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탓에 실적 부진을 겪으며 미국 증시 상장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숙박 공유 업체 에어비앤비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탓에 실적 부진을 겪으며 미국 증시 상장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던 기업의 발목을 잡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 우려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올해 월스트리트에서 화려한 데뷔를 준비하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들은 꿈을 접어야 할 판이다.

IPO에 차질이 생긴 대표적인 기업은 숙박 공유 서비스 업체 에어비앤비(airbnb)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로 공유경제 서비스 소비가 위축되면서 에어비앤비 실적은 맥을 못 추고 있다. 에어비앤비의 데이터 분석 회사인 에어디앤에이(AirDNA)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에어비앤비의 예약 건수는 2월 첫째 주와 비교해 유럽과 중국에서 40% 가까이 떨어졌다. 익명의 에어비앤비 투자자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에어비앤비가 현재와 같은 시장 상황에서 IPO를 하려는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기다리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IPO 계획에 먹구름이 낀 유니콘 기업은 에어비앤비뿐만이 아니다. CNN 비즈니스는 에어비앤비를 비롯해 올해 IPO 추진 계획을 세운 유니콘 기업인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 도어대시(DoorDash), 핀테크 업체 로빈후드(Robinhood) 등을 거론하며 “코로나19는 이 기업들의 월스트리트 데뷔 기회를 앗아갈 수도 있다”며 “코로나19 확산이 경기침체를 이끌 것이란 우려 탓에 전 세계 주식시장이 약세를 보였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가 퍼지기 전부터 투자자들은 이 기업들의 가치와 수익성에 의구심을 품었다”며 “회의론은 사무실 공유 업체인 위워크(WeWork)가 상장 계획을 철회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라고 봤다. 한때 유니콘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었던 위워크는 대규모 적자와 경영 실패 탓에 지난해 상장 계획이 무산됐다. 이는 ‘유니콘 거품론’에 불을 지폈고, 코로나19 사태가 기름을 붓고 있는 형국이다.

IPO 계획을 보류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는 “워너 뮤직 그룹(Waner Music Group)과 콜 한(Cole Haan)이 3월 초 IPO 계획을 철회하기로 했다”며 “두 기업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올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에 상장하기 위해 서둘렀지만 코로나19가 이러한 계획을 무산시켰다”고 보도했다. 세계 3위 음반 회사인 워너 뮤직 그룹과 신발 제조업체인 콜 한은 주식시장이 코로나19 여파에서 벗어날 때까지 IPO 계획을 보류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가 퍼지기 직전인 올해 초까지 뉴욕 증시에 상장한 유니콘 기업은 차량호출 업체 우버(Uber)와 리프트(Lyft), 식물성 고기 제조업체 비욘드 미트(Beyond Meat), 침대 매트리스 업체 캐스퍼(Casper), 치아 교정 서비스 업체 스마일 다이렉트 클럽(Smile Direct Club) 등이 있다. 하지만 상장의 기쁨도 잠시 코로나19 여파로 유니콘 기업의 주가가 사상 최저치를 찍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인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Alibaba Group Holdings) 상장에 힘입어 세계 최대 IPO 시장으로 떠오른 홍콩 증시 역시 코로나19 여파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증권시보는 홍콩 증시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의 대표적인 인공지능(AI) 기업인 메그비(Megvii)가 3월 상장 신청을 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 탓에 계획을 연기했다”며 “바이두(Baidu)와 징둥닷컴(JD.COM)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이 올해 초 홍콩 증시에 2차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계획을 미룰 수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탓에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며 IPO를 포기하는 회사가 잇따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들어 바이오 업체인 에스씨엠생명과학, 전기차 부품 회사 엘에스이브이코리아, 마케팅 서비스 플랫폼 회사 메타넷엠플랫폼, 화장품 소재 업체 엔에프씨 등 4곳이 증권신고서 제출을 철회하고 IPO 일정을 중단했다. 국내 첫 패스트트랙(코넥스 기업의 빠른 코스닥시장 상장을 돕는 신속 이전 상장을 돕는 제도) 상장 업체로 관심을 받은 바이오 업체 노브메타파마 역시 최근 증권신고서를 철회하고 6개월 상장 유예를 신청했다.

올해 국내 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대어(大魚)급 IPO도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뱅크, 현대카드, SK바이오팜, 호텔롯데 등이 상장 시점을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월 들어 뒷걸음친 IPO 시장

올해 1분기 글로벌 IPO 시장은 1~2월과 3월 온도 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3월 25일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EY가 공개한 ‘2020년 1분기 글로벌 IPO 경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전 세계 주식시장에 이뤄진 IPO는 235건으로, 규모는 285억3000만달러(35조1000억원)였다. 2019년 1분기와 비교해 건수는 11%, 규모는 89%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3월만 놓고 보면 같은 기간 IPO 건수는 93건에서 83건으로 11% 줄었다. 규모도 89억달러(11조원)에서 71억달러(8조8000억원)로 19% 감소했다. 지역별로 아시아·태평양 지역과 미주 지역은 IPO 시장이 확대됐지만, 유럽·중동·인도·아프리카 지역은 뒷걸음쳤다.

EY의 글로벌 IPO 리더인 폴 고는 “2019년 4분기부터 강한 순풍을 탄 글로벌 IPO 시장은 2020년 1~2월 힘차게 출발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사건 탓에 전 세계 주식시장은 건전성에 타격을 입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같은 난기류를 만났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극단적 변동성은 시기나 가치 평가 측면에서 IPO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라고 덧붙였다.

EY는 해당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경제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하면, 2분기 들어서도 IPO 시장은 빠르게 반등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3분기는 일반적으로 IPO 비수기로 꼽히지만, 기업이 재추진이나 새로운 기회를 모색함에 따라 IPO가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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