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가 가까운 지하철 분당선 망포역 일대. 사진 김리영 땅집고 기자
수원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가 가까운 지하철 분당선 망포역 일대. 사진 김리영 땅집고 기자

“서울 집값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비싸고, 대출도 나오지 않아서 서울로 이사 하는 것은 포기했습니다. 대안으로 수원을 보고 있습니다. 여기도 요즘 집값이 부쩍 올랐는데, 그나마 대출은 나오거든요. 이것마저 놓치면 영영 내 집 마련을 못 할 것 같더라고요.”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거주하면서 서울 강남까지 출퇴근하는 30대 직장인 이모씨. 그는 최근 수원 기존 주택가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새 아파트 청약을 노리고 있다. 특히 영통구의 수원 삼성전자 본사와 가까운 지하철 망포역(분당선) 앞에는 약 3년 전부터 6500가구 규모 새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표 아파트로 꼽히는 ‘힐스테이트 영통(2017년 입주)’의 경우 이 일대에서 84㎡(이하 전용면적) 실거래가격이 8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분양가의 2배 수준이다. 이 단지에서 서울 강남역(2호선·신분당선)까지는 이동 시간이 1시간 이내이고, 1호선 수원역까지는 10분대에 이동할 수 있다.

수원 영통구 망포동은 광교신도시(이의동·하동 등)와 달리 조정대상지역이 아니어서 대출 시 담보인정비율(LTV)이 70%까지 적용된다. 정부 규제로 서울 아파트에 대한 대출이 꽉 막힌 상황에서 이씨와 같은 30대 직장인·신혼부부에게는 이런 지역의 새 아파트가 내 집 마련의 기회이기도 하다. 앞으로 이 주변 망포 4구역 3·4·5블록에 3000여 가구가 더 들어설 계획이다.

서울 집값이 급등하자 경기 남부의 최대 도시 중 하나인 수원 구도심 집값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실수요자들이 수원을 그나마 서울 출퇴근이 가능한 곳으로 보고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경기 남부의 분당, 판교, 광교, 용인 수지 등 신분당선 라인 주변 도시의 집값은 이미 급등했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집값이 덜 오른 수원 영통구·팔달구로 실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9년 12월 12일 찾아간 수원의 집값 상승세는 역 주변 새 아파트 단지가 주도하고 있었다. 수원 영통구에선 2011년 개통한 분당선 망포역·영통역 인근에 650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가 공급됐다. 이 아파트 단지의 가격이 초강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망포역 앞 ‘힐스테이트영통(2017년 입주)’ 84㎡는 최근 8억원(16층)에 거래됐다. 3개월 만에 약 1억원이 올랐다. 이 단지에서 한 블록 정도 떨어진 부지에 최근 분양한 ‘수원 하늘채 더 퍼스트’의 청약경쟁률은 평균 88대 1이었다. 영통구 안에 있는 광교신도시를 제외하면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의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망포동이 있는 수원 영통구는 광교신도시를 제외하고는 비조정대상지역으로 대출 규제와 거주 요건 등 복잡한 부동산 규제에서 벗어나 30~40대 수요자들이 많이 몰렸다. 이 지역은 삼성전자 사업장이 가까워 기본적인 배후 수요가 있는 데다, 주변에 새 아파트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 집값 상승 요인이 됐다. 무엇보다 현재 놓인 분당선만으로도 강남 출퇴근이 어렵지 않고, 주변 인프라도 잘 조성돼 실수요자들이 선호하고 있다.

문수임 영통뉴힐스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팔달구 재개발 구역이나 광교신도시 등은 조정대상지역이지만, 영통구는 비규제 지역으로 대출이 70%까지 나오니 지난해 주택 매수자 중 30대 젊은층이 꽤 있었다”고 했다.

수원 남쪽에 자리 잡은 팔달구는 재개발 지역 중심으로 집값이 강세다. 팔달구는 수원역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 트램(노면 전차) 등 대형 교통 호재도 있다. 현재 분당선 매교역 주변에는 팔달6구역(2586가구), 팔달8구역(3603가구), 팔달10구역(3432가구), 권선6구역(2178가구) 등 4곳에서 재개발이 추진 중이다. 이 지역은 모두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아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2021년 입주를 앞두고 지난해 3월 공공 분양한 수원 팔달구 고등동 ‘수원 푸르지오 자이’는 지난해 9월 분양가에 2억원 이상 웃돈이 붙은 6억5577만원(9층)에 거래됐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실제 거래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은 7억원을 부르고 있다”고 했다. 이 단지는 공공분양이어서 전매가 제한됐지만, 조합원 입주권은 1회에 한해 전매할 수 있어 거래가 활발하다.

팔달구 일대 재개발 구역은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면서 수요가 더욱 집중됐다. 정인용 매교역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 서울에서 재개발 투자를 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팔달구 쪽으로 많이 문의를 해오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크게 볼 때 서울 집값 급등세가 상대적으로 비규제지역인 경기 남부권인 수원으로 옮겨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수원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인 수원 팔달구 매교역(분당선) 일대. 사진 김리영 땅집고 기자
수원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인 수원 팔달구 매교역(분당선) 일대. 사진 김리영 땅집고 기자

규제 피한 수도권으로 수요 집중

최근 수원뿐만 아니라 서울 접근성이 우수한 경기권 비규제지역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9년 10월 경기도에서 9억원 이상 아파트 매매는 786건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도권 주요 지역은 2019년 6월부터 11월까지 주택 매매 변동률이 서울(1.7%)을 뛰어넘었다. 과천은 9.08%, 광명은 6.65%, 수원 영통은 2.53%를 기록했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 강화를 계속 이어 갈 것으로 예상돼 경기 남부권 집값 강세도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동현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은 “지난해 하반기 실시한 분양가상한제발(發) 서울 집값 급등 여파가 수원까지 퍼진 것”이라며 “서울 강남과 이어지는 전철·철도·광역버스 등 광역교통망이 좋은 영통·권선구 일대 새 아파트 강세는 서울 집값의 분위기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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