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이오팜이 개발한 혁신 신약 두 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배경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든든한 지지가 있었다. 사진 SK
SK바이오팜이 개발한 혁신 신약 두 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배경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든든한 지지가 있었다. 사진 SK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잇는 바이오 대형주 SK바이오팜이 7월 2일 유가증권 시장에 입성한다. 올해 유가증권 시장 첫 상장 사례다.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감을 대변하듯 SK바이오팜 지분을 100% 보유한 모회사 SK의 주가는 지난 3월 10만원대에서 6월 16일 종가 기준 30만7000원까지 급등했다. 전문가들은 SK바이오팜의 가치를 6조원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SK그룹의 바이오 계열사인 SK바이오팜은 국내 바이오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혁신 신약을 두 종이나 보유한 회사다. 대다수 전문가가 SK바이오팜을 2020년 기업공개(IPO) 시장의 최대어로 꼽는 이유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미·중 갈등, 유가 불안, 북한 도발 등 온갖 악재가 쏟아지는 와중에도 이 회사를 향한 투자자의 높은 관심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강력한 지원은 SK바이오팜의 투자 매력도를 끌어올리는 동력 중 하나다.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 치료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6월 15일 기자간담회에 나선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의 얼굴에는 여유와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이날 간담회는 SK바이오팜의 IPO 일정을 공유하고 회사의 핵심 경쟁력과 향후 계획 등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온라인상에서 진행됐지만, 사전에 쏟아진 질문 세례에서 이 기업에 대한 시장의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조 사장은 “그간 쌓아온 연구·개발(R&D) 역량을 십분 발휘해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SK바이오팜이 보유한 FDA 승인 신약 2종 가운데 특히 주목받는 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다. 세노바메이트는 지난해 11월 1~3종의 뇌전증약을 복용 중임에도 부분 발작이 멈추지 않는 성인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FDA 승인을 취득하고, 올해 5월부터 미국 판매에 돌입했다. 마케팅·판매는 SK바이오팜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가 맡았다. 한국 바이오 기업이 신약 물질 발굴부터 임상, 판매 신청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진행해 FDA를 통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 세계 뇌전증 환자는 6500만 명이고 매년 2만여 명이 뇌전증 진단을 받는다. 뇌전증 환자의 60%는 기존 치료제를 복용해도 발작이 지속된다. 또 61억달러(약 7조4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뇌전증 시장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미국 판매를 막 시작한 세노바메이트에 유리한 환경인 셈이다.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 가격을 1000달러 아래로 책정했다. 뇌전증 치료제 평균 가격이 980~1200달러라는 점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다.

조 사장은 “기존 뇌전증 치료제 대부분의 특허가 2년 안에 만료되고, 현재 개발 단계에 있는 후보 물질 중 근시일 내에 상용화할 약물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엔 부분 발작 치료제로 승인받았지만 전신 발작에 관한 임상 시험도 진행하고 있다”며 “2023~2024년에는 약물의 적응증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서 세노바메이트를 처방할 수 있는 의사는 1만3000여 명이다. SK라이프사이언스는 최근 이들을 공략할 영업 인력 110명을 채용했다. 업계에서는 세노바메이트의 미국 매출액(연간)을 1조원 이상으로 예상한다.

SK바이오팜의 또 다른 무기는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미국·유럽 제품명 수노시)’이다. SK바이오팜은 솔리암페톨을 수면장애 분야 선두 제약사인 재즈 파마슈티컬스에 기술 수출했고, 2019년 3월 FDA로부터 기면증·수면무호흡증에 따른 주간 졸림증 개선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솔리암페톨은 2019년 7월부터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솔리암페톨은 올해 1월 유럽의약청(EMA)으로부터도 판매 허가를 받았다. SK바이오팜은 연내 독일을 시작으로 프랑스·영국 등에 차례로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밖에 SK바이오팜은 30년 가까이 축적해온 중추신경계 치료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소아 희귀 뇌전증), 희귀 신경계 질환, 집중력 장애, 조현병, 조울증 등에 관한 약물 임상 시험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SK바이오팜의 공모 주식은 총 1957만8310주다. 하나금융투자는 SK바이오팜의 기업 가치를 최소 6조1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경쟁력 높은 파이프라인과 긍정적인 시장 요소 등을 고려할 때 상장 이후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수천억 투자하며 기다려준 최태원 ‘뚝심’

SK바이오팜을 IPO 최대어로 만든 일등 공신은 오너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SK바이오팜은 1993년 SK그룹의 라이프 사이언스 사업 부문으로 출발했다. ‘국산 기술로 만든 혁신 신약’ 개발이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숱한 임상 실패에 그룹 내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인내심이 있어야 하는 신약 개발 특성을 이해했다.

그는 2007년 그룹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에도 신약 R&D 조직을 지주사 직속에 두고 연구비로 수천억원을 쏟아부었다. SK바이오팜이 2001년 후보 물질 탐색을 시작으로 2020년 미국 판매에 돌입하기까지 20년간 세노바메이트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던 이유다. 신약 개발 조직이 SK바이오팜이란 이름을 달고 별도 법인으로 물적 분리한 건 2011년의 일이다.

최 회장은 2016년 6월 경기도 판교에 있는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을 방문해 “1993년 신약 개발에 도전한 이후 20년 넘게 혁신과 패기, 열정으로 성장해 왔다”며 “여러 난관을 예상했던 만큼 긴 안목으로 꾸준히 투자하겠다”라고 약속했다.

오너의 전폭적인 지지는 연구자들에게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됐다.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 개발 과정에서 합성한 물질은 2000종이 넘는다. FDA 판매 허가 신청을 위해 밤낮 없이 작성한 문서가 230만 쪽에 이른다. 조정우 사장은 “글로벌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시장 규모는 840억달러(약 101조7240억원)이고 연평균 6%씩 성장하고 있다”며 “FDA의 신약 승인 확률은 6~8%에 불과하다”고 했다.

전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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