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나바로 WHO 코로나19 특사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질환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자세로 정책적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나바로 특사가 2016년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UN
데이비드 나바로 WHO 코로나19 특사는 ‘이코노미조선’과 인터뷰에서 “바이러스 질환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다는 자세로 정책적 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나바로 특사가 2016년 미국 뉴욕 UN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사진 UN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11일(현지시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을 선언했다. 2월까지만 해도 팬데믹 단계가 아니라고 거듭 주장했는데, 약 2주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만큼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 낯선 공포는 현재 한국을 넘어 이란·미국·유럽 등 전 세계로 퍼져 나가고 있다.

‘이코노미조선’은 WHO가 팬데믹을 인정한 날 데이비드 나바로(71) WHO 코로나19 특사에게 전화 인터뷰를 요청했다. 영국 출신 의사이자 팬데믹 전문가인 나바로 특사는 2014~2015년 에볼라 유행 당시 유엔(UN)에서 에볼라 대책 조정관으로 일했다. 2017년에는 현 WHO 사무총장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55)와 WHO 수장 자리를 놓고 2파전을 벌인 인물로도 유명하다. WHO는 지난달 말 나바로를 코로나19 특사로 선임했다.


팬데믹 전문가로서 요즘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점은.
“태도다. 우리가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감염 정도가 크게 달라진다는 걸 반드시 인지해야 한다. 의외로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은데 그러면 안 된다. 태도는 기본적인 행동 수칙의 이행 여부에서 나타난다. 손 자주 씻기와 입 가리고 기침하기 같은 습관을 무시하지 말라. 다른 사람과 최소 2m 정도 간격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몸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면 신속히 자가 격리한 뒤 자신의 경로를 기록해둘 필요가 있다.”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는 우선 확진자 파악과 관리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그리고 사회의 다른 부분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국가가 신경 쓰지 않으면 모든 사회 시스템이 코로나19라는 악재에 휘둘려 생기를 잃고 ‘올스톱’될 수 있다. 감염병이 종식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유행할 수 있다’는 자세로 대비하는 것도 정부가 할 일이다.”

각국의 감염병 대책이 약하다는 의미인가.
“그간 인류는 수많은 바이러스를 만났다. 숱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이번처럼 말이다. 국가 간 분쟁이나 사람 간 충돌에 시스템적으로 대비하듯이 생물학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철저한 대비 시나리오를 세워둘 필요가 있다고 본다. WHO도 더 신속하고 효과적인 지원책을 강구할 것이다.”

국가 봉쇄에 대한 입장은.
“예민한 부분이라 대답하기 어렵다. 나라마다 정책 방향이라는 게 있다. 무엇이 맞고 어떤 게 틀렸다고 단정하긴 힘들다.”

5년여 전 에볼라 사태를 현장에서 수습할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어떤가.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에볼라 종식을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했다. 여러분은 이미 잊었겠지만, 아프리카에는 아직도 에볼라와 관련된 많은 이슈가 남아있다. 에볼라는 지금도 가끔 찾아온다(2018~2019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재발). 코로나19와 에볼라의 감염 경로와 증상이 다르므로 직접적인 비교는 쉽지 않다. 다만 코로나19의 경우 호흡기 계통으로 감염돼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한국에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마스크는 꼭 써야 할까.
“마스크 착용과 재사용 여부 등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감염병이 돌 때의 행동 수칙 측면에서 보면 마스크 착용은 중요하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자라면 입과 코를 가려 확산을 막아야 한다. 위험에 노출된 상태로 일해야 하는 보건 관계자 역시 마스크를 포함한 보호 장비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마스크로 코로나19 감염을 100% 차단할 수 있느냐’를 묻는다면, 안전하다고 확답하기 힘들다. 아직 연구로 증명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특사로서 어떤 일을 할 건가.
“2005년 UN에서 일을 시작할 때부터 팬데믹 관련 업무를 맡았다. 말라리아, 조류 인플루엔자, 에볼라 등 다양한 질병 차단을 현장에서 지휘했다. 이런 경험을 보고 WHO가 코로나19 특사 자리를 맡긴 것이다. 특사는 총 6인이다. 나는 유럽과 미국 등을 담당한다. 한국이 포함된 지역은 신영수(전 WHO 서태평양사무소 사무처장) 박사가 맡는다. 우리는 WHO의 목소리와 가이드라인을 널리 알리고 많은 국가가 준수하게끔 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다른 이들은 경각심을 갖길 바란다.”


plus point

‘세계 보건 대통령’에게는 사퇴 요구 봇물

3년 전 데이비드 나바로 세계보건기구(WHO) 코로나19 특사와 경쟁에서 승리해 WHO 리더 자리에 오른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현 사무총장은 최근 전 세계의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 보건 대통령’답지 않게 중국 눈치를 너무 본다는 이유에서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동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이다. 1948년 WHO 설립 이래 첫 아프리카 출신 사무총장이다. 1986년부터 에티오피아 보건부에서 일했고 보건장관과 외교장관 등을 지냈다.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에 힘입어 2017년 WHO 사무총장이 됐다.

그는 사무총장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부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언급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연례총회에 대만을 초청하지 않는 것은 물론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에도 줄곧 중국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1월 말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뒤에는 “시 주석에게 감명받았다”고 했다. 또 “중국의 노력이 아니었으면 각국 환자 수가 훨씬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청원 전문 사이트 ‘체인지닷오알지’에는 ‘거브러여수스의 퇴진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온 상태다. 45만 명 이상이 동의를 눌렀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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