모토다. 다른 프레시 매니저들도 힘든 일도 있겠지만 매순간 즐기면서 일하면 좋겠다.”

자신만의 영업 노하우는.
“꾸준하게, 성실하게. 고객과 약속을 잘 지키고 믿음을 주는 것이다. 아침에 가지고 나온 물량이 동나도 ‘죄송해요, 없어요’라고 말하지 않고, (다시 물류 창고에서 제품을 가져와서) 밤 10시에라도 갖다준다.”

지역 커뮤니티를 접수하는 비결은.
“시간대별로 돌아다니는 사람이 지역마다 다르다. 그래서 정기적으로 코스 순서를 바꾼다. 평소 못 만났던 사람도 만나면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야쿠르트 견본들을 아낌없이 나눠주는 편이다. 당장 돈이 없는 엄마에게도, 아기가 울까 봐, 엄마 체면 살려줄 겸 야쿠르트 하나 쥐여준다. 얼마 안 하는 가격이다. 조금 손해 보더라도 너무 계산적으로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나누면 나중에 다 돌아오더라. 손님이 무거운 짐을 들고 가면 가끔 전동카트에 실어서 가져다드리기도 한다. 당장 180원 야쿠르트 손님과 친해지면, 나중에 5000원, 1만원 제품의 단골이 된다. 어떤 분들은 지나가면 아파트 창문 너머로 야쿠르트 사겠다고 부르신다. 감사한 분들이 참 많다.”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고객들이 내게서 구매한 음료를 마시고 화장실을 잘 간다고 전화한다. 간 안 좋다는 사람한텐 간 건강 음료를, 위 안 좋다는 사람에겐 위 건강 음료를 추천한다. 지식을 전달하면서 그들의 체질을 개선하는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책임감이 크다. 또 요즘 신입프레시 매니저들을 도와주고 있는데, 그 중 한 분이 최근 매출 1000만원을 기록했다. 잘 적응한 것 같아 뿌듯하다. 내 일 같이 기쁘더라. 이런 게 보람 아닐까 싶다. 프레시 매니저들이 서로 영업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뒤따라오는 사람을 잘 이끌어주는 문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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