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진주아파트. 해당 단지는 11월 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됐다. 사진 연합뉴스
재건축 사업을 추진 중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진주아파트. 해당 단지는 11월 6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됐다. 사진 연합뉴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이 발표된 이후 후폭풍이 거세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 27개 동(洞)에서는 재건축 사업 지연과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 옆 동이나 조정대상 지역에서 해제된 곳의 집값이 오르는 ‘풍선 효과’, 또 공급 부족으로 인한 집값 상승 등 정책 실효성에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는 11월 6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서울 27개 동에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은 강남구(개포·대치·도곡·삼성·압구정·역삼·일원·청담), 서초구(잠원·반포·방배·서초), 송파구(잠실·가락·마천·송파·신천·문정·방이·오금), 강동구(길·둔촌), 영등포구(여의도), 마포구(아현), 용산구(한남·보광), 성동구(성수동 1가)등 27개 동이다. 조정대상 지역의 경우 경기 고양시는 삼송택지개발지구, 원흥·지축·향동 공공주택지구, 덕은·킨텍스1단계 도시개발지구, 고양관광문화단지(한류월드)와 남양주시는 단산동·별내동을 제외한 지역과 부산광역시 동래구·수영구·해운대구 전 지역이 해제됐다.

국토부는 이번 분양가 상한제 지정 과정에서 최근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높거나 지난해 8·2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 상승을 선도한 지역 중 일반분양 예정 물량이 많거나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 지정은 1차 지정으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지역에 대해서도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 등 시장 불안 우려가 있으면 추가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초기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직격탄

이번 지정으로 가장 피해를 보는 곳은 정비구역지정부터 사업시행인가 단계에 있는 초기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이다. 안전진단 강화로 사업을 시작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인 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상한제 등으로 일반분양의 사업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한남3구역,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3차, 둔촌주공 등 총 87개 단지가 이번 조치로 분양가 상한제 대상이 됐다. 대표적인 피해 사업장으로는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이 수주 경쟁을 벌이는 용산구 한남3구역이 꼽힌다. GS건설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 일반분양가를 3.3㎡당 7200만원으로 제시했는데, 관련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면 2017년 7월 공급됐던 ‘용산센트럴파크해링턴스퀘어’의 평균 분양가(3.3㎡당 3630만원) 수준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영등포구 여의도 재건축 단지도 당분간 사업이 중단될 전망이다. 안전진단을 통과해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과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로 사업성이 크게 나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풍선 효과, 로또 청약 우려

저금리 유동자금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한 ‘옆 동’으로 몰리면서 집값 추가 상승도 우려되고 있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미 과거부터 경험했던 대로 아파트를 규제하면 상가로, 상가를 규제하면 땅으로 투자 수요가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는데 아파트 시장을 동별로 규제하면 그 옆 동으로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임채우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입지가 좋은 지역은 투기 지역, 투기과열 지역으로 지정됐을 때 집값이 더 올라가는 현상으로 이어졌다”며 “분양가 규제 지역의 집값이 잡힐지 의문이다”라고 했다.

김학렬 더리서치그룹 부동산조사연구소 소장은 “서울은 시세가 많이 올라서 투자자층이 더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지만 부산, 대전에서 최근 한 달 동안 집중 매수가 일어났다”며 “조정대상 지역에서 해제된 곳의 집값이 폭등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무주택자에게는 주변 시세의 반값 수준으로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로또 청약’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지역의 분양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대비 5~10% 정도 저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례로 반포 등 강남권은 HUG 규제 가격이 3.3㎡당 최고 4800만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상한제 시행으로 분양가가 45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주변의 새 아파트 시세가 3.3㎡당 7000만~90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반값 수준이다.


“수요 분산·공급 확대 정책 병행돼야”

전문가들은 서울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해서는 분양가 상한제 등 가격 억제 정책 외에도 수도권 교통망 확대 등 분산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 교수는 “강남 4구에 몰려있는 수요를 수도권으로 분산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면 공급 부족으로 서울 집값이 더 오르는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단순히 광역 교통망을 강화하겠다는 발표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내년 예산에 반영이 되는 등 액션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소장은 “서울에서 2021년부터는 신축 공급이 없다는 점 때문에 지금 나온 매물의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신축 아파트 공급 신호를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plus point

분양가 상한제와 조정대상 지역, 어떤 규제받나

분양가 상한제란 분양가를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한 가격 이하로 제한하는 제도다. 택지비는 토지 감정평가액과 택지 가산비이며 건축비는 기본형 건축비와 건축 가산비다. 분양가가 인근 시세의 100% 이상이면 5년, 80~100%면 8년, 80% 미만이면 10년간 전매가 제한된다.

여기에 2~3년간 실거주 의무도 부여될 예정이다. 현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주택에 5년 이내의 실거주 의무 기간을 정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토부는 시행령을 통해 2~3년의 실거주 의무 기간을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매 제한이나 실거주 의무 기간 중 아파트를 처분해야 하는 경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분양가에 1년 만기 은행 정기예금 이자를 합한 금액에 팔 수 있다.

조정대상 지역은 주택 가격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2배 이상이거나 청약 경쟁률이 5 대 1 이상인 지역으로 분양권 전매제한 및 1순위 청약 자격 강화 등의 규제를 받는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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