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스 아란시비아 아그로수퍼 해외 사업 전략 담당 이사. 사진 박지환 기자
안드레스 아란시비아 아그로수퍼 해외 사업 전략 담당 이사. 사진 박지환 기자

“세계적으로 소득이 늘어나면 단백질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축산업의 미래는 무척 밝다. 경제가 발전한 한국에서의 축산업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안드레스 아란시비아 아그로수퍼 해외 사업 전략 담당 이사는 11월 5일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가축 질병과 오폐수, 냄새 문제 등 뛰어넘어야 할 문제가 많지만 축산업의 미래는 무척 밝다”고 했다.

아그로수퍼는 창업주 곤잘로 비알이 1955년 칠레에서 1000마리의 병아리로 시작해 현재 연간 육계 1억6000만 마리, 칠면조 800만 마리, 돼지 350만 마리를 사육하는 세계적인 축산 기업이다. 돼지는 생산량의 40% 이상을 미국·일본·유럽·한국 등 세계 66개국에 수출한다. 아그로수퍼는 지난해 23억8200만달러(약 2조8500억원)의 매출과 4억달러(48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영업이익률은 16.8%로 1969년부터 2017년까지 평균 12.9%를 기록한 삼성전자보다 높다.

아그로수퍼는 경기 침체와 금융 위기, 끊임없는 생산비 상승,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이어진 가축 질병 공포, 가축 분뇨 및 악취로 인한 환경 이슈, 시장 개방 및 자유무역협정(FTA), 자연재해, 식생활 변화 등 한국 축산 농가가 겪는 시련과 고통을 똑같이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를 모두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축산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아란시비아 이사로부터 아그로수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축산 기업의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아그로수퍼가 세계 최고의 축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대다수 사람이 축산업이라고 하면 주먹구구식 경영을 떠올리지만 아그로수퍼는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농장 운영과 경영 기법을 도입해 안정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 옥수수 등 사료용 작물 재배부터 양돈·양계 농장과 도축장 운영 및 국내외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였다. 또 철저한 품질 관리와 축산 분뇨의 자원화를 통한 환경 오염 방지, 악취 제거, 수출 검역 대상 가축 질병 예방 등에도 신경 쓰고 있다. 수출 시장 개척,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다각화, 리스크 분산 등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이런 노력에 힘입어 지난 12년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17%에 달한다.”

닭을 기르다가 돼지, 칠면조 등으로 사육 대상을 확대한 이유는.
“창업주인 곤잘로 비알은 1955년 칠레의 수도인 산티아고 인근에 1000여 마리의 병아리를 키우는 소규모 양계업을 시작했다. 30년 가까이 남보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한 덕분에 사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1983년 남미 전역을 강타한 엄청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융 위기로 소비 시장과 생산 기반을 잃고 파산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주변 농부들은 농장을 버리고 마을을 떠났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남들이 버리고 떠난 텅 빈 농장에 266마리의 돼지를 사육하면서 양돈 사업에 뛰어들어 재기를 노렸다.”


칠레의 한 아그로수퍼 농장 내부. 사진 블룸버그
칠레의 한 아그로수퍼 농장 내부. 사진 블룸버그

축산업의 어려움은 많지만 그중 하나가 질병 아닐까 싶다. 어떻게 해결했나.
“아그로수퍼 농장은 최근 33년간 수출 검역 대상 가축 질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우리 가족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사소한 실수조차 용납하지 않는다’는 철저한 무관용 원칙과 매뉴얼에 따라 농장을 운영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질병 유입의 원인이 되는 가축 분뇨를 배설 즉시 깨끗이 처리해 청결하고 건조한 축사 환경을 유지한다. 질병 유입을 막기 위해 2015년부터 세계 최초로 ‘바이오 시큐리티 패스포트(생태안전여권)’라고 불리는 ‘농장출입여권제’를 도입해 사람과 차량, 물자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사람이든 차량이든 아그로수퍼 농장을 출입하려면 농장출입여권을 발급받아야 한다. 또 가축 질병이 발생한 나라를 여행한 사람은 최소 2주 전에 필요한 사전 검역과 방역 절차를 거쳐야 여권을 신청할 수 있다. 농장출입여권 소지자라도 농장을 출입하려면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각각 두 차례의 샤워와 위생복 갈아입기를 반복해야 한다.”

