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혜자 오뚝팜 대표와 남편 이훈기씨가 배송 나갈 식품을 포장하고 있다. 오뚝팜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만두와 밑반찬. 사진 박지환 조선비즈 기자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송혜자 오뚝팜 대표와 남편 이훈기씨가 배송 나갈 식품을 포장하고 있다. 오뚝팜에서 직접 만들어 판매하는 만두와 밑반찬. 사진 박지환 조선비즈 기자

1월 28일 오후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에 있는 ‘오뚝팜’을 방문했다. 농약을 쓰지 않고 친환경 먹거리를 생산하는 오뚝팜 농장에는 20여 개의 비닐하우스가 빼곡히 들어서 있었다. 그 사이로 살림집이 하나 보였다. 집 곳곳에는 가공하지 않은 먹거리 원재료가 보였다.

농장 대표인 송혜자(54)씨는 보랭 박스에 물건을 포장하느라 분주했다. 송 대표는 “곧 택배 트럭이 도착한다”며 주문받은 시래기와 만두, 장아찌, 무말랭이무침, 팥시루떡 백설기 등을 정신없이 포장했다. 30분쯤 기다리자 작업을 마친 송 대표가 남편 이훈기씨와 함께 나타났다.

전업주부였던 송 대표는 화가인 남편 이씨와 결혼한 뒤 한동안 서울에서 살았다. 이씨가 먼저 양주로 와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송 대표는 아이들이 성장한 뒤 합류했다. 그리고 어느덧 17년이 흘렀다. 현재 오뚝팜에서 송 대표는 농작물 가공과 마케팅·판매 등을 주로 담당한다. 농작물 생산은 남편 몫이다. 우여곡절 많았던 부부의 양주 정착기를 들어봤다.


주로 어떤 농사를 짓나.
“무농약 친환경 농법으로 시래기·열무·호박·고추·상추·배추 등의 제철 채소를 키운다. 몇 년 전부터는 이들 채소로 김치·만두·반찬 등의 먹거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도 시작했다.”

경작 총면적은.
“농사를 짓는 땅은 비닐하우스만 17동(3000평)이고, 노지 경작지는 1만9800㎡(6000평)다. 총 2만9700㎡(9000평)쯤 된다. 채소 농장으로는 규모가 작은 편은 아니다.”

무농약 친환경 재배를 하게 된 배경은.
“농부가 되기 전까지 나는 전업주부였고, 남편은 중앙대 미대를 나와 화가로 활동했다. 우리가 서울 도봉구에 살 때 남편이 농사일로 고생하는 시부모님이 안쓰러워 먼저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어릴 때라 나는 서울과 양주를 오가며 농사일을 거들었다. 아이들이 더 큰 뒤에는 나도 양주로 와서 본격적으로 농사일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때 되면 약 치고 비료 주는 관행농법으로 채소 농사를 지어 청과물 도매시장에 팔았다. 그런데 한 번은 출하한 열무의 농약 성분이 기준치를 넘어 모두 폐기했다. 충격이 너무 컸다. 이후 농약도 거름도 치지 않는 무농약 농사를 짓고 있다.”

무농약·무비료로 키우면 좋은 농작물 얻기가 쉽지 않다고 하던데.
“채소를 심었는데 벌레가 다 갉아먹는 바람에 그냥 갈아엎고 다시 심은 적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화학비료를 주지 않으면 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기도 하지만 질기고 뻣뻣해 식감이 좋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는 거름기를 보충해주기 위해 해마다 농지에 볏짚을 수십 톤씩 넣고 있다. 일손이 많이 가고 수확량은 적지만 무농약 친환경 농사를 짓기로 한 자신과의 약속, 소비자와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상품성이 떨어지면 매출이 줄어들지 않나.
“요즘 소비자는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먹거리 가격이 조금 비싼 것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열무가 제철일 때 시장에 거래되는 열무 가격은 4㎏이 평균 2000~3000원 정도다. 우리가 키우는 무농약 친환경 열무는 2.5㎏에 1만7000원이다. 그래도 잘 팔린다. 연간 매출액은 2억원쯤 된다.”

