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객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2월 1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3층 여행사 창구가 한산하다.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여행객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2월 1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3층 여행사 창구가 한산하다. 사진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공포로 일상생활까지 움츠러들면서 항공과 숙박, 외식, 유통 등 국내 소비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항공과 숙박 등 관광업계다. 한국 국적 항공사 8곳은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노선 94개 중 83개의 운항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기로 했다. 여행객이 중국은 물론 국내외 여행 자체를 꺼리면서 항공권을 무더기로 취소했고,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23일~2월 4일 한·중 노선의 항공권 환불액은 아시아나항공 239억원, 이스타항공 152억원, 대한항공 139억원 등이었다. 같은 기간 전체 노선 환불액은 대한항공 821억원, 아시아나항공 564억원, 이스타항공 250억원, 진에어 179억원, 제주항공 140억원, 에어서울 42억원 등에 달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휴직 제도를 시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대한항공은 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3월 한 달간 연차 휴가를 실시하며, 아시아나항공 역시 2월 15~29일 국내 객실 승무원 대상으로 희망 휴직 신청을 받기로 했다. 저비용 항공사인 티웨이항공과 에어서울,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도 희망 휴직 또는 무급 휴직 신청을 받는다는 방침이다.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위기까지 버틴 한 대형 여행사가 코로나19 탓에 10년 만에 폐업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행업계는 공포에 휩싸였다. 패키지 여행객이 줄면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던 국내 여행사는 코로나19 악재까지 겹치면서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국내 1, 2위 여행사인 하나투어와 모두투어가 합작해 설립한 호텔앤에어닷컴은 청산 절차에 들어갔고 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등 주요 여행사는 지난해부터 안식년과 리프레시 휴직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한국여행업협회가 2월 3일까지 12개 주요 여행사의 코로나19 관련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내국인이 해외로 나가는 아웃바운드 피해액은 299억원, 외국인이 국내로 들어오는 인바운드 피해액은 65억원이었다. 중국뿐 아니라 확진자가 늘고 있는 태국, 싱가포르 등의 여행 상품까지 대거 취소되면서 아웃바운드 피해액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면 문을 닫는 중소형 여행사가 속출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한국의 대표적 관광지인 제주도는 관광객이 절반 가까이 급감하면서 그야말로 ‘비상사태’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2월 둘째 주 금·토·일요일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은 5만866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만1832명보다 42.39%나 줄었다. 2월 들어 취소된 제주도 호텔과 렌터카 예약은 80~90%에 달했다. 취소 항공권이 속출하면서 한때 김포~제주 편도 항공권은 평일 기준 3000원, 주말 7000원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항공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미친 가격’으로 항공권 판매에 나선 것이다.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 대표적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방문한 매장을 비롯해 예방 차원에서 자발적 휴점에 나선 매장이 늘고 있다. 이마트 군산점·부천점, 신라면세점 제주점·서울점,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면세점 제주점 등이 확진자 방문이 확인된 뒤 임시 휴업한 바 있다.

또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주요 백화점들은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2월 10일 극히 일부 매장을 제외한 전국 매장을 임시 휴점하고 집중적인 방역에 나섰다. 통상적으로 주요 백화점들은 매월 한 번 정도, 주로 월요일에 문을 닫는다. 1월에 설 연휴 등 휴점일이 많아 2월에 쉬는 날 없이 영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방역이 시급해진 만큼 별도의 휴점을 통해 방역을 한 것이다.

영화·문화산업계도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했다. 확진자가 다녀간 CGV 부천역점과 성신여대입구점이 방역을 위해 문을 닫은 데 이어 영화관을 찾는 발길 자체가 뚝 끊겼다. 일부 블록버스터급 영화조차 코로나19를 피해 개봉일을 연기했다. 김용훈 감독의 작품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의 배급사 메가박스중앙 플러스엠은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 2월 12일로 예정됐던 영화 개봉일을 연기했다. 해당 영화는 전도연, 정우성, 윤여정 등 스타 배우들이 출연해 상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로 평가받아왔다.

콘서트와 팬 미팅 등 가요계 행사도 위축되는 분위기다. 태연, NCT드림, 모모랜드, 효민 등이 해외 콘서트나 팬미팅 일정을 연기했고 악뮤, 백지영, 김태우, 먼데이키즈, 이승환 등이 국내 콘서트를 미루거나 입장권 예매 날짜를 연기했다.


소상공인 “매출 50% 이상 줄었다”

소비자 발길이 뚝 끊기면서 영세한 소상공인들의 대다수가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2월 4~10일 소상공인 1096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후 소상공인의 97.9%가 매출이 ‘매우 감소했다’ 혹은 ‘감소했다’고 응답했다. ‘변동이 없다’고 응답한 비율은 2%에 불과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매장 방문객이 ‘매우 감소했다’ 혹은 ‘감소했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중은 97.5%였다. 방문객 감소는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구체적인 매출액 감소 폭과 관련해서는 발생 이전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는 응답이 44%, ‘30~50% 정도 감소했다’는 응답이 27.2%로, 30% 이상 감소했다고 응답한 비중이 70%를 넘었다.

코로나19 사태가 2015년 한국에서 확진자 186명, 사망자 38명을 기록한 메르스 사태보다 국내 경제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시에도 백화점, 대형마트, 식당 등은 매출이 크게 떨어졌고 놀이공원, 영화관 등은 입장객 수가 반 토막 났다. 지난해 12월 말 중국에서 첫 확진자가 발생한 뒤 6주 만에 확진자는 4만 명, 사망자는 900명을 돌파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월 12일 0시 기준 중국의 확진자는 4만4653명, 사망자는 1113명이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는 2월 11일까지 28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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