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발렌시아 CF 대 아탈란타 BC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 이날 경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 때문에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사진 AP연합
3월 10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발렌시아 CF 대 아탈란타 BC의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경기. 이날 경기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 때문에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사진 AP연합

“퇴근 후에 롯데 자이언츠와 유럽 축구 경기를 시청하는 게 삶의 낙이었는데, 야속한 ‘팬데믹(pandemic·전염병 대유행)’ 때문에 전부 없어졌습니다.”

겨우내 기다렸던 한국 프로야구 리그 개막이 미뤄졌다는 소식을 접한 직장인 박모(27)씨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3월 10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리그 개막일을 4월 중으로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많은 인원이 몰리는 경기장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파지가 될 가능성이 커서다. 앞서 리그 도중에 일정이 중단된 프로축구·프로배구·프로농구까지 국내 4대 프로 스포츠가 모두 멈춰 섰다.

해외 프로 스포츠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날, 이탈리아의 프로축구 리그 ‘세리에 A’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리그 일정이 중단됐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가 선포한 ‘전국적 이동 제한령’으로 원정경기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프리미어 리그(영국), 분데스리가(독일), 라리가(스페인), 리그앙(프랑스) 등 다른 유럽 국가 프로축구 리그도 경기를 무관중으로 진행하거나 일정을 미루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전미농구협회(NBA) 리그는 현역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긴급 중단됐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번지면서 전 세계 프로 스포츠가 위기에 빠졌다. 좋아하는 스포츠 구단의 경기를 볼 수 없게 된 팬들은 아쉬운 정도로 그치겠지만, 스포츠 산업 측면에서 보면 돈줄이 꽉 막히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가 찾아온 상황이다. 경기 진행에 지장이 생기면 스포츠 구단이 흔들리고, 스포츠 구단이 흔들리면 전 세계 1500조원에 달하는 스포츠 산업 자체가 휘청인다.


중계권료·경기장 매출이 73% 차지

프로 스포츠 구단의 수입원은 경기장 매출·중계권료·스폰서십 및 기타 영리 활동 등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통계 포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영국 프리미어 리그는 2017-2018시즌에 약 7조4200억원을 벌어들였는데, 이 가운데 중계권료(4조4000억원)와 경기장 매출(약 1조300억원)이 차지하는 금액이 5조4300억원으로 73%에 달했다. 이 금액을 프리미어 리그의 한 시즌 총경기 수인 380경기로 나누면, 한 경기당 수입이 143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중 경기장 매출이 27억원이고 중계권료가 116억원이다.

수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경기장 매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인가, 아니면 무관중 경기를 치러서 중계권료라도 건질 것인가에서 각 프로 스포츠의 선택은 갈린다. 3월 11일(현지시각) AP통신은 “미국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3월 27일 워싱턴주에서 열리는 텍사스 레인저스 대 시애틀 매리너스 개막전을 텍사스로 옮겨 진행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주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곳이다. 일본 프로야구와 일본 프로축구는 4월 중으로 개막전 날짜를 미루기로 했다. 

반면 유럽 축구 리그에서는 무관중 경기가 늘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 A는 보건 당국의 반대에도 국가적인 이동 제한령이 떨어지기 직전까지 무관중으로 경기를 진행했으며, 스페인 라리가는 최소 2주, 프랑스 리그앙은 4월 15일까지 무관중 경기를 펼치기로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경기 일정이 계속 미뤄지고, 자칫 취소라도 되면 중계권료 수입마저 건지지 못하게 되니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는 말자는 판단으로 보인다. 국가 간 구단 대항전인 유로파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를 어떻게든 마쳐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스포츠 산업의 중요한 한 축인 방송사도 타격을 입고 있다. 스포츠 전문 채널의 경우 중계할 경기가 전부 사라진 상황이고, 경기 분석·하이라이트 콘텐츠 등 경기 파생 프로그램도 진행할 수 없게 됐다. 지상파 방송사 스포츠 PD로 재직하는 최모씨는 “일단 국내 스포츠 경기가 다 취소돼 낮 시간대 편성표가 통째로 날아간 상황이다”라며 “마땅한 대안도 없어 재방송으로 땜질하면서 사태가 빨리 진정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씨는 “특히 프로야구 같은 경우에 경기 수가 팀당 144경기로 많아 개막 일정이 계속 연기되면 일부 경기는 취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중계권료 반환을 두고 방송사와 KBO 사이에 상당한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만약 4월 중순에도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무관중 경기라도 우선 시작할 계획이다”라며 전 경기 소화 원칙을 재차 확인했다.


plus point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도쿄올림픽

7월 24일 개막하는 일본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사태의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스포츠 산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올림픽에는 이미 조 단위의 국가 예산이 들어간 상황이다. 일본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정부 지출만 1조600억엔(약 12조원)에 달하고, 도쿄도와 조직위의 집행액을 더한 전체 지출은 3조엔(약 34조원)을 넘는다.

그러나 2002년 11월 발발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종식 선언까지 8개월이 걸렸는데, 그보다 확산세가 강한 코로나19는 당연히 도쿄올림픽 개막 전에 종식 선언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마스조에 요이치 전 도쿄도지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4월 말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으면 도쿄올림픽은 ‘아웃’일 것”이라고 밝혔고, 다카하시 하루유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이사도 “올여름에 열릴 수 없다면 1~2년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을 강행하면 오히려 흥행에 참패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에서 안전하다는 이미지를 해외에 전달하기 위해 감염자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3월 12일 기준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 수(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포함)는 1283명인데, 이는 검사 역량에 비해 턱없이 저조한 검사 실적 덕분이라는 것이다. 미국 CNN 방송은 “일본의 코로나19 감염자 수는 공식 통계의 약 10배 수준일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우려국’ 명단에서 빠지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를 압박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3월 2일 기자회견에서 한국·이탈리아·이란·일본을 코로나19 우려국으로 꼽았지만, 일본 정부의 항의 이후 ‘한국·이탈리아·이란’으로 발언을 수정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노력에도 정작 일본 국민의 45%는 ‘도쿄올림픽이 예정대로 개최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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