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Z홀딩스(야후재팬의 모회사)가 경영 통합 기본 합의서를 제출했다. 사진 AP 연합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Z홀딩스(야후재팬의 모회사)가 경영 통합 기본 합의서를 제출했다. 사진 AP 연합

“야후재팬이 독주하는 일본 검색 서비스 수준은 단순한 사이트 검색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네이버재팬의) 통합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2001년 4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당시 네이버컴 사장)가 일본 시장에 검색엔진 넥서치시그마를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넥서치시그마는 네이버컴이 일본에 법인을 처음 설립한 후 5개월 만에 내놓은 서비스였다.

이해진 창업자의 끝없는 일본 시장 도전이 19년 만에 결실을 거두게 됐다. 네이버와 일본 소프트뱅크가 각자의 자회사·손자회사인 라인과 야후재팬을 통합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11월 18일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Z홀딩스(야후재팬의 모회사)가 경영 통합 기본 합의서를 제출했다. 양사는 12월 중 본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3월과 9월 주주총회를 거쳐 10월 통합을 완료할 계획이다.

통합 방식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 산하에 50%씩 지분을 가진 합작법인(JV) ‘라인’을 세우고 그 밑에 Z홀딩스를 두는 방식이다. Z홀딩스는 야후재팬과 라인을 100% 자회사로 거느리게 된다. 네이버가 가진 라인 지분 72.64%를 제외한 나머지는 주식시장 공개매수를 통해 회사가 사들인 후 상장폐지하기로 했다. 통합 법인의 공동대표는 라인과 Z홀딩스의 현 대표인 이데자와 다케시와 가와베 겐타로가 맡고, 이사회 아래 조직인 프로덕트위원회 위원장을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가 맡는다.

라인과 Z홀딩스의 통합은 이해진 창업자의 일본 검색 시장 진출 역사를 통해 볼 때 의미 깊다. 10년 동안 이 시장에 수십억원을 투자하고도 번번이 실패한 이 창업자는 세 번째 도전에서 성공시킨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통해 일본 1위 검색엔진인 야후재팬과 경영 통합을 이뤄냈다. 이 창업자는 네이버 창업 초기였던 2000년 일본 법인 네이버재팬을 설립하면서 일본 시장에 첫발을 들였다. 그는 한국과 유사한 검색엔진 서비스를 내놨지만, 현지 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야후재팬의 벽을 끝내 넘지 못하고 2005년 사이트를 폐쇄했다.

1년 뒤 이 창업자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전 위원장이 창업한 검색엔진 기업 ‘첫눈’을 인수하며 일본 시장 재진출을 모색했다. 당시 서울에서 20명 남짓한 인원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검색엔진 진출 태스크포스(TF)를 짜고 현지화 방안을 찾았다. 이렇게 연구해 두 번째로 내놓은 서비스가 2009년 네이버재팬 시험판이었다. 네이버재팬은 다음 해 일본 7위의 현지 포털 라이브도어를 인수하며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지만,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2013년 검색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 창업자가 절치부심해 2011년 다시 내놓은 야심작이 모바일메신저 라인이다. 이 과정에서 첫눈을 인수할 때 공동창업자에서 검색센터장으로 합류한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사람들이 전화 대신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것에 주목한 신 공동대표는 지진 발생 3개월 만에 라인을 출시했고, 이용자 8200만 명의 일본 대표 모바일 메신저로 키워냈다. 공을 인정받아 그는 2017년 라인이 상장했을 때 이 창업자보다 2배 많은 주식을 스톡옵션으로, 올해는 상장 주식의 2.7%를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도 받았다.


매년 1조700억원씩 AI에 투자

일본 최대 모바일 메신저와 검색엔진이 경영 통합을 통해 이루려는 것은 무엇일까. 당장은 일본 최대 인터넷 거물이 된다. 검색엔진·모바일메신저·전자상거래·결제·핀테크·콘텐츠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한다. 야후재팬 이용자 6743만 명, 라인 이용자 8200만 명, 단순 계산해도 총이용자가 1억5000만 명에 달한다. 중복된 인원도 많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테크 기업으로 거듭난다.

장기적인 비전은 ‘세계 최대의 인공지능(AI) 테크 기업’이다. 여기엔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텐센트, 알리바바 등 미국과 중국의 거대 인터넷 기업에 선수를 빼앗겼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두 회사 경영자는 11월 18일 기자회견에서 “세계 인터넷 시장에서 미·중 기업이 압도적으로 우세하고, 기업 규모 면에서도 아시아(중국 제외)와 일본 기업 간 차이가 벌어진 상황”이라며 통합 배경을 밝혔다. 인재, 자금, 데이터 등이 모두 거대 공룡들에게만 집중되면서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두 회사는 이를 위해 AI에 매년 1000억엔(약 1조700억원)씩 투자하기로 했다. 싸움은 쉽지 않다. 미국의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진영, 중국의 BATH(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화웨이) 진영은 이미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어 미래 기술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구글은 214억달러, 알리바바는 218억달러의 자금을 연구·개발(R&D)에 투자했고, 이 중 AI 투자 비중이 적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 1호가 투자하고, 2호가 투자할 2000억달러(약 235조원) 이상의 자금이 AI 스타트업을 통해 통합 법인에 전수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plus point

“큰일 함께합시다” “그래 볼까요?” 농담 같던 신년 인사가 日 흔드는 딜로

“큰일 함께하자.” Z홀딩스의 가와베 겐타로 대표는 수년 전부터 라인의 이데자와 다케시 공동대표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매년 따로 모이는 신년회 자리에서였다. 매번 웃음으로 넘기던 다케시 공동대표는 올해 봄 처음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11월 1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통합 경영 기자회견에서 겐타로 대표와 다케시 공동대표가 한 말이다.

먼저 움직인 야후재팬은 구글재팬의 추격에 위기감이 큰 상황이었다. 닐슨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야후재팬은 이용자 6743만 명으로 1위 자리를 지켰지만, 2위인 구글재팬(6723만 명)과 3위 유튜브(6276만 명)가 턱밑까지 쫓아오고 있었다. 모바일 메신저 1위인 라인 역시 최근 현지 사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제·전자상거래 등 사업 다각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이 수익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이후 양사의 통합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두 대표는 지난 6월 각자 모회사인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에 이를 보고했고, 9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도 프레젠테이션을 받은 후 100% 찬성했다.

송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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