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노키즈존 카페와 식당 표시. 사진 김유정 기자
서울에 있는 노키즈존 카페와 식당 표시. 사진 김유정 기자

“상영 도중에 큰소리로 노래 따라부르고 의자를 발로 차는 통에 정말 짜증이 납니다. 애들 때문에 영화에 집중이 안 돼 결국 심야영화로 다시 봤습니다.”

“아이들이 모두 그런 것처럼 일반화해서 억울합니다. 어른 중에도 상영 도중에 떠들고 휴대전화 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요. 상영관이 줄어든 만큼 아이들을 동반해 편하게 영화를 볼 권리도 줄어듭니다.”

‘겨울왕국 2’로 촉발된 ‘노키즈존(No Kids Zone)’ 논란이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상영관 중 일부를 어린이 입장을 제한하는 노키즈존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누리꾼 사이에서 제기되자 한쪽에서는 권리 침해라며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는 것.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위와 같은 글을 게재하며 팽팽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노키즈존이 위법인지 합법인지에 대한 명확한 판단은 없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주도에서 노키즈존 식당을 운영한 식당 주인에게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위반을 들며 노키즈존 영업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는 했지만 헌법 제15조에서는 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헌법이 국가인권위원회법보다 상위 법률이라 사실상 노키즈존을 택할지 말지는 가게 주인 마음에 달려 있다고 보면 된다.

키즈를 몇 살까지로 보는지도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키즈는 영유아나 어린이를 뜻하지만 제주도 노키즈존 식당은 13세 이하 아동의 출입을 금지했었다. 가게 주인이 정하기에 따라 5세 미만, 8세 이하, 12세 미만 등 천차만별이다.

노키즈존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계속되는 중에 노키즈존을 선언하는 사업장은 계속 늘고 있다. 구글 지도에 전국의 노키즈존을 표시해 보여주는 노키즈존맵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400여 곳의 카페, 식당 등이 노키즈존을 선언했다. 2년 전 240여 곳에서 160여 곳이 더 늘어났다. 노키즈존맵은 트위터나 메일로 제보받아 데이터를 수집해 지도에 담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노키즈존을 일부러 찾아다니는 사람뿐 아니라 아이를 동반해도 되는 곳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도 활용된다.


핫플레이스 중심으로 400여 곳…혼카족의 성지(聖地)

주로 서울 연남동, 이태원, 성수동 등 일명 ‘핫플레이스’라 불리는 동네에 노키즈존이 많이 몰려있다. 특히 2017년 논란의 진앙이었던 제주도에 노키즈존이 집중돼 있다. 대부분 테이블이 많지 않은 작고 조용한 식당과 카페다. 이들이 매출 감소의 위험을 무릅쓰고 노키즈존을 선언한 이유는 아이 동반 고객으로 인해 감당하기 힘든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 성수동에 있는 한 노키즈존 카페 주인은 “좁은 카페 안에서 기저귀를 갈거나 테이블과 의자, 쿠션 등을 소독해달라는 등 지나치다 싶은 요구를 하는 손님이 있었고 그런 분들 때문에 자주 오던 단골도 떠나는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아이 동반 고객을 문전 박대하는 과정에서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고충도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노키즈존 방침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게 노키즈존을 선언한 점주들의 입장이다.

노키즈존을 선언한 이후 매출이 오히려 늘었다는 곳도 꽤 있다. 합정역 인근 한 노키즈존 식당 직원은 “1년 가까이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원래 주요 고객층이 젊은 세대라 사업에 큰 영향은 없다”며 “오히려 식사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아이 동반 고객이 오지 않으니 회전율이 더 올라갔다”고 했다.

특히 혼카족(혼자 카페에 오는 사람),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 딩크족(의도적으로 자녀를 갖지 않는 부부) 등이 노키즈존 카페와 식당을 일부러 찾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최근에는 ‘노초딩존’ ‘노틴에이저존’ 등 청소년 출입을 금하는 곳도 등장하면서 전선(戰線)이 확대되고 있다. 노초딩존은 서울 강남의 한 PC방이 떼로 몰려다니며 소란을 피우는 초등학생의 입장을 막으면서 생긴 말이다. 노틴에이저존은 부산 동래의 한 카페에서 흡연, 침 뱉기 등을 일삼고 직원에게 욕설을 했던 청소년들의 입장을 금지하면서 등장한 표현이다. 최근 경기도의 한 아파트는 입주민 전용 카페에 학생들이 출입하지 못하도록 노틴에이저존으로 지정해 또 한번 이슈가 됐다. 학생들이 카페에서 소음으로 피해를 주고 쓰레기를 치우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성인들만 카페 출입을 허용하자는 주민투표가 이뤄졌고 결국 과반이 찬성했다.

각종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맛집을 찾아갔다가 아이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절당한 사연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유명 맛집들이 노키즈존으로 전환한 사례가 잇따르자 아이 동반 가족들은 식당을 검색할 때 노키즈존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

미국, 영국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서도 노키즈존은 논란거리다. 과거에는 드레스코드가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어린이 동반 손님을 받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일반 레스토랑에서도 노키즈존을 도입하고 하고 있다. 2013년 로스앤젤레스의 한 레스토랑에서 아동 출입을 제한했던 것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해외의 경우 비행기에도 노키즈존이 도입돼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말레이시아항공은 2012년 A380 도입 당시 이코노미석 일부를 ‘콰이어트존(Quiet zone)’으로 설정하고 12세 이하의 아이와 동승자를 이 좌석에 배정했다. 이 같은 정책은 아이 동반 승객으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고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철회됐다. 인도의 저가 항공사 인디고항공은 12세 미만 어린이는 탈 수 없는 노키즈존을 도입했는데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인디고항공의 주요 고객층은 사업가와 직장인”이라며 “이들이 비행기에서라도 편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완고한 입장을 밝혔다. 최근에는 유럽 항공사도 노키즈존 좌석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일각에서는 이같이 특정 연령대로 나눠 일률적으로 출입을 금할 경우 아동, 청소년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노키즈, 노초딩과 같은 표현보다는 ‘노매너존’으로 방향을 틀어 공공장소의 예절을 지키지 않는 경우 출입할 수 없도록 하자는 대안 의견도 나온다.

김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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