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 쇼룸 내부. 사진 젠틀몬스터
서울 홍대 쇼룸 내부. 사진 젠틀몬스터

11월 말 새롭게 문을 여는 중국 SKP백화점 베이징점. 중국을 대표하는 최고급 백화점인 SKP백화점 베이징점에서 공간 디자인을 맡은 곳은 다름 아닌 한국의 아이웨어(안경·선글라스 등) 브랜드 ‘젠틀몬스터’다. 젠틀몬스터는 ‘FUTURE & MARS(미래와 화성)’라는 주제로 화성에 이민 간 사람을 상상했고, 이를 3층짜리 SKP백화점 베이징점에서 풀어낼 계획이다. 물론 젠틀몬스터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도 이 백화점 3층에 입점한다.

아이웨어 브랜드가 공간 디자인을 하는 것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젠틀몬스터의 공간 디자인 역량은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필살기로 꼽힌다. 젠틀몬스터가 서울 계동에 있는 옛 대중목욕탕 건물을 리모델링해 브랜드 쇼룸(show room·제품 판매 및 전시 공간)을 열자, 목욕탕을 개조한 카페와 갤러리가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서울을 비롯해 대구, 부산 등에 있는 젠틀몬스터 쇼룸은 설치미술 작품과 같은 조형물로 가득 차 있다. 쇼룸을 찾는 사람들은 인증사진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젠틀몬스터의 쇼룸이 제품 못지않게 유명세를 타고 있다.

젠틀몬스터는 본업(本業)인 아이웨어 판매에서도 순항 중이다.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 매출은 2015년 572억원에서 2018년 2264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211억원에서 565억원으로 증가했다. 젠틀몬스터는 현재 서울을 비롯해 런던·뉴욕·LA·두바이·상하이·베이징·홍콩 등 전 세계 20곳에 단독 매장을 냈고, 백화점과 면세점 28곳에 입점해 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를 이끄는 김한국 대표는 대기업에서 일하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2008년 영어교육 사업을 하는 중소기업으로 이직했다. 2011년 사내 신사업 공모전에 아이웨어 사업을 제안했고, 당시 회사 대표의 지원을 받아 ‘스눕바이(현 아이아이컴바인드)’라는 법인을 설립한 것이 젠틀몬스터의 시작이다. 2011년 설립 당시 자본금 5000만원, 직원 5명에 불과했던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내년 기업공개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기업 가치가 1조원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직원은 500여 명으로 늘었다. 괴물 같은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젠틀몬스터의 성공 비결을 알아봤다.


2020년 캠페인 화보. 사진 젠틀몬스터
2020년 캠페인 화보. 사진 젠틀몬스터

비결 1│상품화 전 과정에 브랜드 정체성 반영

젠틀몬스터 제품은 한눈에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브랜드 로고 때문이 아니다. ‘젠틀몬스터스럽다’고 정의할 수 있는 혁신적 디자인이 그 이유다. 매 시즌 독특한 디자인부터 대중적 디자인까지 넓은 스펙트럼의 제품을 섞어서 출시한다.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은 고정관념을 깨뜨린다. 눈을 겨우 가릴 정도로 작은 렌즈에 빨간 줄무늬를 넣거나, 얼굴 전체를 가릴 정도로 큰 CD 모양의 선글라스도 있다. 프레임 윗부분을 연필 모양으로 만든 선글라스는 그 자체가 팝아트 작품처럼 신선함을 준다. 대중적인 디자인 제품에도 젠틀몬스터의 정체성을 담았다.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틴트 렌즈(tinted lenses·살짝 물을 들인 것 같은 렌즈) 선글라스도 노랑·파랑·분홍·보라 등 조금은 과감하게 색을 쓴다. 젠틀몬스터는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생산·포장까지, 상품화 전 과정을 내부 인력을 통해 소화한다. 이 때문에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다.


독특한 디자인의 선글라스. 사진 젠틀몬스터
독특한 디자인의 선글라스. 사진 젠틀몬스터

비결 2│톱스타가 먼저 찾는 브랜드

배우 전지현이 2014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젠틀몬스터 제품을 착용하고 등장하면서 젠틀몬스터는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전지현이 맡은 드라마 주인공 이름을 딴 ‘천송희 선글라스’는 동이 났고, 드라마가 중국에 수출되면서 젠틀몬스터의 중국 매출도 덩달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젠틀몬스터는 스타에게 돈을 주고 제품을 착용하게 하는 방식의 스타 마케팅은 하지 않는다. 전지현을 비롯해 세계적인 팝 가수 마돈나, 톱모델 지지 하디드 등 글로벌 스타가 젠틀몬스터 제품을 자발적으로 착용하면서 직원들조차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젠틀몬스터는 홍보 모델로 유명 스타를 기용하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공효진과 틸다 스윈튼 등 예외도 있는데, 두 스타 모두 직접 디자인 등 상품화 과정에 참여한 뒤 광고 모델로 나섰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브랜드 광고 모델과 차이가 있다.

톱스타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패션 브랜드도 젠틀몬스터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젠틀몬스터는 2016년 봄·여름 시즌 뉴욕 패션위크에서 오프닝 세리머니, 후드바이에어 등 5개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런웨이를 통해 자사 제품을 선보였다. 이후 알렉산더 왕, 펜디 등 협업하는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늘고 있다. 젠틀몬스터 관계자는 “지금까지 진행한 스타 및 브랜드와 협업은 상대측에서 먼저 연락을 해 성사된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며 “먼저 연락을 준 스타와 브랜드는 기본적으로 젠틀몬스터가 추구하는 브랜드 가치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물 역시 성공적이다”고 했다.


비결 3│업무 방식부터 환경까지 남다르게

직원들은 제품 디자인과 매장 관리, 경영 지원 등을 제외한 나머지 업무 영역에서 경계 없이 일할 때가 많다고 입을 모았다. 10명 안팎으로 팀을 꾸리고, 브랜드 프로젝트가 있을 때마다 팀 간 아이디어 경쟁을 통해 담당 팀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공간 디자인을 했던 팀이 다음엔 마케팅이나 신사업을 추진하는 식이다.

놀이와 일의 경계도 무너뜨렸다. 서울 서교동에 있는 사옥 1층은 현재 빈티지 침대와 가구로 가득 채워져 있다. 흡사 빈티지 가구 갤러리 같은 모습의 이 공간에서 직원들은 자유롭게 쉬거나 회의를 진행한다. 1층 한편에 정직원 바리스타가 상주하는 카페와 각종 간식거리로 채워진 무인 편의점도 있다. 직원들은 1년에 한 번씩 자신의 꿈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세계에서 가장 멋진 카페를 운영하겠다’ ‘방탄소년단(BTS)을 뛰어넘는 아이돌 그룹을 기획하겠다’는 등의 발표는 직원들의 경계 없는 꿈을 보여준다. 회사는 직원들의 꿈을 꿈으로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직원이 의지를 보이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젠틀몬스터가 가파른 성장세를 타면서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늘었지만, 회사는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로 보답한다. 직원들이 꼽는 최고의 복지는 항공권 지원이다. 1년에 한 번 금액 제한 없이 회사에서 항공권을 사준다. 자유롭게 연차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직원들은 휴가 때면 금전적·시간적 제약 없이 전 세계를 누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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