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국 대부분 대학이 수업을 원격으로 대체했다. 학생과 교수 모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전국 대부분 대학이 수업을 원격으로 대체했다. 학생과 교수 모두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요? 처음이어서 상당히 어색하네요. 제가 잘 보이나요?” “교수님 안녕하세요” “채팅 감사합니다. 이렇게라도 개강했으니 이제 강의 시작하겠습니다.”

“주입식 수능 강의도 아니고 대학 수업을 온라인으로 한다니 너무 낯섭니다. 집중도 전혀 안 돼 그냥 출석하는 데만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전례 없는 ‘언택트(untact·비대면) 수업’에 대학가는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인다. 3월 2일 교육부는 전국 대학에 “개강 이후에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질 때까지 원격수업으로 대체하라”는 권고를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1학기 학사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개강을 더 연기할 수 없다는 대학 측 의견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 대부분 대학이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거나 이미 진행하고 있지만, 교수와 학생 양측 모두 해당 방식에 익숙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국가적인 재난으로 대학에서 전면 온라인 강의가 시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0학년도 1학기 대학 학사 운영 권고안’에 따르면, 각 대학은 원격수업 등으로 학사 운영을 자율적으로 조정해 진행하고 이후 학칙 개정으로 소급할 수 있다. 문제는 수업 진행 방식이나 온라인 강의 플랫폼 선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는 것이다.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등은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온라인 강의를 한다. 교수의 선택에 따라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고, 사전에 녹화한 강의 영상을 학생에게 제공할 수도 있다. 자체 웹사이트가 미비한 일부 대학은 유튜브 등을 통해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기도 한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또 개강 연기를 하게 되면 등록금 부분 환불 등의 문제가 생겨 어떻게든 수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제반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탓에 정상 수업처럼 매끄럽게 진행되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고려대는 최근 교수·조교 15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법 워크숍’을 실시했지만, 여전히 ‘강의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불만 사항이 이어지고 있다.

김수완 한국외대 교수는 “학교 측에서 프로그램 기본 사용법만 메일로 보내주고 나머지는 알아서 해결하라는 식으로 나와 제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라고 했다. 대학 강사 한모(35)씨는 “대학마다 온라인 강의 프로그램이 달라 우리처럼 여러 대학에 출강하는 강사들은 영상 송출, 출석 관리, 과제 출제 등에 드는 업무량이 몇 배로 늘어날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생들도 온라인 강의가 불만인 것은 마찬가지다. 경기도 모 대학 신입생 김모(19)씨는 “12년 수험 생활을 견디며 꿈꿨던 캠퍼스 라이프가 코로나19 때문에 완전히 무산됐다”며 “오리엔테이션이 취소된 데 이어 수업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돼 언제쯤 대학 동기들과 ‘첫 만남’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립대 재학생 방찬영(26)씨는 “졸업을 앞둔 마지막 학기라 학점이 중요한데 개강 연기와 온라인 강의 대체 등 변동 요인이 많아 앞으로가 걱정이다”라며 “대부분의 교수는 평소 하지 않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닌지 염려된다”고 했다.

특히 실습 비중이 큰 예·체능 계열 대학생들은 “온라인 강의가 예상보다 길어진다면 차라리 휴학하는 게 낫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음악을 전공하는 최모(24)씨는 “학과 특성상 전공 수업이 매시간 연주를 하고 피드백을 받는 방식이다”라며 “학교에선 전화 통화 등을 활용해 실습 평가를 받으라는데 세밀한 연주를 그런 식으로 전달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미술 전공 정모(23)씨도 “조각작품을 사진으로 찍어 보낼 수도 없어 교수나 학생이나 모두 난처한 상황”이라고 했다.

개강 특수를 기대했던 대학가 상권도 비상이다. 경희대 인근에서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는 박씨는 “다들 어렵겠지만 대학가 상권은 원래 1년에 8개월 버는 장사다”라며 “방학 내내 임대료도 내기 어려웠는데, 여기에 추가로 한 달 넘게 학생들이 없는 상황이라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3월 1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대학가 코로나19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회원들이 3월 1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대학가 코로나19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등록금 인하’ 요구 거세…실현은 어려울 듯

학사 일정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자 대학 측이 등록금을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는 3월 11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강 연기와 온라인 강의 대체 시행으로 학생들이 학습권 저해나 학교 시설 이용 불가 등으로 불편을 겪고 있다”며 “특히 실습 위주의 도제식 수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높게 책정된 예·체능 계열 학과는 등록금을 감액해야 할 명확한 사유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앞서 전대넷이 실시한 ‘코로나19 대응 대책 관련 전국 대학생 긴급 설문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84.3%가 ‘개강 연기 및 온라인 수업 대체 과정에서 등록금 반환이 필요하다’라고 응답했다. 대학 등록금 인하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등장해 3월 11일 기준 7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대학 측은 학생들의 등록금 인하 요구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지만, 현재 상황이 규정상 등록금 인하 사유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대학은 수업을 1개월 이상 휴업한 경우 해당 월의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해야 하는데, 대부분 대학의 개강 연기 기간은 2~3주에 그쳤다. 이후 현장 수업을 온라인 강의로 대체하면서 학사 일정이 재개됐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온라인 수업이 오프라인 수업에 비해 학습의 질적인 측면에서 부족한 점은 인정하지만 불가피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것”이라며 “학교 시설 이용 불가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의 하나”라고 말했다.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정치학 강사는 “교육자, 특히 강사 입장에선 온라인 강의가 오히려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데,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등록금 인하를 주장하는 것 같아 섭섭하다”고 했다.

조강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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