한국은 정부가 나서 야생 멧돼지를 사냥할 정도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심각하다. 아그로수퍼는 어떻게 질병을 차단하나.
“80여 개의 아그로수퍼 양돈 농장은 매년 350만 마리 이상의 돼지를 사육, 생산하는데 모두 인적이 드문 곳에 있다. 질병 발생을 막기 위해 주위 농장 부지를 모두 매입하고, 매입한 부지 한가운데 30%쯤에만 축사를 짓고, 축사를 둘러싼 나머지 70% 부지는 자연 생태로 유지하는 ‘생태안전지대(Bio-security Zone)’로 관리, 보존한다. 사람으로 치면 건강한 자연 생태 안전지대 한가운데 전원주택을 짓고 사는 셈이다. 또 농장 반경 3㎞ 지점에 경계 초소를 설치했다. 경비원은 주변에 서식하는 야생 동물이 농장 주변에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막는다. 농장 주변 생태 환경에 따라 농장 주위에 높이 3m 이상의 촘촘한 펜스를 설치하고 멧돼지·뱀·개구리·쥐 같은 야생 동물이 농장 안으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폭 3m, 깊이 2m의 도랑을 파 놓기도 했다. 소규모 농장을 통합해 관리의 효율성도 키웠다. 가축 질병 예방, 축산 분뇨 처리 시스템을 강화한 결과 현재는 농장 한 곳의 사육 두수가 평균 5만4000여 마리에 달한다. 8만 마리의 돼지를 키우는 대규모 농장 근무자도 열 명이면 충분하다. 이들은 철저한 사전 방역 소독 조치 없이는 농장을 출입하거나 가족과도 접촉할 수 없다. 이를 어기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즉각 해고된다. 농장으로 반입되는 모든 물품도 별도로 마련된 소독실을 거쳐야 하고, 폐기물 반출도 별도로 마련된 처리소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농장에 접근하는 모든 차량과 이동 경로도 GPS로 모니터링한다. 사료를 통한 질병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가축 사료와 물도 외부에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한다. 온도와 습도, 공기 정화 장치 등은 첨단 전산 통신망으로 원격 조종할 수 있다. 배설한 분뇨는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컨베이어에 의해 처리장으로 운반, 발효 건조돼 무공해 청정 농작물 재배에 사용된다. 가축의 몸에 묻은 배설물은 축사 천장에 붙은 자동 추적 샤워 장치에 의해 씻겨져 돼지들은 늘 청결한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수는 무균 정화 시스템을 거쳐 축사 청소와 농작물 재배에 다시 사용된다. 농장에는 가축 체온 감지 시스템을 설치해 건강에 이상 징후가 보이는 가축은 즉시 격리해 별도로 보살핀다.”

요즘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농장 내부의 돼지들은 넓은 공간에서 마음껏 뛰놀며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고 있다. ‘건강한 사료가 건강한 돼지를 키운다’라는 신념으로 사료 곡물 재배지 관리부터 곡물의 운송, 사료의 연구·개발, 조제 및 제조 등 전 과정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 대규모 시설과 연구소, 사료 공장에서 철저히 관리 통제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는 돼지를 얼마나 수출하는가.
“한국의 연간 돼지고기 소비량은 110만t 이상인 데 반해 한국 내 생산량은 80만t에 불과해 매년 30만t 이상을 세계 각국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안다. 아그로수퍼는 매년 2만~2만5000t가량의 돼지고기를 한국에 공급하는데 일반 소비자에게는 판매하지 않고, 특급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 유명 맛집과 고깃집 등 외식 업소에 공급한다.”

박지환 조선비즈 농업전문기자

  • 목록
  • 인쇄
  • 스크랩
  • PDF 다운
ⓒ 조선경제아이 & econ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