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시장 합동 현장점검반’이 10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부동산 밀집 상가의 한 중개사무소에서 부동산 실거래가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부동산 시장 합동 현장점검반’이 10월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인근 부동산 밀집 상가의 한 중개사무소에서 부동산 실거래가를 조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3주택자 김모(65)씨는 지난해 6월 절세 혜택을 기대하고 주택임대 사업자(이하 임대 사업자)로 등록했다. 그러나 최근 김씨는 지인들에게 “망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2017년 말 정부는 다주택자가 임대 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와 재산세 등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밝혔지만, 세금을 올리기로 입장을 바꾼 탓이다. 김씨는 “거주하는 집(실거주 주택)을 제외한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라고 정부가 장려한 게 불과 2년도 되지 않았는데 약속한 혜택을 줄이고 있다”며 “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한데, 시장 상황에 따라 규제를 마음대로 바꾸면 누가 정부 정책을 믿고 따르겠냐”고 토로했다. 2년여 전 세금 감면 혜택을 줘 임대 사업자 등록을 활성화해 시장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던 정부가 최근 입장을 바꿔 임대 사업자들의 불만을 사고, 시장 혼란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7년 12월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임대주택으로 등록할 경우 취득세·재산세·임대소득세·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5가지 세금에 대해 감면 혜택을 제시했다.

대신 임대료 인상률은 연 5%로 제한해 서민을 위한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사적 임대 시장에서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잦은 이사와 과도한 임대료 상승 등으로 주거 불안에 노출됐다. 세제 혜택을 강화해 임대 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후 임대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혜택이 오히려 다주택자를 양성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은 임대 사업자의 세금 혜택은 줄이고 처벌 강도는 강화하는 방안으로 급속히 틀어졌다. 특히 세금폭탄이 예고된 일부 임대 사업자들은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21년부터 임대 사업자 세금 두 배 많아져

정부가 올해 7월 발표한 ‘2019년 세법 개정안’에 따르면 소형 주택 임대 사업자에 대한 세금 감면율이 오는 2021년부터 대폭 축소된다. 현재 임대 사업자가 전용면적 85㎡(약 25평) 기준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소형 주택을 임대하고 받는 소득세 감면 혜택은 4년 이상 임대 시 30%, 8년 이상 임대 시 75%다. 그러나 2021년부터 4년 이상 임대하면 20%, 8년 이상 임대하면 50%로 낮아진다.

예를 들어 자가에 거주하면서 집 한 채는 월세 100만원, 또 다른 한 채는 10억원에 전세를 준 3주택 보유자의 경우, 지금까지는 8년 이상 임대 시 결정세액(산출세액에서 감면세액을 공제한 세금의 액수)이 15만2000원이었다. 그러나 2021년부터는 30만3000원으로 두 배가량 된다. 2주택자도 마찬가지다.

자가에 거주하면서 또 다른 주택을 보증금 5억원, 월세 100만원에 8년 임대한 경우 세부담이 2만8000원이지만, 향후 5만6000원으로 두 배가 된다.

임대 사업자에 대한 혜택은 이미 지난해 9월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부터 줄었다. 조정대상지역(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두 배 이상이거나 청약경쟁률이 5 대 1 이상인 지역)에 새로 집을 사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8년 이상 보유하더라도 양도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투기지역(집값이나 토지 가격이 갑자기 올라, 양도 소득세를 기준시가 대신 실거래 금액으로 부과하는 지역) 내 주택을 담보로 받는 임대 사업자 대출에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40% 규제를 적용하기로 했다. 기존 80%보다 대출 한도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임대 사업자가 사업자 지위를 중도에 포기할 경우에 대한 처벌 강도도 높아졌다. 정부는 올해 1월 ‘등록임대주택 관리 강화방안’을 추가로 발표하고 임대 사업자의 책임과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신규 등록 주택은 부기등기의 등록과 동시에 해야 하며 2년 내 부기등기를 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500만원) 부과 규정을 신설했다.

임대 사업자의 임대료 증액 제한 위반에 대한 과태료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임대의무 기간 내 양도 금지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기존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각각 3~5배 올렸다.

임대 사업을 자진 취소하기 어렵게 만든 것이다. 올해 2월 임대 사업자로 등록한 최모(58)씨는 “세금을 줄여주겠다고 등록을 장려할 때는 언제고 등록하고 나니 이제 와서 혜택을 빼앗겠다는 정부 정책이 어디 있냐”며 “이렇게 한 번 뒤통수를 맞았는데 앞으로 부동산 정책을 믿고 따를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줄어드는 임대 사업자

정부가 임대 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줄이면서 급증하던 임대 사업자 수도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1만 명 이상이 신규 임대 사업자로 등록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월평균 5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지난 8월 전국에서 5725명이 임대 사업자로 등록해 전월 대비 9% 감소한 바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지모(48)씨는 “최근 세법 개정을 통해 정부가 임대 사업자 혜택을 대폭 줄이면서 신규 임대 사업 등록자 수는 더욱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며 “갈수록 임대 사업자의 인기는 시들해질 것”이라고 했다.

함영진 직방빅데이터랩장은 “임대 사업자의 혜택이 급격히 줄어들 경우 다주택자들이 등록을 기피하게 돼 향후 임대료가 오르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정책 신뢰도에 타격을 입으면 궁극적인 정책 목표인 서민 주거 안정 및 부동산 가격 안정은 더 요원해진다”고 했다.

김문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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