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현 농업회사 법인 ‘팀파머스’ 대표.
민병현 농업회사 법인 ‘팀파머스’ 대표.

올겨울 들어 처음 영하로 떨어진 11월 20일. 농업회사 법인 팀파머스의 민병현(36) 대표를 만나기 위해 강원도 춘천시 신북읍 ‘유기농 카페’를 향했다. ‘유기농 카페’는 민 대표가 동생과 함께 설립한 팀파머스에서 운영하는 곳이다. 카페는 한적한 시골 동네에 있었다. 외진 곳인데 사람이 올까 싶었다.

텅텅 비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카페 안에서는 몇몇 젊은이가 편안한 모습으로 차를 마시고 있었다. 민 대표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카페 주변에 분홍빛 억새로 불리는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러 오는 손님이 많았는데, 오늘은 기온이 갑자기 떨어져 방문객이 줄었다”고 했다.

불과 2년 전 서울의 정보기술(IT)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던 그가 갑자기 고향으로 내려가 부모님과 토마토 농사를 짓고, ‘유기농 카페’와 베이커리 카페 ‘파머스 가든’을 세운 이유가 궁금했다.


지금 하는 일은.
“부모님과 토마토 농사를 짓는다. 개인적으로는 팥 농사도 짓는다. 또 토마토 등 농작물 판매를 위해 동생과 공동으로 농업회사를 설립했다. 농업회사 법인을 통해 유기농 카페와 파머스 가든이라고 하는 베이커리 카페도 운영한다.”

토마토 재배에, 농업 법인까지 만들어 카페를 둘이나 운영하는 이유는.
“농작물을 잘 생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판매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카페를 운영하기로 했다. 차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방문했다가 농산물까지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 법인이 운영하는 유기농 카페에서는 생토마토를 살 수 있다. 베이커리 카페에서는 내가 직접 생산한 토마토와 팥을 가공한 빵 제품을 만들어 파는데, 반응이 좋다.”

손님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맞다. 우리 카페는 많이 외진 곳에 있다. 그래서 초기에는 카페 홍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손님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생각해 낸 게 카페 주변의 노는 땅을 빌려 유채꽃, 핑크뮬리, 마리골드, 백일홍 등을 심는 것이었다. 포토존을 만든 다음 무료로 개방했더니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금세 소문이 퍼졌다. 이후 인근 춘천에서 방문객이 오기 시작했다. 인플루언서(Influencer·인터넷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찍어 올리자 서울에서도 찾아왔다. 사람들이 사진 찍으러 온 김에 카페에 들러 차도 마시고 토마토를 사가기도 한다. 지난해 봄 카페를 열었는데 불과 1년 만에 10만 명쯤 방문한 것 같다. 많을 때는 하루 방문객이 3000명쯤 된다. 하루에 700만~8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적도 있다.”

농사보다 사업 감이 더 좋은 것 아닌가.
“강원대에서 체육과학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이후 친구 5명이 모여 IT 스타트업을 세웠다. 액티비티 활동이나 게임 등을 한곳에서 살펴보고 예약할 수 있는 인터넷 플랫폼이었다. 나는 그곳에서 영업을 담당했다. 당시 어떻게 하면 플랫폼 방문자를 늘릴 수 있을지 늘 고민했는데, 지금 카페를 운영하면서 그때 덕을 크게 보는 것 같다.”

스타트업을 그만두고 귀농하게 된 이유는.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회사 성장성에 점점 한계를 느꼈다. 그러던 와중에 회사 매각 제의가 왔고, 친구들과 고민 끝에 매각을 결정했다. 하지만 매각 금액이 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손에 쥔 돈은 적었지만 아직 젊기에 새로운 일을 찾아야만 했고, 그게 농업이었다. 농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해 제값 받고 팔면 충분히 비전이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토마토를 키우셨다. 농가 출하가격 기준으로 토마토 한 박스(3㎏)가 비쌀 때는 1만원, 쌀 때는 3000~4000원에 거래됐다. 가격 편차가 엄청나게 컸다. 나는 소비자와 직거래하면 이런 편차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팀파머스’에서 운영하는 유기농 카페와 파머스 가든(오른쪽).
‘팀파머스’에서 운영하는 유기농 카페와 파머스 가든(오른쪽).

아내와 부모님 등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
“아내도 고향이 강원도다. 춘천으로 내려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 아내는 현재 파머스 가든을 맡아서 운영한다. 하루가 다르게 카페가 커가는 모습에 즐거워하고 있다. 하지만 부모님은 도시 생활하던 아들이 가족과 귀농하겠다고 하자 반대하셨다. 평생 고생한 농사일 안 시키려고 자식을 대학까지 보냈는데 그 자식이 농사일을 대물림하겠다니 얼마나 실망스러웠을까 싶기도 하다. 초반에 카페에 손님이 없어 내가 맘고생할 때는 부모님이 더 안타까워하셨다. 지금은 카페가 자리를 잡았고, 아들이 농사일도 같이하고, 수확한 농작물이 카페에서도 잘 팔리니까 많이 좋아하신다. 부모님은 6611㎡(약 2000평) 유리온실에서 연간 45t의 토마토를 생산하신다.”

토마토 농사는 부모님이 전담하시나.
“유기농 카페와 파머스 가든 운영은 아내와 동생의 아내가 각각 맡아 한다. 나와 동생은 주로 토마토 농장에서 힘쓰는 일을 맡는다. 농장이 크다 보니 부모님 두 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매장에는 손님이 몰려 정신없이 바쁠 때나 카페 주변에 유채·핑크뮬리 등을 심을 때 간다.”

카페를 두 곳 운영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했을 것 같다.
“서울 생활 접고 춘천으로 내려올 때 가진 돈이 5억원쯤 됐다. 그 돈으로 춘천에 집을 얻고 나머지는 사업 자금으로 사용했다. 귀농한 지역에 노는 땅이 많아 아주 큰돈이 들지는 않았다. 유기농 카페는 빈 건물이었고, 유채와 핑크뮬리를 심은 카페 옆 땅은 원래는 잡초 무성한 노는 땅이었다. 지금은 카페가 유명해지면서 땅값이 많이 올랐지만 빌려서 농사지을 때는 얼마 안 했다.”

수입은 얼마나 되나.
“우리 부부와 동생 부부 모두 농업회사 법인에 소속된 직원이다. 그래서 월급을 받는다. 가족당 500만원 정도다. 수익은 배당하지 않고 법인에 모두 적립하고 있다. 회사 주주는 나와 동생밖에 없지만 아직 투자해야 할 곳이 많아 배당하지 않는다.”

어디에 투자할 계획인가.
“돈 들어갈 곳이 많다. 유채를 심은 게 포토존을 만드는 것뿐 아니라 유채 기름을 만들어 팔려는 생각도 했기 때문이다. 마리골드 재배 규모를 확대해 꽃차를 제조·판매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 유리온실에 공기정화 식물을 키워 관상용으로 판매하려는 계획도 있다. 지금 얘기한 것만 실행하려 해도 많은 돈이 필요하다.”

꿈이 있다면.
“현재 우리 법인은 6명의 직원이 정규직으로 근무한다. 내 꿈은 농촌 젊은이가 일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회사의 성장 속도를 보면서 지속해서 정규직을 늘려갈 것이다. 현재 우리 회사의 연봉이 3000만원쯤 된다.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주는 곳도 있지만,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또 내가 재배한 농작물과 주변 농부들이 키운 농작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직거래 플랫폼도 만들어 볼 생각이다.”

박지환 조선비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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