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악재가 반영된 경기 지표가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다. 사진은 2월 22일 법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을 치르기 위해 응시자들이 시험장인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학교로 향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코로나19 악재가 반영된 경기 지표가 하나둘씩 발표되고 있다. 사진은 2월 22일 법원 9급 공개경쟁 채용시험을 치르기 위해 응시자들이 시험장인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학교로 향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국내외 경기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영향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대형 악재가 고스란히 반영될 추후 지표는 더 실망스러운 성적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중국의 확진자 수 추이가 둔화 조짐을 보인다는 점 등을 근거로 경기 회복세가 빠를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러나 핵심 수요처인 미국과 유럽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 선언과 함께 확진자가 급속히 늘고 있어 섣불리 낙관론을 꺼내 들 수 없는 상황이다. 유가 리스크와 기업의 소극적인 고용 계획 등도 코로나19발(發) 경제 충격을 배로 만드는 이슈다.

통계청이 3월 11일 발표한 ‘2020년 2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2월 국내 취업자는 총 2683만8000명으로 지난해 2월보다 49만2000명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고령군인 60세 이상 취업자가 57만 명 늘어난 덕을 본 것이다. 50대 취업자도 5만7000명 늘어났다.

반면 한국 경제의 허리층인 40대 취업자는 10만4000명 줄었다. 52개월 연속 감소다. 노동 시장에 갓 진입하는 20대 취업자도 1년 전보다 2만5000명 감소했다. 범위를 청년층(15~29세)으로 확대하면 줄어든 취업자 수는 4만9000명으로 두 배가량 불어난다. 코로나19가 고용 시장의 활기를 억누르면서 경제 활동에 집중해야 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차단한 셈이다.

코로나19의 흔적은 산업 분야별로 확연히 드러난다. 대표적인 영역이 숙박·음식점업이다. 이 분야에서는 2월 취업자가 증가(1만4000명)하긴 했으나 최근 몇 달 흐름과 비교하면 상승세가 크게 꺾였다. 젊은층이 많이 찾는 도매·소매업과 정보·통신업 취업자가 지난해 2월보다 각각 10만6000명, 2만5000명 감소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에 조사한 결과라며 “앞으로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3월 고용 동향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등 고용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면서 코로나19가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관찰하겠다”고 했다.

같은 날 한국은행도 ‘2020년 2월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의 그림자가 서서히 다가올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가계 대출 영향은 아직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되지만, 3월부터는 개인 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그 여파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경제 충격 가시화가 한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월 9일(현지시각) 중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제 석유 수요가 전년보다 9만 배럴(하루 기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석유 수요가 위축된다면 이는 200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급여세 인하 등의 경제 지원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영국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2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유럽연합(EU)도 회원국 기업들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서둘러 합의했다.

각국의 이런 긴급 처방이 효과를 거두려면 기본적으로 코로나19의 기세가 하루빨리 수그러들어야 한다. 특히 현시점에서 관건은 유럽과 미국이 코로나19를 얼마나 잘 제어하느냐에 달렸다. 최초 발생 국가인 중국은 진정세를 보이는 듯하지만, 이들 서구권 국가는 쏟아지는 확진자에 아비규환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확진자 수가 급격히 둔화한 것은 글로벌 부품 공급망(supply chain) 복원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주요 수요처인 미국과 유럽의 신규 확진자 급증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사라진 이탈리아의 대표적 관광지 베네치아 해변에 빈 곤돌라들이 정박해 있다. 관광 산업은 이탈리아 경제의 13%를 차지한다. 사진 블룸버그
코로나19로 관광객이 사라진 이탈리아의 대표적 관광지 베네치아 해변에 빈 곤돌라들이 정박해 있다. 관광 산업은 이탈리아 경제의 13%를 차지한다. 사진 블룸버그

채용 시큰둥한 기업들

코로나19 악재만 벗어나면 국내외 경제가 반등 모터를 장착할 수 있을까. 기업 분위기를 살펴보면 그렇지 않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300인 이상 매출액 500대 기업의 상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27.8%가 올해 상반기 채용을 지난해 상반기보다 축소하거나 한 명도 뽑지 않겠다고 했다. 채용을 늘리겠다고 한 회사는 5.6%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늘리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국내외 경제와 업종 상황 악화(43.6%)’를 꼽았다. 여기서 눈여겨볼 부분은 이 조사가 2월 5~19일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지기 전이라는 얘기다. 팬데믹이 현실로 다가온 지금, 같은 설문조사를 한다면 기업들의 답변은 채용에 대해 더 부정적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산유국 간 치킨게임 양상도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 심리를 더 얼어붙게 하는 요인이다. 러시아는 3월 6일 OPEC(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 회의에서 원유 감산(減産)을 거부했다. OPEC 플러스 회의는 OPEC 회원국 14곳과 비회원 산유국 10곳이 모이는 자리다.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는 OPEC 비회원국이다.

그간 OPEC 플러스 회의 참여국들은 협의를 통해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수준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생산량을 조절해왔다. 이 협의를 이번에 러시아가 깬 것이다. 그러자 2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앞다퉈 증산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30달러대로 반 토막 났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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