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이 재정건전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소득 하위 70% 국민 대상 일부 지급안을 고수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기획재정부를 향해 “위기상황에서 재정건전성을 논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면서 전 국민 지급안을 주장했다. 결국 정부 여당의 승리로 긴급재난지원금 논의는 막을 내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홍 부총리는 적절한 재정건전성 수준을 두고 논박을 벌였다. 홍 부총리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의 마지노선을 40%로 본다”라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미국은 107%, 일본은 22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이 113%인데 우리나라는 40%가 마지노선인 근거가 무엇이냐”라고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정건전성 논란은 확장적 재정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반복된다. 정책 찬성파는 재정 낙관론을, 정책 반대파는 재정 비관론을 단골 명분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정작 재정건전성의 적정 수준을 두고도 이견이 많다. 재정건전성이 무엇인지, 왜 중요한지, 적정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정리해봤다.


1│재정건전성은 무엇인가

재정건전성은 정부가 현재 또는 미래 시점에 빚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한다. 이를 판단하는 주요 지표는 ‘관리재정수지’와 ‘국가채무’가 있다.

관리재정수지는 한 해의 흑자 혹은 적자 규모를 나타낸다. 통합재정수지(재정수입-재정지출)에서, 당장 이용이 불가능한 ‘사회보장성기금(국민연금기금, 사학연금기금, 산업재해보상보험기금, 고용보험기금) 흑자’를 빼고 구한다.

국가채무는 중앙·지방 정부의 부채로, 적자가 쌓여 부채로 전환된 규모를 보여준다. 국제적 기준으로 해외 국가와 비교할 때는 국가채무에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더한 ‘일반정부 부채’ 지표를 이용한다.

2│재정건전성은 왜 중요한가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면 ‘채무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적자 상태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려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국채는 곧 정부 부채와도 같다. 정부 수입이 생기면 상당 부분은 다시 부채를 갚고 이자를 내는 데 써야 한다. 이는 적자 심화로 이어진다.

장기적으로 화폐경제와 실물경제도 모두 훼손된다. 우선 확장적 재정정책 자체가 통화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을 동반할 우려가 있다. 또 재정적자가 지속하면 잉여 자금이 부족해 실질 저축이 감소한다. 실질 저축 감소는 실질 이자율 상승, 투자 감소, 실질 생산 감소, 경제 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한국 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도 재정건전성이 중요한 이유다. 재정건전성은 국가 신용도를 보여주는 대외 지표다. 국가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외화 조달 비용 증가→대외건전성 훼손→원화 가치 하락→자본 유출’의 단계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3│재정건전성의 적정 수준은

적정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논란의 여지가 많다. 우선 유럽연합(EU)은 ‘마스트리흐트조약’과 ‘안정·성장 협약’에 따라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은 3% 이하, 국가채무비율은 60% 이하로 정하고 있다.

국내에선 시기별로 적정 수준을 다르게 설정한다. 정부는 2010년대 초반 국가채무비율을 30%대 수준으로 유지했다. 소일섭 전북대 교수는 당시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요청으로 펴낸 연구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복지재정 부담이 본격화하고 통일비용이 소요되기 이전까지 국가채무비율을 30%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복지 부담이 본격화하면서 정부는 기준을 좀 더 낮춰 왔다. 기획재정부는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2023년까지 3% 중반 수준에서 관리하고 국가채무비율은 2021년에 40%대에 도달한 뒤 2023년까지 40% 중반 수준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2020~2024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기획재정부의 기조에 변화가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상한선은 90%로 제시된다. 2010년 카르멘 라인하트 하버드대 교수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20개국과 신흥국 24개국 자료를 시계열로 분석한 결과, 국가채무비율이 90%를 넘으면 성장률이 1%포인트 이상(평균 4%포인트) 낮아졌다. 신흥국의 경우 물가상승률을 2% 이하로 관리하려면,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어선 안 된다.

다만 확장적 재정정책의 긍정적 효과도 고려해 수치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구 서울대 교수는 4월 22일 자신의 블로그에 “국채 발행을 통한 추가적 정부지출이 경제를 활성화하는 결과를 가져와 미래 세대도 더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면 미래 세대로 부담이 전가된다는 논리는 타당성을 갖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4│현재 한국의 재정건전성은

이번 코로나19 추가경정예산안 확정으로 2020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4.1%, 국가채무비율은 41.2%까지 올라갔다. 정부의 애초 관리 목표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재정 낙관론자는 정부의 재정건전성 기준은 자의적이라고 비판하면서 국내 수치를 해외 사례와 비교한다. 한국의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비율은 2018년 기준 40.1%로 미국(107%), 일본(224%), 영국(112%), 프랑스(123%)와 비교하면 양호하다.

그러나 국가채무비율이 높은 국가들은 기축통화국으로 화폐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작다. 그만큼 인플레이션을 고민하지 않고 발권력을 무한정 동원할 수 있다. 한국보다 국가채무비율이 높아도 무리가 없는 이유다.

또 우려되는 점은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다. 지난해 8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2018회계연도 결산분석시리즈’에 따르면, 2000∼2017년 우리나라 국가채무 연평균 증가율은 11.5%였다. OECD 32개국 중 4위로 라트비아, 룩셈부르크, 에스토니아 다음으로 높다.

특히 미래 지출을 고려하면 국가채무비율은 급증한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9~2050 장기 재정전망’에 따르면 고령화 영향 등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30년 50%, 2050년 85.6%까지 늘어난다. 증세가 없을 때를 가정한 경우다. 90% 선을 넘어가면 경제 성장률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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