가격이 훨씬 비싼 제품을 살 사람을 찾는 일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우리는 청과물 도매시장에 물건을 내지 않는다. 상품성이 떨어져 잘 팔리지도 않는다. 설령 팔려도 모양이 예쁜 채소에 비하면 똥값을 받을 수밖에 없다. 수지를 맞출 수 없다고 판단해 직거래로만 판매한다. 체험학습하러 온 소비자가 주 고객이다. 농장을 방문한 사람은 우리가 약속대로 무농약 친환경 작물을 키운다는 사실을 안다. 또 우리 농장에서 생산하는 농작물이 못생겼지만 한번 먹어보면 맛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또 사 먹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가랑비에 옷 젖듯이 꾸준히 고객이 늘었다. 현재 회원은 5000명쯤 된다.”

무농약 친환경 재배를 처음 시작했을 때 시부모의 반응이 궁금하다.
“처음 귀농했을 때 3년 동안은 부모님 방식대로 약 치고 화학비료를 줬다. 수확량도 많았고, 상품성도 좋았다. 하지만 농약 사건 이후로 양심에 찔렸다. 한참을 고민하다 부모님께 무농약 친환경 재배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반대가 엄청 심했지만 결국 시아버님이 하고 싶은 대로 농사를 지어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당신들은 과거 방식대로 농사를 지으셨다. 2년 전부터 아들 내외가 무농약 친환경 농법으로 농작물을 키워 돈 버는 모습을 보여드리자 시부모님 마음도 바뀌셨다. 요즘은 두 분도 무농약 재배를 하신다. 양은 적지만 가끔 벌레 먹어 구멍이 숭숭 난 채소를 가져와 팔아 달라고도 하신다.”

지금 돈벌이는 어떤가.
“무농약 친환경 재배를 시작하고 10년쯤 실패의 연속이었다. 돈벌이가 안 되니 서울 창동에 있던 아파트도 팔아 생활비와 농사자금으로 썼다. 하지만 최근 2~3년 전부터 무농약 친환경 재배법에 대한 요령이 생겨 병해충이 옛날만큼 심하지는 않다. 농업기술센터에서 마케팅을 배운 덕에 판로도 많이 늘었다. 이전에는 채소를 재배해 소비자와 직거래하는 방법만 이용했는데, 교육을 받은 뒤로는 농작물을 가공해서 팔고 있다. 원재료를 소비자가 원하는 식품으로 가공해 팔면 수익이 훨씬 많아진다. 전에는 열무를 채소 형태로 팔았다면 지금은 총각김치를 담가 팔거나 시래기로 말린 뒤 시래기 된장국으로 파는 식이다.”

식품 제조 판매로 영역을 확장하면 일이 너무 많아지는 것 아닌가.
“무농약 친환경 농작물도 경쟁이 치열해졌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다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식품 가공까지 하게 됐다. 밑반찬부터 만두·식혜·떡 같은 간식까지 우리가 생산한 농작물을 주재료로 활용해 판다. 시래기를 예로 들면 우리로서는 시래기를 판매하는 것보다 시래기된장무침이 훨씬 부가가치가 높다. 소비자는 믿고 먹을 수 있는 재료로 만든 음식을 간편하게 조리해서 먹을 수 있다. 반응이 꽤 좋다.”

해외에서도 제품 주문이 들어온다고 들었다.
“아직 주문량이 많지는 않다. 우리 농장에 방문했던 재외 동포들이 소문을 내줘 한국 동포가 많은 일본, 캐나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소량씩 수출되고 있다. 한국에서 해외로 음식을 냉동 배송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해외에서 주문하는 소비자는 비용을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그 모습을 보면서 재외 동포를 공략해도 성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향후 계획은.
“우선 건강한 식자재로 음식을 만드는 식품 가공공장을 짓고 싶다. 집에서 가내 수공업 형태로는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 또 친환경 농산물 오픈마켓 플랫폼도 만들고 싶다. 지금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우리가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식품만 살 수 있지만 지역과 관계없이 무농약 친환경 재배를 하는 농부가 생산한 농작물과 가공품도 사고팔 수 있도록 플랫폼을 오픈할 계획이다.”

박지환 조선비즈 농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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